〈 1화 〉1화-라구나
- 밤의 도시 -
야경의 아름다움 뒤로 300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와인을 따르는 여인의 손은 부드럽다.
밤에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모자처럼 눌러쓴 그녀.
주변으로 지나가는 작은 비행정들을 감상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외모와 다르게 코를 후비적거린다.
순간, 빠르게 지나가는, 다른 일반용 비행정에 비해 4배 정도 큰 소급 함정이 그녀의 눈에 비친다.
다급히 선글라스에서 소규모 마이크가 그녀의 입으로 내려온다.
" 알파 1. 폭파. "
굉장히 침착한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눈에서 점점 멀어지는 소급 함정.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사일의 강한굉음.
그녀의 귓가에서 그 소리도 멀어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 펑!!! '
도시가 울릴 정도.
빌딩의 두꺼운 강화유리가 파르르 떨릴 정도.
도시의 모든 사람이 그곳을 바라볼 정도의 폭발음이 들렸다.
급작스럽게 생긴 폭죽놀이에 도시의 야경은 더욱 밝아진다.
" 잘. 했. 어. 흐흐흐... "
300층 빌딩 옥상의 한 여인이 자신의 몸에 두배 만한 바주카포를 어깨에서 내리며 응답한다.
" 네! 언니. 작전 종료 이상무입니다. 히힛. "
1화. 라구나.
-마들가리 행성력 232년-
조용한 라구나 bar(바)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이곳의 사장 상희는 파리를 잡고 있었다.
' 위~~ 이~~~ 잉 '
" 아놔. 이놈의 파리 새끼들. "
순간, 세 명의 사람이 시끄럽게 수다를 떨다 동시에 긴장한다.
상희의 직원들.
"저 누나 왜 저래? "
" 낸들 아냐. "
" 언니 히스테리 부리는 거 아냐? "
서로 복화술로 이야기하는 직원들.
긴장하긴 했나 보다.
하기야 저 단순 무식한 상희는 파리를 잡다가 실수로 직원들도 잡으니,
참고로 파리 잡는 가전제품은 흡수력이 좋은 신상품이다. 지구라는 별의 청소기라 생각하면 편할 것. 다만, 흡수력이 너무 좋아 최상단으로 스위치를 놓으면사람도 빨려 들어간다.
" 아놔. 이놈의 파리새끼들.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올라온 거야? "
300층에 상희가 운영하는 바가 있는 걸까?
아니다. 여기는 중급 비행정 안이다. 움직이는 bar.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처음 이 장사를 시작했던 사람은 때 돈을 벌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비행정 안의 bar. 상희는 끝물이라 그런지 이렇게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상희는 파리를 잡는 것에 지쳤는지, bar 주변소파가 갖추어진 넓은 식탁에 드러누우며 콧구멍을 후비적거린다. 그러다콧물이 나는지 식탁에 비치해 놓은 휴지로 코를 푼다. 점점 쌓이는 휴지. 그동안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참! 상희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궁금하지 않은 가? 약간 구릿빛 피부에 아담한 몸매를 자랑하며 얼굴은 마들가리 행성 최고의 가수인 홍찐영과 닮았다.
' 뽕~ '
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방귀소리가 들릴까? 더 있나 상희의 방귀 소리다. 점점 쌓여가는 각티슈는 어느덧 바닥을 보인다.
" 야! 명치대인! 휴지 좀 가져와! "
" 넵!누님! "
명치대인은 청록색 머리카락을 펄럭이며 창고로 향한다.
" 상희야! 오늘 그냥 마감해야 될 것 같지 않니? "
" 그럴 까? "
웬일로 남자치고 키가 작은 건남이영업을 마치자는 제안을 먼저 한다.
" 명치대인아! 함정 지상으로 착륙시켜! "
휴지를 가지러 간 명치대인이 초록의머릿결을 빼꼼 내밀며 말한다.
" 갑자기? 웬일이래. "
" 손님도 없고 이런 날 좀 쉬는 거지 뭐. "
" 넵! 누님. "
그러자, 눈망울이 크고하얀 피부가 드러나는 다해가 코웃음을 지으며 상희를 바라본다.
" 히히힛. 언니 그러면 저 오늘 데이또 좀 다녀오면 안 돼요? "
" 그놈의 데이트는 너희 지겹지도 않냐? "
그런 상희와 다해의 옆에 멈춰 선 명치대인.
그는 상희에게 각티슈를 넘기고 조종실로 향하며 다해에게 한마디 건냈다.
" 케케케. 그럼 난 춤 좀 추러 가야겠는 걸... "
" 작작 좀 흔들지. "
" 너야 말로 그만 좀 만나지. "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명치대인과 다해. 상희는 콧등을 찡그린다.
" 아주 이것들이 신났구먼 너희 그러다 굶어 죽는다. "
다해는 듣는 둥, 마는 둥 선글라스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명치대인 또한 선글라스의 전화 기능을 켜며 조종실로 향했다.
