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45-패밀리
2. 다해와 수비군 전투정.
다해는 클러치를 최대한 당긴다. 제럴드가 선사한 미사일에 산산이 부서진 절벽은 이제 미련이 없는 듯 빠르게 도망친다.
준과 경찰관들이 있는 아지트에서 점점 멀어지는 다해. 2륜 소형정 뒤에는 제럴드가 보낸 수비군 전투정이 뒤따른다. 성능 면에서 질 수밖에 없는 다해의 2륜 비행정.
울 집사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아옹~ 자신에게로 빠르게 다가오는 전투정을 사이드미러로 확인한 다해는 생각한다.
' 이런! 이러다 승규 얼굴도 못 보고 저 세상 가게 생겼네. 히힝...'
한참을 달리자 어느덧 전투정은 그녀의 뒤에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그때! 다해의 귀에 들리는 미사일의 포문 소리.
' 슈우웅~ '
전투정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다해의 소형정으로 매섭게 날아온다. 다해는 실드 버튼을 누르고 동시에 직 하강한다. 미사일 소리가 펄럭이는 그녀의 생머리에 감춰진 귓속을 파고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미사일을 피한 다해. 추락하듯 직 하강한 다해는 다시 정주행하며 클러치를 당긴다.
' 후~ 이것들 안 되겠네! '
100m 거리도 안 되어 보이는 좁은 간격. 고속도로 안전거리 확보하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간격으로 추격하는 전투정에선 또다시 미사일을 날린다.
순간, 그 몇 초도 안 되는 그 순간...
다해는 자동비행 모드로 자신의 비행정을 몰며 재빠르게 움직인다. 뒤돌아 앉으며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바주카포를 어깨에 올리고 가늠자에 눈을 가져간다.
그리고 격발.
'펑'
소리와 함께 그녀가 살짝 반동을 느끼며 고개가 들리고 바주카포의 포탄은 미사일을 향해 날아간다.
' 콰광쾅쾅! '
미사일과 포탄의 연막을 뚫고 전투정이 나오자, 소형 비행정의 다해가 조종수의 동공에 비친다. 기마자세로 씽긋 웃으며 방아쇠를 당기는 다해의 모습이...
바주카포의 가늠자에 '실드탄'이란 글자가 빨간 글씨로 새겨진다.
' 펑! '
연이어 방아쇠를 당기는 다해.
가늠자에 '미사일'이란 글자가 붉게 새겨진다.
' 피이융~ '
실드탄이 초격에 전투정의 실드를 부수고 연이어 미사일은 전투정의 조종석을 강타한다. 어딘지 모를 사막 한가운데에서 공중폭파 당하는 수비군 전투정은 가루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바주카포에서 알리는 센서음.
" 포탄이 1발 남았습니다. 포탄을 장착하세요! "
다해는 몸을 돌리며 한숨을 쉰다.
" 에효... 이 상황에서 포탄을 장착하라고... "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전투정을 뚫고 다른 한 기의 전투정이 다해의 소형정으로 다가온다.
발칸포를 쏘아대며...
' 드르륵 드르륵... '
후면 실드에 무수히 많은 총알이 그녀를 때리고 있다.
울 집사 얼렁 도망치라아옹~ 실드에 꽂히는 발칸포의 소리가 요란하다. 태양 빛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해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 히힝... 어떠케! "
그러나, 다해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매우 빠른 소행정이 어느 순간 수비군 전투정 뒤에 다가왔다. 그 모습을 사이드 미러로 지켜보는 다해는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얼굴의 반 이상이 눈이다.
" 승규? 제가 어떻게 알고 여기에! "
그렇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아온 그녀의 왕자이자, 자기이자, 여봉이자, 남푠이자, 내 허락 없이 내 아빠로 둔갑한 승규였다.
당최 이 녀석은 또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지 내 알 길이 없다. 백마 탄 왕자이니 달려왔겠지? 백마 대신 요새 마들가리 행성에서 최고 빠른 비행정을 타고...
