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46-따돌림 (47/179)



〈 47화 〉46-따돌림

- 라구나 안 -


라구나로 돌아온 상희.

쓰러졌던 세븐은 여섯 명 모두, 그저 자신들의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라구나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중 한 명이 어딘가 보고하듯 말한다.

" 작전은 시... 실패했습니다. "

그런걸 상희는 알기나 할까? 그녀는 제럴드를 자신의 라구나호 감방에 포박한 상태로 집어넣는다. 그와 동시에 계단을 내려오는 건남과 명치대인.

" 오~ 이게 뉘신가 제럴드 아녀! 흐흐흐. "

명치대인은 빠르게 계단에서 내려오고 건남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간다.

상희야.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면 어떡하냐? 너 다치면 우리 누가 지휘하라고. "

건남의 핀잔에 상희는 제럴드를 철창에 가둔 뒤, 자물쇠를 채우고 뒤돌아 건남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 건남옵. 고주망태 아저씨가 하면 되지 뭐. 언제는 내가 했나? "

새침한 미소를 띠며 그녀가 말을 이은다.

무튼요. 잡았잖아. 잡았으니까 잡아먹든, 삶아 먹든 알아낼 거 있으면 알아내시죠. "

" 그러죠. 코 파게 아줌마. "

건남은 투덜대며 제럴드에게 향한다. 이미 제럴드를 쭈그려 앉아 관찰하는 명치대인.  옆에 선 건남.

" 당신이 우리를 죽이려 했던 제럴드인가? "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건남을 제럴드가 무릎을 꿇은 채 올려본다. 제럴드는 일어서고 싶어도, 상희가 그를 포박한 형태는 무릎을 꿇린 자세로 밧줄을 묶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제럴드의 올려보는 눈매가 당황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이었다.

그럼 당연한 거 아닌가 포박하기 전 시끄럽게 굴었던 제럴드의 입에는 제갈도 물려있는데... 제럴드는 답답한지 계속해서 '음읍'거린다.

 참  정신  봐 재갈 물려놓고 말하라고 그러네. "

건남은 제럴드에게, 자신에게 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형. 그냥 제가 손  볼까요? 맺힌 것도 있고! "

손가락마디 마디를 으드득거린 명치대인이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린다.

그냥 무시한 채 철장 안 제럴드의 재갈을 풀어주는 건남. 재갈을 풀자 떠들어대는 제럴드. 건남은 쭈그리고 앉아 재럴드와 눈높이를 맞춘다.

" 훗 그래! 재필이란 작자를 너무 신임하는 거 아냐? 그냥 그 자식 있는 곳만 말하면 되는데. "

제럴드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너희 같은 풋내기 자식들이 넘볼 그런 인물은 아니지. 너희가 찾지 않아도 곧 이곳을 박살 내러 올 테니 내가 굳이 말할 필요 있을까? "

" 그렇게 된다면냐 우리도 좋지! 근데 제럴드. 그 작자가 과연 제 발로 이곳에 올까? 다른 놈을 보내겠지.  그래? "

" 보스가 오든 그의 수하가 오든 내 알 바 아니고 어차피 너흰 너무  바위를 건드렸어! 죽을 날만 기다리면 될 거야! 으하하... "

제럴드가 미친 듯이 웃었다. 그 모습을 아무 말없이 바라보던 상희가 천천히 철장으로 다가간다. 자물쇠를 열었다. 그리고 들어간다.

음침한 기분이 왜 드는 걸까? 다크한 눈으로 제럴드를 노려보는 상희. 제럴드가 분위기를 모르나 보다. 지껄인다.

" 뭐야! 이년은... 그렇게 분위기 잡는다고 내가 겁먹을 것 같아! "

" 말  하셨습니까? "

싸늘한 어투다.

" 미친년! 좋게 말할 때 이거 풀어! 그럼 좋게 넘어가 줄 테니! "

" 어휴 제럴드  녀석. 눈 뜨고는  보겠다. "

명치대인이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가리는 시늉을 하자, 상희가 제럴드의 머리끄댕이를 움켜잡는다. 그리고... ' '소리가 라구나 엔진실에 울린다.

' 짝짝 '

윽윽 '

짝짝짝 '

' 윽윽윽 '

신들린 듯, 상희의 손바닥이 제럴드의 볼에 사정없이 내려꽂힌다. 귓방망이 춤이 여기서 유래 되었다는 전설이 생겨날 필이다.

" 아저씨. 또 말해 보시죠! "

볼이 탱탱하게 부어오른 제럴드가 오기를 부리려 한다.

" 니들이... "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희의 손바닥은 제럴드의 볼때기를 후려친다.

