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화-사냥꾼 (2/179)



〈 2화 〉2화-사냥꾼

2화. 사냥꾼.



며칠이 지난  -



' 이야옹~ '

갑자기 웬 고양이 소리냐고? 그야 내가 내는 소리다. 쩝쩝.

난 라구나 식솔 중  명이다. 뭐 정확히 다해가 내 주인이다.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 뒤에서 보면 뚱뚱한 개 같다고 한다. 오드아이인 내 눈은 파랑과 녹색. 그 눈으로 bar 위에 앉아 내게 다가오는 다해를 바라봤다. 안을 각이다. 귀찮은데, 여지없이 날 안고 얼굴에 비빈다. 싫은데... 싫다고!

' 이야옹... 이야옹... '

나쁜 년. 싫다고 암만 울부짖어도 계속 괴롭힌다.

" 우쭈쭈. 우리 귀여운 히리. "

 니가 더 귀엽다.

아무튼, 날 한참 가지고 놀더니 화장실로 향한다.

라구나는 술집이기도 하지만, 전투 비행정이기도 하다. 라구나 식솔들은 사실 바텐더이자 현상범 사냥꾼이기도 했다. 잭필드가 '  232 이야. ' 소리를 듣고 공격 자세를 취하려 했던 것도, 상희가 악명 높은 사냥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상희의 예명이 '232'이다.  알만한 현상범은 저 숫자 이야기만 나오면 벌벌 떤다. 마들가리 행성 시대의 악녀라는 호칭을 현상범들은 과감히 사용했다.

라구나 함정은 중급으로 상당히 컸다. 400평쯤 되려나? 마들가리 행성의 이동 수단이 소형 비행선인데 크기는 지상으로 다니는 승용차보다 조금 컸다. 라구나 함정의 규모가 대충 눈에 그려지는 가? 모르겠으면 말고...

라구나의 내부는 40평 정도가 bar이고 방이 세 개가 있다.

하나는 상희가, 하나는 다해가, 하나는 건남과 명치대인이 사용한다. 나야 대충 다해 방이나 상희 방에서 지낸다. 남자방은 홀아비 냄새가 지독해서 가기 싫다. 건남이란 녀석이 어마어마한 골초이기 때문이었다. 대충 그들은 밤일이 끝나면 잠을 자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제 각각이다. 나이 많은 건남이 제일 먼저 일어난다. 전날 술을 과하게 먹으면 가끔씩 제일 늦게 일어나지만...

다음으로 다해가 일어난다. 머리에 시계가 달렸는지 항상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8시 정각. 방금 전 일어나 땡땡이 잠옷에 산타 모자를쓰고 씻으러 화장실에 가는 중이다. 자신의 몸집보다 1.5배 되는 잠옷을 질질 끌며...

상희는 잠을 자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만성비염의 폐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편이라 얼굴엔 피로라는 글자가 도배되는 날이 많았다.

명치대인은 영업시간 30분 전에 일어나 허겁지겁 일을 준비한다. 함정의 조종 담당이라 영업시간에 맞추어 비행정을 이륙시켰다. 참고로 라구나의 영업시간은 34시다.  그러니 명치대인은 아직 잠을 자고 있다.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건남이 그와 같이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분한 라구나. 난 하품이나 하며 bar 위를 이리저리 돌아당긴다. 순간, 기계실에서 함정을 정비하고 나오는 건남. 날 발견하고는 말을 걸며 bar 안쪽으로 들어왔다.

" 히리야 잘 잤니? "

내가 대답이라도 하길 바라는 건가? 고양이인데...

' 이야옹...'

" 잘 잤나 보군. "

그가 날 쓰다듬었다. 그순간 울리는 전화벨소리.

' 따르르릉... 따르르릉 '

디지털 전화기를 아직도 쓰는 곳은 여기뿐일 거다. 건남이 전화기를 들었다.

네! 라구나 입니다. "

건남인가?

" 네! 누구시죠? "

이리로 연락 줄 사람이 또 있나.

" 성우 형 인가 보군요. 무슨 일이세요? "

- 뻔하지 않아. 일감 주려는 거지.

