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도주범 (24/179)



〈 24화 〉24-도주범

1층 로비로 내려온 상희는 두리번거렸다.

넓은 로비. 상당히 넓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어디 숨어 있을지 모르는 뚱뚱한 녀석을 어떻게 찾는 단 말인가? 로비에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상희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간다. 아무래도 넓은 로비가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가려는 것 같다. 층고가 5층 이상 되어 보이는 로비. 커다란 샹들리에가 조금 하게 보였다. 사람 다섯 명 정도 되는 크기인데도.

분명 나가려면 이곳을 지나쳐야 한다. 꼭 이리 지나가리다. 상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상희가 2층으로 연결된 복도까지 올라왔다. 정문이 대략 7~80m 앞에 보인다.

" 아우~ 썅... 뭐가 이리 복잡해! 이 자식  내려 오려나? 다해야 출구 여기 말고 또 있어? "

그래 생각해 보니 출구가 하나라는 생각은 참 미련한 짓이다.

분명  자식은 비행정을 끌고 지하 정박장에 비행정을 정박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 생각이다. 그 큰 바주카포를 가지고 대중 비행정을 이용한다는 건 뭔가 쉽지가 않았다. 김치를 검은 봉지에 넣고 버스를 타는 이치랄까. 할 수는 있지만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일 것이다.

" 언니 건물도면 확인하고 있어요! "

건남이가 성우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이런 거다. 경찰 프로그램에 입력되어 있는 이 구역의 건물 도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도로 상황을 행성의 경찰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현상범 데이터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된다.

" 빨리 찾아봐! "

" 넵! 언니! "

그러나 처음 접해 본 다해는 어리숙 할 수밖에 없었다.

삼춘! 이거 이거 어떠케!! "

이건 뭐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와 어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자신을 동시에 표현한다.

" 잠깐만 기다려봐! "

운행 자동 설정 후 건남은 상황실로 움직였다. 그가 프로그램을 만진다. 과연 영웅이 될 수 있을까?더 허둥거리는 건남.

" 아...  이리 복잡해! "

다해와 건남의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 뭐 하는 거야? 통로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

" 상희야 좀 기다려... "

이거 원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니들 고생이 만타아야옹!

드디어 찾은 것인가?

" 휴~ 됐다. "

" 히힝! 옥상이  편해... "

건남은 다시 조종실로 간다. 중급 비행정이 다니기에는 좁은 항로 때문에 오랫동안 조종실을 비울 수가 없었다. 도망자들을 살펴봐야 하는 것도 있고,

아무튼 다해는 상희에게 보고한다.

언니 그 건물 나가는 곳이  있어요! "

" 무시라!! "

정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상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 로비 정문 반대쪽에 골목길로 나가는 방화문이 하나 있고요. 정박장에서 보도 블록으로 바로 나가는 문도 있어요.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에서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면 1층 밖으로 나가는 유리문도 있구요. "

" 뭐가 이리 많아! 젠장! "

상희는 뒤돌아 2층 복도 끝을 살펴본다.

웬걸! 사진으로 보았던 그 뚱땡이 저격수가 바주카포를 매고 그쪽으로 나가려 한다.

내 예상도 틀렸다. 저걸 그럼 들고 다녔다는 건가? 비행정도 없는 저격수라니... 뒤통수가 후덜덜하다. 인생 오래 살고 볼일이다. 이런 경험도 하다니...

상희가 그를 바라보고 큰소리친다.

" 야이 새끼야! 거기 안서!! "

소리가 복도를 타고 메아리쳤다.

로비의 모든 사람이 상희를 쳐다본다. 물론 뚱땡이도.

힐끔 쳐다본 뚱땡이가 상희를 확인하고 몸집에 맞지 않는 스피드로 유리문을 열고 뛰쳐나간다.

뛰는 상희. 아니다. 난다는 표현이 더 옳은 것 같다.

상희는 자신의 커다란 힙쌕에서 무언가 꺼낸다. 그의 방패인 바리깡!

유리문을 빠져나온 상희의 눈에 골목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턴하는 뚱땡이가 보였다.

상희는 바리깡의 2번 스위치를 누른다. 그리고 땅으로 던진다. 바다도 아닌데 바리깡은 서핑보드로 변신한다. 생김새만 그렇다는 거다. 스케이드보드가 업그레이드되었다 보면 쉽게 설명된다.

