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27-박물관
- 이틀이 지난 후 -
라구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경찰 전투정의 숫자가 6기가 추가되었고 빌딩 옥상에는 10명의 저격병들이 배치되었다. 사복 경찰도 두배 많아졌다. 1인으로 움직이던 경찰들이 2인 1조가 되어 기계실, 엔진실, 상황실, 입구 등에 배치되었다.
여태껏 암살자는 저격수였지만 닌자처럼 조용히 침투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목표를 죽이는 암살자도 존재하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로써 라구나 대원들은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옥상을 탈출한 다해가 제일 기뻐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좋은 건, 저놈의 인간이 사다 준 장난감 쥐을 맘 놓고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아 본 적은 없지만 난 최선을 다해 잡으려 노력한다.
맹수의 눈빛.
치켜든 꼬리.
날카로운 발톱.
호랑이도 울고 갈 포스로 공격.
그러나 날 들어 올리는 다해.
" 우쭈쭈... 그렇게 귀엽게 하고서 저 쥐를 잡을 수 있겠어. 아유 귀여워라! 우쭈쭈... "
나. 뿐. 뇬. 내 카리스마가 그 정도로 밖에 안 보이냐아옹.
" 울 히리 엄마 없는 동안 잘 지냈쥐? "
그럼요. 아주 잘 지냈죠. 없어지지 그랬냐아옹. 그만 비벼... 털 빠져...
' 이야옹~ '
" 이렇게 되면 안전해서 좋긴 한데 재필이네가 움직일까? 건남옵은 생각이 어때? "
" 기다려 보자고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이놈들이랑 접촉할 수 있는 코드도 알고 있으니. "
" 내 생전에 이렇게 정부에서 전폭으로 지원받아볼 일이 생길 줄이야. 기름 값이랑 밥값이랑 다 나오다네. "
" 조금만 기다리면 성우형이 연락 줄 거야. 수비군 동원되면 바로 접촉 시도해 보자고! "
" 오! 그냥. 우리 이렇게 살면 안 될까? 그냥 밥 나오고 기름 주고 그러니까 편함! 음헤헷! "
" 그래요. 형. 지금 딱 좋은 듯! "
" 명치대인옵. 그럼 춤 못 추는데. "
" 아... 안돼! 형 빨리 쳐들어가요. 빨리빨리빨리! "
" 아유 정신없어! 가만히 좀 있어! "
" 야! 너도 승규 못 만나러 간다. "
" 아~ 안돼! 삼춘 어여 쳐들어가요. 어여어여어여! "
" 야! 이년들아! 조용히 좀 해! "
상희의 트레이드 마크 '이년들아'가 라구나에 울려 퍼질 때 보안 통신이 켜진다.
성우의 목소리.
- 잘 들려 -
" 형 잘 들려요. "
- 필요 병력 어느 정도 예상해? -
말이 없는 라구나 대원들.
- 건남아 내가 조사해 본 게 있을 거 아니야! 말해 봐! -
" 정확한 게 아니라 중대 병력 부탁합니다. "
- 이유는? -
" 아무래도 접속 코드를 보니 외각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싸운다면, 적은 특수 병력으로도 제압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횡한 경계 지역이라면 싸우기 곤란해 질거라 생각이 듭니다. 보병보다는 전투정이 사실 더 효과적이고요. "
- 그럼 전투정을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어차피 아군의 손실을 적게 하려면 보병의 수를 줄이고 비행정을 보강해 주세요. 침투조는 상희와 명치대인에게 맡겨 주시고요. "
- 둘이서 되겠어? -
" 아직 어떠한 지형 일지, 정확한 적의 수가 몇 명인지 모르지만 저 둘은 1당 백이잖아요. "
" 이야~ 건남옵 지 목숨 아니라고 막 말한데이... 성우옵. 그냥 옵이 지원할 수 있는 병력 다 뽑아서 보내 줘! "
- 상희야!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다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해야 하니 물어 본거고. 접촉한 다음 다시 결과 보고 줘! -
접속이 끊긴다.