" 그렇겠네요. 하하. "

- 내일이나 오늘 경찰서로  들려 우리랑 협력 좀 해야겠어.

" 네. 알겠습니다."

- 그럼 수고하고.

' 딸칵. '

건남은 수화기를 놓으며 공구가방을 땅에 떨구었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친 다해와 눈이 마주친다.

" 다해야. 성우형한테 연락 왔는데..."

" 일감 들어왔나 봐요. 히힛. "

아직마르지 않은 머릿결을 수건으로 탈탈 털었다.

" 지금. 시간   다녀올까? "

" 그래요. 히히. 제가 언니한테 전해 줄게요. "

" 그래. 그게 좋겠다. "

건남은 나갈 채비를 하고, 다해는 옷을 갈아입으러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이야옹~ '

조금 전, 전화를 한 사람은 성우라 한다. 라구나 식솔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이자 경찰관 이기도 했다. 마들가리 행성의 범죄자 검거는 주로 경찰과 행성 수비군이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일손이 모자라거나, 흉악범들을 잡을 때는 이렇게현상범 사냥꾼과 함께 일을 협조한다. 대충 그렇지 않은가? 현상금이 걸렸다는 건 그만큼 잡기 힘든 범죄자들.

아무튼 빠르게 준비를 마친 건남. 복장은 평소 라구나에서 입는 정장 스타일이 아닌, 블랙진에 남색 후드티었다. 대각선으로 맨 힙쌕.  안에는 그의 무기인 다트핀이 담겨있다. 일반 다트핀 보다는   이상 컸다. 그리고 헬멧을 쓴다. 독일군 헬멧을 연상시킨다. 스키를 탈 때 쓰는 고글로 눈을 가린다.

라구나 함정의 밑 부분이 크게 열렸다. 엔진 실 밑. 굉음의 바이크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렇다고 오토바이는 아니다. 평지, 수상, 공중을 나는 소형 비행정. 다용도 이동수단이었다. 보통 4륜 비행정인데, 건남이 타는 것은 3륜 비행정이었다.

맑은 오후.

굉음을 뿜으며 달리다가, 화창한 하늘로 서서히 이륙한다. 자동차 머플러처럼 생긴 곳에서 긴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상당히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정.




- 마들가리 행성 23구역 경찰서 -



많은 인원들이 경찰서주차장을 오간다. 아주 오래된 고목나무. 버드나무의 흔들림.  무더운 날씨에 불어오는차분한 바람. 나뭇잎이 흔들린다.

그 아래,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건남과 성우.

" 이게 지금 잡아야 하는 현상범의 정보야. "

건남은 A4 용지 20장 분량의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창기라... "

" 왜? 아는 것이라도 있어? "

" 이 사람이 왜? 범죄자가 되었는지 의문이네요? "

" 글쎄... "

" 누명 아닐까요? "

" 누명이라... "

" 아무튼, 정보  알아본 뒤 연락드릴게요. "

" 그래. 잘 알아보고. "

건남은 서류뭉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우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그 시간, 다해가 외출했다가 라구나로 들어왔다. 이미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희와 명치대인. 아리의 음성이 들렸다.

" 소형 비행정이 라구나에 연결을 시도하려 합니다. 다해네요. 출입문을 개방합니다. "

다해의 소형 비행정은 2륜이었다. 핑크색 하이바, 노란색 선글라스. 뒤로 맨 바주카포. 긴 머리가 흩날린다.

다해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며  손으로 하이바를 벗었다. 그녀를 쳐다보는 상희.

어딜 갔다 온 거야? "

" 데이또요. 히힛. "

" 이론. 고따... 또  마리 잡고 왔겠군. 칫. "

" 히힛. 6인분 먹고 왔어요. "

“ 둘이서? 에이 설마.”

“ 각각이죠. 아시면서. 히힛. 

" 으이구. 요튼,건남 옵은? "

" 참! 성우 삼춘 만나고 온다더라고요. 의뢰인 듯해요. "

명치대인이 조종실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검은 피부에 그가 청록색 머리를 털며 검은색 뿔테 안경을 벗었다.

