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52-전초전
- 0구역으로 향하는 라구나 안. -
이야옹~
라구나는 함정으로 변신해 날고 있다. 조종석에서 운전하는 명치대인. 무기 조종석에 앉아 작동 스위치와 모니터를 점검하는 건남. 승규와 함께 상황판 레이더를 확인하는 다해. 그리고 콧구멍을 후벼파며 멍때리는 지휘석의 상희.
상희가 과거, 비련의 여 주인공이라고는 상상히 안가는 포즈로 앉아 지루함을 달래 듯 꼬딱지를 팅긴다. 용선과 준은 둘 다 팔짱을 낀 채 라구나 대원들을 살피고 있다. 따분한 이동이라 그런지 나는 하품을 한다. 아무튼 그들은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었다.
우현이 찍어준 좌표로 서서히 이동하는 라구나 함정.
끝이 보이질 않는 모래사막.
휑하고 적막한 곳에 라구나의 비행소리만 가득 채운다.
" 건남 옵. 재필이 있는 곳에 어떻게 침투 할 거야? 대책이라도 있는 겨? "
" 글쎄다. 우현이 보내 준 자료화면으로는 자세하게 잡히는 게 없으니... "
그때 준이 건남에게 다가온다.
" 이봐 건남. 저 시설에 조용히 침투하려는 건가? "
"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음~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가 침투할 정도로 그곳은 허술 하지 않을 것 같군. "
" 가 봐야 할듯해요! 가서 봐야 더욱 자세하게 건물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그래 건남이 그렇지 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간단다. 어떻게 사냥꾼 생활을 하는 건지~ 에효…. 내 입에서도 한숨 나오는데 저 준이라는 작자는 더 어이가 없을 것이다아옹.
순간 아리의 음성이 들린다. 아직도 지니로 바꾸지 않았나 보다. 분명 짠순이 상희는 말뿐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상희가 무서운 얼굴로 날 째린다. 내 속마음이 들리냐아옹...
" 앞으로 3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우현과 교신을 할까요? "
건남은 아리의 음성이 끝나자 바로 buzz로 연락한다.
" 우현아 거의 다 와 간다. 너희 있는 곳 안전하지? "
" 네... 성님. 벙커 입구와 꽤 먼 곳에서 정박하고 있어요. 10km는 될 거예요. "
" 알았어. 조금 이따 보자. "
다해가 궁금한지 건남에게 묻는다.
" 삼춘. 근데... 0구역 근처에 사람이 살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상식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 아니에요? "
승규에게 고개를 돌리는 다해.
" 그치. 자기야? "
" 어... 울 다해님의 말이 맞아. 물도 없고 전기도... 아무런 인프라가 없거든. "
상희가 눈을 흘기며 둘을 응시한다.
" 야... 니들 여기서도 깨 볶지 말아라 알았제? 재필이 녀석이 물을 길어오던 발전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던 하겠지 뭐... 안 그랴 옵! "
건남은 상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 아무튼 건남옵. 슬슬 작전 좀 푸시죠? "
" 아직... 가서 알아보자고. "
" 이런! 장난 똥 때리나... "
" 에효~ 내가 작전 짜면 너가 들은 적이나 있냐? "
그래 건남 말이 맞다. 독불장군 상희다.
" 그랬나? 난 옵 말 잘 들었는데... "
명치대인 왈.
" 누님. 그 뻥 누가 믿을 사람 있어? "
" 야! 야 이년아! 조용히 조종이나 하지? "
" 넵. 누님! "
역시 제대로 말 못 하는 명치대인은 앞만 보고 운전한다. 어느덧 라구나 함정은 우현과 성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고스트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buzz, 라구나가 다가오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buzz가 명치대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조종대를 움직이며 정박을 시도한다. 착륙하는 곳에 모래먼지가 크게 일어난다. 가볍게 정박한 라구나 함정의 엔진실 문이 땅으로 내려오며 계단을 만든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라구나 대원들과 준, 용선, 승규... 그리고 경찰아저씨들... 뭐 이렇게 많냐옹~
buzz에서도 우현과 성진이 모래를 밟으며 걸어온다.
" 성님...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
" 아니다. 숨어 있으랴 네가 고생했지 뭐. 근데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
" 제가 보내 준 자료밖에 없어요. 입구에서 왔다 간 것은 도망친 여섯 명이 전부에요. 그냥 사막의 모래만 깔려 있죠. "
" 그러니 아무도 이곳에 시설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지. 에효~ 입구 근처에 감시용 카메라나 탐지용 지뢰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 "
" 네. 없었습니다. 그치 성진아? "
" 제가 확인한 결과로는요. 없었습니다. 눈에 건조증 생길 정도로 훑었는데 안 보이더라고요... 모래만한 카메라라면 모를까... 아마도 없는 것 같아요. "
" 그래! 그럼 갔다 와 볼까? "
" 건남 형님. 그래도 조심해야 하지 않겠어요? "
"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면서 재필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쩜 담… "
뭐 건남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탐험은 건남 외에 모든 이가 겪는 고민일 것이다. 모두가 고민하는 듯 말을 잃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사막은 더욱 고요하다. 바람이 쓸고 간 모래만이 나부낀다. 아함 졸렵다아옹~ 좀 뛰어놀까 오랜만에 밟는 땅인데... 그때 상희가 말한다.
