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1-조력자 (21/179)



〈 21화 〉21-조력자

- 라구나 함정 안 -

명치대인의 복부와 볼에 있는 상처를 치료한 나는 기절해 있다. 이번 치료는 여섯 시간은 기절해 있어야 한다.

몽롱한 나.

간식이나 제대로 챙겨 주려나? 멈춰있는 장난감 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너까지  괄시하냐옹. 원기 회복하면 넌 죽었으...

' 이야옹~ '

짱고를 잡고 라구나 대원과 근식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 건남은 자리를 비웠다. 뭘 하고 있으려나? 술 먹는 건 아니겠지?

테이블에 모인 그들은 근식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러니까 반장님 말씀은 사냥꾼이 범인을 취조할 수 없다는 이야기예요. "

아놔! 그럼 서에서 나오는 정보로 재필을 잡으라는 건데, 그럴 여유가 저희는 없으요. 근식 수사관 나으리. "

" 하지만 어쩔  없다니까요! "

다해가 자신도 모르게 혼자 웃는다.

" 풉... "

모두 다해를 쳐다본다.

명치대인이 다해에게 말한다.

" 뭐여. 허파에 바람 들어갔어? 머리에 핀이라도 꽂았나? "

" 근식이라고 하셨나요? "

다해의 말에 근식이 고개를 끄덕인다.

" 아저씨 머리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그만... 풉! "

다해의 엉뚱한 한마디에, 땀방울이 이마와 구레나룻에 맺히는 근식의 얼굴은 빨개진다.

" 그... 그렇죠. 제 머리가 크긴 크죠... 허허허. "

근식은 애써 웃어넘기려 한다.

근식 오빠 기분 안 나쁘셨죠? "

눈웃음으로 무마시키려는 다해. 너답다.

붕대를 허리에 감고 있는 명치대인은 다해의 귀에 꽃을 꽂는 시늉을 한다.

" 야! 승규가  이러는 거 아냐? "

" 거기서 울 남푠 이야기는  나와! "

" 승규가 걱정돼서 그런다. 왜! "

" 으~ 이것을... "

" 톰과 제리 쉿! "

입을 오므리며 상희가 주의를 준다. 조용히 투닥거리는 다해와 명치대인을 살며시 쳐다본 근식은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며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슬그머니 상희와 명치대인은 근식이 꺼내 놓은 물건을 쳐다본다.

아주 낡아 보이는 열쇠.

알파벳이 새겨 있다.

No. P. K

상희가 물었다.

" 이게 뭐죠? "

" 이건 짱고의 물품입니다. "

" 히힛. 어디에 쓰이는 물건이냐고요? "

다해가 상희의 질문을 보충 설명하자, 두꺼운 안경을 콧등에서 슬쩍 들어 올리며 근식이 대답한다.

" 처음에는 그냥 장식품인 줄 알았는데... 반장님이 뭔가 이상한지 이걸 건남씨한테 보내라고 하더군요. 이것저것 상황도 설명할 겸. "

" 왜? 성우형이 직접 오시지 않고? "

아! 반장님 이번 사건으로 윗 분들에게 좀 시달리시는  같습니다. "

상희가 궁금해한다.

" 아니 왜요? "

" 그게... 재필과의 연관이 있다는 걸 보고  하고 진행했거든요. 조직 사회가 좀 그렇죠! 허허..."

너털웃음의 그에게 짜증을 내는 상희.

" 아놔! 범인 잡는다는 데 무슨...이눔의 사회가 왜 이런데요. 높으신 양반들은 다 그래요. 지들이 못하는 거 해준다는데 왜 태클을 걸고넘어지신데. 나참 어이가 없어서! 다해야. 명치대인아. 내 말이 맞아 안 맞아! "

둘 다 끄덕끄덕.

" 허험... 이곳 생활이  그래요. 절차라는 게 있어서. 아무튼, 이것 좀 건남씨 한테 넘겨주세요. "

알았어요! "

그렇게 이야기한 근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럼 조심하세요. 이것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

"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

명치대인과 다해도 함께 인사한다.

- 마들가리 행성. 15번 구역. -



근식이 라구나 함정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건남은 15구역 산업지역에 있었다. 빽빽이 들어선 불 꺼진 공장들. 하늘은 맑으나 별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날씨가 이 구역의 특징이었다.

