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2-수비군
- 2구역 -
인적이 드문 2구역이다. 쥐는 있으려나... 장난감 잡던 실력을 발휘해서 생쥐를 잡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그러나 아직 장난감 쥐도 잡아 본 적이 없다.
아무튼 건남과 명치대인은 위치 탐지기가 찍어준 좌표에 도착했다.
적막한 공간.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곳엔 연못과 나무가 있었다. 의외의 곳이라 해야 하나? 생각보다는 많은 나무와깊어 보이는 호수였다. 주변으로 난 잡풀들이 이곳은 2구역의 파라다이스라 말하는 것 같았다.
건남이 정박한 곳은 그 파라다이스에서 5km 지점 떨어진 곳이었다. 레이더를 의식한 거리. 위성용 레이더가 아니라면 4km가 대부분의 레이더 거리 범위였다. 라구나도 마찬가지고.
때마침 커다란 바위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사람 다섯 배 정도의 크기인 그 바위에 건남은 위장을 하기 위해 준비 한다.
" 형 여기서 지내시려고요? "
" 비박은 정찰하는 사람의 숙명이란다. "
" 어쩐지 형이 술 먹고 밖에서 잘 자더라! "
' 퍽! '
" 잔 말 말고 비행정이나 위장시켜! "
삐뚤어진 뿔테 안경.
" 넵! "
명치대인은 뿔테 안경을 바로잡으며 옆에 있는 비행정을 위장막으로 가린다. 건남은 위장막을 바위에 설치하고 관찰 장비들을 꺼낸다.
" 형! 뭐가 이렇게 많아요. "
" 이게 내가 먹고사는 방법이다."
관찰용 카메라, 소형 레이더, 위치 추적기, 커다란 망원경을 설치한 건남은 앞에 보이는 파라다이스를 살핀다. 흙탕물의 호수엔 이름 모를 새가 물에 떠다니고 물가 주변으로는 키가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그리고 별장. 2층 목조 구조에 낡은 페인트 칠. 오래되어 보이는 엔틱함을 갖추고 있다. 정원도 딸려 있는 그곳에 두 명의 수비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무장한 두 명의 수비군은 딱 보아도 한가해 보인다.
" 수비군이라... "
" 이런 곳에 저런 군사 시설이 있을 필요가 있을 까요? "
" 글쎄다. 관사나 장교 막사 일 경우가 큰 것 같은데... "
건남은 위치 추적기를 통해 무언가 알아본다. 인상을 찡그리는 건남.
" 흠. 역시 방어벽이 견고하게 막고 있어. 군사시설이 틀림없고... 다른 건물이 있는 것 같은데 잡히질 않는다는 건... 수비군의 비밀기지라는 건가? "
" 형. 그러고 보니까 저 군 생활할 때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0구역 가까이 갈수록 수비군이 생각보다 많이 배치되어 있다는 그런 소리. "
명치대인의 말이 옳을 것이다. 이행성의 끝자락인 0구역 그리고 그 주변의 구역에서는 제스들의 출몰이 간혹 나타나기에 수비군이 주둔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 쪽의 수비군이 범죄자 소탕에 의의를 둔다면, 이곳의 수비군은 제스 섬멸에 의의를 둔다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건남은 무언가 의문이 든다. 죽은자론이 넘겨준 연결 코드에 왜 수비군의 주둔지가 찍혔는지? 그러는 동안 건남의 선글라스와 명치대인 선글라스에 메시지가 도착한다.
서로 확인하는 건남과 명치대인.
다해가 보낸 영상물 판독에 대한 정보다. 둘 다 확인 버튼을 누른다.
" 삼춘, 명치대인옵, 성우삼춘 화면 판독한 결과 보내드려요. 모두들 잘 확인해 보세요. 빠빠이! "
성우도 아마 지금쯤 저 영상물을 확인하고 있겠지... 내 엄마지만 저 귀여운 척은 뭐람... 에혀~
아무튼 텍스트가 선글라스 화면에 쭉 뜬다. 저번에 내가 요약해 주었던 1~5의 내용이다. 요약한 것에 열 배 이상의 분량이지만, 요약한 거만 기억하자. 혹시 몰라 다시 적어 볼까 하지만, 작가의 붙여쓰기 신공으로 분량을 확보하는 꼼수를 이 히리는 용서할 수 없기에 독자들이 알아서 생각하길... 싫으면 말고... 이야옹~
건남의 눈빛이 또 빛나기 시작했다.
