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49-영생자
- 라구나 bar -
제럴드가 죽은 후, 라구나 함정은 준의 절벽에 정박하고 bar로 변신해 있었다. 고심하게 또다시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한 건남은 멍하니 유리잔만 매만진다.
bar를 기준으로 안쪽엔 다해와 명치대인이 휴식용 의자에 앉아 있고, 다해의 앞에 상희가 마주 보고 앉았다.
상희의 오른쪽에 용선이, 왼쪽엔 준이, 그리고 그 뒤 테이블에 사복 경찰들이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대화 중이다. 난 그냥 bar위 귀퉁이에 앉아 그들을 눈으로 훑고 있다.
' 이야옹~ 이야옹~ '
내가 울어 보지만 각자 앞에 놓인 술잔만 쳐다보고 있는 라구나 안의 사람들.
에이. 재미없는 녀석들이다. 난 꼬리를 들어 올리며 슬금슬금 다해에게로 다가간다. 그러는 사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규가 다해의 눈에 보이자, 난 안중에도 없는 듯 그를 바라본다.
" 울 승규 시원해~ 히힛. "
" 자기는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
수줍어하는 승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으니... 그러겠지...
명치대인이 쓰고 있던 게임 고글을 눈에서 떼어내며 하품을 크게 한다.
" 하아암~ 따분하네! 건남형 어찌 그렇게 조용합니까?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거 아녀요? "
상희도 거든다.
" 맞아! 건남옵! 빨리. 안 그럼 벌금 10크랑! "
준이 시원하게 맥주를 마신다.
" 캬~ 이 맛이지 이맛! "
명치대인과 상희의 성화에 생각하던 건남이 조용히 입을 뗀다.
" 흠. 조만간 우현이에게 연락 올 거야 기다려 봐. "
용선이 건남을 째려본다.
" 그래. buzz애들 한테 미행 붙였냐? "
" 그렇죠. 뭐... 고스트의 장점이잖아요. "
" 잘 됐네. 우현이랑 성진이한테 그냥 싹 맡겨. 발견하는 즉시 초토화하라고. "
" 저도 그랬으면 싶네요. 그럴만한 조촐한 곳이라면... "
" 근데 건남아! 저 고양이가 내가 말한 치유술묘니? "
엥 갑자기 왜 날 들먹이는 거냐옹~
" 왜요? "
" 생각보다 능력치가 높아서. "
나에 관해 물어보는데 내 주인은 별 관심 없이 승규랑 꽁냥꽁냥 중이다. 나. 뿐. 뇬. 그래도 내 능력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있어서 기분이 좋긴하다아옹~
" 잘만 활용하면 무적으로 싸울 수도 있겠는걸! "
" 그건 무슨 말이에요? "
" 내 옆에서 치유를 해 주면 내 능력이 향상된다는 이야기야. 아까 같은 제스들이 한 둘이면 어떻게 도망이라도 치겠지만, 다수의 괴물이라면 정말 상대하기 힘들겠지. 치유라는 것이 사실 빠르게 시전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치유하면서 전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 "
날 바라보는 용선이 이어 말한다.
" 요 녀석. 즉시시전 능력이 있어. "
오우~ 누가 술사 사냥꾼 아니랄까 봐!
그래 용선의 말이 맞다. 다해가 나의 주인이긴 하지만 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냥 쓰러진 사람을 데리고 오면 난 고쳐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왜냐? 내가 인간의 말을 할 수는 없잖냐아옹~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아무튼 이렇게 용선이 설명하는데도 다해는 승규와 알콩달콩 중이다.
" 형. 그럼 싸우면서 다친 곳을 치유한다는 거죠? "
" 그렇지. 다만, 나처럼 고유 능력을 받아 주는 사람은한 정적이야... 여기서는... "
쭉 둘러보는 용선.
" 나밖에 없군! "
그래 너밖에 없다.
