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도망자
5화. 도망자.
창기는 둥그런 톱으로 된 무기를 손목에 차고 도망가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건남.
" 창기형! 창기형! "
그를 크게 불러보지만, 창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창기. 가쁜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뛰었을 까? 건남이 먼저 지쳐간다.
건남은 정면 하늘을 바라본다. 소형 낙하산을 펼친 상희와 명치대인이 보인다. 유유히 지상으로 낙하하는 둘.
한편, 절벽에 있던 다해는 철수 준비를 한다. 바주카포를 둘러메고 비행정에 오르는 그녀. 핑크색 하이바를 눌러쓰고 클러치를 당겼다.
빠르게 뛰는 창기.
점점 멀어지는 건남의 모습. 그리고 어느덧 창기의 뜀박질을 멈추게 하는 두 사람의 인영.
" 창기 오빠.그만 멈춰! "
흐릿했던 인영이 상희와 명치대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눈으로 그들을 확인한 창기는 약간 긴장이 풀렸다.
" 뭐야. 너희가 어떻게... "
" 오빠 오랜만이야! "
상희는 살며시 창기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그 오랜 믿음이 어디 갔었냐는 듯, 창기는 경계태세를 갖춘다.
" 설마? 날 잡으러 온 것은 아니겠지? "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상희.
" 옵. 내 말 좀 들어 봐. "
" 거기서 얘기해. 다가오지 말고. "
" 알았어. 알았다고. "
경계태세를 잡은 창기처럼 명치대인 또한 긴장을 멈출 수가 없다.
" 오빠! 그냥 우리에게 잡혀 줄 수 없어? "
" 결국 그거야. 내 현상금 받아내려는... "
" 아니야! 오빠 죄가 없다는 거 알아! "
" 그럼. 내가 잡힐 이유가 더 없지 않겠니? "
" 아놔! 어떻게 설명해야 해... "
순간 뒤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건남이 다가온다.
" 창기형! 형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 알고 있어요. 제가 도울 게요. 1개월 안에 다시 나오실 거라 확신합니다. 형! "
창기는 고개만 돌린 채 웃었다.
" 큭큭큭큭...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너희 좋은 일만 시키고 일방 적으로 당하라는 소리 같군! "
" 제발! 형! 서로 다치지 않고,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예요. "
" 웃. 기. 지. 마! 내가 너희들의 잔꾀에 넘어갈 것 같아! "
" 형! 이미 아는지인에게도 손 써 놓았어요. 현상금 안 받아도 좋아요. 자수하셔도 금방 풀려 날 겁니다. 자수하세요! "
" 훗. 말도 안 되는... 이얍! "
창기는 자신의 무기인 원형으로 된 톱니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건남에게로 돌진한다.
" 안돼! "
상희와 명치대인은 그런 창기에게 고함치며 달려들었다. 건남은 돌진하는 창기에게 있는 힘껏 다트핀을 던진다.
매우 빠르게 날아가는 다트핀.
그것을 톱니로 끊어 버리는 창기.
그대로 다시 돌진하는 그를 건남은 피하기 바쁘다. 놀라운 순발력이 아니었음 목을 두 번은 따였을 필이다. 어느 순간 다가온 명치대인이 창기가 휘두르는 톱날을 자신의 장착 무기로 막아선다.
' 챙. '
" 형님! 힘 빼지 마시고 순순히 잡히시죠! "
" 훗. 꼬맹이가 많이 컸군! 이얍! "
' 챙. 챙. 챙... '
톱니와 삼지도의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어둑해지는 숲 속에 울려 퍼졌다.
부딪히며 튀는 불꽃.
두 사람의 기합소리.
" 다해야! 섬광탄 있어! "
날고있던 다해가 상희의 말에 응답한다.
" 넵! 언니! "
" 지금 위치 확인되니? "
" 네. 불꽃 튀고 있는 곳이죠? "
" 한 발. 부탁! "
그렇게 말하고 둘만의 싸움에 파고드는 상희였다.
두꺼운 단도를 허리춤에서 꺼내어 양손에 든 채.