" 아놔! 도대체 왜물어 본거야! "
" 삼춘 근데 중대 규모면 몇 명 이예요? "
" 대충 100명! "
" 헉! 그렇게 많이 필요해요? "
" 글쎄? 아직 자세한 건. "
" 아는 게 뭐야 도대체? "
" 에효 말을 말자! 물어본 거에 대한 생각이야 생각!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는 생각!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
" 승질하고는! "
" 너한테 그 소리 들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
" 여튼요. 언제 나가실 거예요? "
아니꼽다는 표정이 역력한 상희에게 아무런 표정 없이 짐을 꾸리는 건남이었다.
" 지금 가려고. "
" 에엥! 삼춘 어디로요? "
" 여기서 이놈들 하고 연락할 수 있는 것은 공중전화 부스야. 23구역 내에 있는... 개인 전화나 휴대용 전화기는 안 잡히는 것 같아. 유선 코드로만 가능한 것 같은데 그 유선망으로 어딘지 찾아야지. "
" 뭐가 이리 복잡한겨! "
" 명치대인은 나 따라와."
" 오예! 외출이다. "
" 그럼 여기서 연결해도 되잖아? "
" 상희야! 글쎄다. 대놓고 여기 라구나입니다. 하면 기습이 가능하겠어? "
" 누나 괜스레 나 나가니까 부러워서 그렇지... 크크크 "
" 야! 이년아! 빨랑 다녀와! "
" 넵. 누님! "
건남과 명치대인은 그렇게 밖으로 향한다.
사실 재필 쪽과 연결이 가능한 곳은 한정되어 있다. 23구역에서는 3곳이 있었다. 상희의 디지털 전화기로는 연결을 한다 해도 비상 코드가 숨어 있는 걸 찾지 못한다. 빨간 공중전화 부스.
건남과 명치대인은 그곳을 찾아 움직였다.
- 23구역 박물관 앞 공중전화 -
" 이런데서 은밀히 일을 진행 하나 보내요? "
" 그 큰 범죄조직이 살아남는 하나의 장치겠지! "
건남이 전화 부스로 들어가고 명치대인이 주변을 살핀다. 건남은 자신이 가져온 추적용 탐지기를 공중전화에 연결한다. 이것저것 할 것이 많은지 움직이는 손은 바쁘다.
작업을 완료한 건남.
수화기를 들고 자론이 넘겨준 넘버를 디지털 자판에 입력한다.
간결한 통화음.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 그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건남은 조금 당황했다. 일단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뜸 들이는 건남.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아! 무엇을 하는 회사죠...? "
뭐 이런 질문을 하냐아옹.
직원은 황당하겠지만 친절하게 이야기한다.
(네. 저희 회사는 자산 운영을 도와드리는 전문 펀드 업체로써 고객님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 아... 그렇군요. 제가 잘못 걸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
(그러시군요. 최선을 다하는 그랜드의 안내원 미정 최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저... 저 잠시만요! 혹시 그곳의 위치 좀 알 수 있을까요? "
(아... 저희 회사는 본사와 지사가 있습니다. 본사 위치를 가리켜 드릴까요? 아니면 고객님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구역을 가리켜 드릴까요?)
" 두 곳 다 가르쳐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안내원은 친절히 주소를 불러주고 건남은 내용을 녹음한다.
(이상 최선을 다하는 그랜드 회사의 안내원 미정 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딸칵. 수화기의 음성이 끝나고 건남은 공중전화에 설치했던 추적용 기기를 조심히 분리한다. 누가 정보 수집가 아니랄 까 봐, 별의별 장비들이 다 있다.
추적 장비를 명치대인에게 넘긴다.
" 잘 간직해. 위치 탐색 장비라 비싸. 떨어뜨리면 월급 반은 날아감! "
" 형 받을 월급이라도 있어요? 벌금으로 다 쓰신 걸로 아는데."
" 아무튼 올라가자고. "
" 넵! 형님! "
둘은 건남의 비행정에 올라땄다. 그러다 박물관에 눈을 돌린 건남은 명치대인에게 조종을 부탁한다.