신묘인 나에게 선택받은 것을 영광인 줄 알아라아옹~
" 알았어요. 형 참고할게요. "
그때, 건남과 상희의 선글라스에 알림음이 울린다.
- 니또라이가
- 전화 받아라~♭♬ 안 받으면 쳐들어간다.~ 쿵짜작 쿵짝~ ♬♪
위에건 상희의 알림음. 밑에는 건남의 알림음이다.
" 누구지? 우현이면 아리를 통해 연락이 올 텐데... "
건남은 빠르게 선글라스를 쓴다. 반면 상희는 귀찮다는 듯 굼벵이 기어가듯 선글라스에 손이 간다. 연결 버튼을 누르자 성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 건남이니?
" 앗! 성우형? "
건남의 말에 라구나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쳐다본다.
" 수사관님? "
" 성우? "
" 성우삼춘이라구욥? "
" 성우형 풀려난 건가? "
" 성우가 누구길래 이렇게 야단들이야? "
경찰관부터 마지막 용선까지 모두 성우의 근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아옹~
" 형이 어떻게? "
굼벵이던 상희도 놀랐는지 허겁지겁 선글라스를 쓴다.
" 성우옵 어떻게 나온 거야? "
- 아니야. 지금 교도소 안에 있어.
" 그런데 어떻게 연락하셨어요? "
- 창기가 소형 교신기를 내게 넘겨줬다.
건남은 선글라스의 교신 번호를 확인한다.
" 아~ 이제 확인했네요. 이건 제가 창기 형에게 드렸던 소형교신기인데 교도소 안에서 창기 형 만난 거예요? "
- 그래... 그보다. 지금 내 상황이 너무나 안 좋구나.
" 아~ 괜시리 형한테 미안해집니다. 일에 협조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
- 아니다. 재필과 한통속인 고위 간부들이 잘 못 된 거지. 사실 비밀리에 나 또한 재필에 대한 조사를 해 왔었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 준을 너희에게 소개 해 준 거고... 준은 잘 지내지?
건남이 맥주를 마시는 준을 보고는...
"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조만간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재필만 잡으면 모든 게 정리될 거예요! "
- 참... 여기 들어오기 전 기록한 파일이 있는데 너희에게 넘기질 못하니... 여하튼 재필이란 놈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어.
" 네? "
- 그놈이 왜 제스양성을 하는 것 같니? 범죄에 악용하려고... 더 큰 범죄를 위해서...
" 성우옵 그러면 무슨 역모라도 꾸민다는 거야? "
- 그래. 그 많은 고위 인사들을 구워삶고 제스 양성으로 군대를 만든다는 계획. 지금의 마들 가리 행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미 아니겠니?
" 옵! 그게 가능해? "
- 조사 결과 그런 추론이 나와.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일로 재필이 그런 행동을 하겠니?
이런 시상에나! 시상에나! 그럼 마들가리 정부와 전쟁을 하겠다는 건데... 재필이 제아무리 무시무시한 조직의 보스라지만, 그게 가능하단 말이냐아옹~ 에헴~
그러고 보면 마들가리 행성에서 제스라는 괴물은 정말 중요한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다. 행성이 생기고 최초의 포식자는 제스였으니. 인간의 지능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제스를 피해 도망치던 인간들이었는데, 문명의 발전과 지식의 발전이 그것을 변화시켰다.
지금 현재 마들가리 행성의 최고 포식자는 인간이다. 역사적으로 그 시기가 바뀐 것은 태초의 원시 인간에서 나온 변이 된 인간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변이된 인간은 4000년을 살았다. 그녀가 마들가리 행성의 태초의 어머니이다.
이름은 윤.
그녀가 죽고나서부터 마들가리 행성력은 다시 쓰였다. 지금 행성력 232년은 그녀 윤이 죽은 지 232년이 되는 해이다.
