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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10화-살인범 (10/179)



〈 10화 〉10화-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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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에 잠겨 있는 건남이 바텐더를 부른다.

먹고 있던  병맥주를 보여주며...

성진아. 이거 하나  줘! "

성진이는 쇼케이스 안에서 술병을 들고 서서히 다가온다.

" 형님. 뭔 고민 있으세요? "

" 아니. 그냥 옛 생각이 나서. "

" 딱 보니까  녀석 때문인 것 같아 보이는데요. "

성진이 재필의 수배전단을 가리킨다. 의미 없는 미소를 성진에게 보이는 건남.

" 휴~ 요새 독심술도 배우니? "

" 헷. 형이 고민하는 모습은 재필이라는 녀석뿐이라는 거, 전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

" 내가 언제 얘기했었나? "

" 형 많이 취한   번 있었죠. 저 아주 죽는 줄 알았답니다. "

" 그랬나? "

" 뭐. 저도 하도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헤헷. "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갈 때, 성진을 부르는 다른 손님.

" 여기요! "

" 네에~ "

성진은 그곳으로 향하고 건남은 또다시 옛 추억을,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각, 라구나 bar의 식솔들은 취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 건남옵  어디서  묵나 보군. "

 버릇 어디 가겠어욧. 그냥 냅둬요. "

아~ 나도 오늘 클럽이나  걸! 아쉽네... 누나가 선불  땡겨 주니까 못 갔잖아! "

" 잠이나  주무시죠! "

" 넵! 누님! "

난 기운이 없어 쓰러져 있는데, 이놈들은 저런 기운이 어디서 샘솟는 걸까? 축 늘어진 나를 안고 다해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에는 치료를 받았던 승규가 이미 잠을 자고 있었다.

고연놈. 감히 내 다해를 뺏어가다니... 다해가 날 승규 옆에 놓고는 옷을 갈아입는다. 이럴  승규를 앞 발로 후려쳐야 하는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때리는건데, 정작 남들이  때는 쓰다듬는 것처럼 보인다. 다해가 그렇게 느끼나 보다.

" 어유~ 울 히리 아빠 걱정돼서 다독이는 거야. 어머어머 착하기도 해라. "

땡땡이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해가  들어 올리며 얼굴에 비빈다. 야!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때린 거라고. 내가 제를 왜 걱정해! 착각하지 말라고. 으엉엉 울고 싶다.

' 이야옹~ 냐아옹...'

나. 쁜. 뇬. 귀찮아 그만 비벼!

- 10년 전, 다래의  앞. 빌딩의 정문 앞. -



다래와 건남은 크게 다투고 있었다. 그동안의 사랑이 무색할 정도로... 지나가는 행인들이 그 둘을 힐끗거리며 지나갔다.

" 정말 이럴 거야! 오빠   들을 거냐고? "

오빠!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내가 전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 왜? 왜? "

다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 그래. 내가 그런 거로 질투하고 네게 집착하는 거로 밖에 안 보이니? 그 사람 위험한 인물이라고 사람의 감정을 떠나서 아주 무서운 사람이라고! 속지 말아라 다래야! "

" 됐어! 나 혼자 있게 해 줘... 제발! "

다래는 등을 돌렸다.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빌딩으로 들어가는 다래. 애꿎은 보도블록을 때리는 건남. 건남의 등이 땅으로 기울었다. 터벅터벅 걸어 회사에서 내어 준 4륜 비행정에 올라탔다. 조종석  백미러에걸려있는 펜던트.  안에 다래의 사진이 건남을 보며 웃고 있었다.

건남은 조종석의 핸들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주변에 울리는 경적소리에 행인들은 그의 비행정을 쳐다본다. 그렇게 싸운 뒤, 건남과 다래는 서로 30일 정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결국 사랑은 더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는 것인가? 건남은 다래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카페에 찾아갔다. 하지만 시간을 잘못 택한 것. 카페에 도착할 시간. 다래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퇴근하는 모습이 건남의 눈에 멀리서 보였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건남의 입은 웃상이었다. 다만, 다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재필에게 뛰어가 안겼다. 짧은 포옹 뒤 그녀는 재필의 비행정에 함께 올랐다. 건남은 멍했다. 무언가 크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먼 발취에서 건남은 그냥 바라만 볼뿐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다시 집으로 향했다. 아니 술집으로 향했다. 술이라도 먹어야 아픔을 참을 수 있을  같았다.

다음날 건남은 술이깨지 않았는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일어났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의 신호음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 웬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 "

" 다래야! "

" 왜? "

" 재필과는 어떻게 되는 거야? "

다래는 말이 없었다.

" 나 그냥 이렇게 아무런 말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하니? "

그제야 입을 여는 다래였다.

" 오빠. 우선은 미안해. 하지만, 오빠랑 성격이  맞는 거 같아. "

" 그래서 택한 게 재필이니? "

"...... "

" 모르겠다. 네가  사람을 믿는 것이... 네가 이런 날 싫어해도 그건 아니다고 말하고 싶어. 그 사람은 절대 아니라 말하고 싶다고!! "

" 오빠. 나  사람에게 정붙이고 있어. 오빠가 연락 없는 동안 나에게 너무나 노력했던 사람이야. 오빠 말처럼 그런 사람도 아니고. 이젠 그만하자. 더 지치기 전에..."

