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15화-설득력 (15/179)



〈 15화 〉15화-설득력

33구역 용선의 집 -


총구는 건남의 뒤통수를 겨냥하고 있었다.

용선형! 이러지 말자고요. "

" 서서히 뒤돌아서! "

건남은 용선이 시키는 데로 움직인다. 마주 보고선 건남. 용선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 지이익~ '

총구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얇은 물줄기가 건남의 얼굴을 적셨다.

풉풉. 어때 속았지! "

" 어휴~ 이놈의 장난. "

건남은 그제야 머리에서 손을 내리며 용선과 남자들 만의 진한 허그를 했다. 등을 두드리는 용선.

여긴 무슨 일이야! 그것도 늦은 시간에? "

"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지요. "

" 그래. 그래. 들어가서 얘기하자! "

둘은 그렇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안은 화려했다. 웅장한 괘종시계가 거실 안쪽에 붙어 있고,그 옆에는 벽난로가 놓였다. 오른쪽으로는 주방과 함께 홈 bar가 갖추어져 있고, 벽난로 반대쪽으로는 최신형 움직이는 텔레비전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투명의 브라운관에서는 고전 영화가 나온다. 용선은 텔레비전을 끄고 널찍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 뭐해! 앉아. 멀뚱히 서 있지 말고. "

건남은 용선의 방을 쭉 훑어보고는 그가 앉은 옆, 홀로 덩그러니 놓인 소파에 앉았다.

" 형. 잘 사네요. "

" 그렇지 뭐. 부모님 돌아가시고 물려주신 유산이 너무 많아서 은퇴했으니..."

" 허허. 형이 마냥 부럽네요. "

왼손에 찬 고급시계와 목에 두른 어마어마한 양의 순금 목걸이가 건남의 눈에 들어온다.

" 찰스.음료수  가져와. "

용선이 말하자 주방 근처에 있던 인공지능 로봇이 움직인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알토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이지만, A.l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보다는 세련되어 보이지 않았다.  중간의 로봇이랄까.

아무튼 로봇은 냉장고에서 음료를 가져다준다.

" 무슨 일인데   곳까지 찾아왔어? 전화로 하지. "

" 이구. 형이 전화하면 받기나 하겠어요? "

그런가? 아무튼 무슨 일이야? "

" 형! 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

사실 용선은 퇴역한 행성 수비군이었다. 퇴역한  2년이 된 시점. 그는 수비군 제스 전담반 소속 전투 부원이었다. 아마도 마들가리 행성의 최고의 부대라고 생각하면  것이다.

" 제대한 내가 널 도울 수 있는  있나? "

" 그럼요. 형의 능력이 필요해요. "

" 왜? Oen이라도 잡으려고? "

" 아니요! 그 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녀석이에요! "

그럼 재필? "

" 네 맞아요... "

" 너 똘아이 인건 알았지만 그 정도 일지는 몰랐는 걸! "

건남은 재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여태껏 있었던 일에 대해서... 도대체 몇 번을  꺼낼지 의문이다.

" 굳이  같은 사람 필요 있나? 난 그런 생활 접은  오래라, 애써 이렇게 많은 돈 한번  보지 못하고 죽기는 아깝거든... "

" 형! 제발 도와줘요! 형의 도움이 필요한 건 위험한 일이 아니니... "

재필 하고싸우는데 위험하지않다. 그런 어불성설  말이 어딨어! "

" 재필의 오른팔 중에 기억술사가 있어서 그래요! "

" 기억술사! 허허. 역시 무시무시한 녀석이군. "

용선은 찰스를 부른다.

" 찰스. 라이터 좀 가져와! "

역시나 식탁에 놓인 라이터를 집어 드는 인공지능 로봇 찰스. 용선은 담배를 입에 물고 건남에게 한 개비 던진다.

" 너도   펴. "

그 사이 라이터를 가져온 찰스.

불을 붙인 용선이 건남에게 라이터를 던진다. 연기를 뿜어내는 용선.

" 그러니까  용건은 그 기억술사의 능력을 억제시켜 달라는 이야기지. 내 능력으로. "

건남은 고개를 끄덕인다.

