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40-취조실 (40/179)



〈 40화 〉40-취조실

- 준의 절벽 안 -



라구나 대원들과 준이 한자리에 모였다. 상희는 뭐가 못마땅한지 씩씩거리고 있을 뿐이다. 나야 다해의 품안에 다소곳이 안겨있다.

" 야! 이년아! 일 처리 이렇게 할 거야? "

" 왜 이년아! 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

다해와 명치대인은 둘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눈알을 왔다 갔다 한다. 나야  얘들하고 똑같지. 티격태격거리는 건남과 상희의 앞으로 준이 다가왔다.

" 당신이 상희인가? "

투덜거리던 입모양이 어느새 다소곳하게 변한다.

" 아! 네... 네! 제가 처음 보는 사이에 좀 거칠었죠? 죄송해요. 너무 급한 나머지. "

얼쿠야! 두 얼굴의 상희가 따로 없다. 다해와 명치대인은 어이없이 건남을 바라만 본다.

" 성우에게 이야기 들어서... 생각했던 거 보다 미인이시네요. 까칠한 성격이라고 하던데. 정말이군요. "

" 미인이라뇨 천만의 말씀을. 호호호... "

입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고 웃는 상희. 미치겠다. 저뇬이 저렇게 우아하게 웃다니... 우아하게 웃던 상희가 뒤돌아 인상을 구기며 혼잣말을 조용히 한다.

" 이런 성우옵 내 성격이 까칠하다고. 두고 보자! "

그럼 그렇지. 그래야 상희지. 얼굴색이 성우를 잡아먹을 기세다. 건남은 그런 상희의 행동에 1도 개의치 않은  다해에게 묻는다.

" 성우형이  다른 연락 코드나 어떻게 하라는 지시 있었니? "

" 아뇽! 없었어요. "

흠! 미치겠다. "

" 삼춘? 그나저나 라구나는 어쩔거에요? 덩그러니 절벽 위에 놓아두고. 걸리지 않을까요? "

명치대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다.

거봐 이럴 때 buzz 함정처럼 고스트화 시키면 참 좋잖아! 누님 안 그러우? "

상희가 명치대인을 잡아먹을 표정으로 째려본다.

" 야! 이년아! 내가 그럴 돈이 있었음 bar 하겠냐? "

" 뭐 그런 것 가지고 목소리 키우고 그러신데. "

" 이것이 며칠 안 봤다고 기어오르네! 살텨 죽어볼텨. "

" 넵! 누님! 반성하겠습니다. "

준은 점잖게 말을 한다.

"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들. 라구나 호와 buzz 호가 올 거라는 걸 성우가 미리 알려줬거든.  정은 절벽 밑에 숨길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

허허... 이양반도 참. 진작 말해주시지. 절벽 안은 좀 더 큰가보다.

" 그럼 부탁드립니다. "

아무튼 투덕거림이 끝나자 준과 명치대인은 라구나 함정을 숨기기 위해 이동한다. 건남과 상희, 다해는 그런 그들을 지켜본다. 사라진 그들을 뒤로하고 소파에 앉은 건남과 상희, 다해는 멍하다. 낯선 곳의 향기가 코를 찌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상희와 라구나 호를 지켜 주던 23구역 경찰관들. 성우가 그런 것도 알려 주었을까? 준과 명치대인이 라구나 호에 들어서자 그들을 맞이하는  사복경찰관들이었다.

"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 "

 알 길이 있나? "

" 급작스럽게 끌려오듯 이곳에 왔는데... "

준과 명치대인이 라구나 호에 들어오기 전 그들의 대화였다.

" 나으리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

명치대인이 명랑하게 그들에게 인사하고 뒤를 이어 준이 말한다.

성우가 말한 경찰관들인가? "

흠... 언제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성우와 준이 이야기했나보다.

" 여기가 어딘가요? "

선임 경찰관이 준에게 물었다.

" 급하긴...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난 성우와 오랜 친구이자 이곳에서 생활하는 준이라고 하네... 성우가 내게 자네들을 잘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어. "

" 반장님과의 연락이 급작스럽게 끊겼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말해 주십시오! "

" 아마도 자네들은 정부에서버림 받을 거라 하더군. "

" 버림이라뇨? 무슨 말입니까? "

" 상부의 명령을 어긴 불순한 경찰이라 하면 될는지 모르겠네... "

준은 가죽점퍼 윗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문다.