히리인 내가 급작스럽게 마들가리 역사를 들먹이는 이유는 윤과 제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스의 피로 영생을 이어가던 윤은 4000년을 살면서 문명을 만들어 낸 인류의 창시자 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제스를 이용하여 영생을 얻기에 제스를 양성할 수밖에 없었던 마녀이기도 했다.
영생을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 제스.
이 행성의 역사서인 '아슈텝타레'를 공부한 마들가리행성의 사람들은 기초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어려서부터 배워 왔기에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제스에서 나온 피로 자신의 몸을 유지시키는 윤.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의 피도 필요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스에게 사람의 피를 먹이고 그 피를 먹고 자란 제스의 피를 걸러내어 윤이 마셨다. 젊음과 불멸을 동시에 얻은 윤은 마들가리 행성에서 절대악의 군주였다.
그녀의 목숨을 끊기 위해 많은 지역의 수상들이 힘을 합쳤지만 죽이지 못했다. 헛된 꿈이었다. 헛된 인명의 사상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역사 속의 윤은 마들가리에 그렇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윤은 능력보다 욕심이 적었던 영생자였다. 자신이 연명할 수 있는 사람의 수와 제스의 수만 공급 받는다면 더는 살생을 하진 않았다. 그 인원이 개월당 100명 가량 되었고 1년 24개월 동안 2400명의 사람이 필요할 뿐이었다.
4000년을 살았던 윤.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마들가리 행성력 0년. 그 이후로 마들가리 행성은 하나의 세계로 통합 되었고 제스 섬멸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공룡을 멸종시키는 계획은 계속 발전되었다.
그럼 제스를 이용해 삶을 늘리는 영생자가 또 있지는 않을까? 이 고양이가 알기론 없다. 이야옹~ 어쩌다 보니 역사 이야기를 꺼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왜냐고? 지금 성우가 말하려 하므로 내가 선수 쳤다옹~
- 그 재필이란 녀석은 아마도 윤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제스 양성에 힘을 쏟는 것 같아!
" 옵... 영생이라니? 윤은 또 뭐고? "
모르겠다는 듯 물음표를 머리에 달고 있는 상희의 뒤에 건남이 서 있다.
" 그럼 그 유전자를 가진 자가 살아 있다는 겁니까? 윤의 유전자를...가진 사람이? "
" 윤이 누군데? 미쳐블! "
상희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정말 안 했나 보다. 다 아는 상식을 지만 모르다니... 나도 안다아옹~
- 재필을 조사하다가 다솜이란 인물의 뒤를 캐다 알아낸 사실 중에 하나야... 다솜의 정보 파일을 해킹한 결과 그녀가 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안에는 윤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더군...
" 다솜이... 혹시 영사기에 찍혔던 그 여자인가요? 성우 형? "
- 그래! 맞아... 이 글귀가 생각 나는군. '난 영생의 그녀 윤의 자손을 알고 있다. 비밀리에 감추어 있던 그녀의 후손. 역사는 우릴 기만 하는 것인가?' 대충 이런 글이야!
" 그년이 대체 뭐 하는 년인데 그래? 윤이라는... "
어이없이 상희를 쳐다보는 건남은 그냥 성우와 통화한다.
" 그런 글귀만으로 다솜의 이야기를 믿는 건 아니시겠죠? 역사 시간에 윤의 자손이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있었으면 진작에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
- 그래. 허무맹랑한 추측일 수도 있어 다만, 너가 그 파일을 본다면 내 이야기가 그냥 넘기기에는 힘든 일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거야.
" 불멸자의 후예가 살아있다. 그것을 이용해 재필이 영생을 얻고 윤과 같은 만행을 저지르려 한다는 게 형의 생각인가요? "
- 그래! 맞아! 아마도 윤보다 더한 미치광이 악마가 탄생하는 건지도 모르지...
이야옹~ 급 복잡해진다아옹~ 성우와 건남, 상희의 교신 내용을 궁금해하는 라구나 bar안의 사람들, 그리고 윤의 존재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상희.
공부좀 하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