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4화-추격자
4화. 추격자.
건남의 선글라스가 빛났다.
" 다들 내 말 들려. "
- 양호.
라구나 대원들은 동시에 대답한다.
- 건남옵! 대체 누군데 말도 안 하고 정찰 나간겨? "
" 우선 전송한 화면 확인해. 모두! "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건남이 다트핀으로 찍었던 화면을 주시했다. 화들짝 놀라는 상희와 명치대인.
- 창기옵!!
- 창기형!!
상희가 외친다.
- 야!야 이년아! 왜 이제 말해!
스피커에서 들리는 상희의 외침에 대원들은 귀가 따가운지 얼굴을 찡그린다.
- 고따. 야 이년아. 넌 알면서도 말 안 했어?
- 먄 해요. 언니. 건남 삼춘이 말하지 말래서 어쩔 수 없어다구욧. 힝.
- 고따. 고따구로 해. 창기옵 어쩌다가... 에휴.
상희의 기억이 머리속을움틀거렸다.
그랬다.사실 창기와 상희는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했다.서로 헤어진 지 3년은 지났지만 그래도 그 끈끈한 정이 어디 가겠는가? 어떻게 보면 무명이었던 상희를 가르친스승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아르테라는 중급 범인을 쫓고 있었던 상희는 자신의 비행정인 4륜 소행정에서 발칸포를 쏟아 내고 있었다.
' 투두 두두두둑... 투두 두두두둑... '
환한 대낮. 빌딩 숲을 가르며 추격 중인 상희의 비행정. 아르테의 비행정이 격추당하자 빠르게 낙하산을 피며 어느 빌딩 옥상으로 떨어졌다. 검은 레깅스에 청반바지를 입은 상희는 빠르게 비행정을 옥상에 정박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그를 뒤쫓았다. 그녀가 뛸 때마다 탱크탑으로 걸친 아담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넓은 옥상. 아르테가 궁지에 몰렸다. 사방으로 막힌 200층 빌딩 옥상. 상희가 숨을 고르며 그에게 점점 다가갔다.
" 순순히 잡히시지. "
가뿐 숨을 내쉬는 아르테.
" 헉. 헉. 흐흐흐. 너 같은 피라미가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
키가 키고 얼굴이 얍삽하게 생긴 그가 허리춤의 매그넘 총구를 상희에게 겨냥했다.
' 펑 '
총알은 빠르게 그녀의 심장을 향해 돌진한다.
상희는 재빠르게 빨간 힙쌕에서 왼쪽 손으로 자신의 무기인 바리깡를 잡아챘다. 그리고 1번 버튼을 누른다. 순간, 투명의 방패막이 그녀의 앞에 펼쳐졌다.
' 팅.'
그대로 달려가는 상희.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아르테.
' 펑. 펑. 펑. '
' 팅. 팅. 팅. '
'틱'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발이 끝나자, 아르테는 총을 상희에게로 던지며 내달렸다.
" 으아아악! "
그의 괴성이 빌딩 숲에 울려 퍼졌다. 상희 또한 만만치 않은 기선제압의 고함.
" 이야야 압! "
충돌.
상희가 아르테의 돌려차기에 일격을당했다. 얼굴이 크게 돌아갔다.
' 퍽! '
그녀의 매끈한 몸매가 출렁였다. 연이은 아르테의 주먹이 그녀의 배로 향했다. 그녀가 쓰러졌다.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았다.
" 이런 썅년을 봤나! 이런 실력으로 날 잡으려 했나! 어이가 없군. "
터벅터벅 걸어온 아르테가 쓰러져 신음하는 상희의 갈색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다. 그녀의 하얀색 브릿지가 흩날렸다.
"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 하급 사냥꾼 같으니라고. "
쌍권총을 쓰던 아르테가하나 남은 매그넘을 인상 쓰는 상희의 이마에 가져갔다.
' 펑! '
아르테가 상희를 감싸듯 고꾸라진다. 그 뒤로 웃고 있는 창기가 산탄총을 어깨에 걸친 채 상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옛 생각에서 빠져나온 상희가 정신을 차린 듯 건남에게 말한다.
- 왜? 창기옵이라고 말 안 했어?
" 창기형이라고 말했음 네가 여기 왔겠어? "
- 아니! 안 왔지! 흐흐. 이 사람 날 너무 잘 아는군.