" 당신들의 상관인 성우의 말로는 그동안 진행했던, '재필' 사건에 가담했던 23구역 경찰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이야기와 이곳에서 나를 도와 움직이라는 지시가 있었네... "

그의 말에 라구나 안의 사복경찰들은 모두 의아해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경찰들.

"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

" 어떨떨 할 거야 내 말을 믿고 따라주게! "

준의 눈에는 힘이 잔뜩 실렸다. 하기야 사복 경찰들은 뭔 죄인가? 얼떨결에 상희의 행동으로 무심코 이곳에 왔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따르라 한다. 그러나 준의 상황 설명에 사복 경찰들은 모두 수긍한다. 준을 돕기로...

준의 설명은 이랬다. 제럴드 관사 폭파사건 이후 누군지 모를 압력이 경찰서장에게 들어왔고, 경찰서장은 재필관련 사건을 은폐하라 지시했다. 물론 성우에게. 하지만 성우는 반박했고, 지시를 어긴 성우에게명령 위반죄로 그를 감금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성우가 재필을 잡겠다는데. 반대로 잡혔다는 게 참 어이가 없다. 인간 사회는 이런가 보다아옹.

아무튼 성우와 근식은 라구나 식솔들을 도와 제럴드의 수비대를 폭파한 테러범이  수도 있는 상황이라 준이 말했다. 지금 라구나 호에 탑승한 경찰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저희가 232 사냥꾼을 도와 수비대를 폭파했다는 게! "

미칠 것이다. 원하지 않은 누명을 썼다면. 에효~ 광분한 선임자에게 준은 침착하게 말을 전한다.

" 그러니 우선 이곳에 머물면서 해결책을 찾아 보세! "

허공을 바라보는 경찰관 1.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경찰관 2.

고개를 숙이며 절벽이 꺼지도록 한숨 쉬는 경찰관 3.

멍한 눈으로팔짱을 낀 경찰관 4.

지금 라구나 호의 풍경은 이렇다.

재필의 연구소 -



" 어때 결과는? "

" 이제 부터성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

중앙에 재필은 흰색 정장을 입고 서 있다. 그의 오른쪽에는 차트를 들고 있는 다솜이 안경테를 만지작거린다. 재필의 왼쪽에 키가 큰 용이가 붉은 재킷 소매를 쓸어 올리며 말한다.

" 첫 실험용 제스를 제럴드에게 사용하게 하려는 것입니까? "

" 그래. "

덤덤히 대답하는 재필의 정면엔...

이. 럴. 수. 가!!

 눈으로 보기엔 얼추 2~300평 정도의 크기의 공간. 그 공간 안에 커다란 캡슐이 200개 정도 배치되어 있다. 내가 놀란 이유는  캡슐 안에 제스들이 눈을 껌벅거리며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재필의 일당이 제스를 만든 게 사실이란 말인가? 악마들을 뽑아내는 공장이 이곳이란 말인가? 고양이  넘어갈 판이다.

2층 난간에서 투명판 너머로 제스를 재필과 다솜, 용은 바라보고 있다. 캡슐의 높이가 2층 난간 정도라는 건 기존의 제스 보다 두 배가량 크다는 소린데. 재필... 이놈의 자식 대체 왜 이런 괴물을 만들고 있는건지? 미쳤나 보다아옹!

" 보스! 완벽한 제스를 만든 것에 축하드립니다. "

 세월이었지 상희를 만난 시점이었으니. 제스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했던 그년의 힘... "

잠깐! 이건  뭔소리려. 상희의 힘!

그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나 있을까? "

이게 무슨 소린가? 상희가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다는 건가? 분명 파리 잡는 데는 귀신이다.

" 상희는 아직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있을 겁니다. "

다솜은 무표정하게 말한다. 아놔~ 미쳐블. 상희가 이 이야기를 들었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지금 나도 미쳐블이다. 이것들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아무튼 재필은 제스 양성에 성공했다. 이 커다란 연구소에서 수년간 괴물들을 키워왔다는 것이 놀라 울 뿐이다. 마들가리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인지?