라구나 엔진실에 정적이 깔린다. 매우 조용한 라구나.잠깐의 조용함은 상희의 고함과 함께 끝났다.

" 야! 야 이새끼야! 재필이 어딨냐고!! "

' 퍽! '

탱탱해진 제럴드의 볼을 공차 듯 차버리는 상희.

' 커억! '

" 어휴~ 그러게 그냥 불지... 쯧쯧쯧..."

제럴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명치대인이 바라보고 있다.

사정없이 찍어 치고, 눌러 치고, 얼굴, 몸통, 다리, 팔, 무릎. 구석구석 걷어차는 상희. 제럴드를 말이다. 나도 걱정 된다아옹~

적이지만, 왠지 안쓰럽다아옹...

건남이 그런 상희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린다.

상희야! 그만! 그만해! "

" 놔! 이 새끼 가만 놔두지 않겠어! "

상희의 팔다리가 허공에서 춤을 춘다.

누님. 누님. 그만하셔도 될 것 같아요! "

명치대인이 쓰러진 제럴드를 살핀다. 그리고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이놈! 갔어! "

" 가긴 어디를 가? 이년아! "

기절했다고요. "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 지 상희는 씩씩거린다.

어휴~ 상희야! 이놈 기절시키면 재필이를 어떻게 찾냐?"

칫!  더 있어 깨어나면 또 족쳐야지. "

잔인한뇬이다.

상희는. 씩씩거리며 기절한 제럴드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후려친다.

' 퍽. '

신음도 없는 제럴드. 분이 풀리지 않은 상희는 씩씩거리고 있다.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건남.

그 옆에 쭈그려 앉아 쓰러진 제럴드를 살피는 명치대인. 세 명의 라구나 식솔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함정 안에 아리의 음성이 들린다.

" 비행정이 접근합니다. 2기입니다. 다해와 승규네요. 출입문을 개방합니다. "

승규의 스포츠 비행정에 묶여, 라구나로 돌아온 다해의 소형비행정이 차례로 함정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맞이하는 건남.

"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찾아왔어? "

별거 있겠어! 둘이 서로 묶어놓은 교신기가 있겠지. 쟤네 둘은 그러고도 남을 연인이니. "

상희도 제럴드에게 복받쳤던 감정을 추스르며 둘을 맞이한다.

어서 와.  길 오느라 수고했어! "

" 네. 누님. 여기 올 동안 방송 매체에서 라구나 이야기만 계속 듣고 왔어요. 걱정이 돼서 직장 휴가까지 내면서... "

" 승규씨 우리가 걱정된 거야? 다해가 걱정 된 거야? "

쭈그려 있다가 몸을 일으키며 명치대인이 약 올리듯 말하자 민망한 승규는 머뭇거린다.

" 그... 그야 당연히 다 걱정... "

승규의 말을 자른 다해.

후배.  자기에게 심술부리면 국물도 없어! "

" 국물은 개뿔! 가만히 있어도 까부는 게. "

" 어쭈구리. 잠깐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다. "

" 아효~ 이젠 승규 있다고 그냥 서슴없이  막 한다. "

그래 어쩔래! "

" 톰과 제리 쉿! "

상희가 둘의 투닥거리림을 말리자 다해와 명치대인은 무음으로 입만나불거리며 인상을 쓴다.

그만 좀 싸워라 니들은... 고양이도 가만히있건만, 쯧쯧 정신 사나운 족속들이다. 아무래도 승규는 자동 위치 추적기능을 다해와 묶어 놓았나 보다 그러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쉽게 찾을 수가 있었겠지...

" 다해야 전투정은 어떻게 됐어? "

" 승규가 따돌렸어요. "

다해의 말에 곁들이는 승규.

" 제가 멀리 도망가자 쫓아오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라구나 호로 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없네요! 도망쳤나... "

" 도망쳤나 보네! 제럴드도 우리에게 잡혔겠다. 목숨 부지하려면 안 그래 건남옵? "

그래! 도망가더라... 그래서... "

건남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아리의 음성이 들려온다.

잠시 후 절벽 위에 착륙합니다. 모두 진동에 대비하세요. 착륙 후 자동항법은 수동으로 전환됩니다. "

" 에잇 이눔의 아리 별걸  이야기하는 고만 저년을 버리든가 해야지. "

" 저년이라뇨. 주인님 저속한 표현을 쓰지 말아 주세요. 저년보다는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

뭐?  야 이년아! "

그랬다. 상희는 인공지능도 훈계하는 그런 인물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라구나 식솔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그들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뒤늦게 건남이 알아 차렸는지 놀라듯 말한다.

