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화-BAR
음... 잠깐! 쟤네들이 왜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까? 팔콘이니, 재필이니... 마들가리 행성력 232년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 온갖 무기를 개인이 소지해도 되는 이곳. 그 이유는 제스라는 괴물이 이 행성에는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거 원. 역사 이야기 꺼내기 싫은데. (제스- 아주 오래전 마들가리 행성에 존재했던 괴물) 생존이 걸린 문제라 이 행성의 사람들은 무기를 소지하는 게 합법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 제스들이 현저히 줄었다.
행성력 231년에는 10마리쯤 출연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법은 바뀌지 않고 있었다. 그걸 악용하는 범죄자들, 무기의 소지가 합법이기에 살인이란 단어가 쉽게 일어났다. 하기야 나도 무기가 있었음, 쥐 잡는데 요긴하게 썼을 텐데, 제안장. 아무튼, 개인의 무기 소지가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을 양성했다.
팔콘 같이 22명이나 죽이는 살인범, 재필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암살자 집단, 그리고 또 한 명 ONE이라는 코드명이 붙은 사나이. 라구나 bar에 붙어 있는 현상범 사진이 위에서 말한 3대 흉악범이었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 이야옹~ '
팔콘의 사진엔 이렇게 쓰여 있다.
이름: 팔콘
나이: 40세
범죄명: 연쇄 살인
현상금: 1억 크랑 & 20 year 50 크랑.
재필의 사진에는.
이름: 재필 유
나이: 36살
범죄명: 특수 살인
현상금: 3억 크랑 & 30 year 100 크랑.
OEN의 사진엔.
이름: 알 수 없음.
코드명: OEN
나이: 알 수 없음. 2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추정.
범죄명: 제스 양성 및 연쇄살인.
현상금: 5억 크랑 & 100 year 300 크랑.
무시무시한 현상금이다.
앞에 달린 억 단위 크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뒤에 달린 year 가 중요하다. 팔콘을 잡으면 1억 크랑에 20년 동안, 1년 24개월, 매월 50 크랑이 통장에 들어온다는 소리다. 연금이라 해야 하나? 이런 최상급 현상범에게만 붙는 조건이었다.
현재 마들가리 행성력 231년에, 저런 타이틀을 가진 현상범은 딱 10명뿐이다. 그러니 현상금 사냥꾼에게는 꿈의 현상범이란 소리가 오고 간다는 말씀.
' 이야옹~ '
아무튼,라구나 식솔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대략 이런 대화들이었다.
" 상희야. 너 같으면 저런 놈 잡을 생각 있겠어? "
성우가 진지한 투로 말한다.
" 생각이야 있지... 나도 사냥꾼인데. 근데 생각만 할래. 목숨은 소중하다 규! 내가 아무리 잘 나가는 사냥꾼이지만, 후덜덜. "
" 봐라. 이 시대 최고의 악녀인 상희도 두려워하는 녀석 중 한 명인 재필을 잡겠다고. 건남아 납득이 되니? 창기가 잡는다는 게? "
" 하기야. 저 또한 추적해 보려는 생각 조차 없었으니, 얼렁뚱땅 다른 현상범들 조사하다 보니 얻어걸린 정보 하나만으로 이런 추론을 해 본다는 게 좀 비약하긴 하죠. 헤헤. "
" 아니야! 건남형 촉 드럽게 잘 맞아. 진짜로 그럴 수도 있당게. 얼마 전에도 사람이 지나가는 자동차가 하늘을... 에두두두.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명치대인의 말을 듣던 네 명은 그냥 황당한 느낌이다. 듣고 있던 나도 어이상실 중이니. 민망한 건지, 오줌이 마려운 건지 명치대인은 화장실로 향한다.
성우는 다해에게 신청곡을 주문하고, 상희는 담배를 피기 위해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는 붙박이창으로 향한다. 건남은 다 먹은 기본 안주를 리필하기 위해 bar 끝에 선다. 다해가 성우의 신청곡을틀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 Bobe Marley 의 African Herbsman '
상희의 시선에 들어오는 야경.
빽빽한 3~4백 층의 빌딩들.