아무튼 승규는 어느덧 수비군 전투정을 따돌리며 다해에게로 직진한다. 역시 최신식 스포츠세단 비행정이라 매우 빠르다. 얼빠진 표정으로 승규의 스포츠 비행정을 바라보는 수비군 조종사.
그 조종사를 바라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승규.
그러다 조신한 다해에게 혼난다아옹~ 전투정을 지나간 승규는 다해의 2륜 소형정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버튼을 누른다. 무슨 버튼이냐면 '결속' 버튼이다.
비행정과 비행정을 연결하는 버튼이라고 보면 된다. 그 결속 버튼을 누르자 승규의 비행정 밑바닥에서 집게발처럼 생긴 연결 고리가 쭉 내려온다.
그리고 다해의 비행정 날개 부분에 연결된다.
" 울 자기! 이렇게 멋지게 날 데리러 오다니... 흑흑흑... "
역시 지 눈에 안경이다. 다해의 눈에 비가 쏟아질 듯 눈물이 글썽인다.
아~오! 징글징글한 뇬 같으니라고. 그만 승규 승규 그래라아옹! 아무튼, 그렇게 연결이 되자 승규는 최대한 클러치를 밟는다. 수비군 전투정과 급격히 벌어지는 간격. 얼빠진 수비군 조종수는 승규를 따라가려 하지만 속도는 세 배 이상 빠르다.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도 잊어버린 당황함에 어느덧 승규의 비행정은 수비군 조종수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났다.
용선도 째고 다해도 무사히 짼다. 이젠 짼다 패밀리라 부르리...
' 이야옹~ '
3. 상희와 제럴드.
중형 전투정이 폭파하는 순간 제럴드와 그의 부하들은 낙하산을 펼치고 사막으로 착지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그들은 낙하산 줄을 군용나이프로 끊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유유히 상희의 비행정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시커먼 군인들.
무려 건장한 남정네들이 제럴드 포함 7명이다.
세븐.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위장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수비군 마크가 뚜렷하게 보이는 군복을 입은 그들은 위험을 모르는 듯 상희의 비행정을 맞이한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온 상희는 자신의 비행정을 자동 비행 모드로 맞추고 5~6m의 높이에서 뛰어내린다.
낙하 그리고 착지.
터미네이터가 등장할 때의 웅장함과는 다르게 사뿐히 발을 사막 모래에 떨군다. 곧바로 상희는 힙쌕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낸다. 왼손엔 바리깡, 오른손에는 단도를 쥔 그녀. 숙였던 고개를 들며 제럴드를 바라본다.
찰랑거릴 머리카락도 없는 단발머리를 나부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제럴드의 가소로운 표정에 썩은 미소가 그려진다.
" 네년이 232라는 사냥꾼인가? "
" 네년이라니~ 거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그럼 네놈이 제럴드인가 재수싸가지인가 하는 놈이냐? "
" 허허. 맹랑한 년이군! "
" 이 아저씨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
" 이쁘장하게 생겨 가지고 말하는 꼬락서니하고는... 아가씨 여기 있지 말고 우리랑 뒹구는 건 어때? 어 값은 치를 테니. 흐흐흐... "
제럴드와 세븐은 비릿하게 구린 웃음을 지으며 상희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저 제럴드의 도발이 가져온 처참함을...
제럴드의 도발성 멘트에 상희가 크게 소리친다.
" 야! 나 232이야!! "
바리깡의 스위치를 누르며 힘껏 던진 단도가 제럴드를 향해 뻗어 나간다.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온 단도의 칼날을 피해 뒤로 점프하며 공중제비를 선사한 제럴드. 누가 공중제비의 달인 아니랄 까봐.
그러는 사이 뛰어나가는 상희.
