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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8화-치유술 (8/179)



〈 8화 〉8화-치유술

어깨를 약간 수그린 파우스. 오른손에든 군용 나이프가 날카롭다. 다해가 복싱 기본자세를 잡는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자세는 참 엉성해 보였다. 서로를 견제만 하는 두 사람. 누구 하나 공격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묘한 긴장감 사이로 파우스가 찌르기로 선제공격을 했다. 가볍게 피하는 다해.

그리고 시작된 둘의 난투극. 파우스가휘두르는 군용 나이프에 다해의 옷이 살짝살짝 찢어진다. 그 광경을 바라본 승규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휘두르고, 피하고, 주먹을 날리고, 막아내고 하는 행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파우스와 다해, 승규의 기합소리가 카페에 울린다.

순간, 다해에게 빈틈이 생긴다. 스피드 한, 파우스의 찌르기가 다해의 심장을 향해 돌진한다.

" 죽어!!! "

' 퍽! '

군용 나이프는 다해를 방어하기 위해, 몸을 날린 승규의 오른쪽 팔뚝에 꽂혔다.

윽! "

공격을 당한 승규의 오른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군용 나이프가 꽂힌 채로...  승규가 나이프를 왼손으로 잡았다. 깊숙이 박힌나이프. 파우스는 일보 후퇴하며 경계를 하는 것인지 움직임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럼다해는? 승규가 칼에 찔려 있는데, 다해는?

아주 난리가 났다. 승규 옆에서 울고불고, 파우스를 욕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저 표정.

우리 자기 어떡해... 으엉... 으엉... "

오히려 칼을 맞은 승규가 달래고 있다.

" 자기야 나.  괜찮아. "

오른쪽 팔에서 흐르는 피가 양복을 빨갛게 물들이는 데도, 그는 다해를 달랜다. 포옹을 하며 등을 토닥인다. 파우스의 어이상실 표정과 한마디.

" 쌩쇼를 다하는구나. "

평정심. 그것을 잃은 다해. 파우스는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둘을 공격하려 한다. 순간, 파우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묵직한 소리가 들린다.

' 팍! '

쓰러지는 파우스 뒤로 명치대인이 씩씩거리며 서있다. 오른손 장착 무기인 두꺼운 무쇠 장갑을 어루만지며... 그리고 그 뒤에 상희와 건남이 테라스를 통해 다해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새끼. 어디서 우리 선배를 건드려. 확 죽여불라. "

흥분한 명치대인의 목소리가 다해의 귓속에 들렸는지, 그녀는 승규의 품에서 빠져나와 명치대인에게로 다가간다.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명치대인의 머리통을 날렸다.

" 왜 이제 왔어... 엉엉엉..."

황당한 명치대인. 삐뚤어진 선글라스. 내가  맞았지 하는 표정이 얼굴에 묻어났다.  상희는 칼에 맞은 승규를 보며 차분히 말한다.

" 괜찮니? "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승규. 건남은 쓰러져 있는 파우스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꽁꽁 묶으는 솜씨가... 한 두  해본 솜씨가 아니다. 포박이 끝나자 상희가 명령조로 말한다.

" 철수. "

명치대인이 파우스를 어깨에 걸치고, 건남은 상점 주인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며, 명함을 건네준다. 다해는 승규를 부축하며, 테라스 근처에서 자동 비행하고 있는 라구나 함정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 라구나 함정  -


명치대인은 파우스를 엔진실 옆, 철창에 가둔다. 대충 일곱여덟 명이 쓰는 중세 감옥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철창을 닫았다. 자물쇠도 잠그고... 어그적 어그적 오르는 그의 왼쪽 어깨 문신인 해태가 씰룩거린다. 그러는 동안, 다른 식솔들과 승규는 테이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를 테이블 중심에 놓아두고, 상희와 건남이 함께 앉고, 반대편에 다해와 승규가 앉아있다.

승규의 오른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반대쪽 건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혈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응급상자가 내 옆에 있었다.

" 승규야 조금만 참아! "

" 네. 네. 형. 으윽. "

" 울 여봉 죽는 거 아냐? 흑흑흑. "

울먹이며 호들갑 떠는 다해를 상희가 째려본다.

" 고따. 고따구로 해라. 그거 가지고 죽었으면 우린 무슨 구미호 됐겠다. 우린 몇 번을 죽었던 거야? 도대체. "

천장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세는 상희. 건남은 지혈을 하며 다해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 다해야 진정하고 히리 부탁해. 내가 히리의 주인이면 내가 실행할 텐데... "

" 알았쪄요. 흑흑... "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날 어루만진다.

"  자기야... 조금만 참아. 아프더라도. 알찌! "

덴장! 이젠 내 차례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치유술사다. 고양이라고 얕보면 큰일 난다. 무척 중요한 존재라고...

' 이야옹~ '

다해가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그 소리하겠지.

cure heal play "

역시나 다해의 시전. 아. 난 이 명령어를 들으면 몽롱해진다. 마약을 한 건가? 어지럽지는 않은데 빙빙 돈다. 기분도 좋아진다. 깨고 나면  찝찝하다. 약하는 고양이라고 놀리는 것 같다. 헤롱헤롱...

내 눈의 빛이 파랑 녹색에서, 녹색 파랑으로 변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오드 아이다. 오른쪽 눈빛과 왼쪽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리고 섬광. 조명이 켜 있지만 어두웠던 라구나 함정에 큰 빛이 일렁인다. 무지개색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어때 나 멋있지? 퍼져나간 빛이 다시 나의 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들은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듯 직선으로 모아진다. 그 모아진 빛이 진한 보라색으로 변하고 승규의 팔로 향한다.

고통.