바퀴는 없어지고 대신 엔진이 달려있다. 높이 날지는 못한다.  20cm 공중으로 떠있는 보드. 상희는 그 물건에 올라탔다. 확실히 달리는 것보다는 빠르다.

2배 정도, 빠른 상희가 골목길에서 오른쪽으로  한다.

뚱땡기가 보인다.

점점 크게 보이는 것은 상희가 빨라서겠지.

바쁘게 걷고 있는 사람들.

폭발음에 그쪽을 기웃거리는 사람들.

경찰 비행정의 사이렌 소리. 무심코 지나가는 다른 보더.

도시는 여러 사람들로 가득하다.

뚱땡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망갔다.

가뿐 숨소리.

" 쌔리... 넌 잡혔어! "

상희가 그의 뒷덜미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뚱땡이는 순발력이 빨랐다. 상희가 뻗은 팔을 붙잡고 멱살을 잡은  그대로 업어치기 한다.

땅으로 내려 꽂힌 상희. 허리를 어루만진다.

" 윽... 이.. 자식. "

그는 계속 공격하지 않은  도망쳤다.

상희는 엎어진 상태로 소리 지른다.

" 야! 슈퍼 뚱땡이 거기 안 서!! 거기서! "

지나가는 뚱뚱한 사람들은 죄다 상희를 쳐다봤다.

상희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뚱땡이는 어디선가 날아온 회색 비행정에 몸을 실었다.



상희가 뚱땡이를 쫓을 때쯤, 명치대인은 1층으로 내려왔다. 상희나 명치대인이나 생각하는 게 똑같았다. 삐쩍마른 저격수가 정문으로 나갈 거란 생각. 역시 단순하다.

" 다해야 무슨 정보 좀 없어? "

" 카메라 확인 중이야! "

" 빠져나간 흔적은? "

여섯 개의 통로에서 아무런 반응 없어! "

" 아직 건물 안에 있다는 건데... "

아니다. 저격수는 이미 이곳을 빠져나갔다. 옥상으로... 그건 경찰 전투정이 소식을 전해 주고 있어서 알게 됐다.

폭파범이 옥상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

건남이 응답한다.

" 추적 부탁드립니다. 명치대인! 전투정 화면 수신 받아서 쫓아가! "

에잇! 이 자식 사람 운동시키네 젠장! "

명치대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글라스 화면을 확인하며 옥상으로 향한다.



상희는 눈에서 놓친 뚱땡이 때문에 마음이 허망한  힘없이 보드를 손에 쥐었다. 리셋 버튼을 누르는 상희. 보드는 바리깡으로 돌아왔다.

" 다해야 이쪽 확인했니? "

" 아직이요! "

" 빨리 확인해봐 놓쳤어... 주변 카메라들  돌려보고. 젠장 저런 놈한테 당하다니! "

놓쳤다구요... "

" 그래! 회색 비행정이 태우고 도망쳤어! "

" 비행정 넘버 확인하셨어요? "

" 그럴 경황이 없었어. 주변 감시 카메라로 확인 좀 해줘! 나 철수한디. "

"  언니! "





선글라스 화면을 엘리베이터에서 확인하는 명치대인. 삐쩍마른 저격수는 옥상에 정박해 둔 2륜 비행정을 타고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전투정. 보통의 2륜 비행정 보다 규모가 크다. 거의 4륜 비행정의 힘을 가진 것 같았다.

부아아앙~~ '

소리가 보통 비행정 보다 4배는 큰 것 같다.

또 다른  비행정 넘버판에 번호는 없고 이상한 마크만 새겨져 있다. 무슨 주문 서클 같이 생겼다. 이 놈들 범죄를 저지르려고 번호판도 일부러 안 달았나 보다. 저러면 추적하기 힘들 텐데... 이번엔 라구나 식솔들 진땀 좀 빼겠는 걸... 날도 무쟈게 더운데 말이다옹.