다해는 핸들을 놓은 채로 바주카포를 싸우는 공중으로 겨냥했다.
' 피~융. '
' 펑. '
어둑한 하늘에 녹황색 불빛이 환하게 비춘다.
그 아래. 창기와 상희, 명치대인이 서로 엉켜 붙어 치열한 백병전을 치른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 톱날과 단도, 삼지도와 톱날의 부딪치는 소리가 쉴새 없이 숲 속을 울린다.
' 챙. 챙. 챙. 챙... 챙... '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는 건남은 가방에서 다트핀을 네 개 꺼낸다. 그리곤 동서남북으로 한 발씩 던졌다. 싸우는 곳에 사각의 링이라도 만들려는 것일까? 다트핀은 정사각형의 꼭짓점을 만들며 공중에 떠있다.
' 우~ 웅. '
건남이 무슨 행동을 해도 의식하지 않은 채 싸우는 세 사람. 의식할 겨를도 없어 보였다. 건남이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듯 웅얼거린다.
순간, 땅으로 박히는 네게의 다트핀.
' 팍. '
계속해서 웅얼거리는 건남이 만세를 하듯 두 팔을 뻗는다.
결계.
사각의 결계가 형형색색의 선을 그으며 정사각형을 만들었다. 꼭 복싱 경기장의 링처럼 보인다. 크기는 대략 그 보다 4배 정도 커 보이지만, 그제야 상희와 명치대인이 건남의 결계에 의식한다.
" 좋았어. "
" 형. 센스 있는 데! "
어리둥절한 창기.
" 창기옵. 부디 용서하길... "
상희가 단도를 던진다. 창기의 얼굴을 향해.
동시에 명치대인이 일본도를 꺼내 든다. 단도와 함께 잰걸음으로 뛰는 명치대인.
창기는 두 팔에 장착한 둥그런 톱날을 방패처럼 사용하기 위해 얼굴을 가린다.
단도가 ' 퍽 '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연이은 명치대인의 일격.
창기의 손목에 차고 있던 톱날이 으스러지며 산산조각 났다. 찰나에 다가온 상희가 주먹으로 창기의 얼굴을 강타한다. 간신히 막아 보는 창기. 그러나 주먹의 파워는 창기를 사각의 링 끝까지 날려버린다.
" 으으윽 "
인상을 쓰며 창기는 링에 붙어 있다. 꼭 찐득한 끈끈이가 그를 옭아매듯.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그럴수록 더욱 옭아맨다.
건남의 마지막 옹알이.
" 피니쉬. "
사각의 링이 그물이 되어 창기를 칭칭 감기 시작한다.
" 휴~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 건남.
일본도를 허리춤에 채우는 명치대인.
방금 도착한 다해의 2륜 비행정.
떨어져 있던 단도가 상희의 손으로 날아든다. 잡아챈 상희.
" 창기 오빠! 이해해줘. 다 잘 될 거야. "
옴짝달싹 못하는 창기의 동공에 라구나 대원의 모습이 새겨진다.
- 11일 후. 라구나 bar -
영업이 시작하고 두 시간 정도 흐른 라구나에는 손님이 한 명 있다.
체구가 작은 손님. 가슴에 보안관 문양의 상징인 별 마크가 크게 새겨져 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상희. 정면에는, bar 안쪽으로 건남과 다해, 명치대인이 서 있었다. 나야 손님이 있을 땐 조용히 다해 방에 찌그러져 있다.
젠장! 서러워서 사람이 되든, 이곳을 나가든 해야지...
" 성우형! 창기형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
조용히 병맥주를 마시는 성우가 흐뭇하게 웃는다.
" 뭐~ 말이 필요 있겠어! 네가 말한 데로... 한두 달 후면 종결 날 거야. 호호호홋. "
상희가 건남을 째려본다.