승규는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입을 악 문 채 참는다. 칼로난 상처가 점점 아문다. 아무런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원상태로 돌아오는 승규의 피부조직. 2분의 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눈에서 레이저를 뿜던 나.  빛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함정의 조명이 깜박이고 난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다.

나쁜 놈들 간식 안 챙겨주기만 해봐라. 에구에구 기운이 빠진  털썩 주저앉았다. 눈이 빙글 뱅글 돈다. 아~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차라리 라구나가 장사가 잘 되길 빌어본다. 에구구.

넋 나간 내 모습을 바라보던 상희가  안아준다. 내 힘든 걸 아는 건지 쓰담쓰담. 열심히 쓰담쓰담 중이다. 내 주인은 승규 팔뚝에 붕대를 감으며 알콩달콩 중.

나. 쁜. 뇬.  좋다 할 때는 언제고 남자 만나니  눈에도 안 차는 모양이다.

승규야.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

건남의 뒤로 명치대인이 언제 들어왔는지 승규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 맞아. 맞아. 내가 여기서 이 치료를 가장 많이 받는데, 금방 팔팔 날아 당겨... 후후 훗. "

녹색 머릿결을 찰랑인다.

휴. 그래도 승규 덕에 돈 벌었네. 흐흐흐. "

누나야! 그럼  선불 좀 땡겨줘. 요새 클럽을 안 갔더니 몸이 근질근질."

" 야~ 야 이년아!  궁리하지 말고 일이나 하시지! "

아놔. 취미 생활이라고. 여가 생활도 일에 한 부분인 거 몰라? 정신이 맑아야 일도 잘하지! 헤헤햇. "

" 지롤. 지롤을 해요. "

그 틈을 건남이 끼어들었다.

" 상희야. 오늘 영업   거지? "

" 그럼요. 시간이 1시가 다 되어가... 왜? "

" 음. 잠깐 들릴 때가 있어서. "

갑자기? 이 늦은 시간에? "

" 어. 아까 카페에서 주인이랑 이야기 나눈 게 있어서. "

" 뭔데? "

" 정확한  아니니 갔다 와서 이야기해 줄게. "

" 에잇... 그냥 말해도  걸 뜸 들이긴. 하여간 성격 더럽게 특이해. 알았으니 갔다 와. 함정은 요 밑에다 정박해 둘 테니. "

" 그래 알았다. "

건남은 승규를 다독이는 다해에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한다.

승규 잘 챙겨주고...  갔다 오마. "

" 네. 삼춘  다녀와요."

" 형님. 다녀오세요. "

건남은 뒤돌아 손을 흔들며 라구나 함정을 빠져나간다.




- 카페 안 -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커다란 가게는,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조용하다. 경찰관 두 명과 주인이 대화를 나누고, 정장을 입은 일반인이 그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아마도 보험회사 직원 같다.

이 행성은 범죄자 보험이 있다. 제스와 개인의 무기 소지가 만들어낸 상품이랄까. 아무튼, 건남은 유유히 카페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때마침 경찰관 두 명도 철수한다. 주인은 건남이 오는 것을 의식했는지, 자신을 기다리는 일반인에게 눈길을 준다. 더 기다려 달라는.

" 어서 오십시오. "

가게 주인은 흐뭇하게 웃으며 건남을 맞이한다. 악수를 청했다. 아까  일어났던 테러 수준의 일들은 잊어버린  같았다.

" 네. 괜찮으시죠? "

" 아. 그럼요.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부서진 물건들이야 보험 들어 놓아서 보상받을 텐데요. 죽지 않은 게 어딥니까... 허허허허... "

그래 일이 터졌을 때의 얼굴이랑은 완전 360도 다른 인상을 하고 있다.

" 그나저나 무슨 용건으로  찾으셨나요. "

아! 떠나기 전에 제게 명함을 주시면서 특이한 점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셨잖아요? "

" 네. 네.  특이사항이라도... "

" 그럼요. 사실 저도 한 때는 사냥꾼 짓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던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쪽 계통의 일들을 알고 있습니다. "

옛 일들을 기억하는 것인지 가게 주인은 잠깐 조용하다가, 카운터에 놓인 물 한잔을 마신다.

" 그 일은 목숨을 단보로 하는 거라 일찌감치 사냥꾼 짓을 접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알고 있어요. "

사장은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서랍 속에서 무언가 꺼낸다. 그리고는 건남에게 건넸다.

" 이겁니다. "

면허증처럼 생긴 둥그런 카드. 주민등록증처럼 사진이 하나 붙어있다. 파우스의 사진. 그리고 그 옆에 적혀 있는 글자.

J. P. 요원.

건남의 눈이 커졌다.  동공이 수축하며 집중한다.

" 재필의 요원!! "

네. 그런 것 같아요. 혹시나 사냥꾼 생활에 필요하진 않을까 해서 드리는 겁니다. "

건남은 파우스의 명패를 받아 들었다.

" 분명 232 사냥꾼이라면 꼭 필요한 물품인 것 같아서요. 이 행성에서 재필을 잡을  있는 유일한 희망이 232 사냥꾼 아니겠습니까! 허허허허... "

사장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마들가리 행성에서 재필 같은 현상범을 잡는다는 것은 말도  되는 이야기지만, 그나마 덤빌 수 있는 사냥꾼은 상희의 대원들이었다. 이길 확률이 매우 낮지만, 사냥꾼들 사이에선 상희의 대원들이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 아. 아.  정도까진 아니고요..."

건남은 머리를 긁적거린다.

" 겸손하시긴. 여튼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니 가져가십시오. "

" 아. 네? 네. 감사합니다. "

그렇게 일을 마친 건남은 카페를 빠져나와 라구나로 향했다. 이상스레 묵직한 건남의 3륜 비행정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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