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6-삼대삼
공중에선 우현이가 또 하나의 전투정을 격침했다. 무시무시하다. 아무리 봐도 원가 뽑긴 글렀다.
지상에서는 명치대인과 성진이 관우와 기사랑 대치 중이다.
수비대를 풍비박산으로 만들어 버린 그들에게 인상을 찌푸린 제럴드는, 고개와 몸뚱이를 돌려 달아나기 바쁘다.
" 개쒜리들... 두고 보자! "
제럴드는 이를 악물고 부서진 관사에서 부대로 도망친다. 그 모습을 바라본 명치대인이 관우, 기사와 싸우며 말한다.
" 성진아! 저놈 잡아! "
그 소리와 동시에 성진은 5 스페이드를 꺼내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다. 그리고 투구동작. 그 유명한 투수, 현찐 류의 투구폼이다.
' 슈슈슛 '
무풍무회.
트럼프 카드는 바람을 타지도, 회전을 하지도 않는다. 그냥 원상태로 직진한다. 물론 빠르다. 허나! 명치대인과 싸우던 관우가 눈치를 채고 날아가는 카드를 향해 언월도의 긴 손잡이 끝을 발등으로 찬다.
그 유명한 스트라이커, 흥밍 손의 발차기다.
무풍직진.
언월도는 바람을 타지 않는다. 그냥 곧게 뻗어 나간다. 카드를 따라 그것 보다 더 빠르게.
' 솨아악. '
언월도의 칼끝이 강철의 트럼프를 반으로 쪼갰다.
성진은 관우를 째리고, 관우는 공중을 날 듯 뛰며 자신의 무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축지법인가? 아무튼 성진이 그런 관우를 상대하기 위해 카드를 자신의 머리위로 던진다.
위로 던진 카드를 이마 부근에서 오른손으로 잡으며, 카드기술인 Cascade를 선보인다. 순간, 53장의 카드가 폭포처럼 한 장 한 장 밑으로 빠르게 내려오며, 첫 장이 무릎쯤 왔을 때, 카드는 연검으로 변했다. 마술도 아니고... 내는 신기할 뿐.
명치대인 vs 기사. 성진 vs 관우. 우현의 buzz 함정 vs 수비대 전투정 요렇게 세 개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꺼번에 이 히리가 설명을 못 하니 하나하나 차례대로 이야기할 거다. 잘 듣기 바란다아옹.
1. 명치대인 vs 기사
관우가 언월도를 되찾을 무렵 기사는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듯 대검을 휘둘렀다. 몸이 돌아간다. 고개도...
하수인가? 저런 공격을 하다니. 명치대인은 이때다 싶어 기사의 목을 노린다. 하지만 기사는 몸이 돌아가는 것을 이용하여 360° 돌아 원위치하며, 일본도를 피하는 동시에 그 원심력을 이용하여 대검으로 명치대인의 머리를 강하게 노린다.
큰 동작의 연계기술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명치대인이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모가지는 땅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명치대인이 그런 기사에게 고개 들어 목 찌르기를 시도한다.
45°로 몸을 비틀이며 기사가 대검으로 일본도를 후려친다.
대충 명치대인의 키가 180cm에 80kg 정도 나간다. 상대방이 2m 정도에 120kg. 피지컬 자체가 다르다. 일본도와 대검이 맞부딪치자 힘의 열세였던 명치대인이 오른쪽으로 자신도모르게 중심을 잃는다. 튕겨 나갔다 해야 할 것이다.
휘청.
연이은 기사의 양손 사선 베기.
역시나 명치대인은 구른다. 중심을 잃었기에 넘어지는 방향으로 구를 수 밖에... 기사는 그런 그에게 묵직하게 무릎을 꿇으며 할복하는 자세로 명치대인을 눌러 찍으려 한다.
그러나 굴렁쇠도 아닌 명치대인은 앞구르기를 하며 또 구른다. 피하면 장땡이다.
땅으로 내려 꼿힌 대검. 50cm 이상 땅으로 들어간 것 같다. 빼내기도 버거워 보이지만 기사의 힘은 그런 걸 무시했다.
가볍게 빠진 대검.
그 타이밍을 이용하여 명치대인은 뒤로 후퇴하며 거리를 벌린다.
뒷걸음질.
눈은 기사를 바라본다.
등 돌린 기사가 검을 땅에서 뽑고는 고개돌려 명치대인을 째려봤다.
" 니미럴. 좀 하는데... "
명치대인의 말에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는 기사.
양손으로 잡은 일본도의 칼끝과 명치대인의 눈. 기사의 대검 끝과 그의 눈이 일직선이 되었다.