대규모 산업지역이란 특성이 만들어낸 오염의 도시. 한참 공장들이 활동하는 시간엔 방독면을 끼고 생활하는 노동자들의 도시였다.

밤이 될 무렵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 그 때야 도시의 사람들은 방독면을 벗을  있었다.

아무튼, 건남은 그곳의 밤을 날고 있다. 건남이 찾아간 곳은 그 넓은 산업지역 구석에 박혀있는 100평 남짓의 조그만 공장. 그 공장 간판이 건남의 눈에 들어온다.

- 공작새 -

공작새는 특수무기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럼 왜 건남이 이곳으로 가는지 내 이야기를 잘 들었던 사람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다해의 바주카포는  상점에서 구입하면 되지만, 명치대인의 장착 무기나 건남의 다트핀은 이렇게 특수 공장이나 특수 상점을 찾아야 했다. 짱고와 싸울 때, 아마도 핀을 다 쓴 것 때문에, 이곳에 들린 것 같다.

건남은 넓은 정박장에 자신의 3륜 비행정을 정박한다.

불만 켜져 있는 간판. 문은 잠겨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잘 아는 건남은 뒷문으로 이동한다. 달빛에 그을리는 그림자가 길게 생긴다.

건남은 뒷문의 인식기에 자신을 손바닥을 가져간다.

' 띠리릭. '

잠금장치가 풀렸다.

끼이익. '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소리를 낸다. 안으로 들어간 건남은 컴컴한 공장을 살피다가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다. 오래된 형광등의 점멸. 마치 무대의 조명이 켜진  한쪽 구석이 환하게 밝혀졌다.

이런 형광등을 쓰는 공장은 여기뿐일 듯하다. 아주 낡은 형광등 박스에 벌레들이 달려든다. 먼지의 그림자가 바닥에 깔릴 정도로 공기가 탁했다. 건남은 불이 켜진 곳으로 움직인다.

' 터벅터벅. '

공장 안, 컨테이너에서 누군가 문을 열며 얼굴을 내민다.

" 누군데 이 시간에 이곳을 찾아왔는 고? "

나이가 많다는 건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다. 구부정한 노인이 길고  턱수염을 만지며  눈썹을 찡그리고는 건남에게 다가왔다.

" 내 원한 살 사람은 없고 필요한 물건이라도 있수 젊은이? "

" 노친네 하고는 나야 건남이! "

" 뭐? 좆마니? "

" 휴~ 이거  보청기라도 사드려야지... 할아범! 나 건남이라고! "

소리를 지르며 말하자 노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작업대 위 알이 굵은 안경을 쓴다.

" 호호호. 건남이 왔구나... 호호호. "

건남은 백발의 노인에게 다가가 크게 안았다.

" 할아범 잘 지냈어? 몸은 괜찮고? "

" 호호호... 뭐 이젠 나이가 들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지.호호호. "

" 아~ 그런 소리 하지 마. 할아범. "

" 알았다. 알았어! 다트핀 떨어져서 왔어? "

그럼 그럼. "

건남과 떨어진 그가 물었다.

" 얼마나 필요한데? "

" 이번엔 많이 필요해요. "

" 재고가 별로 없을 텐데...확인 좀 하고 오마. 기다려봐... 콜록콜록. "

노인은 개량된 한복 같은 옷을 펄럭이며 컴컴한 곳으로 걸어간다.

고요한 공장.

건남이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공장에 울린다.

자! 이 노인은 누구인가? 우선 특수무기 장인으로 그의 명성은 자자했다. 젊었을 때, 제스 토벌이 한창일 때, 이 노인이 만든 특수무기가 많은 도움을 주었었다. 사실 역사는 이런 고귀한 존재는 잃어버린다.

정벌한 영웅과  시대의 왕만기억할 뿐... 아니, 어쩜 기록의 역사 중 사람들은 사건의 결정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만 기억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갑자기 본론은 까먹고 고양이 개똥철학을 늘어놓다니, 나도 별수 없는 생각하는 고양이 인가 보다.

' 이야옹~ '

아무튼, 한쪽 벽면에 마들가리 행성의 수상이 수여한 훈장이 걸려 있다.