황당한 상희.
" 야! 이년들아~ "
코맹맹이 가득한 비음으로 그들을 향해 소리 지르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다해와 명치대인.
얼빠진 상희는 투덜거리며 bar 안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 건남 옵. 쉬는데 어디 갈 거야? "
" 아니. 함정 정비 좀 해야지. 이럴 때 손 봐야 하지 않겠어? "
" 어휴~ 부지런도 하셔. 그럼 난 들어가서 쉰디. "
" 알았... "
그때, 바 내부에 들리는 알림.
인공지능 센서 아리의 음성이 들린다.
" 소형 비행정이 라구나에 연결을 시도하려 합니다. 비행정 정보. 넘버 8 S4243. 처음 오는 비행정입니다. 출입문을 개방합니다. "
조종실에서 명치대인이 인상을 쓰며 나온다.
" 에잇! 뭐여. 흔들긴 글렀네. "
다해는 울상을 지으며 통화를 한다.
" 에콩. 자기야. 여봉아. 아무래도 약속 취소해야 할 것 같아. 히힝. "
상희는 웃음이 만개하며 외쳤다.
" 얘들아! 손님 받아라! "
건남은 정비용 플라스틱 공구가방을 bar 안쪽에 내려놓으며,
넥타이를 만지작거린다. 잠시 후, 유리문을 개방하며 덩치가 우람한 사내가 들어왔다.
검게 그을린 얼굴.
오른쪽 볼에 깊게 파인 상처 자국.
긴 가죽 코트 안쪽으로 살며시 보이는 장총.
어깨에 메고 있는 휴대용 레이저 광선포.
험상궂게 생긴 그가 들어오자 라구나식솔들은 큰 소리로 합창하듯 인사를 한다.
" 안녕하세요. 라구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웃음기 없는 그는 의자에 앉으며, 어깨에 메고 있는 광선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장총을 풀어헤치고, 그 또한 바닥에 놓았다.
그 사이, 다해는 메뉴판을 그 남자의 앞에 놓아둔다. 남자는 메뉴판을 보지도 않은 체 술을 시켰다.
" 앱솔루트 페어 한 병. "
건남의 두 배 만한 덩치만큼 목소리 또한 무거웠다. 건남은 손님을위한 기본 안주를 챙기다가 남자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건남의 눈이커지며 동공이 작아졌다.
' 잭 필드! '
웃음기 있던 건남의 얼굴이 굳어진다.
미소를 한 아름 간직한 상희는 그런 건남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매우 친절한 음성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 저희 가게는 처음 와 보셨나요? "
표정과 말투가 180도로 바뀐 상희.
그런 그녀의 곁으로 명치대인이 다가왔다.
" 손님. 안주와 음료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
"그냥 기본 세팅으로 해. "
" 네. 알겠습니다. "
명치대인은 뒤를 돌아 세팅 준비를 하며, 혼잣말을 조용히 했다. 인상을 구기며...
"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칫. "
손님 앞으로 다가 온 다해는 언더락 잔과 샷 잔, 술 그리고 얼음 바구니를 바에 차례로 올려 두었다. 상희의 옆에 나란히 선 다해의 뒤, 현상범 사진이 큼지막하게 세 장 붙어 있다. 그걸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 비웃음을 지어 보였다.
" 저런 건 뭐하러 붙여나. "
낭랑한 목소리의 다해가 농담 섞인 말투로 대답한다.
" 힛. 또 아나요. 저희가 잡아서 돈 좀 만질지. "
어이가 없는 듯 남자는 비꼬는 말투로 말한다. "
뭐? 잡는 다고. 큭큭... 농담하고는... 니들이 잡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그는 계속 빈정거리며, 수배 사진을 지시하듯 가리켰다.
" 저기 붙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간들인지 모르는 군. 오른쪽에 있는 사진. '팔콘' 흐흐. 무려 20명을 죽인 마들가리 행성 최고의 암살 자지. 너희 같은 조무래기들이 얼굴이나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오줌이나 질질쌀 걸. "
그의 농락에 다해는 웃어 보인다.
" 에이~ 손님 모르시네. 팔콘이 죽인 사람의 숫자는 22명이에요. 히힛. "
'피식' 웃어 보인 남자는 곧바로 입꼬리를 내린다.
" 아가씨 당돌하군. "
다해는 술의 뚜껑을 딴다.
" 당돌하긴요. 그냥 그렇다는 거죠. "
남자는 두툼한 손으로 박수를 세 번 친다.
" 좋아. 아주 좋아. 맘에 드는 군. 크흐흐흐... "
그의 비릿한 웃음소리에 다해는 술잔에 얼음을 다섯 조각 떨구었다.