ONE이라 불리는  행성 최대의 현상범은 재필처럼 대규모로 제스를 양성하지 않았다. 한 마리씩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ONE이 가내수공업이라면 재필은 현대식 사출 기계를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무래도 ONE과 재필의 현상금 액수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 히리님의 이번 촉은 틀리지 않을 같다.

" 그럼! 상희는 아직도 모르고 있겠지. 내가 왜 10년 전 지한테 다가갔었는지. "

왜?  다가간 건데... 이 자식이 고양이  넘어가는 걸 봐야 직성이 풀리나... 말해라! 말하라고!! 이야옹~

" 아무튼 귀찮은 존재였던 년이 시간 맞춰 내게  찾아와 주었군. 제럴드에게 제스 두 마리만 지원해 주고 상황 살펴봐! "

" 네 알겠습니다. 보스! "

다솜의 조용한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진다.

" 그리고 용아. "

" 네 보스. "

건장한 체구의 용을 바라보며 간결하게 한마디 하는 재필.

"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럴드가 실패하면 바로 죽여버려. 성공하더라도... 알았나! "

" 그러겠습니다. "

" 우리의 제스 완성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게. "

" 네! 보스! "

나. 쁜. 쎄리... 재필이란 놈... 대충 6~7m 되어 보이는 제스들이 재필의 연구소에 잠들어 있다. 역사 속 제스들은 평균 3~4m 정도였는데 2배 크기의 괴물들이 숨을 죽인 채 살아 있다. 이건 뭐~ 어마어마한 중죄 중의 중죄다. 마들가리 행성의 법으로는... 왜 재필이 이럴까? 내가  길이 있냐아옹~

23구역 경찰서 취조실 -

" 저희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

" 왜 그러긴 너흰 상희라는 사냥꾼을 도와 수비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

" 무슨 소리입니까? 이 작전은 상부에 보고하고 진행했습니다. "

" 상부라니? 너흰 임의대로 움직였어! 재필을 잡으라 했지 수비군을 엉망으로 만들라고 했나! "

" 정보 파일은 열어 봤습니까? 수비대 대대장과 재필은 연관이 있다고 몇 번을 이야기합니까! "

누구? 제럴드 중령 말인가? 웃기는 소릴 하고 있군! 이봐 수사반장... 그 정보는 허위로 조작되었다 판명이 났어! 알았냐고! "

성우를 다그치는 사람은 그보다 직급이 높은 감시관이다. 어찌 된 영문 인지 알 길이 없는 성우는 답답하기만 하다.

" 감시관님... 솔직히 말씀해 주시죠! "

" 뭘? "

누가 우릴 가두라 지시했습니까? "

감시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린다.

" 훗... 이봐! 성우... 끝까지 발뺌하려 하나... 솔직해야  사람은 내가 아니고 자네야!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

탁자 위에 턱을 괴고 성우를 노려본 감시관. 무언가 성우는 단단히 꼬인 것 같다.

" 아닙니다. 우린 명백히 보고했고 제럴드와 재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누가 저희의 수사를 방해하는 겁니까? 당신도 혹시 재필의 수하가 아닙니까? "

성우의 목소리가 커진다. 눈빛은 강렬하고... 그런 그를 지켜보던 내사 담당 감시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성우의 멱살을 쥐어 잡는다.

수사관의 커다란 눈.

돋보기 같은 안경 속에 성우의 살아 있는 눈.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성우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수사관에게 몰아치듯 말한다.

" 누구야? 널 사주 한 놈이! 누구! 누구냐고!! "

' 퍽. '

수사관이 성우의 얼굴을 강타한다. 의자와 함께 옆으로 쓰러지는 성우.

" 이 새끼가! 사주라니... 너 이 자식 평생 빵에서 썩고 싶어! "

성우는 조용히 웃는다.

" 흐흐흐... 감시관 양반. 당신 뭔지 모르겠지만 날 너무 얕봤어.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미 재필과 너희 한통속이라는 거... 흐흐흐... 빌어먹을 깡패 새끼! "

와~ 침착한 성우의 성격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이다.

" 이 새끼  되겠네! "

수사관은 양옆에 있던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 이 녀석 끌고 가! 그리고 죽지 않을 만큼만... "

에고~  성우 어떡하지... 겁나 맞는 거 아닐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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