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17화-브리핑
- 행성력 232년 라구나 엔진실 -
" 상희야 7년 전 다정이가 죽었을 때. 그들이 재필의 수행원들이었다는 것은 알고 행동했던 거니? "
" 아니! 몰랐었어. 그땐 도망치기 바빴었거든... 저번에 말했듯이 경찰 조사 중에 알았지... "
상희는 길고 얇은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항상 씩씩했던 상희의 모습에 그늘이 자리 잡았다.
" 휴~ 그때의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리고 옵이 다래 이야기를 했을 때 사실 속으로 많이 놀랐고. "
건남은 천천히 상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준다. 등을 토닥이며, 미쳐 끄지 못한 담배를 한 손에 든 상희.
" 상희야! 힘내자! "
" 칫! 우릴 괴롭혀서 그년은 천벌 받은 거야... 재필 또한 그럴 거고. "
"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
" 나 원망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 "
" 그럼! 난 이제 재필을 잡을 생각뿐이야. 너의 리더심이 필요해. 우릴 이끌었던 그 모습이 필요해! "
" 칫. 내가 그런 게 어딨어... "
젠장! 이것들 왜 이리 진지한 거야. 그러다 정분 나겠어.
' 이야옹~ '
뭐 그럴 녀석들도 아니다. 상희나 건남이나 둘 다 세상을 절간처럼 사는 놈 년이라. 저 포옹을, 관점을 달리해 보면 동성 간의 진한 우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둘은 서서히 엔진실에서 각자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다.
그날 오후 경찰서에서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성우와 근식 그리고 6명의 사복 경찰이 라구나 함정에 모여 있다. 물론 라구나 대원들과 함께.
bar에서 전투함정으로 변해 있는 라구나는 자동비행으로 유유히 도시를 떠돌았다.
라구나 대원들과 성우, 근식이 테이블을 둘러싸며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은 난 참 오랜만에 본다.
근데, 성우나 근식이나 참 키가 작다. 요정족인가, 드워프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든다. 저 털 하며... 다해는 날 안고 쓰다듬으며 레이다 좌석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상희가, 그리고 우측에 건남과 명치대인이, 좌측에 성우와 근식이 앉아 있었다. 나머지 사복경찰들은 라구나 함정에 무게를 잡고 서있다. 보디가드의 용모를 하고. 모두는 테이블로 모였다. 테이블에 모여있는 그들은 회의를 하는 듯 서로 대화를 나눈다.
" 건남아.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이 이뿐이라 미안하다. "
" 아니요. 이 정도라도 어딥니까. "
" 성우옵. 만약 인원이 더 필요한 경우 더 많은 지원은 가능한 거지? "
" 물론 상황이 발생하면... 현재는 경호 인원 6명과 소형 전투정 2기가 전부란다. "
" 그러고 보니 라구나 함정 주변에 이상한 물체가 레이더에 잡히던데... 히힛"
" 그래 그게 전투정이야. 근데 건남아. 정말 재필의 부하들이 널 찾아올까? "
성우의 질문에 건남은 수집한 자료를 꺼내며, 성우와 근식의 앞에 내려놓았다.
" 네 형! 그 자료는 사냥꾼들이 재필의 부하를 잡았던 기록과 경찰에 연행했던 부하들의 자료예요. "
성우와 근식은 둘 다 돋보기 같은 안경을 들어 올리며 자료를 훑어본다.
" 보시면 알겠지만 5년 동안의 자료예요. 20여 명의 부하가 사냥꾼에게 잡혔고 그중 5명의 부하가 연행되었습니다. "
" 건남형! 이런 건 어디서 찾아내는 거야? 정말 대. 단. 하. 심. "
" 삼춘 이쪽 방면에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히힛! "
" 그래. 건남아 이건 경찰 쪽에 있는 것보다 더 세밀하게 조사한 것 같구나. "
우와! 나도 놀랬다. 저놈이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복수의 사신처럼 내 눈에는 보인다. 얼마나 잡고 싶었으면... 쯧쯧쯧... 잡아서 뭘 어쩌겠다고... 아! 아니지 현상금이 있으니, 나 좋은 간식이라도 사줄지 모르겠다. 이상한 장난감 쥐 말고.