긴장감.
명치대인이 좁은 보폭으로 뛴다. 점점 가속을 붙이며... 기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한 발을 크게 내 딛으며 다가오는 명치대인의 머리를 내리치려 한다.
명치대인의 빠른 손놀림.
흡사 검도의 머리제쳐 머리치기 기술을 시도하는것 같았다. 일본도가 기사의 이마까지 파고든다.
그의 머리에서 솟구치는 붉은 피.
맥없이 무릎 꿇은 기사.
기사의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명치대인이 뒤를 보지도 않은 채, 일본도로 기사의 등판을 찌른다.
한 손 뒤 찌르기.
기사의 배를 뚫고 지나는 일본도.
고함을 지르는 명치대인.
" 으아아악! "
인마! 폼. 잡. 지. 마!
' 이야옹~ '
2. 성진과 관우
카드를 연검으로 변형시킨 성진이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선공한다. 성진이 연검을 펜싱의 찌르기처럼 앞으로 쭉 내밀자, 검은 뱀처럼 휘어지며 관우의 울대를 노린다.
출렁거리는 연검.
언월도의 빗겨치기.
빗겨 친 언월도를 감싸는 연검.
성진은 자신감 있게 감겨있는 연검을 자신의 몸쪽으로 당긴다.
빠르게 뽑아낸 연검.
관우의 두 손에서 딸려 나오는 언월도. 연검에 휘감겨 있는 언월도를 성진은 그의 뒤쪽으로 던져 버린다.
의기양양한 성진이 채찍질을 하듯 연검을 휘날린다.
관우의 머리로 향하는 연검을 무심코 바라만 보지 않은 그가 성진의 품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번개가 따로 없다. 매우 빠른 관우가 왼손으로 성진이 내민 손목을 잡아채며 그대로 오른쪽 손바닥을 세우고 성진의 턱을 올려친다.
' 퍽! '
성진의 손은 힘이 풀렸다. 연검을 놓친다. 그와 동시에 손목을 푸는 관우. 백 텀플링을 하듯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붕 떠오르는성진.
관우는 그런 성진의 허리를 왼팔로 감싸고 힘을 준다. 관우의 어마어마한 이두박근이 더 커진다.
성진의 신음성.
" 으으윽! "
이런 저 팔뚝으로 날 저렇게 하면 뼈도 남아나지 않고 으스러졌을 것이다. 힘이 빠지는 성진은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목을 관우는 오른팔로 조른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았던 왼팔은 관우의 오른쪽 팔목에 붙여진다. 오른팔의 힘을 가중하는 역할을 한다. 양팔의 이두박근이 꿈틀거린다. 목이 졸린 성진이 그의 팔을풀어보려 하지만 바윗덩이 같은 관우의 팔은 꼼짝하지 않는다.
백 초크.
10초만 더 조르면 기절 각이다.
무릎을 최대한 들어 올리는 성진. 그대로 관우의 발등을 발뒷꿈치로 찍어버린다. 찍힌 발등을 참아 보는 관우. 그러나 이두박근이 조금 풀어진다.
성진은 팔꿈치로 관우의 안면을 쏘아 올린다.
' 팍! '
인중을 강타하자 관우의 백 초크가 풀린다. 관우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뒷걸음질 친다.
풀려난 성진은 캑캑거리며 관우가 뒷걸음질 친 만큼 앞으로 튕겨 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연검. 성진은 허리를 굽히며 연검을 주워든다. 뒤를 돌아 관우를 향해 펜싱 자세로 성진이 콜록거린다.
" 디질뻔 했네... 콜록, 콜록... "
얼굴에서 손을 내린 관우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져 있는 건 기분 탓인가? 아무튼 우연히 그가 멈춰선 곳에 언월도가 놓여있다. 관우는 언월도를 주워든다. 그리고 고함.
" 으아악! "
그대로 언월도를 창처럼 잡은 채 위아래로 흔들며 전진한다. 얼핏 봐도 힘이 들어간 찌르기 공격이다. 관우는 큰대자의 자세로 왼손에 언월도의 끝부분을 잡고는 던지듯 내민다. 긴 언월도의 칼날이 성진의 배를 향해 다가온다.
대직살귀.
관우의 크고 빠른 동작에 성진은 대직살귀를피하며 앞으로 뛰어오른다.
한 끗의 차이로 피한 성진.
구두 굽을 스치고 지나가는 언월도.
뛰어오른 성진은 연검을 휘저으며 관우의 머리를 노린다.
휘어지는 연검은 독사의 혀처럼 출렁인다.
