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화-데이트
둘이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뒤로, 긴 코트와 중절모를 쓴 사내 둘이 테이블에 앉았다. 다해와 승규를 흘끗 쳐다보고는, 비웃는 듯하다.
" 요새 젊은것들이란... 쯧쯧. "
" 왜? 보기 좋은데... 큭큭큭..."
차림새와는 달리 목소리가 찢어진다.
선글라스를 이 밤에 낀 걸 보면 사냥꾼 냄새가 났다.
" 어때 오늘 여기 나타날 것 같아? "
" 나야 모르지! 확률이 높다는 것뿐. "
" 아~ 우리는 언제쯤 한 건 하나? "
다해의 밝은 귀가 그들의 이야기를 저절로 엿듣게 되었다.
승규에게 복화술로 이야기하는 다해.
" 자기야. 잠깐만. "
" 왜. 갑자기? 조용히 말하고 그래. 또 조신해 지려규? "
" 아니. 아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서. "
큰 눈망울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민망해서 그러는구나? "
" 아니에요. 자기야 우리 빨리 나가자! "
"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시킨 음료도 아직 안 나왔다고. "
"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여봉아! "
다해는 다급한 표정으로 승규의 팔을 붙잡으며 잡아당겼다.의아한 승규는 어리둥절해하며, 못 이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가자! 가자! "
안기듯 팔짱을 낀 다해. 총총걸음이 급한 볼일을 보듯매우 빠르다. 순간, 그들의 옆을 지나가는 시스룩의 남자. 근육이 장난이 아니었다. 비치는 상체에는 온갖 문양의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하의는 검은색 진. 아무래도 전신에 문신을 했을 것 같다. 그 남자를 힐끗 바라본 다해의 발걸음이 더 급해진다.
" 자기야.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천천히 움직이자! 응? "
그때, 들리는 총성.
' 탕. '
카페의 손님들이 괴성을 지르며 모두 땅바닥으로 업드렸다. 물론, 다해와 승규도.
" 아~ 이런데서 역기기 싫은데... "
조용히 다해가 말했다. 그 사이로 검은 코트의 사내가 큰 소리를 지른다.
" 파우스. 움직이지 마! "
총에 맞은 시스룩의 남자가 파우스다. 그는 어깨에 총상을 입었다. 주르르 흐르는 피가 옷을 적신다. 파우스는 그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며, 썩은 미소로 검은 코트의 사내를 앙칼지게 바라봤다.
" 흐흐. 뭐야. "
가래가 섞인 듯한 목소리가 블랙 코트를 입은 사내들에게는 긴장감을 가지게 했다.
" 사냥꾼인가... "
두 팔을 서서히 내리는 파우스.
총에 맞아어깨에서 내리던 붉은 피는 점점 퍼져나간다. 처음부터 붉은색 옷이었던 것처럼.
" 크크크... "
지저분한 웃음.
" 움직이지 마! "
" 그냥죽이시지. "
당황해하는 두 남자. 그들에게로 파우스가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러다 갑자기 빨라지는 발걸음.
' 탕! '
검은 정장의 사내가 총을 쐈다. 파우스가 살짝 옆으로 피하며 전진한다.
' 탕탕탕... '
연속해서 총을 쏘고 그것을 이리저리 피하며 달려드는 파우스.
무색한 두 남자의 사격. 아까운 탄피만 땅으로 떨어졌다.
" 그까짓껏으로 날 잡으려 해! "
' 퍽. 퍽. '
뛰어오른 파우스가 오른쪽 남자의 인중을 주먹으로 날렸다. 곧바로 떨어지며 다른 남자의 대퇴부를 미들킥으로 가격한다.
주먹을 맞은 남자의 고개가 뒤로 꺾인다. 쓰고 있던 중절모가 머리에서 떨어져 나오고, 남자는 공중부양하듯 뒤로 넘어갔다.
" 윽 ”
미들킥이 들어간 남자는 대퇴부가 꺾이며 상체가 구부려졌다. 파우스는 코트를 입은 남자의 어깨를 잡고 누르며 니킥을 선사한다.
' 퍽! '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자신의 귀에 들리며 쓰러지는 남자.
