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화-절망감 (12/179)



〈 12화 〉12화-절망감

그러니까! 오는 족족 잡아들인다. "

" 그래! 그거야! "

" 형님. 그러다 우리 때부자 되는 거 아녀! "

" 분명 처음에는 저급 암살범을 보낼 거야... 두어 번 실패하면 자동적으로 우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겠지! 그러다 보면 재필의 귀까지 들어가겠고... 내 이름을 들으면 분명 이 자식 움직일 거란 생각이 들어. "

" 흠... 확신해? "

" 어! 확신해! 어때 잡아  의향 있어? "

" 옵이 무섭게 느껴진다. "

" 너만 하겠니! "

" 명치대인 하고 다해 생각은 어떠니? "

" 누님! 전 아까도 말했지만, 오래 살고 싶어요. 그냥 저놈 놓아주자고요. "

" 언니... 전 그냥 추측해 본 건데요. 저 녀석 놓아준다고 재필 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순순히. "

" 음... 그것도 그러네... "

" 그건 장담해... 풀어주면 저 녀석은 말하지 않아! 사냥꾼에게 잡혔다는 수치심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지! 사냥꾼에게 잡혔다는 게, 저들에게는 오명이거든..."

 그지 깽깽이 같은 수치심이네. 나 같음 그냥 불어버릴 텐데, 아무튼 다해는 잡고 싶어? "

언니! 사실 나도 반대예요. 오래 살고 싶다구요. "

이구이구. 내 결정만 남았네! "

" 와~ 어연 일로 다해하고 나하고 맘이 통하냐! "

" 그럼 생명이 달린 문젠데. "

웬일로 의기투합하는 명치대인과 다해. 둘은 팔뚝과 팔뚝을 부딪힌다.

" 상희 너는? "

" 옵. 마음 충분히 이해해!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내 사냥 본능이 움틀거리기도 했고, 나 또한 이 짓거리 하는 이유도 원한 때문에 시작했으니까. "

그래 생각해 보니 사냥꾼들은 대부분 복수심과 원한 관계 때문에 시작한다. 물론 생계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몸을 담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상희도, 명치대인도, 다해도 복수와 원한으로 시작된 사냥꾼 생활이었다. 상희는 대원들을 쭉 둘러본다. 그리고 매우 침착하다.

우선 너희도 건남옵의 복수심이 어떤 의미인지  알 거야! 다들 느껴본 감정이니까. 그게 하필 재필이라는 거대 조직이라 찝찝하지만, 난 잡아보겠다는 생각을 했어! "

" 누나! 미쳤어! "

" 언니... 언니가 늘 이야기했잖아요. 기분과 복수심에  모험 안 하기로. 근데 갑자기? "

" 맞아! 갑자기? "

명치대인과 다해는 평소 상희 같지 않은 모습에 당황한 눈치다. 하기야 나도 약간 놀랬는 걸.

이야옹~ '

" 얘들아! 우리 저 녀석 토벌하자! "

엥 상희가 미쳤나? 건남을 제외한 대원들은 입을 벌린다. 난 진작에 놀랬다.

갑자기? "

명치대인과 다해가 함께 말했다.

" 그래! 상희 너는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

건남옵 진작에 알고 있었지? 그렇게 많은 정보 수집을 했다면. 내 이야기도 알고 있을 거야? 그치? "

" 그럼! 알고 있었지. "

" 언니 뭐예요? 제게 비밀로 했던 거라도 있는 거예요? "

" 비밀이라기 보단 굳이 안 말했을 뿐. "

" 와~ 배신감 쩐다. "

" 누나 아무튼.정말 재필 잡으려고? "

" 그럼 잡아야지. "

" 미쳤네! 형하고 누나하고 미쳤어.  어쩌자고 이런 사람들과 한 편이 돼서. 어휴~"

언니! 이러기예요. 생명은 소중한 거라면서요...? "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 "

" 몰라! 난 들은 거 없어! 둘이서 알아서 해! "

명치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언니! 근데 재필이랑은 무슨 악연이 있는 거예요? "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다. 근 3년을 함께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럼 한번 들어 볼까나. 안 그래도 상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음! 내가 아무래도 사냥꾼 일을 처음 시작할 무렵이었어! "

" 그럼 7년 전쯤 이겠네요? "

" 그렇겠지! "

" 와~ 그럼 누나 28살! "

" 그래... 지금 다해 정도 나이 일 때였어. "

상희는 차분히 이야기를 끌고 간다.