" 상희야. 우선 잡자! "
- 왜? 이건 돈을 떠나서 잡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동안 정을 봐서라도. 그려? 안 그려?
" 내 말 잘 들어봐. 정보 수집하면서 느끼고 결론 지은 건, 창기형. 무죄라는 거야. 죄가 없다고."
- 근데 왜? 현상범이 돼? 말이 되냐고? 이게 말이야 강된장이야.
" 말하자면 길어. 성우형에게는 우선 조금 말해 두긴 했어. 현상금만 받고 우린 빠지면 돼. “
- 그러니까. 현상금만 받고 무죄라는 게 입증되면 알아서 풀려 날 거다. 이 말이야 지금?
" 그렇지. "
- 아놔! 순 양아치! 그러다 무죄 아니라면 우쩔려고?
" 그럴 일 없음. 내가 조사해 본 결과. "
- 언니. 이번엔 건남 삼춘 말 들어요. 꿩 먹고 알 먹고. 건남 삼춘 정보력 탑 중의 탑이고. 누명을 벗는다면 창기 삼춘한테도 좋은 거 아니에욧. 얍삽하지만 현명한 듯. - 명치대인은?
- 누님!라구나 주유비도 없다며... 사냥질 아니었음 라구나 문 닫는다며...
- 에휴. 저럴 땐 말 잘해요.
" 상희야 3:1. 콜. "
- 알았으... 으. 알았당께. 대신일 잘못되면 대갈빡을 아주 그냥. 빡!
라구나 함정에서 아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 도착 시간 한 시간 전입니다.자동항법 장치는 30분 후에 사라집니다. 준비하세요. "
- 건남옵 어떻게 치고들어갈 거야?
" 우선, 다해는 30분 뒤 따로 움직여. 오두막 2km 동남쪽에 커다란 절벽이 있을 거야. 그리 이동해! 들키지 않게. "
- 옙. 히힛.
" 바주카포 사정거리 3km정도 되지? "
- 그럼요. 5km도 넘어요.
" 좋아. 명치대인이는 오두막 5km 떨어진 곳에 라구나호 정박시키고. 혹시나 레이더에 들킬 수 있으니, 상희랑 같이 상희 비행정으로 오두막 지점에서 공습 준비하고. "
- 잉? 웬 공습? 그냥 들이밀어도 될 텐데...
" 말 들어! 쉬운 상대 아니야. "
- 음.건남 삼춘이 미끼 던지고 위에서 덮치려는 거군욧!
" 빙고. 역시 눈치 빨라 다해는. 이상 브리핑 끝."
- 자. 모두 긴장하시고.
- 넵! 캡틴!
상희의 대원들은 합창한다.
- 옵! 한 시간뒤에 봐!
" 옙썰! "
건남은 선글라스를 힙쌕에 집어넣었다. 긴장감 가득한 라구나호. 얼레! 긴장감 취소. 이것들 30분 남았다고 연락용 선글라스를 게임용 고글로 바꿔 쓴다. 얘들아! 제발 정신 차려. 에효.
' 이야옹~ 이야옹~ '
도착 30분 전. 시간이 다가오자 다해는 준비를 한다. 커다란 바주카포를 등에 메고 자신의 2륜 비행정에 몸을 싣는다. 오토바이크의 엑셀을 당기듯 핸들을 잡아당긴다. ' 부릉부릉 '
" 명치대인 문 열어! "
엔진실 밑에 있는 커다란 문이 개방된다. 높은 상공의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가 흩날린다. 그녀의 비행정이 높은 상공에서 뛰어내린다. 수직강하 하던 비행정에 날개가 펴졌다.
' 슈우웅. '
굉음을 뿜으며 라구나호에서 사라지는 다해. 난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 앉아 있다. 미식축구에서나 쓰는 헬멧을 쓴 채. 점점 멀어지는 다해의 뒤로 라구나 함정은정박할 곳을 살폈다.