제스 토벌작전의 공로로 받은 훈장 속의 이름이 건남의 눈에 비쳤다.

 명: 명택 서.

명택은 나이가 어느새 100살이 넘었다. 정확히 102살이다. 그가 건남의 나이일 때 받았던 훈장이니 벌써 70여 년 전 이야기이다. 아무튼, 어마 무시했던 명성의 그가 두꺼운 비닐봉지를 들고 어둠에서 나온다.

" 옛다. "

명택은 작업대 위에 비닐봉지를 내려놓았다.

" 할아범 이게 다야? "

" 그래. 이게 다여. "

얼핏 봐도 20핀이 안돼 보인다.

" 더 만들어 줘야  것 같은데... 급하단 말이야! "

" 호호호. 현상범 잡는데 이 정도면 4명은 잡겠구먼. 뭐가 그리 급해... 다음 달에 와! 내가 살아있을 진 모르겠지만... 호호호. "

" 영감님... 영감님 우리 영감님. 이번에 큰 사건이 걸려서 그래! "

" 큰 사건? 재필이라도 잡는가 보군? "

" 응! "

명택은 고개를 젓는다.

" 뭐시여? 재필을 잡는다고? "

" 그렇다니까! "

명택은 뒷짐을 지고 천장을 바라본다.

" 할아범 부탁이야 내일이라도 급하게 제작해 줘야 해! "

 ~ 드디어  것이 온 건가? "

"  영감님! 내 이야기 듣고 있는 거야? "

명택은 고개를 땅바닥으로 떨구고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턱수염을 쓸어내린다.

" 음~ 이것이 아닌데... 좀 빠른 거 아닌가? "

중얼거리는 명택을 건남은 빤히 쳐다봤다.

" 할아범!! "

그제야 혼자 중얼거리던 명택은 건남을 돋보기안경 사이로 올려본다.

" 건남아! 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알았다만, 내가 죽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좀 이른 듯 싶구나... "

"...... "

네가 어떤 이유에서 그놈을 잡으려는  잘 알고 있고... 나와 함께 일했던 짧은 시간의 정이 날 속박하는구나... "

" 영감.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무기가 필요할 뿐이야! 부탁해... 할아범... 난 이게 필요해! "

비닐봉지에서 다트핀을 하나 꺼내 들었다.

" 알았다. 내 너를 위해 도와주지. 단, 하나는 기억해 주길 바라마. "

늙은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또렷하다.

" 일이 끝날 때까지  찾지 마렴! 무기는 제작하는 데로 다른 사람을 통해 보낼 테니. 알겠니? "

" 왜? 할아범? "

" 뭐 더 있겠니 늙은이 혼자 집중하고 싶어서겠지... 호호호. "

" 에이~ 싱겁기는... 알았어! 꼭 부탁할 게! "

" 그래. 그러마... 오늘 자고 갈거니? "

" 아니. 우리 지금 비상이야 무기 떨어져서 잠깐 나온 거고, 사실 당분간 오고 싶어도 못 와. "

그래. 그럼 잠깐 기다리렴. 줄 게 있으니... "

순순히 기다리는 건남을 뒤로하고 명택은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다. 컨테이너 박스의 작은 창문이 환해진다. 잠시 후, 명택이 다시 나오고 건남에게 다가왔다.

" 옛다. 받아! "

얼렁뚱땅 건남은 세발의 다트핀을 넘겨받는다.

" 네게 꼭 필요할 거야. 꼭! 호호호. "

건남은 특이하게 생긴 다트핀을 유심히 살피고 명택의 호탕한 웃음은 창고를 뒤덮는다.

" 네 인식 프로그램에 걸맞는 작품이지. 당장은 컨트롤하기 힘들겠지만 몇 번만 연습하면 금방 익숙할 거여. 이건 살상용이니 지금 쓰는 기절용 다트핀과 구분해서 쓰도록 해. 알겠니? "

알았어! 할아범 근데 어떤 기능이 있는 거야? "

" 그건 인식 프로그램 살피다 보면 나올 거여. 가면서 확인해 보렴. "

" 뭐가 이리 복잡해! "

건남은 그렇게 말하며 명택이 건네  다트핀을 힙쌕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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