- 7년 전. -



그때, 상희는 다정이라는 동료와 일을 하고 있었다. 사냥꾼 생활의 첫발.  그녀가 사냥꾼이 되었는가는 나중에 말해야 될 것이다. 왜? 내 맘이다. 억울하면 나처럼 입 짧은 고양이가 되시어라옹.

그때의 상희는 정말 저급 사냥꾼이었다. 50 크랑에서 100 크랑의 현상범만 중심적으로 노리는 사냥꾼 초년생.

무기를 다루는 기술도, 할  아는 싸움 기술도 지금과는 현저히 달랐다. 대충 저급 현상범들은 절도나 사기죄가 가장 많았기에, 전투기술이나 싸움은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상희처럼 무기만 다룰 줄 안다면 잡을 만한 상대들이었다.

동료였던 다정이 또한 그랬다. 사냥꾼 초년생. 둘은 동갑이었고 키도 비슷했으며, 몸매도 비슷했다. 다정이가 좀 젊어 보였다 해야 하나? 다만, 성격은 매우 많이 달랐다. 상희가 왈가닥이라면 다정이는 약간 침착했다.

어쩜, 그래서 둘의 조화가 더 잘 맞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둘은 좀도둑이던 타롭이란 놈을 쫓고 있었다. 타롭은 녹색 비니를 쓰고, 덥수룩한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그를 따라오는 다정을 보기 위해 고개를 잠깐 돌렸다.

" 젠장! 헉헉! "

부둣가. 컨테이너처럼 생긴 공장들. 바닷바람에 철판이 흔들린다. 약간 높은 파도는 주변의 배들을 출렁인다. 요트의 돛이 바람에 파르르 떤다. 그런 부둣가를, 다정은 타롭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수녀복은 아니지만 긴치마 같은 펑퍼짐한바지. 흰색 블라우스 안으로 비치는 긴 목걸이가 출렁였다.

" 거기 안 서!! "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로는 범죄자가 멈추진 않을 것 같았다. 타롭이 다시 뒤를 힐끔 바라보고 어떤 공장의 모퉁이를 돌아 골목으로 들어갈 때 상희가 공장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타롭 앞을 가로막았다.

" 이젠 순순히 잡혀줘야 할 것 같은데. "

상희가 앞을 가로 막자, 타롭은 허둥지둥하더니 오던 길을 택하며 되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외통수였다. 다정이 또한 공장의 모퉁이를 돌았으니, 타롭은 마지막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잭나이프를 손에 들고 상희와 다정에게 번갈아 가며, 그것을 휘져었다.

" 오지 마! 아가씨들 다친다고. "

연약한 여인 둘이 타롭을 조여왔다.

" 이봐! 아저씨 그냥 힘 빼지 마시고 그냥 잡히시죠! "

상희가 여유롭게 웃음을 날리자, 다정이가 오른손을 뻗었다. 긴 줄. 줄넘기처럼 생긴 가느다란 쇠줄이 타롭이 들고 있는 잭나이프를 때렸다.

앗! "

타롭의 짧은 말한마디.

순간, 왼손을 뻗는 다정. 긴 줄이 타롭의 두 발목을 묶었다. 동시에 뛰어오는 상희. 그대로 점프를 뛰었다.  다리로 타롭의 목을 감싸며, 자신의 허리에 힘을 실어 그를 넘어뜨렸다. 그대로 조르기에 들어가는 상희.

" 컥컥컥... "

빠져나오려 애쓰는 타롭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기절했다. 죽지 않을 정도의 조르기. 다정이 흐뭇하게 뛰어왔다. 상희는 쓰러진 타롭을 뒤로한 채, 그녀를 반겼다. 서로의 손과 손이 맞닿았다.