" 다해야 네 비행정 출력이 어떻게 되지? "

삼춘거랑 비슷할 걸요! 일만이에요. "

"  삼춘한테 넘겨줘. "

" 제 비행정이요? 저걸로 따라가려고요? "

 상태로 추적하면 놓칠 것 같아! 경찰 비행정이 출격하긴 했는데 시간차가 너무 커! "

" 키 비행정에 꽂혀 있어요. 히힛! "

건남은 라구나의 출력을 높이고 비행한다. 400층 높이로 올라 온 걸 보니 엄청 달리겠군. 높은 빌딩이 많지만 400층 이상 건물은 별로 없다. 23구역에는 하나뿐이다. 걸리적거리는  없으니 항로만 겹치지 않으면 마하의 속도로 달려도 크게 위험할  없었다.

역시 빠르게 날아가는 라구나호. 순식간에 명치대인을 제치고 전투정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근데 상희는 어떻게 따라오라고, 쩝쩝거리며 코를 후빌 상희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 건남옵 어디 가는 거야? 거의 다 도착했는데! "

추적하고 있어! 자동모드 맞춰 둘 테니 라구나호 조종 좀 부탁하고. "

" 이런! "

상희는 천천히 비행정을 운전하며 입에 담배를 물고는, 코를 후비적거린다.

" 아여~ 미쳐블! "

순식간에 도주하는 비행정 위에 떠 있는 라구나호. 건남은 조종실에서 나와 엔진실에 있는 다해의 2륜 비행정에 오른다.

뜨거운 태양빛. 그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빌딩. 비행정의 굉음. 그 속으로 건남은 뛰어내렸다.

부아아 앙... '

건남은  손으로 운전하며 다트핀을 가죽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추적을 위한 준비.

매우 빠르게 도시를 달리며 도주하는 2륜 비행정. 그 뒤를 따르는 건남이 탄 다해의 2륜 비행정. 그 뒤에 4륜 전투정.  뒤에 명치대인이 탄 건남의 3륜 비행정이 순차적으로 곡예를 하듯 도시를 누빈다.

사이렌을 울리는 전투정이 어느 정도 거리의 격차를 줄이자 경고방송이나왔다.

-회색 비행정은 투항하기 바란다 서지 않으면 발포하겠음.-

그렇게 여러 번의 경고를 한 전투정.

가차 없이 발칸포를 갈긴다.

파다다닥. 파다다닥. '

추락하는 탄피. 셀 수도 없이 떨어진다. 도주 비행정은 마술을 부리는 걸까  많은 총알을 다 피했다.

' 펑! '

이번엔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과연 적중할 수 있을까?

' 쾅... 펑펑 '

적중.

그러나 실드를 갖춘 비행정이었다. 겉모습은 일반 비행정이었지만 실드가 갖추어져 있다. 속았군. 전투정은 실드탄을 발사한다. 유도 기능이 취약한 실드탄.

다해가 옥상에서 실드탄으로 포격을 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저격수의 특권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전투정은 실드탄을 발사했다.

' 피융~ '  ' 피융~ '

살며시 도주 정을 피해 간다. 양옆에 두발이었던 실드탄. 이제 하나 남았다. 분명 여러 번 다른 대공화기로 맞추다 보면 파괴는 하겠지만, 조종술이 뛰어나다면 피할 수 있을것이다. 도주가 성공할 염려도 있다.

전투정은 신중하게 조준한다. 이럴  다해가 필요한데... 유난히 손발이 맞지 않는 날이다.

' 피융~ '

또 한 발의 실드탄이 도주하는 비행정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 딱 들어맞았다. 상대방은 일급 조종사인가보다. 어찌 저걸 다 피하냐. 말도 안 되는 조종술을 뽐내며 삐쩍 마른 저격수는 23번 구역 끝에 다다른다.

그의 비웃는 모습이 여기까지 보인다. 도시의 구간이 끝나는 지점. 성능이 좋은 비행정이 도망치기 쉬운 곳이다.

드넓은 대지. 높은 빌딩이 없는 곳. 최대 출력으로 도망치면  녀석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전투정은 모든 무기를 쏘아 올릴 생각인지, 무기의 입구가 모두 오픈되었다.

그리고 건남은 거리가 좁혀지자 다트핀을 던진다.

손으로 던진 다트핀. 과연 저 비행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있다.

' 팍 '

다트핀 날개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힘껏 날아가는 다트핀. 순간 스피드가 마하를 넘었다. 다트핀이 도주하는 비행정 뒤에 꽂혔다.

" 옛스! "

한가닥 희망은 잡았나 보다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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