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3화-현상범
3화. 현상범
건남의 3륜 소형 비행정은 도시의 맑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바쁜 도시가 말하듯, 그의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소형 비행정들. 소음 소리는 크지만, 무음 기능을 가진 건남의 비행정 덕에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건남은 지금 여러 곳을 지나쳐 왔다. 창기가 예전에 살고 있었던 35구역과 현재 그의 이혼한 부인이 살고 있는 45구역, 창기의 지인이 사는 51구역 등등...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53구역이었다.
지금 찾아가는 곳. 벌써 이틀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곳에서 창기가 은둔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까? 53구역은 다른 도시보다는 높은 빌딩들이 없었다. 평균 30층 안팎의 건물들이었다.
건남은 어느 지점에 다가오자 빠르게 수직강하 한다. 10층 건물 옥상에 정박하는 건남의 비행정. 건남은 하이바를 풀며, 어깨와 허리에 대각선으로 메고 있는 힙쌕을 바로 잡았다. 그리곤 뚜벅뚜벅 걸어간다.
- 마들가리 행성 53구역 어느 공사장 -
근육이 왕성한 공사장 인부들. 안전모를 쓰고 공장 외벽 공사에 한창이었다.
검게 그을린 사람들, 흑인 또한 더 검게 만드는 태양빛에 그들은 땀을 흠뻑 흘리며 일을 한다. 그런 사람들 사이로 안전모를 썼지만, 정장을 차려입은한 사나이가 건남의 눈에 들어왔다. 서슴없이 그를 찾아가는 건남.
" 안녕하십니까? 이곳 현장 책임자 이신가요? "
의아한 표정으로 건남을 바라보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나이.
" 그렇습니다만... 뉘신지? "
건남은 맑은 미소를 건네며 조금이라도 살갑게 말했다.
" 아. 다름이 아니고 사람을찾고 있는 중입니다. "
" 누굴... "
건남은 가방에서 창기의 사진을 꺼낸다.
" 이 사람입니다. 이름은 창기. 성은 김입니다. "
눈가에 인상을 찌푸리며 유심히 살피는 현장감독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글쎄요. "
" 여기서 근래에 일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
자신의 손으로 집은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던 현장감독은 그제야 알아본다.
" 아... 이 사람 알지. 잠깐 잡부로 일하다가 요샌 보이지 않고. "
" 혹시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나요? "
" 여기 오는 인부들 일일이 어디 사는 것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내가 한가해 보이나? "
" 그건 아니지만, 들어왔던 날짜며 마지막 일했던 기록은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
" 형사인가? 행색은 안 그래 보이는 데... 기록이 있다 해도 내가 자네에게 보여줄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
" 알겠습니다.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 일에 너무 방해만 주지 말게. "
현장 책임자는 그렇게 말하고 바쁜 듯 인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자리를 떠났다. 건남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창기의 사진을 들고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안전모 밑으로 흐르는 땀방울. 얼굴에 한가득인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흑인 남자. 그 앞에 선 건남은 창기의 사진을 내밀었다.
" 안녕하세요. 혹시 이 사람 아십니까? "
커다란 눈망울이 사진에쏠린다.
" 이. 이 사람은 왜? "
알아보는 눈치다.
" 거두절미하고 사실 대로 말하겠습니다. 현상범입니다. 제가 쫓고 있습니다. "
상당히 놀라는 흑인 인부.
" 이. 이 사람이 범죄자라고! "
" 네. 아는 것이있으면 저에게 말해주세요. "
" 흠..."
흑인 인부는 조끼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 워낙 말이 없던 친구라 자세한 건 모르오. 휴. 그냥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던 친구였네. "
" 언제까지 여기 있었습니까? "
" 한 일주일 전쯤. 소리 소식 없이 떠났어. "
" 혹시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
" 글쎄. 그런 이야기 나눈 기억이 없군. "
연신 담배 연기만 내뿜는 흑인 인부.
" 네. 알겠습니다.질문에 응해줘서 감사하고요. "
건남이 인사를 하고 아쉽게 뒤를 돌아섰다. 그때.
" 이봐! "
건남을 부르는 흑인.
" 그 사람이 간혹 이런 말을 했었네. '53구역 외각 피렌체 숲은 정말 낚시하기 좋은 곳'이라고. 매우 흐뭇하게 말이지. "
정중히 인사를 하는 건남.
"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
건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비행정으로 뛰기시작했다.
-53구역 외각 숲 지역. -
광활한 침엽수림. 건남은 저공으로 그곳을 날고 있다.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 외각의 숲 속, 그 중간을 가른 강. 날씨 또한 매우 화창하다. 맑은 공기를 마실 겨를도 없이 건남은 주변을 살폈다.
멀리 보이는 조그만 오두막. 건남은 자신의 비행정을 조용히 착륙시켰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높은 나무들이 빽빽한 이곳. 비행정을 숲에 놓아두고 걷기 시작한다. 오두막을 향해서.
그 시각, 라구나 함정은 땡땡이 잠옷을 입은 다해가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내 옆을 지나간다. 웬일! 다해가 날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말이 무섭다. 기습적으로 날 끌어안고 얼굴에 비빈다.
" 우리 히리 잘 잤어? 우쭈쭈... "
놔. 놔. 놓으라고. 귀찮아. 야 이년아! 상희를 따라 해 보지만, 그럴수록 더 비빈다.
