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3화 〉43-알씨카 (43/179)



〈 43화 〉43-알씨카

' 콰광 쾅. 쾅 '

실드탄이 제럴드의 전투함정을 때린다. 건남은 흥분하며 좋아한다.

"좋았어 이대로 끝! "

실드탄이 제럴드의 함정 실드에 적중하며, 보랏빛 실드는 유리가 부서지듯 여러 갈래로 파편이 흩날린다. 그대로 적 함정으로 향하는 공대공 미사일.

어라! 땅에서 뛰고 있던 한 마리의 제스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이건 로켓도 아닌 것이 순식간에 50m를 뛰어오른다. 날아오는 미사일로 돌진하는 제스의 팔이 길게 늘어났다.

잠깐 설명을 했었지만 제스의 팔은 낫처럼 날카롭다. 외형상 양쪽에 긴 낫을 들고 다닌다 할 정도로 낫과 흡사하다. 그런데 늘어나다니, 건남이 말한 것처럼 신종 제스이긴 한가보다. 아무튼  팔이 늘어나며 미사일을 휘감았다.

저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있다.

전진하지 못하는 공대공 미사일은 제스의 팔에 의해 무용지물로 사라진다.

헉! 사라지지 않았다. 제스는 감아 쥔 팔을 공중에서 360° 회전하며 라구나호를 향해 던진다. 모양새가, 원반던지기 선수가 원반을 던지는 것 같았다.

라구나호로 향하는 공대공 미사일.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상황에 라구나 호의 대원들과 다해, 준 그리고 반역죄로 누명  경찰관들의 눈이 일제히 커다랗게 변한다.

" 뭐여? 저것은... "

명치대인의 황당한 표정.

" 젠장! "

준의 허탈한 표정.

" 어떻게 된거야? 제스가 왜 저랙? "

상희의 어의 상실 모드.

미친! 다해야 엄호해! "

건남이 다해에게 교신하자 빠르게 위장막을 풀며 다해는 바주카포의 방아쇠를 당긴다.

" 알쪄욥! "

무릎을 꿇고 안정된 자세로 바주카포를 쏘는 다해.

펑! '

바주카포의 포탄이 날아오는, 라구나 호로 되돌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날아간다.

요격용 포탄.

빠른 물체를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탄이었다. 미사일이 라구나 전방 100m까지 다가오자 다해의 요격 포탄은 그것을 격추한다. 굉음이 광활한 사막에 울려 퍼진다.

" 다해야 이동해!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

" 알았어요. 삼춘! "

재빠르게 장비를 철수하고 다해는 자신의 이동수단에 몸을 싣는다.

' 부아아앙. '

최대 출력으로 클러치를 당긴 다해. 태양의 빛이 그녀의 모습을 감춘다. 순간, 그녀가 자리 잡았던 절벽으로 날아온 제럴드의 미사일.

콰광 쾅! '

절벽녀가 머물던 이름 없는 절벽이 산산이 부서졌다.

휴~ 죽을 뻔했네. 이대로 울 승규 얼굴도  보고 저 세상으로   없지. "

당황하지 않은 다해는 무작정 도망친다.

그 모습을 제럴드가 확인한 걸까? 제럴드의 중급 함정에서 소형함정 4기가 빠져나왔다.

" 제기랄! "

지켜보던 건남의 표정은 난감 그 자체다. 난데없이 고도화된 제스의 등장과 한 방에 보내야 했던 적의 함정이 유유히 자신에게 다가오며 무기를 쏘고 있기에...

누구든 당황했을 것이다아옹~

작전에 실패한 건남은 재빠르게 용선에게 교신한다.