체구가 건장한 두 남자는 죽었는지,기절했는지, 일어나질 못하고 누워있다. 그 장면을 힐끗힐끗 바라보던 다해가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 이런. 무기도 안 가져왔는데 어쩌지. "
바닥에 엎드린 승규의 이마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파우스가 땅에 떨어진 권총을 주워들었다. 공중을 향해 한 발.
' 탕! '
" 카페에 오신 손님들 환영합니다. 크크크... "
그의 장난기 같은 말한디, 엎드려 있는 손님들은 장난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 자... 손님들 제 이야기 잘 들어주세요. 손님들의 지갑을 제가 소중하게 챙기겠습니다. "
파우스는 흐르는 피가 신경이 쓰이는지, 테이블에 올려진 휴지를 뭉탱이로 꺼내어 어깨에 가져간다.
" 여러분의 지갑을 한 명도 빠짐없이 머리 위에 두십시오. 신속하게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크크크..."
미친 듯이 웃는 파우스. 카페에 엎드린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그의 말에 따랐다.
" 그리고... 너! "
승규와 눈이 마주친 파우스는 그를 부른다.
" 너는 여기다 손님들 지갑을 채워! "
기절해 있는 검정 코트 사내의 중절모를 승규에게 던진다. 승규의 눈앞에 떨어진 중절모. 승규의 얼굴엔 '이걸 왜 나한테 던져'라 쓰여 있다. 설렁설렁 자리에서 일어난 승규는 중절모를 주워 든다.
" 고객님! 빨리 움직여 주시죠! "
파우스가 승규를 권총으로 위협한다. 오기인가? 반항인가? 다해에게 보이고 싶은 남자다움인가? 중절모를 파우스에게 던지는 승규.
" 니가해! "
천진난만했던 승규의 애교 살이 사라졌다. 그런 승규를 바라본 다해는 그저 놀라울 뿐.
' 울 남푠 미쳤나 봐. 어쩌지... '
파우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 피식. '
" 애인 있다고 폼 잡는데. 뭐 좋아. 그래야 사나이지. 근데, 그것도 정도껏 하란 말이야!! "
겨냥하고 있던 권총의 입구에서 총알이 튀어나온다. 승규의 입에서 주문과 같이 튀어나오는 한마디.
" 토네이도 샷! "
오른팔을 높이 치켜든 승규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던 4개의 구슬이 파우스를 향해 날아간다. 정확하게 하나는 총알을 향해. 세게는 악당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과 구슬이 부딪히며 땅으로 떨어지고, 세 개의 구슬은 파우스의근처에서 소형 폭탄의 위력을 과시하려 하지만, 파우스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해의 머릿속 다이어리는 파우스의 수배전단이 떠오른다.
성명 : 파우스.
나이 : 30세.
범죄명 : 강도 및 폭력. 특수절도. 특수강간.
현상금 : 500 크랑.
우선 폭행 현상범은 싸움을 잘한다. 기본적으로... 아무튼, 소형 폭탄은 하나의 연막탄처럼 연기만 무성하게 만들었을 뿐. 파우스는 모든 걸 피했다. 연기 사이로 미소를 지은 그의 얼굴.가소롭다는 표정이다.
다해는 연락용 선글라스를 가방에서 꺼내어 쓴다. 동작이 매우 빠르다.
" 건남 삼춘. 연락받아요. 통신 양호? "
응답이 없다. 다급해진 다해.
" 라구나 연결. "
아직까지도 손님이 없던 라구나 술집은 음악소리가 컸다. 그 음악에 맞추어 명치대인은 춤을 추고 있었다. 매우 시끄러운 라구나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상희의 귀에 들릴까? 게임 고글을 낀 상희는 테이블 소파에서 누워, 간당간당하게 울리는전화벨 소리를 듣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희. 전화기를 바라본다.
" 건남옵 어디 갔나? "
치마처럼 생긴 펄럭 바지를 조금 치켜올리며 총총 뛴다.
" 야 이년아~ 음악 소리 좀 줄여!"
명치대인은 들리지 않는다. 춤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스텝으로 춤의 절정을 느끼는 중.
" 어휴~ 미친놈. "
상희는 투덜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 네. 라구나입니다. "
" 언니!! "
" 뭐여. 데이트 중에 어연 일로 전화질? "
장난기 서린 상희의 말투와는 상반된 다급한 다해.