" 음. 저거야! 3번 내용. 기억술사... 저 여자의 행동! 기억술사의 전형적인 의식과 비슷해... 그럼 그 여자가 재필의 기억 술사 인가? "
" 형! 그럼... 제스를 연구하는 시체들이 시체가 아니라는 소리임? "
" 기억을 지운다는 건 살아 있는 사람으로 실험을 한다는 것일 수도... "
" 와~ 그럼 최소한 백 명은 납치든 유괴든 했다는 거 아니에요? "
" 그리고 연구원들 이름 조회해 봐야 하는데 조회기는 두고 왔다. 젠장! "
" 형 그러니까 술 좀 그만 자셔! 맨날 깜빡 거리잖아! "
건남은 조용히 내용을 살펴본다.
" 흠. 분명 저 이름에 있는 사람들 중 범죄자 명단에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
순간 레이다에 중형 이상의 함정이 포착된다.
숨을 죽이며 관찰하는 건남. 덩달아 긴장한 명치대인. 잠시 후 들리는 함정의 묵직한 엔진 소리. 재빠르게 다트핀을 꺼낸 건남은 소형 카메라를 핀에 장착시키고, 하늘로 날린다. 그리고 집중한다.
드론처럼 날아가는 다트핀은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함정으로 유유히 다가간다.
집중.
건남의 코에서 피가 흐른다. 생각보다 먼 곳으로 다트핀을 보내면 생기는 과부하라 해야 하나? 주르륵 흘러내리는 코피를 명치대인이 닦아준다.
" 이 형! 또 흘리네... 아요... "
" 휴~ "
건남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명치대인의 헝겊을 빼앗아 흘러내리는 자신의 코피를 막기 위해, 콧구멍을 틀어막았다.
" 명치대인아 이거 말고 휴지 좀 가져다주라! "
" 알았어. 형! "
명치대인은 3륜 비행정에서 휴지를 꺼내왔다. 양쪽 콧구멍에 화장지를 쑤셔 넣는 건남은 소형 카메라를 선글라스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 이런 이곳에 정박하질 않는데! "
" 그럼? "
" 이 관사 뒤로... 잠깐! 투명 실드였군! "
화면의 영상은 투명 실드가 위장막으로 둔갑해 있었다. 그 둥그런 실드의 천장 부분이 열리며 군사시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리터리색의 막사들이 펼쳐져 있다. 훈련을 받고 있는 군인들도 보인다. 대대 규모의 시설. 방공 화기와 기갑 병기가 카메라에 잡힌다. 자잘한 소형 전투정도.
건남은 생각한다. 왜 이곳이 연결 코드에 찍혔는지 알 수가 없다. 수비군과 재필이 연관되었다는 추측만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았다.
" 설마! 재필의 수하들이 수비군에도... "
' 이야옹~'
그렇다. 재필의 수하들은 수비군에도 존재했다. 알 수 없는 표적의 힘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마들가리 정부가 왜 재필을 잡는 것을 어려워했는지 이 고양이도 알 것도 같다. 재필을 돕는 것은 어쩜 정부일지도 모른다. 정부에 박아놓은 스파이들이그의 존재를 덮어주는 것은 아닐까? 고양이도 이 정도 생각하면 사람들은 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 완존 똑똑한 고양이다.
' 이야옹~ '
건남은 성우에게 교신한다. 간결한 통화음 뒤로 성우가 연락을 받았다.