" 팔콘도 아시고. 이쪽 계통에 계신가 봐요? "
상희의 눈웃음. 그와 상반되는 남자의 어색한 표정이 교차한다. " 훗. 글쎄. 좀 안다고나 할까. "
" 저도 한 잔 따라 주세요. "
소도 때려잡을 만큼 큼지막한 손으로 술병을 들어 상희의 잔에 붓는다. 자동적으로 얼음을 상희의 잔에 떨구는 다해. 그 사이 명치대인은 음료수와 기본 안주를 bar에 올려놓는다.
" 저도 한 잔 따라 주시죠? "
남자는 비릿한 얼굴로 명치대인에게 말한다.
" 아가씨들이랑 있게 좀 빠져 주지. 눈치 것. "
민망한 명치대인.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 아... 아... 네 알겠습니다. "
뒤돌아 걸어가는 명치대인의 귓가에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 싱거운 녀석... "
명치대인의 이마에 '빠직' 이란 단어가 깊게 새겨진다. 건남에게 다가 온 명치대인은 속닥거린다.
" 형. 저 새끼 죽여버릴 가? "
아무런 동요 없이 건남은 땅을 보며 무언가 생각 중.
" 형. 형! 뭘 그렇게 생각해요. "
약간 놀란 건남은 명치대인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 저 자식 누군지 모르겠어? "
뒤돌아 남자를 흘깃 바라본 명치대인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 똘아이 변태 새끼 아니에요? "
시시덕거리는 손님과 상희, 다해의 모습이 건남의 눈에 들어오고 조용히 명치대인에게그는 말한다.
" 저놈. 잭 필드야! "
" 잭필드? "
명치대인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얌마. 너가 모르면 어떡하냐. 에효. "
" 현상범이에요? "
" 그래. 이눔아. "
" 뭐해요. 잡아야죠! "
몸을 돌려 잭 필드를향한 명치대인의 어깨를 건남은 힘껏 잡았다.
" 잠깐. 함정 폭파당할 일 있냐. 여기서 싸우게. 조금 기다려봐. 기회를 보자고... "
" 상희 누나 알고 있는 거예요? "
" 글쎄다. 저 미련한 놈이 알고 있으려나? 기회 봐서 말해. "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건남과 명치대인은 술 창고로 들어갔다. 상희는 그가 현상범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 걸 까? 같지 않은 진상 앞에 서서 그의 이야기를 다해와 함께 듣고 있었다.
" 왜 내 얼굴에 현상범이라고 쓰여 있나? "
" 손님의 얼굴이 험상궂게 생기긴 했잖아요. 히힛. 들고 다니시는 무기들 하며... "
" 그런가? 흐흐흐... "
얼굴에 흉터를 가리키며 잭 필드는 이야기한다.
" 이 흉터가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나 따뜻한 사람이라고... 흐흐흐... 어때 나랑 오늘 밤. "
상희를 바라보는 눈빛에 버터가 끼어 있는 듯하다.
" 손님!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말씀이세요. "
상희의 억지웃음이 그의 눈에는 자연스러워 보이는지, 한 술 더 뜬다.술 창고를 바라보며...
" 왜! 저놈들 하고도 뒹굴러 봤을 거 아니야. 큭큭큭. "
상희의 눈빛이 급작스럽게 변한다.
" 손님.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
" 왜! 찔리나 본데. "
어이를 상실한상희의 표정.
주먹을 쥐며 자신의 왼쪽 가슴을두드린다.
" 이 새끼 완전 쓰레기 구만! "
다해는 무언가 느낀 걸 까?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잭 필드의 시선은 다해를 쫓아갔다.
" 뭐. 쓰레기. "
덩치가 큰 잭 필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긴 팔을 상희에게로 뻗었다.
" 니가 나를 언제 봤다고... 이런 개년을 봤나!!! "
우렁찬 소리가 라구나 bar에 울려 퍼진다.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상희가말한다.
"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
" 미. 친. 년.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짓. "
" 나 232야!! "
순간, 놀라는 잭 필드.
빠르게 자신의 손을 장총으로 향하는 찰나, 상희의 왼손은 컵에 담겨 있던 블런트 가위를 잭 필드의 마빡으로 던진다.
' 퍽!! '
그의 미간 사이로 뚫고 지나가는 상희의 무기인 블런트 가위. 가위가 붉은 피와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고꾸라지는 잭 필드. 상희는 씩씩거린다. 급하게 술 창고에서 나오는 건남과 명치대인 그리고 어느새 시체 앞에 서 있는 다해.
" 히힛. 내 이럴 줄 알았어. 상희 언니 이 시체 어떠케... "
두 주먹을 가슴에 가져가며 발을 동동 구르는 다해. 그리고 그녀의 뒤, 건남이뛰어오며 말했다. 씩씩거리는 상희를 바라보며...
" 상희야. 이 자식 잭 필드야! 알고 있었어? "
놀란 건남의 표정. 그리고 더 놀라는 상희.
" 헉! 소.오.름. "
명치대인은 만세를 하며 큰 소리로 외친다.
" 오예! 현상범 잡았다. 우리 조만간 회식 하겠군. 으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