" 참! 용선형! "

그들이 모두 모여 준의 아지트에 도착할 때까지 용선은 뛰고 있었다. 그를 끈질기게 쫓아오는 제스로 부터 말이다. 사막을 얼마나 뛰었을까? 용선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지만 입은 살아있었다.

" 이런 호로새끼! 끝까지 쫓아오는 군! 건남 이자식 날 왜 부른 거야! 거참 도와주러 오지도 않고... 가만두지 않겠어... 으휴~"

그렇게 말하는 용선의 뒤로 발자국이 하나 둘 늘어가고, 그를 뒤쫓는 제스는  팔을 모터 삼아 지친 기색도 없이 달린다. 그런 용선에게 건남의 교신.

" 형. 지금 살아계신 거예요? "

" 거참! 썅... 내 뒤에 호로새끼 하나 쫓아오는데…. 니들은  생각도  하냐! "

" 아~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

" 깜빡? 그래.  목숨 아니라고 쉽게 말한다. 깜빡할 게 있지…. 그걸 말이라고 해! 여기서 저놈 따돌리면 내 너부터 족친다. "

" 에이 무섭게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요! 명치대인 보냈어요. "

" 와~ 환장하겠네... 끝나고 보자! "

" 아무튼 조금만 참으세요! "

" 끊어! 도망가기 바빠! "

" 넵 형님! 조심하세요. "

" 넌 죽을 준비하고나 있어! 칫! "

교신이 끝나자 용선을 쫓는 제스의 뒤로 상희의 4륜 비행정이 보인다. 명치대인이 몰고 나온 4륜 비행정. 명치대인은 조종석 밑에 있는 발칸포 스위치를 누른다.

4륜 비행정 앞 범퍼에서 튀어나오는 발칸포.

운전석 앞 유리창에 조준기가 뛰고 있는 제스를 조준한다. 동그란 형광과 붉은 색의 네모가 교차하자 쉴  없이 총알이 뿜어져 나간다.

' 드르륵드르륵 '

공중에서 쏟아지는 총알이 제스의 온몸을 두드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 팅. 팅. 팅. 팅... '

모두 튕겨 나간 총알. 제스가 멈춘다. 용선이 뛰면서 고개만 돌려 그런 제스를 주시한다. 어마한 양의 총알 세례를 받았지만, 묵묵히 4륜 비행정을 고개 들어 바라보는 제스의 돌출된 눈.

명치대인은 무시한 채 유유히 제스의 머리위를 지나간다. 용선이 뛰고 있는 곳으로...

" 완전 천하무적 제스군. 이런 무기로는 끄떡도 안 하네. "

구시렁거린 명치대인의 눈에 용선이 비추자, 낮게 비행하는 명치대인은 왼쪽 비행정 문을 개방한다. 그리고 뛰고 있는 용선이 자연스레 열린 문으로 뛰어든다. 좌석에 앉자 개방된 문을 닫는 용선.

문을 닫자 높게 오르며 조종하는 명치대인.

그런 둘을 멀리서 바라보는 제스.

제스는 멍하니 도망가는 상희의 4륜 비행정을 쳐다볼 뿐이다. 제스가 체념한 걸까? 아니다. 생각이란 걸 하는 인간이 아니기에 제스는 체념이란 감정도 없다.

제스의 눈에 비추는 장면을 어디선가 보고 있는 사람이 그 괴물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 알겠지만 그가 재필이다.

그의 연구소에서 커다란 브라운관을 쳐다보고 있는 재필.

재필의 왼쪽엔 용이가, 재필의 오른쪽에 다솜이 그 모든 상황을 함께 보고 있었다. 2층 난간에 두 손을 짚고 흥미로운 듯 말이다.

2층 난간 밑에는 여러 사람이 하얀색 가운을 입은 채,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분주하게 움직이거나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 보스 아무래도 제럴드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

난간에서 손을 떼며 재필은 차이나 정장 스타일의 윗주머니에서 커다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문다. 자연스레 그곳에 불을 붙이는 다솜. 개인 비서가 따로 없다.

" 제럴드 그 녀석이 성공할 거로 생각했나? 후. "

 그런  아니지만, 저렇게 터무니없이 무너질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

" 크크큭. 머저리 같은 놈이 그럼 그렇지. 음! 생각보다 상희와 건남이 꽤 하는 군. "

항상 조용했던 다솜이 입을 뗀다.

" 보스. 상희의 위치를 알았으니 제스를 더 보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욕심을 부려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

욕심이라? 후~ "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재필. 희미한 기억이 머릿속에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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