용선은 행성 수비군의 특수요원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억 술사나 치유 술사의 최대의 적인 술사 사냥꾼 이기도 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술사들. 그런 그들의 능력을 억제시키는 힘을 가진 용선은 마들가리 행성에 몇 없는 사람이었다.

흠... 내 능력도 억제시키는  아닌가 몰겠네... 칫 무서운 놈!

" 이번 싸움에 형의 능력이 정말 필요해요. "

" 큭큭큭. 얌마! 근데 그거랑 위험하지 않다는 거랑은 무슨 상관이야? 재필의 오른팔이면 옆에 꼭 붙어 있을 텐데. "

" 에이 숨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

" 훗. 싫다. "

" 형. 이러실 거예요. "

 그쪽 생활에 이젠 관심 없거든! 지금 이 생활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현상금에도 관심 없고. "

용선의 말이 맞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평생 놀고먹어도 상관이 없고, 사업을 몇 번 말아먹어도 상관이 없다. 하다 못해 몇  살림을 해도 상관없는 엄청난 재력을 자랑했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서 위험한 일에 손을 대겠는가?

마음 같아선놈과 살고 싶은   솔직한 감정이다.

' 이야옹~ '

" 형! 이렇게 많이 변하셨어요? 누구보다 정의감과 의리심이 강했던 형이... "

" 건남아! 물질 만능이란다. 많은 것이 생기면 사람은 변하게 되어 있어! 나 또한 사람이고! "

건남은  이상 말이 없다. 설득할 의욕을 상실했으며 더 이상 설득할 내용도 있지 않았다.

" 형 됐어요. "

호호호. 너도 내 상황이면 똑같았을 걸. "

아뇨.  형과는 달라요. "

" 그 안량한 복수심? "

" 네. 그 안량한 복수심에 형과는 다른 분노가 있다고요. 더 이상 형에게 매달리지 않을 게요. 불편하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

건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용선에게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렸다.

" 형!  지내세요. 나오실 필요는 없어요. "

터벅터벅 걷는 건남을 용선은 무심코 바라본다. 건남이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을 때 용선이 입을 열었다.

" 이봐. 건남. "

중저음의 용선.

그를 뒤돌아보는 건남.

에효~ 니들 영화 찍냐? 분위기 좀 잡지 마! 무슨 영화배우도 아니고...

" 건남아... 형이 농이 센  알지. 통신 넘버랑 자료 전송해. 도울 테니...  생활도 무료해서 말이지. 허허허. "

용선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건남은 용선을 보며 씩 웃는다.



- 마들가리 행성 23구역 -





불이 꺼진 도시는 그야말로 컴컴하다. 비행정이 빌딩과 부딪히지 않도록 빛나는 안전등과 틈틈이 지나가는 소형 비행정들. 늦은 새벽 야근을 하는 것일까 군데군데 켜진 사무실 등. 건남은 라구나로 향하고 있었다.

300층 빌딩 옥상에 정박해 놓은 라구나 함정에 그가 도착하고 엔진실이 열리며 건남의 3륜 비행정이 엔진실로 들어간다.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엔진실에 불이 켜진다. 난간에 잠을 청하지 않고 있던 상희가 서있다. 파자마를 입고.

" 뭐야  자고 있었어? "

상희의 눈이 매섭다.

" 술 먹고 온 건 아니겠지? "

" 뭐야 그것 때문에   거야? "

"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다고! 아무튼, 재필과 오빠의 관계가 그것뿐이야? "

" 갑자기 그런 질문을? "

" 그리고 또 하나 다정이와의 관계 말고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  없어? "

건남은 사실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상희야! 이제와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니? "

아니! 중요해. 자그마치 3년이란 세월 동안 우린 너무 많은  서로 감추고 살았던 것 같은데... "

" 동료로서의 믿음감 때문에 그래? "

" 그뿐이겠어! 내 상황을 알면서 오빠가 3년 동안 보여준, 가면 뒤의 모습이 두려워서 그래! "

" 상희야!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믿어 줘! 넌 지금 나의 상관이고 난 너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의 과거의 오명이 절대 지금 나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거 하나만은 믿어줘! "

아놔! 이 자식들 왜 갑자기 이리 진지해. 고양이 따분하게 당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희가 분노하듯 말하는 걸까? 건남이야 원래 진지충이니 그렇다 쳐도.