" 누님. 어디다 짱박을 가요? "
" 글쎄다. 이거 원 숲이 너무 울창하니, 어쩔. "
" 세울 만한 공터가 없네요? 강가에 착륙할까요? "
" 좋아. "
" 알겠습니다. "
명치대인은 곧바로 강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아리야. 정박 부탁한다. "
그렇게 말한 명치대인이 조종석에서 일어나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가죽으로 된 장갑에 붙어 있는 세 개의 칼날. 왼손 장착 무기인 그의 검은색 장갑. 탄입대처럼 두꺼운 허리띠에 붙어있는 일본도. 펄럭이는 도복에서 움직일 때마다 바람소리가 났다.
" 착륙 자동모드로 들어갑니다. 착륙 10분 전. 엔진실 문을 개방합니다. "
어느 순간 엔진실에 있던 상희가 모든 걸 준비하고 명치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야 인마! 빨리 와! "
오른쪽 어깨와 팔등에 있는 해태 문신을 씰룩거리며 명치대인이 상희의 비행정으로 뛰어갔다.
" 넵. 누님! "
휘몰아치는 바람. 점점 어둑해져가는 하늘. 노을이 붉게 물든 구름. 그 안으로 상희의 비행정은 뛰어내린다. 4륜 소형 비행정인 상희의 비행정은 건남, 다해와는다르게 문과 좌석이 갖추어졌다. 건남과 다해의 비행정이 오토바이라면, 상희의 비행정은 승용차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싶다.
아무튼 엔진실에서 빠져나온 상희의 비행정. 엔진실 문이 닫히며 라구나함정은 조용히 강가로 착륙을 시도한다. 저속, 무음, 저공으로 오두막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정. 상희가 선글라스를 썼다.
" 통신 양호. "
- 양호.
대원들 모두 복명복창한다.
" 다해야 위치 파악했니? "
건남의 음성에 다해가 절벽에 비행정을 세우며 응답한다.
- 히힝. 이제 막 도착했어요!
" 위치 확인하는 대로 연락 주고, 상희는? "
- 5분쯤 도착! 타이머 맞출게.
" 알았어! "
다해는 절벽 위에서 등에 메고 있던 바주카포를 들고 오두막을 찾았다. 다해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동으로 열리는 가늠자. 투명한 유리관에 위치를 판독하는 글자가 새겨진다.
' 전방 1,954m 목표물. '
" 목표물 확인 완료 이상무! "
- ok.
건남의 사인이 떨어지자 통신용 선글라스에서 모든 대원들에게 상희가 도착한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 도착 시간 2 분전.-
음성과 함께 오두막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건남. 곧바로 오두막 입구에 도착.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 쾅. 쾅. 쾅 '
오두막은 고요했다. 안과 밖 모두. 다시 한번 세게 문을 두드리는 건남.
' 쾅. 쾅... '
" 창기 혀... "
순간, 문으로 소형 폭탄이 날아오는 소리가 건남의 귀에 들렸다. 건남은 문 옆으로 뛰어내린다.
' 펑!! '
폭음과 함께 문이 부서졌다. 그 사이로 뛰어나오는 창기. 건남은 숲 속으로 데구루루구르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창기는 부서진 문을 통과 하여 숲을 뛰고 있다. 그 뒤의 오두막은 천장이 열리며 대공화기가 등장한다. 상희의 비행정을 향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대공포.
' 펑. 펑. 펑... '
어둑해지는 하늘을 밝게 수놓았다. 상희와 명치 대인은 놀랐지만 당황은 잠시 뿐.
" 뭐야 이거! 윽! "
" 윽! 명치 대인 운전 잘해 비행정 폭파당하면 현상금 받아도 말짱 도루묵이야. 으윽! "
" 누난. 지금 그게 문제예요? 죽을지도 모르는데. "
" 죽는 건 너나 죽지 난 살아! "
" 뭐 이런 누나가 다 있어... 윽! "
명치대인은 대공 화기의 공격을이리저리 피하며 비행정을 조종한다.
- 다해야! 알파 1. 폭파!
건남의지시.
다해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 넵! 명치대인! 쫌만 참앗! "
- 다해야! 언능...어.언능!
" 조용햇, 어디서 후배가 "
투명한 가늠자에 글자가 떴다. 빨간 점멸등이 켜지며...
- 조준 완료 -
바주카포의 미사일이 연기를 뿜었다. 사정없이 오두막을 향해 날아간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 펑!! '
오두막에서 큰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불기둥에서 도망치던 창기도, 그를 쫓던 건남도 살짝 뒤를 바라본다.
이윽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들의 위로 상희의 비행정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