'짝'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 예쓰.  껀 했어! "

" 간만에 맛있는 것좀 먹을 가! 흐흐흐. "

상희는 자신의 소행정을 가져오기 위해 부둣가로 향했다. 현상범을 연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 다정아! 이 녀석 잘 지키고 있어! 다녀올 게. "

" 알았어. 꽁꽁 묶어 둘 테니... "

상희는 사뿐하게 뛰기 시작했고, 다정은 타롭을 포박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공장과 공장 사이의 골목길엔 암흑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골목길에 시커먼 그림자가 여럿 몰려왔다.

그 그림자는 재필과 그의 수하들 그리고, 그들과 무언가 거래를 하기 위해 나타난 또 다른 세력의 조직이었다. 그때의 다정이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당황한 다정. 상대방들도 뜬금없이 나타난 가냘픈 여인에게 집중되었다. 다정과 재필의 눈이 마주쳤다. 다정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위험하다는 것을...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 다정은 현상범을 놔둔 채로 도망쳤다. 알  없는 두려움이 그녀를 감싸 안았기 때문이었다. 재필이 지시하듯 외쳤다.

" 잡아! 놓치지 말고! "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다정. 맹렬히 뒤쫓는 사내들. 연약한 여인네의 한계였을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쓰러졌다.

" 윽! "

그대로 뒷덜미를 잡아 그녀를 일으켜 세운 한 남자.

재필의 수하인 그가 다정을 잡아챈 상태로 끌고 갔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다정은 정신이 혼미했다. 재필 앞에 다가선 그의 수하는 다정을 재필에게 보여주었다. 재필은 정신이 혼미해 고개를 떨군 다정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올렸다.

" 뭘 봤지? "

" 아... 아무것도... "

" 이런 재수도 없는 아가씨군! 우리가 누군진 아는가? "

모... 모른다. "

재필은 다정의 모습을 살폈고 주변의 상황을 훑어보았다.

" 흠... 사냥꾼인가? "

"...... "

" 대꾸가 없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은데. 그럼 그냥 보내 줄 수 없지! 더군다나 나 같은 사람은. "

재필이 다정의 턱에서 손을 떼자 그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다정의 긴 곱슬머리가 그녀의 눈과 볼을 가렸다.

얘들아! 처리해! 저기 기절해 있는 녀석도. "

" 넵. 형님! "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다정이가 거구의 사내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상황이라 더욱 힘을 쓰기 어려웠다. 두려움은 절망감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다정은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환한 대낮이지만, 주변에 오가는 건, 사람이 아닌 항구와 부둣가를 오가는 철없는 갈매기뿐이었다.

다정은 상희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멍한 눈으로 입가에 미소가 잡혔다. 그때, 그들의 뒤로 상희의 소형 비행정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때의 비행정은 2륜 소형정이었다. 공중에 멈춰 선 그녀의 소형 비행정. 날리던 상희의 머리카락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녀가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다정을 바라봤다.

비행정에 탑재된, 발칸포를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게 겨냥하며...

" 이봐들! 내 동료한테서 손 떼시지! 그 현상범도 돌려주고! "

재필의 수하들은 경계하며 자신들의 권총으로 손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상희는 발사 버튼을 눌렀다.

' 다라라락 다라라라락... '

공 사격.

상희는 그들에게 겁을 주며 말했다.

" 허튼수작하면 대갈빡에 구멍 뚫어  테니 얌전히들 있으시지! "

재필의 수하들은 조심조심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 다정아! 이리   있겠어? "

힘이 없어 보였지만, 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곤 힘겹게 상희에게로 다가왔다.

" 그래. 그래 조금만 힘을... "

터벅터벅 걸어오는 다정. 빠르게 클러치를 당기는 상희. 상희는 다정이를 한 손으로 끌어당기며 뒤에 앉혔다. 그녀의 허리를  잡은 다정. 그녀들의 뒤로 3대의 4륜 비행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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