" 또 라구나 며칠 쉬겠구만. 이렇게 일하는데 bar  망하는 것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

" 야! 야 이년아! 안 망하긴! 현상범  잡았음 벌써 망했어! "

넵. 누님! "

고개를 조아리며 크게 꾸벅거린 명치대인이 말을 이어나갔다.

" 이번 놈은얼마나 하려나... 1000 크랑정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큭큭큭 "

' 이야옹~'

그러고 보니 마들가리 행성의  단위는 크랑이었다. 대충 밥 한 끼가 7~8크랑. 1000 크랑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대충 4명의 한  월급 정도 되는 금액.보통 저급 현상범의 금액이 100 크랑에서 500 크랑 선이었다. 1000 크랑 정도 되면 중상급 현상범. 아마도 4명 다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라구나 생활 3년 차 정도 되면, 그 정도는 고양이도 안다. 어때? 나 박식하지 않은가?

' 이야옹~ '

" 에휴. 1000 크랑이면 빨리 잡고 라구나  10일쯤 쉬면 되겠다. 잭필드 잡은 후 건수가 하나도 없었으니... "

그러고 보니 잭필드는 정말 굴러온 복이라 해야 하나? 얼렁뚱땅 잡은 격이다. 잭 필드가 범죄자 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상희를 열 받게 해서 그녀가 잡은 범인. 500 크랑 앉아서 번 격이었다. 호랑이 굴에 알아서 들어온 잭 필드.

그가 머리가 뚫려 죽었을 것 같지만 죽지 않았다. 왜일까? 현상범 사냥꾼들은 대부분 치유술사를 데리고 다닌다. 특히 20인 이상인 팀은 필수로 필요한 인원이었다. 죽은 현상범은 제대로 금액을 안 쳐준다. 반값 정도가 깎인다.

그래서 나 같은 치유 술사가 필요하다.  역할이 그렇다. 몸이 산산조각나지 않는 이상 죽은 사람을 난 살릴 수 있었다. 4인 이하인 라구나에 나란 존재는 사치다.  번 살리고 나면 이틀 정도는 그냥 쓰러져 있지만... 아무튼, 그런 용도로 날 사용한다.

근데, 대우가 너무 안 좋은 것 같다. 조만간 나가던가 해야지.쳇.

이런 아리의 음성이  들리네.

소형 비행정이 라구나에 연결을 시도하려 합니다. 건남이네요. 출입문을 개방합니다. "

잠시 후, 건남이 유리문을 열고 라구나에 들어왔다. 검은색 하이바를 손에 들고 빠르게 바 의자에앉는다. 순간, 라구나 식솔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였다.

" 얼마짜리야? "

상희의 질문에 대답하는 건남.

" 이번엔 금액이 좀 되는데. 2000 크랑 "

솔깃한 식솔들이다.

하기야 나도 눈망울이 커진다. 맛난 간식이 특식으로 나올 걸 생각하니, 안 커질 수가.

어떤 놈인데 이리 많이 주는 거야? "

" 글쎄. 자세한 건 알아봐야겠지만, 대강 훑어본 것만 말하면. 나이는 49세. 벌써 3명이나 죽였어. 함께 했던 동료들인가 봐. 우리처럼 현상금 사냥꾼이었고... 근데 신기한 건 살인 도구가 일정치가 않아. 내 감으로는 누명이 아닐까 싶은데. 하기야 상희처럼 여러 가지 무기를 다룰  알면 이놈이 범인 이겠지만... "

" 형. 그럼 상급 사냥꾼이라는 소린데. "

" 히힝. 맞아요. "

" 그래 경력이 10년이 넘었으니. "

에효. 쉽지 않겠는 걸. "

상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화장실로 향했다.

 간디. "

갑자기? 누난 이야기하다 말고 그렇게 간디. "

" 냅둬. "

이내 화장실로 사라진 상희.

" 히힛. 그럼 건남 삼춘 언제 정찰 가실 거예요? "

" 맘 같아서는 오늘 당장. 근데 준비할 게 있어서. 내일 가야 할  같아. "

" 큭큭큭. 또 며칠 못 보겠군. "

명치대인 또한 조종실로 자리를 뜬다.