" 명치대인아 너 먼저 올라가 있어 도착하면 자동항법으로 내 비행정 여기다 정박시키고. "
" 갑자기? "
" 그래 박물관에 좀 들렀다 가야겠어. "
" 갑자기? "
" 에효~ 뭐 찾아볼 게 있어서! "
" 알겠습니다. 형님! 일 보고 오세요. "
" 그래! 위치 추적장치는 다해가 만질 줄 아니까 확인해 보라고 하고! "
" 네. 네. 그렇게 해 드리옵죠! "
그렇게 말한 명치대인은 라구나로 향하고 건남은 박물관을 향해 다가갔다.
- 박물관 안 -
건남이들어온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규모야 그 보다 훨씬 크지만 외형적인 모습은 그렇다. 높은 층고의 천장에는 오래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벽면을 가득 메운 그림들과 조각상. 시대별로 유물들이 놓여있었다.
건남은 중세시대 유물관으로 향한다. 영사기에 대해 알아보려는 것이겠지.
이리저리 잘도 돌아다니는 건남은 넓은 그곳에서, 유물 찾기가 어려운지 안내 화면이 달려있는 홀로그램 앞에 섰다. 화면에 시작 버튼을 누른다.
- 안녕하세요. 23구역 구역 미술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중세시대 영사기는 어디에 있습니까? "
- 정보를 검색 중이에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그 잠시는 1초도 안 걸렸다.
- 현 위치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지도 화면을자세히 관찰해 주세요. -
건남은 안내 버튼을 누른다.
- 자 그럼 저를 따라와 주세요. -
화면에서 안내양의 홀로그램이 쑥 하고 튀어나오며 그가 찾고 있는 영사기로 향한다. 보통 사람들의 걸음걸이보다 약간 느린 속도라 건남도 천천히 그녀를 따른다. 정확히 3분을 걸으니 영사기가 투명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었다.
- 더 도와 드릴 것이 있나요? -
" 이것을 지금도 사용할 수 있나요? "
- 물론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유물은 중세시대에 사용했던 물품이라 필름이 필요한데요. 그 필름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
참 친절하다. 짜증 한 번 안내는 홀로그램 안내양.
" 그럼 여기에 필요한 필름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
- 네에 자료를 분석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이번엔 자료가 많은지 로딩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 이 영사기를 돌릴 수 있는, 즉 사용하게 할 수 있는 필름은 YP 계열의 제품으로 모양은 이러합니다. -
홀로그램 안내양이 공손하게 어느 한 지점을 지시하자 화면이 뜬다. 오래된 시계의 모양. 건남은 약간 실망한 듯하다. 그러다가 짱고가 가지고 다녔던 열쇠를 그녀에게 내민다.
" 혹시 이 물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사기는 없습니까? "
- 잠시만요. 스캔을 할 수 있게 제 눈 위치에 물건을 올려 주시겠습니까? -
건남은 열쇠를 그녀의 눈높이에 맞춘다.
' 지이잉. '
그녀의 눈에서 푸른색 빔이 열쇠를 어루만지듯 위아래로 스캔한다. 아주 천천히.
-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역시나 친절하다. 정갈하고 이쁘다. 사람이었으면 여러 남자 후렸을 것 같았다.
- 오래 기다리셨죠? 이 제품은 PY 제품으로 이 영사기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박물관에는 그 제품에 맞는 영사기는 없습니다. 또한 굉장히 구하기 힘든 유물로써 구역법에 의거 저희 박물과 직원관 연결을 해 드리고자 하오니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서부터는 모든 카메라가 당신을 지켜보며, 혹시나 도주에 우려가 있기에 모든 출입문은 봉쇄됩니다. -
스르륵 그녀가 사라지자 박물관에 경보음이 들렸다. 문이란 문은 서서히 철문으로 닫힌다. 물론 창문도... 경고하는 것도 참 부드럽게 한다.
똥씹은 건남의 표정.
당황한 건남은 빠르게 열쇠를 가방에 집어넣고, 이곳을 빠져나갈 궁리를 해 보지만 순식간에 그의 주변에는 다섯 명의 경비원이 권총을 들고 서있었다.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건남.
순간, 박물관의 책임자가 계단에서 2명의 사복 경호원과 함께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