네온사인과 빌딩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빛.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무수한 소행정들.
얇고 긴 담배를 물고 상희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저년이 분위기 잡으면 뭔가 무섭단 말이지.고양이보다 더 묘하단 말여. 그만 분위기 잡아.
' 이야옹~ '
내 이야길 들었나? 장초를 끊고는 성우 옆에 앉았다. 동시에 성우의 신청곡이 끝났다.
" 아. 들어가 봐야겠다. "
" 옵. 벌써 가려고? "
" 그럼. 내일 일 가야 되니... "
성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하고 계산을 받기 위해 다해는 포스기 앞에 선다. 미소를 지으며 성우에게 다정히 말하는 상희.
" 옵. 잘 들어가고... 창기 오빠 잘부탁해. "
계산된 영수증과 잔돈을 지갑에 넣는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래. 고생들 하고, 일 있으면 연락 줄게. "
등을 돌리며 손을 흔들고 라구나 식솔들은 동시에 합창을 하듯 인사한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성우가 자리를 뜨고 라구나 bar는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온다.
점점 늘어나는 손님들.
시끌벅적한 가게.
상희 특유의 입 털기.
다해의 온화한 대화술.
건남의 손님 이야기 들어주기.
명치대인의 흥을 돋우는 춤사위.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근데, 난 밥 안 챙겨 주냐. 이것들이 지들은 술이라도 먹지! 배고파! 밥 줘! 밥 달라구! 젠장!
' 이야옹~ 냐아옹... '
- 다음날 -
난 bar를 뛰어다녔다. 건남이 어디서 들고 온 쥐 모양의 장난감. 나의 사냥 본능이 꿈틀거린다. 어제 치우지 못한 술병과 음식물을 치우고 있는 건남이 그런 나에게 뭐라 한다.
" 히리가 고양이 이긴 한가 본데. 쥐 잡을 줄도 알고! "
마! 말 시키지 마. 어디 인간 주제에 고귀한 고양이 사냥을 방해해!!!
' 크르륵~ '
오래간만에 땀나네. 내가 쥐를 잡던 쥐 할아버지를 잡던, 건남은 묵묵히 청소를 한다. 바닥을 물 청소하는 그 뒤, 다해가 땡땡이 잠옷을 입고 터벅터벅 걸어온다. 4시 인가 보다.
"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
주위를 졸린 눈으로 쓰윽 쳐다보곤,
" 청소도 다 하셨네... 히힛 "
쪼갠다.
" 으~ 어제 술 너무 많이 먹어서 죽겠다. "
" 저두요. "
" 어제 뭔 날이었어. 손님들 왜 이렇게 많아. "
" 그러게요. "
" 장사 매일 이러면 사냥꾼일 안 해도 되겠어. "
" 히힛. 그럼요. "
야! 야! 조용히 좀 해! 고양이님 사냥하는 거 안 보여.
" 엇! 히리가 왜 이렇게 뛰어다니지? 저 뚱댕이가... "
" 장난감 하나 사줬더니 저 모양이다. "
" 히힛. 안 그래도 사주려 했는데... "
니들이 알아! 쥐 잡는 쾌감을... 근데 이놈의 쥐는 잡기가 정말 어렵다. 내가 쥐를 잡는 건지? 쥐가 나를 잡는 건지? 지친다. 어질어질.
" 건남 삼춘 전 씻고 나올게요. 훔쳐보면... 콱! 날려버릴 거에욤! "
건남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 말을 말자... 에효~ "
다해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내 어질어질해도 저 건남이란 녀석에 대해 잘 안다. 가끔 남자가 아니란 생각을 한다. 아니면 고자던가. 여자 보기를 돌같이 보는 건 좋은데, 좀 심하다. 호모?
건남은 계속 청소 중이다. 빈 맥주병, 양주병을 치우고 냉장 쇼케이스에 병맥주를 채운다. 난 뭐하냐고? 지쳐서 bar 위에 배를 깔고 장난감 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지켜봤다. 고개만 왔다 갔다. 젠장! 젠 지치지도 않네. 에휴~
청소가 끝날 무렵 다해가 샤워를 마치고 긴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며, 지쳐있는 내게 다가온다. 안을 각이다. 안돼! 젖은 손으로 날 만지지 마!