" 다래야 만나서 이야기하자! "

아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그냥 좋은 사람 만나. 오빠! 끊을 게! "

수화기 너머로 ' 누구야? ' 하는 재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에 다래와 같이 있다니, 건남은 또 한 번 놀라고 배신감은 차올랐다.

건남은 일을 제쳐두고 다래의 집으로 향했다. 무언가 되돌리고싶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기에... 다래를 만나야 했다.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다래의 펜던트가 매우 크게 흔들렸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40층에 오른 건남은 마지막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옥상 현관문의 번호키를 알고 있던 그는 빠르게 눌렀다. 문이 열리고 통유리로 된 다래의 옥탑방이 보였다. 아직 출근 전일 그녀.

통유리에 부착한 하얀 커튼으로 가려진 그녀의 방. 안이 훤히 보이진 않았지만, 실루엣은 보였다. 다래와 건남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그녀가 보였다. 재필. 아마도 그였을 것이다. 실루엣을 확인한 건남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확신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뒹구는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걸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쓰나미처럼 다가왔다.

두 남녀의 나체. 그 남자에 올라타 희열을 느끼는 그녀. 그것을 바라보는 건남. 그냥 떨쳐 버리고 싶었다.




- 그리고 3개월 뒤 -

건남이 사냥꾼이  계기가 이때였다. 그는 사실 잊을 수가 없었다. 다래와 헤어진 충격! 일도 그만두었고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 근 3개월을 독방에 갇힌 사람처럼 집에만 있었다. 간간이 술을 사러 밖으로 나갈 뿐이었다. 냄새나는 방안은 치우지 않은 이물질로 가득했다. 컴컴한 밤.

컴컴한 방안. 천장에는 텔레비전이 켜져 있다. 투명의 브라운관 안의 뉴스. 그것을 바라보는 덥수룩한 수염의 건남. 살인사건 현장을 취재한 내용이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던 건남이 TV에 집중했다.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네! 이곳은 오늘 낮에 일어났던 살인사건 현장인데요. 끔찍한 현장입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12시쯤 살해를 당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살인 방법이 너무나 끔찍했다고 하는데요. 단독 범행이라기보다는 2명 이상의 범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 -

건남이 TV 화면을 파고 들어간 이유는, 그곳이 다래의 집이었기때문이였다. 그녀의 옥탑방. 건남은 뉴스를 계속 들었다.

- 피해 여성은 천장에 목을 메었다고 합니다. 자살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을까요?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허술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식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경찰 관계자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종류인  같습니다. 치사량의 독성 물질을 투여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에 알몸으로 목을 매달고 목과 양쪽 손목을 그었다고 합니다...... 이상 TBS 뉴스에 은별 고였습니다. -

건남은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냥 재필과 다래의 이미지만 머릿속에서 흘러갔다.

그 후로 건남은 모든 걸 포기하고 재필을 찾는데 열을 올렸다. 힘든 싸움이었다. 아무런 사냥 지식도 없었고 아무런 인맥도 없었으며, 필요한 자본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조사를 하던 도중 알아낸 사실은 용의자였던 재필이 살인범이 아니었다. 그때의 재필은 조직의 수행원 정도 되었는데, 세력 갈등으로 인한 다른 조직의 복수가 재필의 연인이었던 다래의 죽음이었다.

다래의 죽음 후, 건남의 사냥꾼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래를 사랑했던 재필은 그 분노로 다른 조직을 붕괴시켰다. 피의 물결이었다. 죽음의 향연이었다. 한 조직을 토벌했고 그로 인해 재필이 속한 조직은 세력을 넓히게 되었다.

다래의 억울한 죽음 앞에 허망함과 분노는 건남을 다른 사람으로 변신시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고, 그로 인해 재필에 대한 추적은 시작되었다. 성우나, 라구나 식구들은 모르는 건남의 비밀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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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손님들이 빠져나간 술집은 조금 조용해진다.

건남의 앞에는 7병의 술병이 놓여있다. 기운 없이 생각을 끝냈다.

" 성진아! 여기 계산. "

컵을 닦던 성진이 손을 행주로 쓰윽 문지르곤 건남에게로 다가온다.

" 네. 형! 계산 도와드릴게요. 7병 35 크랑 되겠습니다. "

건남은 손목에 차고 있던 전자카드를 성진에게 내밀고 성진은 바코드를 찍는다.

" 형 이제 어디 가실 거예요? "

" 라구나로 가겠지. "

" 조심히 들어가세요. 근데 오늘은 너무 분위기 잡으셔서 제가 말도  붙였네요. "

건남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 나중에 우현이에게 전해줘! 재필을 찾아내면 협력해 달라고... 꼭! "

건남은 손을 흔들며 자신의 비행정으로 향하고 성진은 꾸벅 인사한다.

알겠습니다. 건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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