잠깐 상희의 단도를 설명하겠다. 단도의 모습은 커다란 가위의 반쪽처럼 생겼다. 부메랑처럼 휘어진 게 특징이다. 안쪽이 날카로운 부분이다. 그 날카로운 단도가 제럴드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 바리깡 스위치를 올리자 핑크빛 방패가 둥그렇게 펼쳐졌다.
그 상태로 상희는 제럴드에게 돌진 중이다. 그 모습에 제럴드의 부하들은 공격 자세를 잡는다. 세븐1이 총구를 겨눌 찰나에 상희의 오른쪽 주먹이 그의 얼굴에 착 달라붙는다.
' 퍽 '
일그러진 세븐1의 안면. 연이어 상희의 돌개차기가 세븐2의 얼굴에 착 달라붙는다.
' 퍽! '
연이은 상희의 돌개차기.
세븐3의 턱주가리에 착 달라붙는다.
' 퍽! '
순식간에 군인 세 명을 눕혔다. 그리고 돌개차기는 사막의 모래를 훑으며 세븐4의 장딴지를 가격한다.
일명.
아. 사. 바. 리.
' 퍽 '
세븐4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고꾸라진다.
쉴새 없는 연계 기술.
세븐5의 울대를 손날로 세차게 후려친다.
' 컥! '
세븐5가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상희는 270° 회전하며 팔꿈치로, 엘보를 세븐6의 안면에 선사한다.
' 퍽! '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듯 감싸며 세븐6이 모래에 무릎을 꿇을 무렵 상희는 마지막 보스인 세븐7
즉, 제럴드의 멱살을 붙잡는다. 순식간에 멱살을 부여잡은 상희는 얼굴을 들이대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제럴드를 노려본다.
분노에 이글거리는 상희의 눈이 제럴드의 동공에 크게 비춘다.
사막에 한 줌의 바람이 휑하며 지나간다.
정적.
곧이어 상희의 외침.
" 니가 우릴 건드린 제럴드냐! "
힘으로 멱살을 풀어내며 제럴드가 뒷걸음질 친다.
" 헉... 헉...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
순식간에 여섯의 건장한 남정네를 쓰러트린 일격에 제럴드가 긴장한다. 공중제비도 선사하지 못하고...
" 네깟 년이 우리 보스를 잡겠다고 설치고 다녔는데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니야. 큭큭큭. "
제럴드의 말에 상희가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든다.
" 설친다. 설친다... 이봐 재수 없는 새끼. "
제럴드에게 한 걸음 다가온상희.
" 난 너희 같은 족속에 미련 없거든. 그냥 갈가리 찢겨간 내 과거에 대한 보답을 받으려는 거니. "
" 미친년! "
" 그래! 난 미친 232다. "
그래그래 넌 미친 232다.
절대두목.
재필의 목숨을 파리 잡 듯 잡아버리고 싶은 정신 나간 사냥꾼이다옹. 상희의 방패로 바뀐 바리깡이 제럴드의 인중으로 날아든다. 공중제비의 달인 제럴드 그가 피하려 백 텀블링을 시도하려 하지만, 바리깡과 함께 올렸던 그녀의 오른쪽 발은 제럴드의 거시기에 거시기하게 박힌다.
' 퍽! '
낭심의 얼얼함이 제럴드의 안면에 제대로 자리잡힌다.
일그러진 얼굴 근육.
숨도 못 쉴 고통.
두 손으로 움켜쥔 그의 중심.
제럴드는 엉덩이도 두드려 줄 사람없이, 부하도 없이, 친구도 없이, 가족도 없이 머리를 모래에 파묻은 채 신음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상희는 눈높이를 맞추며 쭈구려 앉는다.
" 이봐! 재수깽이. 재필이 있는 곳 불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알았어! "
상희가 신음하고 있는 제럴드의 머리를 잡고 사막에 처박는다.
' 퍽! '
모래가 사방에 흩어진다. 힙쌕에서 가느다란 담배를 꺼내어 상희가 입에 물자, 그 뒤에 라구나호가 서서히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