" 건남 삼춘? 궁금한 게 있는데... 이름이...? "

건남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창기형. "

무덤덤하게 담배를 입에 가져간다. 깜짝 놀라는 다해.

" 네? 창기 삼춘! 말도 안 돼!! "

" 우선은 상희하고 명치대인에게 말하지 마. 내가 더 알아보고 이야기할 게. "

창기라...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알기론 무서운 사람이다.  때 사냥꾼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사람. 그래 아마도 상희가 나타나기까지 시대의 악마라 불리며 탑이었던 사냥꾼. 그가 왜? 살인범이 된 걸까?  또한 궁금하다. 어느 순간 사냥꾼 생활을 떠났던 걸로 알고 있었다.

다해야. 오늘은 방에서 나오질 못할  같으니 너희끼리 영업해. 자료 찾아볼 게 많아서. "

알았어요. 상희 언니에게는 제가 전해 드릴게요. "

" 그래. 부탁한다. "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건남.

잠시 후, 상희가 화장실에서, 명치대인이 조종실에서 차례로 나왔다.

" 얼래. 건남형 어디 갔어? "

" 이구. 멍청이. "

멍청이라니? 나 그래도 너 보다 나이많아. 이긋이 보자 보자 하니까. "

" 얼씨구. 그래도 라구나 선배는 나라고. 히힛 "

" 그르네. 선배만 아니었어도. 어휴. "

" 잘 보여. 히힛. "

" 건남옵이야. 사건 들고 왔으니 방에 처박혔을 테고... 다해야. 언제 떠난데? "

" 역시 언니는 금방 아는구나. 멍청이 하고는 다르네요. 히힛. 내일 정찰 나가신데요. 언니한테 전해 달라 그러고 방금 들어갔어요. "

" 에휴. 나 오늘 또 소파에서 자야되는 거야. 잠깐! 자꾸 나 보고 멍청이라 그러는데 작작 약 올리지! 그냥 확! "

주먹을 움켜쥔 명치대인이 다해를 때리려 하자, 그녀 또한 가냘픈 손을 움켜쥐며 권투 자세를 취한다.

" 어디 덤뵤 봐! 내 이래 봬도 권투 배운 뇨자야. "

에효. 참자! 나이 많은 내가 참아야지..."

" 히힛. 메롱. "

상희는 둘을 무시한 채, 식탁 소파에 앉아 가상현실을 구현시키는 고글을 눈에 썼다. 뭐... 게임이라 생각하면 된다. 또 밭 매러 가는 군. 다해도, 명치대인도 고글을 쓴다. 한가한 시간. 게임에   하는 세 사람. 나 간식이나 챙겨 주시지. 쳇.

' 이야옹~ 이야옹~ '

이럴  내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건남의 방으로 가 볼까?

난 껑충껑충 뛰어 문에 구멍을 뚫어 놓은 곳으로 들어갔다. 이런!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는 건남. 작작좀 펴라 제발!

아무튼, 건남은  의식하지 않은 채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을 투명한 자판기에 쉴세 없이 무언가 두드린다. 하기야, 사건을 맡으면 저 자식은 하루 종일 저러고 있다. 뭐가 저리 바쁜지...

건남이는 이곳에서 추적 담당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에~ 추적이라 하면, 현상범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 그 주변의 정보와 활동 경로를 얻어내는  주 업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초반 작업은 가장 바쁠 수밖에.

건남은 이쪽 방면으로 뛰어난 인재였다. 추적의 대가라 해야 하나? 내가 알기론 마들가리 행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상희가 악명 높은 사냥꾼으로 빠르게 발전 있지 않았을까? 저 어리바리한 녀석 때문에 말이다.

건남은 모니터를, 난 그런 건남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지겹다.홀아비 냄새도 싫고...  다시 bar로 나갔다. 여전히 게임에 심취한 세 사람. 손님이 없는데도 참 잘 논다. 고양이 보다도 철이 없는 건지? 이긍.

' 냐아~  '

이번엔 좀 앙칼지게 울어봤다. 관심 없네. 제기럴. 그렇게 라구나 함정은 파리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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