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영상물 (31/179)



〈 31화 〉31-영상물

- 2구역 사막 지구 -



한참을 날아온 건남과 명치대인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사막지대는 사람이 거의 살고 있지 않았다. 빌딩이란 건 찾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항법에 필요한 장치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에 일거리가 있어 지내는 주민이나 수비군의 비행정이 아마 전부  것이다.

건남의 눈에 작은 식료품 가게가 구형 자동차 도로 옆에 있는 것이 보인다. 그쪽으로 건남은 핸들을 틀었다.

" 그래요. 형! 좀 쉬었다 가요... 더워서 미칠 것 같아요. "

그래! 나도 미칠  같다. "

식료품 가게 옆에 정박하는 건남. 목재로 만든 상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 수도는 나오려나? 2구역에 사람이 아예 안 사는  아니니. 그래도 1만이라는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다.

아무튼 비행정을 정박시킨 건남과 명치대인은 삐그덕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둡고 침침한 곳. 명치대인은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향하고 그곳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 휴~  것 같네. "

대머리인 가게 주인아저씨가 러닝셔츠 바람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매장으로 나왔다.

이봐 젊은이 그러면 전기세 많이 나와 그러지 말어! 콜록콜록... "

딱 봐도 80세는 넘으신 것 같은 포스다.

" 음료수  사러 왔어요. "

" 뭐? 응큼하다고! "

건남은 크게 말한다.

" 음료수 사러 왔다고요! 할아버지! "

" 어. 음료수 저쪽에 봐봐 시원한 거 있을 거야! "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곳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순간 방안에서 초췌한 여인이 얼굴을 빼꼼 내민다. 거의 드라큘라 수준의 창백한 얼굴이다.  더운데서 저런 피부가 나오나? 아무튼 음료수 두 개를 고른 건남이 그나마 말귀를  알아듣는 여인에게 계산을 맞긴다.

얼마죠? "

" 2 크랑이에요. "

" 내 여기... "

건남은 그녀에게 2 크랑을 건네고 말을 걸었다.

" 혹시 뭐 여쩌  게 있는데 이곳에 뭐가 있나요? "

건남은 지도를 펼치면서 손가락으로 장소를 가리킨다.

군인들 이세요? "

" 네? 아 아니요. "

" 저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나 보다. 헤헷. "

명치대인이 웃으며 말하지만 그녀는 그냥 창백한 드라큘라에서 변하지 않았다.

" 그건 아니고요. 지금 찾아가려는 곳은 군부대예요. 수비군이 주둔하는... "

 가요? "

" 그런 건 모르겠어요.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으니... "

그녀의 두 다리가 없다는 걸 건남은 그제야 알게 된다. 방문 뒤편으로 보이지 않는 그녀의 다리.

 그러셨군요! 실례 많았습니다.  볼게요. "

슬금슬금 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그들을 부른다.

" 저기요! 혹시 사냥꾼들 이신가요? "

" 네!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

그녀가 방 안으로 기어간다. 그리곤 사진을 하나 들고 돌아왔다.

" 이 사람을 찾는 건가요? "

건남과 명치대인의 둥그레지는 눈.

많이 놀랐을 것이다. 재필의 사진을  하고 펼쳐 드니... 그나저나  낯선 여자가 느닷없이 이럴까?

" 이걸 왜? "

여자는 입을 연다. 무언가 참고 있었던 한을 풀어내기 위해서 인지 말이 빨라진다.

" 몇 개월 전에 사냥꾼들이 이곳을 지나갔었어요. 커다란 함선을 타고요!  사람들이 놓고  사진이에요. "

" 아 그래요! "

" 그때는  몰랐었는데... "

" ......? "

"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람.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이 제 다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사람인 걸 알게 됐어요. "

" 재필이 말입니까? "

" 그래요. 몸속에 있는 조직을 빼내어 이식하면 재생되어 다시 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어요. "

건남은 중요한 단서를 찾은 느낌이었다.

혹시 거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

" 알고 있어요! 다만... "

" 다만? "

" 부탁이 있어요. 저희 아버지와 저를 이곳에서 탈출하게 해 주세요! "

이게 무슨 말이지? 건남과 명치대인은 도통 무슨 소린지  길이 없다. 느닷없이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탈출시켜 달라는 이야기를 하다니... 미쳤나?

" 효정아!  또 왜 그러는 겨?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했잖어! "

할아버지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서는 호통치며 방문을 닫는다.

" 아따!  딸년이 정신이 오락가락햐. 물건 샀으면 어서 가봐! 얼른... "

할아버지! 따님과 얘기 좀 할 수 있을 까요? "

할아버진  이야기에 느닷없이 호통을 친다.

" 뭔 이야기여! 그냥 미친년이 한 소리니께! 그냥 빨리 가랑께!! "

건남과 명치대인은 쫓겨나 듯 가게를 나온다.

" 뭐 이런 곳이  있어요... "

건남이 시원한 음료를 명치대인에게 하나 던져준다.

" 식기 전에 먹자! "

그리고는 순식간에 들이킨다. 명치대인 또한 벌컥벌컥 마신다.

" 꺼억~ 아.  살 것 같네요. 형님! "

" 좀 이상하지? "

" 뭐가요? "

" 저 아가씨의 말? "

" 미쳤다잖아요! "

갑자기 가게 안에서 효정이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것을 말리는 할아버지 음성도 조금씩 들리고.

