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4화-연합군
- 다음날 23구역 경찰서 -
건남과 성우가 오래된 버드나무 밑 휴게실에서 이야길 나누고 있다.
성우의 상기된 얼굴.
" 뭐야? 그럼 재필과 전쟁이라도 하겠단 말이야? "
그럼 그렇지 재필을 잡겠다는 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딨겠어. 성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아니 헤드뱅을 하는 듯 크게 흔든다.
" 건남 너야 그렇다 치는데. 상희 또한 승낙을 했다는 말이지? 거기다 다해. 명치대인까지? "
" 네. 성우형. "
" 야이 미. 친. 것. 들! "
" 형이 많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
" 그래. 그래 네 말데로 도와준다고 치자! 어디서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거야? "
" 형! 형이 해 주실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거 아시잖아요! "
" 뭐? 너희에게 보호인원 붙여주는 거? 그래 봤자, 많아 봤자 대 여섯 명이야. 아무런 증거 없이 너희에게 붙여줄 수 있는 인원은! "
" 그게 어디예요. 형! 그리고 협력 코드 연결도 가능하잖아요? "
" 통신 보안 코드 열어 달라는 거지? 그거야 간단하고. 아무튼 그런 게 무슨 소용이야. 그놈들은 죽여야 할 목표가 뚜렷하면 암살은 식은 죽 먹기라고! "
" 형! 어쩌겠습니까. 이미 파우스쳐 넣었어요. 분명그들이 움직일 거예요! 도울 수 있을 만큼 도와주세요. 그들은 악당이고 형과 저는, 특히 형은 그들을 잡아들일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
건남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너무나 강력한 적이기에 경찰들도 본분을 잊어버리기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 진실화 된 것. 잡는 게 진실이 아닌 안 잡는 게 진실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 아~ 난 모르겠다. "
그런 그에게 성우보다 더 키가 작은 경찰관이 다가온다. 제복을 입은 그의 명찰에 ' 근식 전 ' 이라 쓰여 있었다. 다가온 그가 말한다.
" 반장님! 과장님이 찾으시는데요. "
" 지금! "
" 네! "
" 곧 간다고 전해주고. 참! 시간 되면. 이 함정 하고 교신 가능하게 보안통신 열어 놓는 것 좀 도와주게. "
성우는 근식에게 라구나호의 교신 코드를 전해준다. 드워프처럼 생긴 근식은 거수경례를 약식으로 하며 미소를 띠운다.
"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
뒤돌아 사라지는 근식. 성우는 건남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다.
" 건남. 이것 만은 알아 두게! 이 일이 끝나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도움을 청할 것. 또 그 누구도 믿지 말게. "
건남은 고개를 끄덕인다.
" 알았어요. 성우형. 고마워요. "
" 그래 어차피 벌어진 일 싸워 보자고. 조만간 보호 경찰관이 라구나 주변에 깔릴 거야. 조심하게. "
" 네 알았어요. "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기분 탓 일 까? 차갑게 느껴지는 건남과 성우의 살갗이었다. 경찰서에서 일을 마친 건남이 떠난 시간은 점점 날이 어두워지는 시각이었다. 그는 성우와 이야기 후 buzz로 향한다. 20분쯤 달렸을 까 라구나 보다는조금 날렵해 보이는 중급 비행정이 보인다. 보라색 글씨로 날개 부분에 buzz bar라고 크게 써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커다란 해골이 그려져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건남은 자신의 비행정을 buzz 함정에 정박시킨다.
- buzz 함정 -
아직 영업을 하지 않았던 buzz 함정에 접촉을 시도하는 건남이 들어오자, 영업 준비 중이던 성진이 건남을 맞이한다.
" 형! 이 시간에 어연 일로 행차하셨어요? "
" 왜 왔겠어? "
성진의 미소.
" 재필? "
" 그래! 우현이는 어디 갔어? "
" 화장실 청소하고 있어요. 형 잠시만 앉아 계세요! "
재필이란 존재가 이렇다. 성진은 다급히 우현이를 부르며 화장실로 달려간다.
