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경계선 (25/179)



〈 25화 〉25-경계선

경찰 전투정은 포문을 모두 열었다. 기관 소총의 뚜껑도, 4문의 미사일도 대기 중이다.

발사! "

크게 소리치는 상관의 목소리. 조종석의 부하는 발칸포 스위치를 누른다.

'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

와우~ 그 녀석 너무 잘 피한다. 실드라도 맞춰야 되는데 쉽지 않았다.

발칸포의 탄이 다 떨어지도록 몇 발맞추지 못한다.

비상음과 함께 2개의 미사일이 발사된다.

' 슝슝. 슝슝. '

실드탄보다는 확실히 열추적을 하며 노리다 보니 적중률이 높았다.  발이 실드에 적중한다.

' 콰광'

' 펑! '

미사일이 하나 적중하자, 도주하던 비행정이 갑자기 시동을 끄고 달리던 힘으로 비행한다. 길을 잃은 미사일은 그대로 도주하는 비행정 옆을 지나갔다.

이런 조금 있으면 도시의 끝이야! 잡아야 해! 다해야 상희 도착했니? "

- 네 옆에 있어요. "

" 상희야 쫓아오고 있는 거야? 추적장치 키고 따라와! 다트핀 박아 놓았음! "

상희는 조용하다. 아니 혼자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다.

" 이 쌔리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대갈빡을 아작 내 주마! "

조용히 혼잣말을 구수하게 하고 있는 상희에게 다해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 누나 왜 그래요? "

" 몰러! 그 뚱땡이 자식 화면 확인했어? "

" 했긴 했는데 누나 업어치기 당하고 나서 그놈 태운 비행정 계속 확인했거든요. 넘버가 없더라고요. 동선따라 카메라 확인 결과 23구역을 벗어났어요! "

" 업어치기 당하는 거 봤어? "

네! 그냥 넘어가시던데요..."

" 악! 쪽. 팔. 려. "

" 누나 그것 때문에 아직도 이러는 거예요?건남 삼춘이 따라오라는데... "

" 에잇. 몰러! "

상희는 투덜대며 조종실로 향한다.

" 다해야 위치추적 입력했니? "

- 네. 언니! 그대로 움직이시면 돼요.

조종대를 잡은 상희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보기에 상희의 생각은 이런것 같다. 뚱땡이 못 잡은 화풀이를 말라깽이에게 한다.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를 폭파하겠다.  대충 이런 심보 아닐까 싶다.

상희는 라구나호를 하늘 높이 올린다.

경찰 전투정의 미사일은 모두 소진되었다. 남은 건 기관 소총. 맞추겠다는 의지 보다 이거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방아쇠를 당겨 본다. 역시나 그냥 총알만 바닥에 뿌리는 꼴.

도주하는 비행정을 맹렬히 뒤쫓는 건남과 명치대인.

둘은 할 수 있는 게  뿐이었다. 전투정 소총이 마지막 총알을 토해낼 무렵 그들 모두는 23구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도주하던 비행정은 갑자기 속력이 빨라진다. 건남과 명치대인 보다는 2배 정도 빠르고, 전투정보다는 1.5배 정도 빨라진다. 거의 중급 비행정 수준의 속도였다.

지금까지도 전속력으로 따라온 건남과 명치대인으로 부터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전투정도 마찬가지. 그냥 건남과 명치대인 보다 조금 빠를 뿐. 이제 믿는 건 건남이 박아놓은 위치 추적기뿐이었다.

" 상희야 오고 있니? "

가고 있어!

" 우리 태우고 가야겠다. 벌써 멀리 도망쳤어! "

- 에휴~ 오늘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아무튼 기댕기.

라구나 함정의 바람소리는 도시의 도로까지 들린다.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는 높이를 날고 있다.

연기가 얇은 구름처럼 하늘에 길게 새겨진다.

어느덧 라구나호도 23구역 끝자락에 도착하고 멀리 건남과 명치대인이 보였다. 손을 흔드는 두 사람. 아마 멈춰서 우릴 태우고 가라 하는 신호 일 것이다.

얼레. 근데 웬걸! 라구나호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온다.

순. 식. 간.

그들을 지나가며 강한 바람만 선물하는 상희.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에 건남은 당황했다. 그대로 비행정을 움직여 라구나를 따라간다. 명치대인도 건남과 반응이 똑같았다.