' 이야옹~ '
" 연행된 5명 중 3명은 순서대로 처음부터 세 번째로 잡힌 녀석들입니다. "
" 그렇네요. 반장님! "
" 그들의 연행했던 사냥꾼 6명이 암살당했어요. 첫 번째 녀석을 연행했던 두 명의 사냥꾼은 저격당했습니다. 조그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
건남은 앞에 놓인 차로 목을 적시고 말을 이었다.
" 두 번째 녀석을 연행했던 사냥꾼 세 명은 그들의 함정이 산산조각 나며 폭발로 사망했습니다. 세 번째 녀석을 잡아넣은 사냥꾼 1명은 여관에서 교살당했고요. "
근식이 성우에게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 반장님. 경찰 기록에는 첫 번째, 두 번째는 같은데 세 번째는 자살로 되어 있는데요. "
" 정교하게 위장한 교살입니다. "
" 그럼 부검이 잘못된 건가? "
" 어떠한 방법으로 위장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 건남옵. 무섭다. 무서브~ 저런 건 도대체 어디서 알아오는 거야..."
" 중요한 건 이런 연관성이, 재필의 부하를 연행했던 사냥꾼들의 죽음이 사냥꾼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5년 동안 현상금이 붙은 재필의 부하들은 잡아도 놓아주는 것이 사냥꾼들의 불문율처럼 여겨졌습니다."
" 알았어! 건남 그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 브리핑할 필요 없어. "
" 성우형. 아무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
" 아니여... 이건 경찰들이 더 고마워해야 할 일인걸 골치 아픈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일. 근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일지 정부에서도 파악이 안되는데... 네가 파악한 규모는 어느 정도야? "
" 형! 제 개인적인 소견이기는 한데, 결론만 지은 다면 부대의 1개 사단 정도일 거라 예상해 봅니다. "
" 뭐? "
" 에이~ 건남형 너무 많이 부른 거 아냐? "
근식이 참고하라는 듯 이야기한다.
" 정부 조사로는 대략 천 명 정도 움직이는 걸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
" 그럼 사단 규모가 천 명 보다 많다는 거예요? "
" 글쎄다. 사단 특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병으로만 따지면... "
" 당최 난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능, 이해 못해서 미쳐블! "
상희는 어려운 이야기나, 모르는 이야기 나오면 두통이 찾아오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 건남옵 그냥 숫자로 말하면 안 돼? "
" 대략 완편 된 1개 사단 규모니까 2만 명 정도... "
" 흐흐흐... 장난쳐! 지금 이 인원으로 2천 명은 고사하고 100 명하고 싸우기도 힘든데... 2 만! "
" 삼춘 2만 명은 좀 아닌 것 같아욧! "
건남을 제외한 모든 이가 놀란다. 이 행성의 정부는 과연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 걸까 뭐 모르니까 재필이란 조직의 보스를 잡을 생각조차 안 해 봤겠지. 에라이! 고양이가 정치하는 게 훨씬 나을 듯.
' 이야옹~ 냐아옹. '
" 2만이라... "
성우가 무언가 생각한다.
참! 나 또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재필이란 녀석이 2만이란 조직의 보스인데, Oen이란 녀석보다 현상금이 낮은 이유는 뭘까? Oen 이란 놈이 정말 무시무시한 녀석인가 보다.
