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23-공중전
0구역.
마들가리 행성은 지구와는 다른 세상이다. 산소와 물 대기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존재했다. 0구역의 존재가 그랬다. 이 행성이 태어나고 인류가 형성되었어도 0구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갈 수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행성 안의 또 다른 우주.
지구의 심해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장소라는 의미에서...
우선 산소가 없었다. 이뿐이라면 산소마스크 쓰고 들어가는 모험이라도 했을터... 미지의 그곳을 탐험가들은 정복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해 보았지만, 호기심은 자연의 질서를 이기지 못했다.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이었다.
아무튼 그랬다. 괴물이 살았을 수도, 정말 블랙홀이 그곳에 있는 것일 수도, 우리가 모르는,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그곳엔 존재할 수도 있었다.
그런 곳에 재필이 숨어 있다.
건남아! 내 고양이긴 한데... 그건 아닌 거 같다. 먼 미래라면 모를까나, 그건 고양이 선에서 보더라도 아닌가 싶다. 나 학식 있는 고양이야옹! 며칠을 열쇠에 대해 알아낸 것이 전설에 대한 거라니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 그리고 상희야! 이 열쇠의 영상 기능이 있는 것 같아! "
" 영상이라니? "
"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메모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비디오테이프라 생각하면 되는데... 그 영상을 확인하려면 비디오가 필요하겠지? "
" 그럼 영상을 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잖아? "
" 그렇지! 이 열쇠로는... 무언가 다른 매체가 있어야볼 수가 있어! "
" 에이~ 그럼 쓸데없는 거잖아. 흐흐흐. 팔자! "
" 그... 그게 그렇게 되나? "
" 형. 그거 얼마나 하는데? 누나가 자꾸 팔자고 그러는 거여? 한 100 크랑 정도 돼? "
" 명치대인아! 자그마치 1500 크랑이시란다. 누나가 눈이 안 돌아가게 생겼니? "
" 뭐라고라고라... 1500 크랑! "
명치대인은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열쇠 앞에 선다. 눈에서 레이저라도 쏘려나 강력한 눈빛으로 열쇠를 쳐다본다.
" 이게 뭔디 그렇게 비싸데요? 소형정 키야? 에어컨이라도 달렸어? 다이아몬드라도 들었나? "
그때였다. 다해에게 교신이 온 건.
- 현재 라구나 1시 방향 5km 지점에 의심되는 소형정 접근 중. 삼춘 확인 바래요.
" 양호! "
긴급하게 움직이는 대원들관 경찰관들.
명치대인은 조종실로, 상희는 무기 조종석에 앉았다. 건남은 레이더를 확인한다. 빠르게 라구나로 다가오는 비행정. 예상 도착시간 1분이 레이더 창에 떴다.
" 다해야. 위험하면 격추시켜. 소급 전투정이야! "
- 알았어욧!
라구나 함정을 지키던 전투정 두 기의 엔진이 크게 가열되며 움직일 준비를 한다. 명치대인 또한 엔진 스위치를 누렀다. 달궈지는 라구나 함정의 엔진. 잠시 후
' 펑. 펑. '
' 슈우웅. '
어디선가 날아오는 대공미사일. 지금 다가오는 소형정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두 개의 미사일. 하나는 라구나 함정으로 하나는 경찰 전투정으로 날아온다. 전투정과 라구나호는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
" 다해야... 부탁한다. 알파 2. "
- 옙썰!
다해는 옥상 난간에 바주카포를 걸친 상태에서, 다가오는 전투정을 가늠자에 담았다.
" 그래. 그래 조금만 더! "
라구나호는 빠르게 미사일을 피해 도망친다. 순식간에 다해의 눈에서 멀어졌다. 경찰 전투정도 마찬가지다. 라구나호가 사라지면서 미사일 유인탄을 쏟아부었다. 두 개의 대공미사일이 유인탄으로 달려든다.