" 야! 이상희!  하는 거야! "

호올~ 건남이 상희에게 흥분하는 모습 처음 본다.

" 나참! 누나 또 왜 저래! "

응답 없는 상희.

" 다해야! 상희 왜 그래? "

- 모르겠어요... 삼춘 나 무쪄워... 히힝!

" 상희야  무슨 생각이야? "

저놈이 지금 무슨 생각이 있겠냐아옹. 오로지 업어치기 당한 한풀이를 하기 위해  녀석을 잡겠단 생각뿐일 것이다. 잠깐 조종실에서 상희 얼굴을 봤는데, 검게 그을린 눈이 꼭 저승사자 같았다. 창백해진 얼굴 하며... 그냥 무섭다.

아무튼 상희는 무진장 빠른 속도로 운전을 했다. 순식간에 도주한 비행정의 뒷꽁무니가 보인다.

" 언니 무기 조준할게요! "

그래 차라리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는 무조건 성능 좋은 함정이 유리하다. 다해는 무기 컨트롤 박스를 차례로 열고 스위치를 확인한다.

" 어디 발칸포로 겁 좀 줄까? "

그러나 그건 다해의 생각 일뿐이었다.

" 다해야 정면 실드 올려. "

너무나 침착하게 말하는 상희.

누나 갑자기 실드는? 누가 공격해요? "

도주하는 비행정과 점점 가까워지자 상희는 크게 말한다.

"  말 말고 실드 올려!! "

" 에구구 알았어요! 언니! "

다해는 정면 방어막 스위치를 누른다. 조종실 앞으로 투명의 장막이 펼쳐지는 게 상희 눈에 보인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눈에서 커지는 말라깽이의 비행정도. 상희의 오른쪽 손잡이가 속도 조절 장치다. 상희는 그걸 최대한으로 당긴다.

설마설마했지만 정말 이럴 줄이야. 라구나 함정은 말라깽이의 비행정을 실드로 들이박았다. 정말 정말 이럴 줄이야. 당한 녀석도 황당했겠지.

' 콰쾅 쾅쾅쾅... '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던, 도주하던 비행정은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하고 라구나 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진한다.

말라깽이가 낙하산을 핀다. 그걸 상희가 바라본다. 상희는 조종실을 나간다. 흐뭇하게 웃으며 자신의 비행정에 몸을 싣는다. 저 통쾌한 미소를  때마다 난 저년이 무섭다.

' 냐아옹! '




- 23구역과 25구역의 중간 초원 -

드넓은 초원. 잔디의 짧은 풀이 아니다. 갈대와 같이 긴 풀들. 여러 가지의 잡풀들이 즐비한 이곳.

마들가리 행성의 구역과 구역은 이렇게 들판이거나, 사막. 넓은 강, 높은 산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간중간 무인 정박장에 주유소가 있기 했지만...

아무튼 삐쩍 마른 저격수는 낙하산을 칼로 끊고는 열심히 도망친다. 어떻게 이 넓은 곳을 빠져나가려나? 저렇게 뛰어서는 힘들 텐데... 괜스레 내가 걱정이 된다옹.

상희는 자신의 4륜 비행정을 타고 말라깽이를 향해 달린다.

뛰는 사람과 비행정으로 쫓는 사람. 그것도이 휑한 들판에... 상희가 무조건 잡을 수밖에 없었다. 상희는 잔인한 생각을 한다. 고양이가 쥐를 사냥할 때 상당히 괴롭히다 힘이 빠지면 그때 잡아먹는데, 쥐 입장에서 보면. " 그냥 나 죽이시지! " 이럴 정도로 괴롭힌다. 그렇게 잘 알고 있는 나는 쥐를 잡아 본 적이 없다.

아무튼 상희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자식을 발칸포나 기관총으로 충분히 괴롭히다가 지쳤을  포박한다. 저 웃음이 더 그래 보인다.

" 거기서! "

상희가 소리친다.  그냥 뛰는 멜빵바지의 키가 작은 마른 사나이. 적이지만 애처롭게 보인다.

위협사격을 선 보인 상희. 그제야 그가 손을 머리에 깍지를 끼며 멈춘다. 상희는 초원에 비행정을 정박시킨다.

허리까지 오는 잡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상희는 비행정의 문을 열어 초원에 발을 내딛었다.

" 내 위치 추적해서 찾아와. "

선글라스에 조용히 말하는 상희.