' 이야옹. 이야옹~~ '
나쁜 지지배. 역시, 날 한참 가지고 놀다가 화장실로 향한다.
' 따르릉. 따르릉 '
씻으러 가던 다해가 놀라며 bar 안쪽에 놓인 디지털 전화기로 뛰었다. 저렇게 끌리는 잠옷을 입고도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
" 네. 라구나입니다. "
- 다해니?
" 건남 삼춘이예욧? "
- 어 그래.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찾았어.
" 벌써요? 히힛. "
- 벌써라니 이틀이나 걸렸는데.
" 이틀이면 엄청 빠른 거임. 아니지 찾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임. 아무튼 어디예요? "
- 53구역 피렌체 숲. 좌표 전송해 줄게. 신속하게 움직여 줘.
" 네. 언니랑. 명치대인오빠랑 깨울게요. 히힛. "
- 도착 한 시간 전에 꼭 연락하고.
" 잔소리는... 알쪄용! "
' 딸각 '
전화를 끊고 다해는 전화기 옆에 있는 빨간색 버튼을 누른다. 변신하겠군. 난 요거 처음 봤을 때 무진장 신기했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라구나에 울려 퍼진다. bar 전체가 그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하나하나 변한다.
조종실 문 옆 다트 기계가 돌아가며 조종실과 bar 내부가 훤하게 뚫렸다. 술 진열장은 밑으로 내려가며 창문이 크게 생겼다. 그뿐인가 사방으로 커다란 창문들이 생겨났다. 중앙의 bar는 위 아래로 돌아가며 전투함정에 쓰이는 조종 시스템과 교체된다. 함정의 외부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난 기계음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둥그런 함정의 외형, 대공미사일 및 공 지대 미사일이 여러 개 보이며 날렵하게 변신했다.
전투 비행정으로 변신하는 과정. 말로 표현이 안된다.
명치대인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물론 상희도 뛰어나온다.
" 다해야. 찾은 거야! 벌써! "
" 네! 언니. 방금 연락 받았어요. 히힛. "
" 이런. 씻을 준비는 줘야지. 명치대인아 시동 걸어! "
" 넵! 누님. 근데 꼭 이렇게 정신없이 출발해야 해! "
조종실로 뛰어가는 명치대인.
" 알제. 우리는 신속이 생명이야! 뛰어! "
명치대인이 조종석에 앉아 여러가지 스위치를 올렸다. 그와 동시에 다해는 무기 컨트롤 좌석에 앉아 무기들을 점검한다. 상희는 레이더 및 상황을 종합하는 좌석에 앉았다. 라구나 함정이 이륙하고 어느 시점에 이르자, 상희가 앉은 모니터에 건남이 보낸 좌표가 뜬다.
" 명치대인아. 좌표. N3274 E5632. "
" 넵! 누님. "
좌표를 함정에 입력하자 아리의 음성과 함께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리의 홀로그램이 다트 기계가 있던 장소에 홀연히 등장한다.
" 안녕하세요. 라구나 대원들. 전투 항법 시스템이 자동으로 전환합니다. "
선명하게 들어오는 아리의 모습. 요정의 날개라 해야 하나?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처럼 생긴 그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위치까지 가는 시간. 대략 4시간 30분 걸릴 예정이에요. 그동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
음성이 끝나자 홀로그램은 홀연히 사라진다.
" 자자! 들었지. 각자 준비하고 시간 맞춰 자리 지켜 시간 넉넉하니. "
" 넵! "
크게, 동시에 대답하는 명치대인과 다해. 오~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상희의 통솔. 라구나 함정에 긴장감이흐른다. 잠깐! 얼레! 근데 왜? 게임용 고글을 눈에다 끼는 걸까? 셋 다. 에휴. 긴장감 있다 말한 거 취소. 이것들 시간 남는다고 게임한다. 얘들아! 긴장 좀 해!
' 이야옹~ 냐아옹~ '
- 53구역 피렌체 숲 오두막 앞 -
건남은 다해와 연락 후, 조심조심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주변을 살피며조심조심. 강가 옆 100미터. 생각보다 큰 오두막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누군가 집에 있는 모양이다. 건남은 멀리서 오두막을 연락용 선글라스로 살펴봤다. 오른쪽의 버튼을 몇 번 누르자 열 추적 모드로 변했다. 또 한 번 누르자 줌이 되고 화면은 크게 보인다.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 빨간 사람의 인영. 무언가 하고 있다. 건남은 시간을 체크한다.
- 라구나 도착시간 3시간 10분 전.
건남은 선글라스 기능을 일반으로 고정시킨 후 가죽 주머니에서 다트핀을 꺼냈다. 팔뚝만 한 다트핀. 무언가 장비를 베럴(손잡이) 라인에 장착한다. 빠르게 장착하고 날개 부분을 잡았다. 그대로 힘껏 던진 다트핀. 오두막으로 조용히 날아갔다. 점점 작아지는 그의 무기. 정찰용으로 던진 다트핀에 소형 카메라가 달려있다. 선글라스에 화면이 들어온다. 정지 화면으로 보이는 오두막의 창가.
그 안으로 요리를 하고 있는 '창기'.
건남은 조용하고 강력하게 한마디 날린다.
" 유레카! "
그 소리와 함께 다트핀은 건남에게로 유유히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오두막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 건남. 그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