' 콰쾅! ' ' 펑. ' ' 펑. '
경찰 전투정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심의 공중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 무슨 깡다구로 소형정 한 대로 치고 들어온겨? "
명치대인이 조종대를 움직이며 소형 전투정으로 향한다. 상희는 무기 스위치를 누르기 시작한다. 한 두 개가 아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꼭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았다. 적 전투정이 라구나호에 대공 소총을 발사한다.
' 파다다다닥... 파다다다닥 '
" 정면 실드 가동. "
상희가 버튼을 누르며 밖의 화면을 응시한다. 뭔가 평소의 상희와는 다른 진지함이 얼굴에 묻어난다. 실드를 가동하자 투명의 방어막이 함정 정면에 반달 모양으로 자리잡았다.
튕겨나가는 무수한 총알들.
계속해서 난사하는 적 전투정.
" 정면 발칸포 확인! "
상희는 또 다른 스위치를 누른다. 정면 라이트 옆에서 두개의 덮개가 열리고 10mm 발칸포 두 정이 그곳에서 전진하며 나왔다.
난사하는 적 전투정.
그것을 조준하는 상희.
정면 조준화면에 빨간세모와 푸른네모가 교차한다.
" 발사! "
'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
적 전투정 또한 실드를 켜 놓은 상황이다. 튕겨나가는 총알. 라구나 함정과 적 소형정이 교차하며 지나친다. 그 뒤를 밟는 경찰 전투정. 미사일을 발사한다.
' 피융~ '
한끝 차이로 미사일을 피한다. 그대로 내 달리는 적 전투정.
" 다해야 지금! "
- 넵.
' 펑! '
' 슈슈슝 '
동시에 상희가 후면 대공미사일을 스위치를 눌렀다.
엔진실 뒤에서 날아가는 미사일.
' 피융 '
다해의 실드탄이 달아나는 적 전투정의 뒤를 정통으로 맞춘다.
실드가 부서진다.
상희가 쏘아 올린 미사일이 그 뒤를 곧바로 때린다.
' 펑! 펑! '
격추. 적 비행정이 땅으로 추락한다.
" 뭐지? 한 기로 우리랑 싸우려 했던 거야! 이 쌔리들이 날 물로 보나! "
" 누나 얘네들 우릴 너무 깔보는데! "
" 상희야 진정하고 자리 지켜! 대인이도 조종 집중하고... 다해는 자리 이동해! "
이런! 상희가 해야 할 지시를 건남이 하고 있다. 상희는 입을 조잘조잘거린다.
순간,
' 펑 ' ' 펑 '
경찰 전투정 한 기가 격추당했다. 놀라는 대원들.
" 뭐여 이건! "
" 어디야 어디? "
건남은 날아온 폭탄의 위치를 레이더로 추적 중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폭발음.
' 펑. 펑. '
다해가 머물렀던 옥상이 허물어지고 있다.
" 이런! 다해야 피했어? "
- 삼춘! 아무래도 제 위치 따인듯.
상희가 다해에게 지시한다.
" 함정으로 들어와! "
- 알써요. 언니!
레이더로 포탄이 날아온 곳을 역추적 한 건남이 홀로그램 화면을 키운다.
" 9시 방향 212층 빌딩 난간, 3시 320층 옥상. "
화면은 프레임이 나누며 두 곳의 상황을 보여준다. 누군가 철수하는 모습이었다. 두 곳의 저격수는 빠르게 이동한다.
" 이런 젠장! "
" 건남 옵! 주변에 또 뭐 있어? "
" 살펴보고 있어! "
" 에이... 모르겠다. 오빠가 조종대 좀 맞아줘 다해랑 라구나 부탁 좀 할게! "
" 조금만 기다려! 더 살피고! "
" 그러다 놓친데이. 명치대인! 자동항법 해놓고 뛰나온나! "
" 알았어요... 형 비행정에 키 꼽아있죠? "
" 그래! "
엔진실로 상희가 뛰어갔다. 명치대인이 장착 무기를 손에다 끼우고 조종실에서 나와 엔진실로 이동한다.