" 형! 제스 한 마리 맡아 주셔야겠어요! "

" 뭐야! 연락한 지  분이나 지났다고 헬프 요청이야! 니가 그럼 그렇지! "

" 에잇!  그냥 도와주면 안돼요! 이왕 도와줄 거! "

 기냥 돌아간다. 너희 죽든 말든. "

어휴~  형을  왜 부른건지 우측에 보이는 제스 처리하실  있겠죠? "

" 엥! 우측이라니  게임 하고 있어서 화면 안 보고 있었어. "

뭐냐? 이. 녀. 석. 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고양이 수영하는 소릴 하고 있다니. 건남아! 제 왜 데리고 온거냐아옹~

" 준이형! 소형함정 잡아 주세요! "

"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소형 전투정 좀 몇 대 준비해 둘걸.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군. "

이쯤 되면 의문점이 들것이다. 분명 제럴드의 실드가 준에 의해 파괴되었는데 라구나 호에서 어떠한 무기를 써서라도 격추하면 되지 않겠나?

사실 건남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라구나 정면에 위치한 2문의 발칸포는 빛을 번쩍거리며 탄알을 쏟아부었다.

' 드르륵... 드르륵... '

사막에 떨어지는 탄피 비는 모래에 파묻힌다.

그럼 제럴드의 함정에 라구나 발칸포의 위력이 먹힐까? 아니다. 실드 보다 더한 방패막이 바로 제스였다. 제럴드의 함정 앞에 떡하니 몸을 날리며 발칸포의 탄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제스.

정말 무서운 괴물을 재필이 탄생시켰나 보다. 미사일을 쏘면 되돌려 보내지를 않나, 수많은 총알을 맞아도 괴성은커녕 신음도 내지 않고 탄알을 튕겨 낸다. 당최 뭐로 만들어졌길래.

건남은또다시 동상이 되어 얼어붙었다. 이제 로댕 아저씨가 건남을 조각했다 해도 누구든 믿을 것 같다. 라구나 함정과 제럴드의 함정은 어느새 상당히 가까워졌다.

공중전.

 함정의 공중전은 사막의 열기보다 뜨겁다.

' 드르륵 '거리는 발칸포의 거침없는 소리가  함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라구나 실드에 부딪히는 수비대 함정의 발칸포.

수비대 함정을 보호하는, 제스에 의해서 튕겨 나가는 라구나의 발칸포.

굉음과 함께 날아가는, 열린 포문의 '펑. 펑.' 소리.

미사일 버튼을 건남은 누른다.

' 슈우웅~ '

그러나 또 한 마리의 제스는 무용지물이 아니었다. 뛰어오른, 아니 솟아오른 제스는 미사일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 퍼 벙 펑펑. '

미사일을 맞은 제스의 주변. 폭발의 잔해로 인해 뿌연 먼지들이 가득하다. 스르륵 사라지는 먼지들 사이로  눈이 충혈된 제스가 섬뜩하게 라구나 호를 째려본다.

이런 너무 무섭다아옹~ 어디서 저런 괴수를 만들었냐아옹...

" 이런 안 되겠어! "

동상이었던 건남의 첫 말이었다.

" 용선형 출발 한거야? "

그래 지금 미사일 맞은 녀석 잡아 달라는 거지? "

넵! "

" 알았어! "

용선은 절벽 아래에 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을 등지고 커다란 선인장과 함께 선글라스로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가만 살펴보면 꼭 휴가를 나온 사람처럼 옷을 입고 있다.

힙합 모자.

야자수가 그려진 펄럭이는 반바지.

반소매 티셔츠에 새겨진 수영복 입은 모델.

고급진 썬 베드가 그의 옆에 놓여있었다.

이거  저기에 모히토 하나 들고 있으면 여름 휴양지에 온 것 같은 필이 더 느껴질 텐데. 잠깐! 그러고 보니 무선 조종기가 그의 손에 들려있다. 꼭 RC카의 조종기처럼 생겼다.

엥! 자세히 보니 RC카의 무선 조종기가 맞다. 용선이란 사람 진짜 휴가 온거냐아옹~

용선은 두 손을 이용하여 RC카를 조종한다. 1m 크기의 RC카가 모래위를 질주한다. 자동차 오프로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조그만 차량으로  제스를 잡을 수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사일도 몸뚱이로 막아내는 제스를 말이다.