" 언냐!! 여기로 와주세요! 현상범 있어요. 파우스라는 놈이에요. 급하다구요!! 울 승규 죽을지도 몰라욧!! 위치정보 눌러 놓았어요. 급해요!! "
' 딸칵. '
어리둥절한 상희는 수화기를 멍하니 바라보다, 빨간색 버튼을 재빠르게 누른다.
라구나변신하겠군!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나저나 다해 괜찮은 거야.
' 이야옹~ '
그 시각 다해는 연락을 끝내고, 선글라스를 가방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승규 넘어의 파우스를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승규는 왼쪽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 토네이도 샷! "
4개의 구슬, 4개의 소형 폭탄이 빠르게 파우스를 향한다. 그곳으로 달려드는 파우스. 자폭인가? 아니다. 터지기 전에 받아치려는 속셈이었다. 파우스가 하나의 폭탄을 피한다. 또 하나의 폭탄을 피하고 족구의 스파이크를 하듯 몸을 날렸다. 두 개의 폭탄이 그의 발에 걸리고, 구슬은 승규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 윽. 이런! "
승규에게 다가오는 두 개의 구슬. 승규의손이 바빠졌다.
주머니에서 꺼낸 구슬. 양손에 하나하나. 엄지와 중지에 끼운 채 손가락을 튕긴다. 마치 서부영화의 총잡이처럼.
받아친 구슬과 손가락으로 튕긴 구슬이 서로 부딪혔다. 승규의 앞에서...
' 펑. 펑! '
폭발 후 생긴 자욱한 연기. 그 사이로 파우스의 옆차기 모습이 승규의 눈에 들어왔고 승규는 막는다. 어느덧, 뒤에서 달려온 다해. 하이톤의 기합과 함께 360도 돌개차기를 파우스의 턱주가리에 선물한다.
`퍽` 고개가 돌아가며 파우스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얼얼한 턱을 비비며 다해와 눈이 마주친 파우스. 다해가 인상을 쓰고는,
" 이것이 미쳤나! 뒤져볼 텨! 어디서 울 여봉이를... "
얼굴을 들이밀었다.
" 흐흐흐흐... 앙칼진년이 군! "
파우스가 서서히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 이뻐. 이쁘게 생겼어. 흐흐흐... 니 남자 보는 앞에서 한 번 먹어 볼까? 꼴리는데... 큭큭큭... "
파우스의 도발에 승규가 분노하며 뛰쳐나가려 한다.
" 이 새끼가 입을 찢어버릴까 보다!! "
그런 그를 다해가말린다. 아기를 달래 듯 승규에게 말한다.
" 우리 여보는 그런 표현쓰면 안돼! 쉿쉿. "
그리고 매우 다정하게 승규의 손을 잡으며, 그의 손을 그의 귀에 가져간다.
" 울 여봉이 잠깐 귀 막고 있어야해! 꽉꽉! "
그리곤 고개 돌려 파우스를 바라보았다. 다정했던 그표정이 급작스럽게 창백해지며 , 귀신이라도 된냥 무서워진다. 엄청난 고함으로 파우스의 귀를 파고들게 하는 욕지거리.
" 야이 조랑말 거시기 같이 생긴 새끼야. 니 X을 잘라 니 입속에 처박아 줄까? 똥꾸 녘에 쑤셔 넣어 줄까? 확! 허벅지 살을 뜯어서 얼굴살 붙여 발라버릴까 보다.아니지 이빨을 확 뽑아서 혀에다 박아 버릴까? 씹 세리야 너가 먹긴 뭘 먹어 내가 먹어 버리기 전에 설설 겨라! 어!! 울 대빵 이름이 뭔지 알아!!! '232' 이야!!! "
쩌렁쩌렁한 고성이 카페에 울려 퍼졌다. 흘러나오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노래가 그녀의 음성에 묻혀 버렸다. 조용히 읊조리는 승규.
" 울 여봉 조신한 뇨잔데... "
파우스는 잠깐 놀랜다. 아마도 다해의 욕보다는 232라는 말에 놀랐을 것이다. 다시 평정심을 찾은 파우스가 다해를 비웃는다.
" 미친년. 너 232가 누군지나 알고 떠드는 거야. 조그만 녀석이 어른 놀리면 쓰나... 흐흐흐... "
" 어린 녀석이라고라고라. 에이 형씨 어린애한테 맞아 죽어 볼텨. "
파우스는 씩 웃어 보이며 발목에 차고 있는 군용 나이프를 잡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