" 전투정 1. 9시 방향으로 도주하는 녀석 좀 추적해 주세요. "
- 알았다.
건남은 조종실로 들어가고 수동으로 라구나를 조종한다. 3시 방향의 저격수를 추적한다. 라구나 함정에 도착한 다해는 엔진실에서 올라와 상황실 레이다 좌석에 앉았다.
" 다해야 화면 확인 좀 부탁해! "
" 넵. 삼춘. "
다해가 도주하고 있는 저격수를 찾기 시작한다. 수십 개의 카메라가 빌딩 구석구석을 살핀다. 18개로 나누어진 홀로 그램의프레임.
" 아직 밖으로 나온 것 같지 않아요! "
멀리 상희와 명치대인이 날아가는 모습이 다해의 눈에 들어온다.
" 명치대인. 경찰 아저씨들 따라가. "
" 넵 누님! "
상희는 3시쪽 옥상으로 향하고, 명치대인은 건남의 3륜 비행정을 212층 난간으로 운전한다.
" 다해야. 이 자식들 사진 찍은 화면 좀 전송해줘. "
" 넵. 언니! "
" 다해야 현상범 정보 좀 확인해줘! "
" 넵. 삼춘! "
다해는 정신이 없다. 둘이서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려니... 레이더 좌석과 홀로그램, 카메라, 무기 상황 좌석을 왔다 갔다.
" 다해야! 9시 저격범 사진 좀 전송해줘! "
" 에잇~ 나 안 해! 내 손은 두 개라구! 열 개가 아니라구. 히힝. "
짜증을 내면서도 할 건 다하는 다해였다. 상희와 명치대인에게 사진을 보내고 건남에게 현상범 확인 정보를 보고한다.
" 삼촌! 이놈들 현상범 아닌데요! "
" 이런! "
자! 여기서 잠깐! 현상범이 아니라 하니 건남이 난감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히리가 잠깐 설명하자면, 현상범이 아니면 우선 잡아도 크랑이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추적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초범이라 경험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매우 경험이 많아 아주 강력한 암살자일 가능성도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라구나 대원들은 그들을 추격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다해가 전송한 사진이 상희와 명치대인의 선글라스에 펼쳐진다.
" 무식하게도 생겼군! "
180cm는 넘어 보이는 키. 뚱뚱한 체격. 험악한 인상과 멜빵바지를 입고 가죽 모자를 쓴 저격수. 상희는 옥상에 비행정을 정박시키고 그가 도주한 엘리베이터실로 향한다.
" 난감하군 이 자식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
우선 상희는 1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향한다.
" 다해야! 밖으로 나가는 거 확인했어? "
- 아직 건물 안에 있는 것 같아요. 나온 거 확인 안 됩니다.
카메라 한 대가 철통같이 정문을 주시하고 있다. 안면인식 프로그램으로 똑같이 생긴 사람이 카메라에 잡히면 경보음이 울렸다. 생각보다 투자를 많이 한 상희. 저 구두쇠가 이런 데는 아낌없이 쓴다.
명치대인의 선글라스에는 키가 작고 삐쩍 마른 저격수가 등장했다. 민첩해 보이는 인상. 멜빵바지를 입고 가죽모자를 쓴 건 똑같다. 상희는 그놈의 미니어처인 것 같다 생각한다. 명치대인은 건남의 비행정을 자동운전 모드로 1층 정박장이라 입력시키고, 212층 난간으로 뛰어내린다.
텅 빈 사무실. 아직 임대가 되지 않았는지 썰렁한 상가였다. 명치대인 또한 1층으로 향한다. 이럴 때 건남이 출동하지 않은 게 참 아쉬울 것이다. 어쩌겠는 가. 싸움은 상희와 명치대인이 훨씬 잘하니, 그렇다고 다해는 고급 라이선스가 없어 라구나 함정을 조종할 수가 없으니, 상황은 함정을 놔두고 갈 수 없었다. 카메라는 돌려야 하니...
' 이야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