" 우현이 형! 아니 캡틴! 캡틴! "
건남은 bar에 턱을 괴고 의자에 앉는다. buzz 또한 라구나처럼 움직이는 사냥꾼이었다. 본업이 사냥꾼이고 부업이 바텐더이던 우현과 성진 그리고 그의 식솔들. 그래서 재필의 존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 건남성 왔어! "
호들갑을 피던 성진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미소로 우현은 건남에게 다가왔다.
" 잘 지냈어? "
" 나야 뭐 매일 똑같지. 요샌 사냥질 보다 술집이 더 잘되는 것 같아. 허허허허... "
건남은 다짜고짜 이야기를 꺼낸다.
" 우현아! 나 도와줄 수 있니? "
급작스런 건남의 행동에 여전히 여유로운 우현.
" 대충 성진이 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재필과 관련이 있다며... 잡으려고? "
" 어! 잡으려고..."
" 허허허허..."
우현은 호탕하게 웃었다.
" 내 형이 미친 사람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이야! 어때 상희 누나도 허락한 일이야? "
" 우린 모두 한배를 이미 탔어! "
멀리서 이야기를 듣던 성진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온다.
" 건남형! 그 거짓말 사실이에요? "
" 사실이야. "
덤덤하게 말하는 건남에게 성진은 호들갑이 정점에 이르며 말한다.
" 형! 복수심에 목숨 건다고요? 이야~ 대. 단. 하. 심. "
성진과는 다르게 우현은 차분히 건남에게 질문한다.
" 그럼 건남성... 잡았을 때의 돈 분배는? "
" 현실적인 놈! "
" 그럼 그래도 일인데... "
" 몇 명을 동원해도 n/1 라구나 식구들은 연금성 현상금만."
" 흠... 내 생각에는 몇 명 더 구할 거 아니야?우리 가지곤 터무니없을 테고... 어차피 경찰이나 행성 수비군은 현상금 받을 수 없을 테니... 그래도 너무 금액에 비해 어려운 일인데... 흠. "
" 그래서 못 도와주겠다. "
깊이 생각하는 우현과는 다르게 성진은 간단하다.
" 형! 뭘 그렇게 생각해요. 이놈은 잡아야죠. 이건 기회라고요! "
" 허허허... 누가 안 잡는데 위험 대비 금액이 싸다는 것뿐이야... 건남성이 잡겠다는데 도와드려야지... 사냥꾼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인데 내가 빠져서야 되겠어! "
건남은 그제야 미소를 띤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 건남성! 무슨 정보는 있는 거예요? "
건남은 그동안의 일들을 짧게 이야기한다. 파우스를 카페에서 잡은 일, 파우스와 재필의 관계, 그리고 성우와 이야기했던, 라구나 식솔들과의 대화. 나누었던 이야기를 우현과 성진에게 말했다.
" 음 그렇군요. 그럼 저희와도 통신 연결 자동 설정해야겠네요? "
" 그렇지. 우리의 통신으로 경찰 보안통신 연동하면 되고! 재필의 정보에서 너희들을 숨기는 게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 "
" 저희를 숨길 생각이시군요! "
" 그래야겠지! "
" 성의 생각 조금은 읽었어요. 제 능력을 정확하게 활용하시려는 거군요! "
" 정확해! 우현! "
" 허허허... 아무튼, 시작되면 연락 줘요. "
" 그래 우현아! 이건 통신 넘버야 입력해 두도록 해! "
성진이 인터셉트한다.
" 형 이런 건 제게 맡기세요. 헤헷 "
- 그 시각 라구나 -
상희와 명치대인, 다해는 멀뚱멀뚱 서 있다.
" 이눔의 건남옵은 뭐 하는 거야? "
" 그러게요. 언니! "
" 누나 오늘 영업하실 거예요? "
" 그러니까 이눔의 건남옵이 와 봐야 알 거 아니야? "
" 아~ 쉬면 춤이나 추러 가려했는데... "
' 퍽! '
상희는 들고 있던 각티슈를 명치대인의 머리에 던진다.