아무튼 공중전이 한창인 곳으로 달려가는 RC카. 용선의 재빠른 손놀림이 제법 다루어 본 솜씨다. RC카가 전투중인 곳 아래에 멈춰 섰다. 무선 조종기 오른쪽에 있는 붉은 버튼을 용선이 '씩' 웃으며 누른다. RC카 양옆에서 피뢰침같이 생긴 막대가 제스를 조준한다. 그리고 레이저빔이 발사되었다.

' 츄중.. '

허~ 돈  썼네! 저 무기 비싸다. 용선이나 buzz함정은 정말 원가 뽑을 수 있으려나? 아무튼 길게 뻗어 나가는 레이저빔은 순식간에 신종 제스의 몸통을 뚫고 지나갔다.

" 꾸어억! "

미사일을 맞아도 끄떡없던 괴수가 신음성을 토해낸다. 제스는 꿈틀거리며 아픔을 토하는 것인지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모랫바닥으로 급강하하며 떨어진 제스!

' 퍽! '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재필이 제스에 투자한 것이 아깝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발상은 어김없이 틀린다.

떨어진 제스는 내 생각을무시한 듯 흐느적거리며 몸을 추스른다.

쿠아아악! '

고개 들어 하늘을 45° 각도로 치켜세우며, 두 팔을 벌린 채 제스는 고성을 지른다. 라구나 식솔들을 씹어먹을 듯한 기세다. 무섭다아옹~ 내는 잡아먹지 말그래이 한 접시도 안 나온데이...

용선은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가소로운 듯 웃는다.

" 훗! 그래봤자 짐승일 뿐이야! "

저 여유로운 대사는 뭐지.

용선은 또다시 무선조종기를 빠르게 컨트롤 한다. 그의 손끝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RC카는 고성을 지르는 제스에게로 달려간다. 돌아가는 바퀴에서 모래 먼지가 피어오른다. 그것에 반응하는 제스.

RC카를 향해 고갤 돌리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 아마 제스가 사람이었다면 가소로이 썩은 웃음을 날렸을 텐데, 이놈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크든 작든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체는 다 적으로 간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조그만 물체를 동공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제스.

그 제스를 향해 돌진하는 RC카.

 물체가 맞붙인 친다.

날아온 RC카를 향해 휘어진 팔을,  갈린 낫을 대각으로 휘두르는 제스.

그런 제스의 공격을 점프하며 몸통으로 스며들듯 전진하는 RC카.

미니 자동차 범퍼가 순식간에 달구어지며 마그마의 열기보다 더 뜨거워진다. 주변의 모래들이 다이아몬드로 바뀌는 현상을 볼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를피어오르게 한다.

교차.

제스의 공격을 피하며 RC카는 괴수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자동차의 크기만큼 배가 뚫린 제스는 정체모를 괴성을 쏟아낸다.

' 쿠오옥... 우웨웩... '

모랫바닥에 사뿐히 착지하는 RC카 뒤로 허우적거리는 제스를 멀리서 지켜보는 용선.

" 휴~ 이거 원.  마리 더 있으면 힘들겠는걸. "

그래도 잡은 게 어디냐아옹~

같은 시각 제럴드의 함정 안, 고함치는 제럴드가 흥분하고 있었다.

" 뭐야? 제스가 한 마리 죽었다고! "

재필이 건네 준, 제스가 쓰러지는 장면을 고스란히 상황실에 앉아 그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어서 저 조그만 장난감 조종자를 추적해! 병신같이 장난감에 제스가 쓰러지는  말이 돼! 당장 추적해!! "

그렇게 열 내지 말게 그러다 혈압으로 쓰러진다아옹~

아무튼 이거 재필이 알면 기가 차서 말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럴드의 병사들은 그의 성난 목소리에 일사천리 움직일 뿐이다.

소령님! 1km 전방에서 컨트롤 하는 것 같습니다. "

상황판 화면을 주시하던 제럴드가 무기병에게 지시한다.

" 뭐해! 날려버려! "

용선의 위치가 노출되었다. 무기병의 화면에 잡힌 좌표가 붉게 물 들어간다. 무기병의 손가락은 버튼을 누른다. 함정에서 나온 공지대 미사일은 휴가 나온 용선에게로 향한다. 일말의 오차도 없이.

설마 마지막 휴가가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아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