" 한 달 이라며! "
" 에콩. 내 그것까지 정확히 알 수 있나 대강 그렇다는 거지. "
" 됐어! 20 크랑 벌금. "
" 야... 야... 아니다. 네 맘대로 하세요. 에효~ "
" 오예. 건 남형 벌금으로 클럽 갈 필. 큭큭. "
" 히힛. 웃기지 마세요. 소고기 사 먹어야 해! "
" 그냥 다른 bar에서 술이나 하자? 내 벌금이 잴 많다고. "
" 아무튼, 잘 마무리되어서 좋아요. 성우삼춘. 히힛. "
" 그래 나도 기분 좋다. 건남이가 정보 안 보내 주었으면 엄한 사람 감방 보낼 뻔했으니. "
" 형. 술이나같이해요. "
건남이 말하자 상희가 모두에게 건배 제의를 한다.
" 건배! "
병맥주 끝을 서로 마주치며 평범한 외침으로 조용히 술을 들이켜는 다섯 사람. 훈훈한 분위기가 라구나에 감돈다.
" 히힛. 근데... 궁금한 게 생겼어요? 성우 삼춘. 그럼 진범은 누구예요? "
성우의 미소가 진지하게 바뀐다.
" 그게... 참. 모르겠다는... 착잡하다. "
건남이 부연 설명을 하 듯 말한다.
" 창기형이 누명을 썼던 거 기억나? 누구를 죽였는 지도? "
" 히힛. 알죠! 창기형이 데리고 있었던 대원들 세 명을 죽였다는 거. "
" 그래! 그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자기 부하들을 죽였다는 게 말이 돼? 내가 가장 유력하게 추리하는 건 분명... 쫓고 있던 현상범 일거야. "
성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 맞아. 그 현상범이 누구였다는 걸 알아내야 하는데... "
상희가 의아한 듯 물었다.
" 창기옵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냐? "
" 그게... 기억을 못 하셔..."
" 왜? "
" 자신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모든 대원들은 이미 죽어 있었고 자신이 쫓던 현상범의 자료는 모두 사라졌다는 거야. 물론, 자신의 기억까지... 부분 기억상실증이라 해야 하나? "
" 뭐시라? 기억상실증. 에이~ 상희형도 그렇잖아. 아. 아! 상희 형이란다. 상희누나도... "
" 야 이년아! 너도 술 많이 먹어봐 기억 가물가물 하다고. "
" 넵! 누님. "
" 히힛 알아서 찌그러지네! "
" 넌. 또 왜 시비야? "
울그락불그락한 명치대인의 얼굴에 재미있는지 다해가 코웃음을 친다.
" 헤헤헤... 멍충이."
" 안 되겠다. 너 창고로 좀 따라와! "
" 히힛. 왜? 맞을라고. "
" 에효 내가 참자! "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바라본 상희는 무덤덤하다.
" 야! 톰과 제리 가만히 좀 있을래. "
" 넵! 누님. "
" 알쪄요. 언니... 히힛. "
상희가 멀뚱히 건남을 바라본다.
" 부분 기억상실이라~ "
건남은 그런 상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피력하려는 듯 손짓을 해가며 말한다.
" 아마도 내 추측이 맞는다면... 떠오르는 인물은 저놈이야! 팔콘 옆에 있는 녀석. "
건남은 검지 손가락으로 팔콘 옆에 있는 현상범 사진을 가리킨다.
" 뭐시라? 재필? "
깜짝 놀라는 명치대인.
" 재필이라구욥! "
큰 눈이 더욱 땡글 해진 다해.
" 에이~ 건남 옵. 너무 갔다. "
고개를 절래 거리는 상희.
" 저런 녀석은 이미 마들가리 정부에서도 포기했단다. 건남아. 뭐 네 정보력으로 추론한 거니 이유가 있겠지만, 저기 붙어 있는 현상범들은 이 행성에서 잡는다는 건 그냥 꿈같은 이야기인 거 알잖아. "
" 아무튼, 제 촉이에요. 저 놈이라는 건. 재필의 직속 행동원 중에 기억술사가 있다는 어렴풋한 정보를 들어서... 창기형 정도의 실력이면 그 꿈을 실현해 보려 했을지도 모르고요. 어렵다는 건 알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