아~  과거로 흘러가야 하나? 귀찮은데... 사실 건남과 다래의 이야기를 했을 때 상희는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희는 분명 어딘가 숨고 싶었을 것이다. 왜일까? 아 고양이 입 아프게 생겼네...

이야옹~ '




- 10년 전 고급미용실 -



상희의 10년 전의 직업은 미용사였다. 정확히 그때는 스텝이라 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손님들의 머리를 감기고 바닥을 청소하고 이제  들어온 새내기 스텝.

그러면서 그녀는 미래를 위해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과.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한 그녀는 남들보다는 조금 일찍 끝났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과를 마치고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그녀를 그렇게 할  있게 하였다.

상희는 뛰어난 손기술 가진 것이라며 원장 선생님은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전폭적인 지원이 상희를 악바리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항상 남들보다 열심히 움직였던 상희는 남들보다 2배 빨리 성장했다.

또다시 상희에게 하루라는 것이 다가왔다. 미용실을 정리하고 손님들의 머리를 감기고, 바닥의 머리카락을 틈틈이 쓸어내고 있었다. 그때 들어오는 손님. 매력적으로 생긴 남자 손님이었다. 예약 손님이 아닌 걸로 봐서는 처음 오는 손님인 것 같았다.

미용실 직원들이 인사를 친절히 한다. 갈색머리에 슈트를 입은 남자 손님에게 상희의 선배 미용사가 그 손님을 배웅하며 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무언가 대화를 했다.난처한 선배 미용사.

그녀는 원장에게 쪼르륵 달려갔다. 그리고 속닥속닥. 원장은 손님에게 다가가고 무언가 친절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손님의 반응은 그와는 너무나 상반되었다. 큰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회색 슈트의 손님.

" 왜? 안 된다는 거야 저 여자는 미용사 아니야... 잘 못 깎아도 좋으니까 저 여자가 깎게 하래도. 말귀를 처먹었나! "

순간 들어오는 또 한 명의 남자 손님. 은발 염색에 조금 귀걸이가 인상 깊게 걸려있었다. 그는 앞에 들어왔던 진상과는 상반되는 이미지였다. 덩치는 컸고 인상은 남성미가가득 흘러 넘쳤다. 지정 헤어 디자이너가 있다는  단골 고객인 것 같았다.

그 보다 진상과 이야기가 끝난 원장이 상희에게 다가왔다. 내용은 그랬다. 상희가 아니면 여기서 머리를 안 자르겠다고, 사실 원장 선생님의 스타일은 그런 손님은 안 받는 사람이었다. 다만, 순간적으로 원장의 생각은 상희에게도 머리를 자르게 할  있는 기회라면 기회라 생각했다.

" 상희야   있겠니? "

" 네. 원장님 능숙하지는 않지만 자신 있어요! "

" 그래! 그럼 해 보렴... "

상희의 첫 손님은 진상이었다. 상희는 진상의 머리카락은 자르기 시작했다. 근데 이상한 건 매력적인 그 진상의 얼굴이 지금은 변태적으로 보였다. 고무적이고 느끼한 눈빛. 입가에 축축히 흐르는 미소. 천으로 가려진 사타구니를 긁어내리는 손. 상희는 화들짝 놀랬다.

순간 그 더러운 손으로 상희의 손을 잡은 진상. 그가 속삭였다.

오늘 나와 함께... 어때? "

상희는 구역질을 하고 싶었다.

" 소... 손님. 더 이상 당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싫습니다. "

진상의 야릇했던 눈빛이 180° 바뀌었다. 목소리 또한...

" 뭐! 이런 썅년을 봤나! 어디 손님을 무시해! "

미용실 의자에서 진상이 일어서며 상희의 얼굴에 싸대기를 날렸다. 주저앉은 상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순간 놀래는 직원들 사이로 누군가 뛰어왔고 그 진상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강한 펀치에 그대로 고꾸라진 진상. 무엇하나 해 보지 못한 진상은 한방에 기절했다. 진상 뒤에 들어왔던 손님이었다. 은색 머리의 귀걸이 손님. 밀리터리 바지에 카키색 티를 입었던 그...

그가 상희를 부축하며 상냥한 저음으로 말했다.

" 괜찮으시죠? "

" 네. 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

억울함에 상희를 달래는 그...



그가 바로 재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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