왼손엔 단도가 오른손엔 잘 쓰지 않던 권총을 들었다. 그를 겨냥하면 슬금슬금 다가간다.

" 니가 그 232 냐? "

뜀박질을 오래 했던 그의 얼굴에 닭똥만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 내가 232이다. 만난 걸 영광으로 알라구! 흐흐흐... "

 잡아갈 년이지만 매력적인 건 인정해야겠어! 큭큭큭큭. "

" 아놔! 이쌔리 정신 못 차렸네!그 보다. 우릴 사주한 녀석이 누군지 알아야겠는 걸. "

" 내가 말할 거라고 생각한  아니지? "

' 퍽! '

상희의 원펀치.

들고 있던 권총의 손잡이로 그의 대갈빡을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윽. '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상희가 고함친다.

" 죽을래! 말할래! "

정말 죽일 기세다.

" 뭔가 착각한  같은데 넌 내가 아니라도 이미 죽은 목숨이야... "

" 훗! "

' 탕! '

말라깽이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풀리는 손. 무릎이 저절로 땅에 닿는다. 그대로 풀밭에 누워버린 말라깽이. 상희는 인상을 쓰며 주변을 살펴본다. 그리곤 소리쳤다.

" 누구야! 누구냐고? "

저 멀리, 정체 모를 비행정의 한 남자가 저격총을 집어넣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사라진다. 상희의 눈 앞에서...

허둥거리며 쓰러진 말라깽이를 살피는 상희.

" 아놔! 제기럴. 니미럴. "

반대편에서 라구나 함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 라구나 함정  -

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간다. 말라깽이의 이마가 뚫린 곳으로 뇌세포를 복원시킨다. 너무 오래 걸린다. 눈에 아달이라도 걸릴 것 같다. 나의 치료가 완벽하게 끝나려면 반나절 정도 걸릴것이다. 그러니 여기 구경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경찰관들은 신기 한지 몇 시간째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뭐 경찰관이 라구나 대원을 지키는 게 아니라 라구나 대원들이 경찰관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러니까 누군지  봤다고? "

그렇다니까! 내가  녀석을 쏠 일이 없잖아! "

무슨 열 받아서 죽였으면 골백번도 죽였을 거면서 얼굴에 뻔뻔하다는 단어가 흘러가는  같다. 그나저나 고양이 치료하는 데 조용히 좀 허시지... 이. 것. 들. 아.

참나! 이번 녀석들한테 얻을게 많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히리 없었음 말짱 도루묵 될 뻔했어! "

" 그나저나 저 녀석 쏜 놈은 누구지? 나도 궁금하다. "

" 맞아. 생각해 보니까... 재필의 암살범이면 누나를 쐈을 텐데! "

" 그러게? 절호의 찬스였을 텐데... 잠깐, 그럼  죽을 뻔한 거야. 헉! 소오름! "

" 큭큭. 누나 죽으면 라구나 내 꺼! "

' 퍽! '

뿔테 안경이 돌아간다.

" 야! 야 이년아! 아주 죽길 바라는 것 같어... 내 죽기 전에 너 묻고 죽을 테니 그윽정 말어! "

" 넵 누님! "

명치대인은 안경을 바로잡았다.

건남옵. 이 자식에 대해서 알아낸  있어? "

" 이제 찾아봐야지! 대충 현상범 리스트에는 없는 인물이야... 예전에 들은 이야기론 '멜빵 브라더'라고 해서 암살범으로 활동했던 그놈들 같은데... "

" 풉... 멜빵 브라더! 삼춘. 암살자 코드명 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데요. 청소업체 이름 같아. 풉! "

"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전문 암살범으로 주가 높을 땐 이름 좀 날린 녀석들이라고 알고 있어. 40구역 구역장을 암살한 녀석들이 이놈들이라는 소문도 있고... "

" 형 자세히 모르는 거 맞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 다 추측일 뿐이고 이제 알아봐야 해. "

 자슥들 난 일하기 바쁜데 어디서 노닥질이야아옹! 지친다 지쳐!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 자체는 너무 힘들다. 산산조각이 나지 않는 이상  사람을 살릴  있다. 물론 죽고 나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살릴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 정도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무튼  동상이 되어 움직이지 못한 채 레이저를 뿜고 있다. 내가 왜 사람을 살리면 이틀을 자빠져 있는지 알 것 같지 안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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