" 야~ 이년아! 미쳤어! 지금 상황이 어느 때인데... 에휴~ "
명치대인은 삐뚤어진 뿔테 안경을 바로 잡는다. 그리고 안경알이 없는 안경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을 비빈다.
" 에구! 농담이라구요. 저도 상황 어떤지 알고 있어요. "
" 명치대인옵 지금 그런 농담이 나오용! 그나저나 울 남푠은 뭐하려나? "
" 고따. 고따구로 해! 둘 다 정신 좀 차리지... 안 되겠다. 다해야 건남옵 연락해봐! "
" 네 언니! "
다해가 통신용 선글라스를 쓰고는 버튼을 누른다. 응답하는 건남.
" 어! 왜? 다해야! "
응답이 오자 상희가 다해에게 조곤 하게 말한다.
" 스피커 모드 실행 좀 해줘. "
" 네 언니! "
다해가 버튼을 누르자, 건남의 목소리가 라구나에 울린다. 상희의 찢어지는 고함.
" 야 이년아! 어떻게 된 거야? 말도 없이! 안 들어와? "
" 아... 쏘리 연락한다는 걸 깜박했네! "
" 아니! 옵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는데. 영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말해 줘야 하잖아! "
" 어 오늘까지는 괜찮아! 내일부터는 영업하지 말고! "
" 알았어! 하여튼 깜박할 걸 깜박해야지... 벌금 20 크랑! 알았어! "
" 아~ 왜 또? "
" 내 맘! "
" 에구구... 맘대로 하세요. "
" 참! 삼춘 오늘 들어올 거예요? "
" 아니! 33구역에 들릴 때가 있어서... 너희 먼저 자! 내일 도착할 거야. "
" 헤헷. 어디서 술 드시려는 거예요? 형님! "
" 아니야 누구 만날 사람이 있어서 그래! "
" 야! 이년아~ 오늘 같은 날 술 쳐드시면 넌 인간도 아니다. "
"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좀 갈구지. "
" 알았어 끊어! "
다해가 선글라스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상희가 말한다.
" 이야기 들었지 영업 준비해! "
" 으~ 악덕업주... 오늘 같은 날 좀 쉬지... "
상희는 명치대인을 째려본다.
" 뭐라했노? "
" 아닙니다. 누님! "
명치대인은 조종실로 향하고, 다해는 쇼케이스 냉장고에 비어 있는 술을 채운다. 나야 뭐 장난감 쥐랑 사투 중이다. 아직 한 번도 못 잡아 보았다. 나 고양이 맞니! 아무튼, 그 시각 건남은 33구역으로 가기 위해 밤의 도시를 날고 있다. 뿌연 매연을 토해내며. 건남이 33구역 주택가 지역에 도착한 시간의 근 새벽 1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이곳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1층의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고풍스러운 나무 구조의 외장재가눈에 띄었다. 수영장이 딸린 넓은 정원. 조경이 갖추어진 넓은 마당. 웅장하게 보일 정도의 대문 앞에 건남은 비행정을 착륙시킨다.
그리고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늦은 시각이라 그런가? 안에서 응답이 없다. 건남은 잠깐 서성이다, 불법으로 집을 들어갔다. 간단한 담치기. 담을 넘어 들어간 건남은 자신의 집에 들어온 마냥 당당하게 현관으로 향했다. 남에 집에 저렇게 들어가도 되는 건가? 아무래도 불법 주거침입 죄로 철컹 할 각이다. 대문부터 현관까지 걸어가는 것도 일이다. 2~3분은 걸린다. 아무튼, 현관문에 도착한 건남은 대문을 두드리려 했다. 다만, 그전에 누군가가 건남의 뒤에서 권총을 그의 뒷덜미에 갖다 댄다. 뒤에서 음성이 들린다.
" 뭐지 이 시간에! "
" 용선형? 장난치지 마세요. "
" 장난이라~ 이 시간에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손들어! "
" 형 이러지 맙시다. 오랜만에 뵈는데... "
건남은 못 이기는 척 두 손을 서서히 머리 위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