헉! 출렁이며 다가오는 검을 오른손으로 잡는 관우.
독. 한. 놈. 관우의 오른손을 파고든 연감이 으스러진다. 피가 주먹 사이로 흘러나오는 관우는 아프지도 않은가 보다. 피가 떨어지든 말든, 손이 쓰리든 말든 대직살귀의 언월도를 관우는 대각선으로 크게 휘두른다.
저 큰 장도를 한 손으로 든 것 자체가 참 신기한데 휘두르다니. 육중한 관우의 휘두름.
연검을 관우의 손에서 빼기 위해 검을 트럼프로 성진은 변형시킨다. 7하트가 관우의 손에 박혀 있고 52장의 카드만 성진의 손아귀로 돌아온다.
관우의 공격을 피하며 뒤로 물러선 성진.
손에 박혀있는 7하트를 빼어내는 관우.
이거 원! 절대 무림 고수들의 싸움도 아니고 왜 이리 질질 끄는지... 둘 다 서로를 마주 보며 눈싸움한다. 언제 우현이 상황을 말하려나... 제발 치고박고 싸우든, 지지고 볶든 했으면 싶다. 눈싸움하다 눈물 흐르것다.
지루한 눈싸움을 끝내는 건 관우였다. 언월도의 칼날이 땅에 닿을 듯 말 듯 한 상태로, 양손에 장도를 감아쥐고 관우는 성진에게 뛰어간다. 관우의 커다란 기합이 성진의 귀를 후벼판다.
" 이얍!! "
관우가 달려간 자리엔 칼에서 나온 기로 인해 땅이 갈라지며 모래가 튀긴다. 성진의 목을 향하여 땅에서 튀어오르는 언월도의 칼끝. 성진이 손을 머리에서 허리 쪽으로 돌리자 52장의 카드는 둥그런 원으로 연결되며 방패를 만든다.
' 챙. '
순간, 방패의 중앙에 카드 하나가 빠진다. 공간이 생기고 그 안으로 성진이 스페이드 퀀을 표창 던지듯 던진다. 공중에 떠 있는 강철카드로 만든 방패. 그 방패의 중앙이 열리며 날아가는 퀸 스페이드.
관우가 휘두른 언월도의 손잡이와 칼날 중간을 자르는 퀸 스페이드.
그대로 직진하는 카드.
관우의 목을 베고 지나간다.
방패가 스르륵 카드로 변형되며 땅으로 떨어진다.
목이 잘린 관우의 눈에 입꼬리가 올라간 성진의 오른쪽 입술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3. 우현의 buzz 호와 수비대 전투정
사실 이 전투정들의 싸움은 볼 필요도 없다. 우현의 완승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남아 있는 한 기의 전투정이 무슨 힘이 있겠는 가? 벌써 날아간 전투정이 셋인데.
누차 이야기하지만 buzz 함정의 무기와 스펙은 최상급이다.
모든 무기를 쏘았던 수비대 전투정.
발칸포의 총알까지 다 쏟아부었지만 buzz호의 실드 방어도는 아직도 35% 남아있다. 그것을 확인한 우현. 우현이 성진처럼 오른쪽 입꼬리를 올린다.
" 잘 가라고 친구... "
우현은 발사 버튼을 누른다. 여지없이 실드 전략미사일이 마지막 남은 전투정을 향해 백마가 질주하듯 날아간다.
' 슈우웅~ '
당최 얼마나 번다고 저 비싼 전략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는지 상희 같았음 미사일 버튼을 망가뜨렸을 것이다. 아니다. 사지도 않았지... 그것도 아니다. 살 크랑이 없다. 아무튼 전략 미사일은 순식간에 수비대 전투정을 씹어먹었다.
' 펑!! '
이렇게 세 놈의 상황은 같은 시간대에 일어났다. 만화책이나 웹툰이었음 프레임을 나누어 동시에 그리면 되는 걸 난 같은 시간대를 한꺼번에 말하려니 미쳐버리겠다아옹!
그렇다고 사람처럼 머리 회전이 빠른 것도 아닌 고양이인데... 그나저나... 건남은 아직도 기절해 있다. 이 상황을 건남은 알기나 하는 걸까? 기절 했으니 모르겠지...
제럴드의 수비군을 전멸시킨 명치대인과 성진, 우현. 세 명의 사냥꾼의 이마엔 안도의 땀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명치대인과 성진의 주변엔 수비대 병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신음하는 부상병들도... 승리의 기쁨도 잠시, 명치대인은 무언가 떠오른 듯하다.
" 앗? 제럴드! 니미럴 놓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