" 우선 조직의 숫자가 중요하진 않아! 재필이란 녀석을 어떻게 끌어드리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
" 건남아 우선은 알았어. 네 이야기 참고하마. 그럼 우린 서로 넘어 갈게. 잘 하고 있어! "
" 성우옵 가는 거야? "
" 그럼 일 봐야지. "
" 알았어요. 잘 들어가! "
성우와 근식은 자신들의 일터로 사라진다. 그들이 사라지고 라구나 대원들은 서로만의 작전이라도 짜려는 걸까 테이블에서 떠나질 않았다.
" 건남옵. 정말 2만이란 숫자 사실이야? "
" 그건 중요하지 않아..."
" 형. 그럼 뭐가 중요해요. 난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어떻게 2만 이란 숫자랑 싸울 생각을 하신대. "
" 명치대인아 그 숫자는 마들가리 행성에 전체에 있는 재필의 부하들 숫자야. "
" 그러니 그들과 어떻게 싸우냐고요? "
" 그 인원들이 한 번에 다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니? 전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그 많은 인원들이? "
" 못 움직이겠죠? "
" 그렇겠죠! 삼춘. 히힛. "
" 그들은 군인이 아니야. 그냥 조직일 뿐이지. 그 아무리 통솔력이 좋은 사령관이라도 각지에 흩어진 인원을 통솔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
" 난 옵 말이 더 어려워. 미쳐블... "
상희는 또다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 그러니 단순하게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거나 이야기해 줘! "
" 알았어! 상희야! 우선 다해야! "
" 넵 삼춘! "
" 넌 자동 비행하는 라구나 함정이 잘 보이는 빌딩을 찾아 매복 준비해! "
" 매복이요! 설마 그놈들 나타날 때까지 철수 못하는 거 아니겠죠? "
" 절대 철수 못하지! "
" 으악! 싫어 싫어.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할 텐데. "
깐족거리는 명치대인이다.
" 크크큭. 이거 요강이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겠는데 쉬이는 편히 해야 할 거 아녀. 큭큭. "
" 야! 둑고싶냐? "
다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운다.
" 먹을 것은 경찰들이 하루에 한 번 보내 줄 거야. 그러니 다해는 자리 잡으면 내게 위치 알려주고. "
" 힝. 싫은데... 알쪄요! "
" 명치대인이는 다해가 자리 잡으면 그 주변 반경 5km 벗어나지 않도록 자동시스템 설정해 주고! "
" 알았어요. 형님! "
" 옵 나는 뭐해? "
" 뭐하긴. 근무표 짜야지! 레이다 및 상황판은 내가 보면 되니까! "
" 근무표라니? "
" 야간 교대로 보초서야 할 거 아니야! 다해 빼고 근무표 좀 편성해봐! "
" 아놔! 무슨 비상사태도 아니고 군대도 아니고 너무 타이트한 거 아냐? "
" 목숨 중요하다며. 할 건 다 해보자고! "
건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해는 전투 장비를 챙겨 들고 밖으로 향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대원들. 괜스레 내가 더 정신이 없다.
근데 이 자식들 나 밥은 안 챙겨 주나? 배고픈데... 밥 줘. 밥 달라고!
' 이야옹~ '
- 순찰 비행정 안 -
근식이 조종을 하고 그 옆에 성우가 앉아 있다.
" 반장님! 정말 재필이 찾아올까요? "
" 그럴 거야. 아무래도 건남의 생각은 그들을 노리는 암살범 중 한 명을 잡아 재필과의 접속을 하려 하겠지... "
" 아하! "
" 아니면... "
" 아니면요? "
" 은신처를 알아내려 하겠지! "
" 반장님 의문스러운 게 은신처를 찾는다고 저들이 재필을 찾아 나설까요? "
" 그때쯤 되면 공권력이 도와줘야겠지? 아무래도... "
" 그럼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겠군요! "
" 아마도... 근식 자네는 저들의 신변보호에 힘을 써 주게. 최대한! "
" 그럼요. 누구의 명령이신데 받들어야 줘. "
" 내 경찰생활 20년 만에 최대의 사건이 되겠군... "
성우는 조용히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