" 저 봐요 미쳤네요! "

아냐 나랑 이야기할 때는 너무 진실됐었어! "

" 형님! 지금은 그놈들의 아지트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

" 흠. "

" 그러고 보니 코드가 있으면 위치 정보가 뜨면서 주변 건물에 대한 상세 정보도 뜨지 않나요? "

" 그게... 위치의 좌표만 나와. 무언가 신호를 차단하는 방화벽이 있어서 정확한 설명이 뜨질 않으니, 이렇게 고생하는  아니겠니! "

" 아! "

그렇다. 대부분의 일반건물은 상세 정보가 뜬다. 이 얼마나 깨끗하고 투명한 세상인가? 그러나 범죄 집단이나 관청 보안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이렇게 위치만 표시된다. 이상 히리의 설명이다.

그렇게 건남과 명치대인은 비행정에 오른다.

- 라구나 함정  -



" 이거 정찰 갔다가 온다는 남정네 들은 소식이 없고... "

방바닥만 긁어서 그런지 상희는 멍하다. 문젠! 나를 귀찮게 한다는 거. 아이 컨텍하며 나를 들어 올린다.

" 히리야. 우리 그 녀석 잡을 수 있을 까? "

야 이년아. 그걸 나한테  물어. 거기 까진 좋은데 비비지만 마라 제발.

역시 말이 무섭다. 얼굴에  몸뚱이를 비빈다. 놔! 놔두라고! 이런  하루 종일 그루밍 하게 생겼네... 젠장퉷.  불량 고양이로 만들라고 이것들이 작정을 했나. 그렇게 말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어디서 고양이 언어 잘 가르치는 강사님을 초빙하던가 해야지. 고양이 답답해서 못 살겠다.

그렇게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두고는 다해에게 말한다.

" 나 간디! "

무시하는 다해를 두고 화장실로 향하는 상희.

다해는 그 시간 건남이 찍어온 영상을 기록하며 확인하고 있었다. 참 그러고 보면 다해는 은근히 꼼꼼하다. 저격수라 그런가?

" 이거 이거 이상해! 제스를 그렇게 섬멸했는데도 간간히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실험을 통해 계속 만들어서 그런지도 몰라... "

혼잣말이 너무 크다 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잠깐 다해가 메모한 기록을 살펴보자. 뭐가 이리 많니... 어휴~ 내가 추려서 말해야겠다. 원 포인트로.

1. 재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재필이라 확신을 하는 걸까? 건남 삼춘은... 화면을 찍고 있는 사람이 재필.

2. 시체들이 실험관에 들어가 있다. 과연 죽은 사람들인가?

3. 틈틈이 흰색 가운의 여자가 나오는데... 6개월 동안 찍은 화면에서 3번의 행동이 눈에 띈다. 26번의 시체와 40번의 시체 그리고 81번의 시체 실험관을 열고 이마에 손을 얹은 체 기도를 하듯 눈을 살짝 감는 행위.

4. 아직 실험에 성공한 제스는 없다. 왜? 제스를 본 적이 없다. 다만 중간중간 기록하는 음성에서 곧 성공할 거란 이야기가 조금씩 들린다.

5. 마지막으로 연구소 안 구석의 조그만 창문. 빛에 반사되어 잘 보이진 않지만 숫자가 써져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왔던 연구원들 마스크는 쓰고 있었지만 이름을 알 수 있다. 세명의 이름. 용 최. 비라 창. 타루스.

그 이외에도 많은 메모가 있다. 이 히리가 중요한 포인트만 정리 했다아옹.

그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상희가 웃으며 말한다.

 좀 알아낸 거 있어? "

" 아뇨! 언니 엉뚱한 자료만 나와요. 이러다 제가 제스 키울 것 같아요. "

" 이거 원. 시간만 죽치는 것 같다. "

" 언니... 근데...  영상을 보고 삼춘이 어떻게 재필이라고 단정 지은 거예요. "

" 흐흐흐. 그건 말이지... 목소리로 알았을 게야. 나도 알겠구만 뭐. "

언니도 안다고욧? "

사실 언니도 재필에 대한 악감정이 있거든! 나아쁜 새끼... 벌받을 겨! "

이야기를 듣던 다해가 다시 영상을 확인한다. 참 끈질기다. 저 근성. 봤던 영상을 계속 돌려보다니 나 같음 벌써 미쳤다. 그러던  갑자기 다해가 상희를 부른다.

" 언냐! 잠깐만 이리 와 봐요! "

게임용 고글을 쓰려했던 상희가 귀찮은 듯 터벅터벅 다해에게 다가간다.

" 왜? "

" 여기! 이것 보세요. "

" 뭔데? "

 여자가 적고 있는 메모장의 글씨! "

" 저게 보여? 보여도 글씨체가 남다른 거 같은데! "

" 아뇨 리서치 종이 밑에 쓰여 있는 글씨요! "

" 광고 문구 인가? "

다해는 화면을 확대한다. 낡은 필름이라 그런지 그래픽이 상당히 불규칙하다.

" 보이세요? "

" 응. 동광제약... 그게 왜? "

" 만약 저 리서치 용지가... 그 회사 거라면? 저곳이 동광제약이랑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

상희는 눈을 껌뻑거린다. 그러다 다해의 볼을 두 손으로 잡는다.

" 이야!  다해 똑똑한데! 관찰력도 좋고... 건남옵 한테 전송해줘! 성우옵에게 회사 정보 좀 알아봐 달라고 하고. "

" 넵. 언니. "

다해의 손이 빨라진다. 프로게이머가 자판을 누르는 것 같은 느낌, 설계사무실의 설계사가 도면을 캐드 작업하는 느낌, 소설가가 타자를 입력하는 느낌이었다.

" 언냐! 전송 완료했어요! "

뒤돌아 상희를 바라보는 다해의 눈엔 게임 고글을 쓰고 열심히 게임하는 상희가 보인다.

 언니는 정말 나 보다 더햐~ 에효~ "

그래 상희야 긴장  허자. 고양이도 이렇게 긴장 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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