" 형! 다해가 보내온 메시지 보셨어요? "
" 지금 확인했다. "
" 연구원들 이름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요. "
" 그래. 이미 지시해 놓았어! 너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할 것 같은데? "
" 네! 아시죠? 혹시나 범죄자 목록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
" 걱정하지 말고 일 봐! "
" 네! 형만 믿어요! 그리고 화면 띄울게요. 확인해 보세요! 여기 2구역 어느 수비군의 진지입니다. 특별한 움직임 있으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
" 이런! 수비군이라니? "
" 아마도... 전투 준비하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큽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참! 동광제약 쪽도 확인 부탁드리고요! "
" 알았다. 알았어! 네 위치 계속 켜두고... "
" 네! "
교신이 끝난 건남은 명치대인이를 바라본다. 저 미소는 뭘까? '널 데려오기를 참 잘했어.'하는 의미 같았다.
" 형! 왜 그런표정 짓는 거야? "
" 밤에 침투 준비해! "
" 갑자기? "
" 어! "
" 설마 나 혼자 가라는 건 아니지? "
" 혼자 가야지. "
" 헤헤햇. 형 나 칼빵 맞은 지 별로 안됐는데! "
" 내가 근처까지는 배웅 해줄게! "
" 형... 형... 누나라도 부르자! "
" 그럴 거면 전부 불렀지. "
" 형이나 누나나... 나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람 가텨! 엉엉엉... "
" 너만큼 잘하는 놈이 없거던. "
" 그런 칭찬은... 엉엉엉... "
건남은 명치대인을 토닥인다.
" 형 다트핀은 충분하지? "
" 아니! 아직 택배가 도착하지 않아서... "
" 무시라!! 엉엉엉..."
- 라구나 함정 안 -
역시나 파리에 집착하고 있는 상희와 나를 어루만지는 다해는 그냥 평온해 보인다. 2구역에 있는 남정네들과는 다르게, 그 평온함을 깨우는 경보음.
파리를 잡던 상희도, 날 가지고 놀던 다해도, 라구나를 지키고 있는 사복 경찰들도 상당히 빠르게 자신의 위치로 이동한다.
" 뭐야? 재필이라도 떴나? "
" 언니! 8시 방향에서 뭔가 날아와요. 화면 전송. 완료! 엥... 택배 드론인데요! "
" 너 뭐 시킨 거 있어? "
" 아뇨! "
" 긴장 허자! 뭔지 모르니. "
다해는 무기 스위치 전원을 모두 올린다. 함정의 모든 무기는 날아오는 드론을 조준한다. 라구나를 조종하는 상희는 자동항법 스위치를 끄고 수동 조작한다. 긴장감은 라구나에 흐른다.
점점 가까워지는 드론.
아리의 영상이 스르륵 피어올랐다.
" 택배 드론의 인공지능이 접속을 시도합니다. 수신인 건남의 물건이네요. 물건을 받을까요? "
" 뭐여! 이놈의 건남옵 물건이여! 발신인은? "
" 명택이 보냈습니다. 물건은 건남의 무기라 그러네요. "
" 에잇 괜스레 긴장했네! 하여간 이런 건 미리 이야기해줘야 하는 거아냐! 오기만 해봐라! "
상희는 주먹을 움켜쥔다.
또 다트핀 어마어마하게 들어 있겠군? 내 간식은 언제나 오려나? 드론은 화물품을 열린 엔진실에 놓아두고 일이 바쁜 듯 빠르게 사라진다. 아리도 사라지고...
긴장했던 상희는... 또 고글을 낀다. 그럼 다해는... 얘도 마찬가지다. 나 밥 안챙겨주냐아옹... 아무리 울어 봐야 두 여인네에게는 안 들리나 보다. 그러나 사복경찰님이 내게 다가온다.
잠깐?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시오. 안 그럼 발포함! 내 경고는 이미 씨알도 안 먹힌다. 날 들어 올리는 경찰관 나으리... 이젠 식솔들 말고 경찰도 날 괴롭힌다.
" 하리라고 그랬니? 귀엽네! 우르르 깍꿍! "
놔! 너까지 왜 그래! 놔. 놔. 놓으라고 귀찮다고. 저기 찬장에 있는 간식이라도 꺼내다 놓고 비비던지!
" 우르르 까꿍! "
까꿍이고 깨꿍이고 날 좀 내버려도...
'~ 이야옹~ 냐아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