" 우리 히리 잘 놀았쪄? 우쭈쭈 내 새끼. "
놔! 놓으라고. 어디 물기 있는 몸으로 날 비벼 되는 거야! 엉엉엉... 나쁜 쌔리~ 으엉엉...
' 이야옹~ 이야옹~ 냐아옹~ '
" 다해야. 어디 나갈거니? "
그제야 날 bar위에 내려놓는다. 나. 쁜. 뇬.
" 네. 오늘 승규 좀 만나려고요. 창기 삼춘 사건 이후로 한 번도 못 봤거든요. 우리 헤어지는 줄. 히힛. "
" 그래. 그래. 홍단이 조심하고! 허허허... "
" 앗! 저질! "
다해는 자신의 방으로 쏜 살 같이 달려갔다.
여기서 잠깐, 건남이가 '홍단이' 이야기를 꺼냈는데 왜 다해가 '저질'이라고 그랬을 까? 하루는 다해가 승규랑 화투점이라는 것을 보러 갔다. 둘은 애인이기 때문에 재미 삼아 보러 갔겠지. 결과는 홍단이 연속으로 두 번 나왔다.
점쟁이 왈,
" 음 칠월에 어여쁜 공주님이 태어날 소식입니다. 두 분 금실이 좋은 가봐요. 호호호. ….."
그 이야기를 식솔들에게 말했다가 다해가 승규를 만나러 가면 상희 건, 건남이 건, 명치대인이 건, '홍단아. 홍단아.' 그런다. 그럼 난 동생 생기는 건가? 흐흐흐.
다해는 승규의 스포츠 세단 비행정에 올라탔다. 이인승 비행정. 아무나 탈 수 없는 비행정이었다. 라이선스 1급이 되어야 하고 특수 라이선스를 따로 얻어야 운전할 수 있었다. 이유는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F1에 출전하는 카레이서들이 타는 자동차라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여하튼, 둘의 행복한 데이트는 시작되었다.
동물원을 구경하고, 저녁으로 소고기 8인 분을 먹고, 스카이 영화관에서 비행정에 앉아 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80층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갔다.
넓은 카페.
밖은 어둡지만, 여긴 거의 대낮 수준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정글에 온 듯 화려한 식물들로 가득하다. 다해와 승규는 테라스로 나간다. 도시의 야경이 훤히 보이는 곳, 테이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 자기야. 오늘 즐거웠어? "
" 그럼. 우리 조신한 여봉 이만 있으면 난 그냥 힘 이남. "
" 울 여봉이 너무너무 멋져! "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은 달콤함을 넘어, 별들이 깨소금으로 변할 기세다. 그 냄새가 라구나 bar에 게임용 고글을 낀 상희의 코에 닿았는지, 콧구멍을 씰룩거리며, 킁킁거리다가 그녀가 말했다.
" 명치대인아! 어디서 깨 볶아? "
손님이 없어 창고에서 춤 연습을 하던 명치대인, 건남에게 상희의 말을 전하듯 이야기한다.
" 형. bar 안에서 깨 볶아요? "
책을 읽던 건남이 무심한 어투로 대답한다.
" 깨는 무슨 깨? 라구나에는 깨 자체가 없다. "
건남이 책장을 넘기자 상희는 혼잣말을 한다.
" 아~ 어디서 분명 깨 볶는 냄새가 나는데, 희한하네... "
라구나에 상황을 알리 없는, 다정한 둘은 깨 볶는데 열을 올린다.
대화 내용을 쓰고 싶어도 쓰기 싫을 정도. 오죽하면 이런 표현이 나올까. 그만큼 달달함과 므흣함이 둘의 대화 내용이었다.
" 여봉아! 옆에 앉으면 안 돼? "
" 싫은데. 나 조신한 뇨자라서. "
" 에이... 오늘 한 번만 조신함 버리면 안 돼? "
" 히힛. 자기를 위해서라면 사실 난 그딴 조신함 다 버릴 수 있지롱. "
다해는 승규에게로 날듯이 안겼다. 그리곤... 에 햄... 쪽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