" 그냥 입구 날려 버리고 들어가면 안 돼? "
그래 그래야 상희지. 상희다운 방법이다. 일단 터트리고 보자.
" 상희야 너도 봤듯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얼마나 깊을지 아니면 낮을지 알 수가 없는 문제라고. "
" 아놔! 짜증 나네. 다 찾아 놓고... 미쳐블! "
씩씩거리는 상희의 어깨를 준이 가볍게 잡는다.
" 이번에 내가 나서야겠군. "
무언가 자신에 찬 준의 얼굴이 상희의 눈에 비춘다.
" 건남. 내가 알기론 자네의 추적은 알아준다고 들었는데. 교신 교란기나 주파수 차단기 정도는 가지고 다니겠지? "
" 네. 있습니다. "
그래 건남이란 놈이 어떤 놈인데 그런거 없이 돌아다니겠어. 저 조그만 가방 안에선 요상스런 물건이 가득하다고. 라구나 한쪽 구석에 건남의 장비들이 쌓여있다.
" 주파수 차단기의 범위는? "
" 반경 1km 정도 됩니다. "
" 그래... 그거 하나 가지고 움직이자고. "
뭘까? 뭘 어쩌려고 저러는 거지 알다가도 모르겠다아옹.
- 재필의 아지트 입구 -
홀로그램으로 가려진 위장사막. 저 멀리 구식 자동차가 먼지를 뿜으며 이곳으로 달려온다. 차량은 SUV 자동차다. 꼭 어느 별에서 군인들이 타는 차량처럼 밀리터리 색감을 입힌 자동차. 지구라는 곳이었나? 아무튼 그 안 운전석에 명치대인이 타고 있다. 옆 좌석에 건남이, 건남의 뒤에 용선이, 용선이 옆에 준이 앉아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그들의 머리가 바람에 나부낀다. 이들이 오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엄연히 화면으로 건남의 일당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재필이 가지고 있는 보안요원. 다섯 명이 보고 있는 투명한 브라운관의 화면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하나, 열 둘, 열 셋~백 하나, 백 둘... 안 세련다. 무진장 많다.
아무래도 성진이 말한 카메라가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 같다. 모래만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아옹~
성진도 명치대인과라는 걸 간과했다. 화면으로 주변을 감시하던 보안원은 급하게 재필에게 연락한다. 스피커 폰으로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다.
" 보스! 수상한 물체가 이곳으로 다가옵니다. "
평소 이렇게 직접 연결하지 않았다. 재필의 지시로 며칠 전부터 수상한 자나, 이상한 물체가 잡히면 바로 보고하라는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아무래도 미행당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대처한 것 같다.
" 그래! "
연락을 받은 재필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화면을 켠다.
" 화면 내 방으로 전송시키게. "
" 내 알겠습니다. "
재필의 양옆에는 역시나 용과 다솜이 함께 있다. 그들은 화면에 집중한다. 뻥 뚫린 사막을 질주하는 차량, 건남의 일행이 화면에 줌으로잡혔다.
모래만한 카메라 성능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깨끗한 화면을 자랑한다.
" 올 것이 왔군. 건남은 알겠는데... 운전하는 녀석은 누구야? 저 초록 머리. "
다솜이 안경을 어루만진다.
" 명치대인이라는 자입니다. 제럴드의 부하였으며, 특수 수비군 사령부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
" 뒤에 있는 녀석들은? "
" 자료에 없는 자들입니다. "
" 가만, 저 녀석은... "
재필은 준에게 시선을 옮긴다.
" 저 자식 준 아닌가? "
용과 다솜 또한 그를 주시한다.
" 저 녀석 아직 살아있는 거야? "
나직한 용이 말한다.
" 그러게 말입니다. 보스. 몇 년 전 저희의 뒤를 캐던 녀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목숨이 위태로운 걸 알았는지 사라졌던... "
" 음~ 마들가리 끝을 파서라도 저 녀석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이건 미처 예상 못 했군! "
" 저 녀석이 유일하게, 옛 기지에 침입해 저희의 정보를 가져간 녀석이었습니다. "
" 그렇다면... "
다솜이 살짝 찡그린다.
" 대비할까요? "
" 귀찮게 됐군! 저 네 명이 다인가? "
" 현재 상황으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
" 조촐하군. 용이 혼자서도 처리할 것 같은데. "
" 그 전에 죽을 겁니다. "
" 그래. 그럴거야..."
잠깐 놀란 얼굴이었지만, 그들은 금세 여유롭게 변한다. 이젠 서로가 만나는 건 시간 문제겠지? 그런데...저들이 놓친 게 있다. 나는 안 보이냐아옹~ 난 용선의 발밑에서 그루밍하고 있었는데...
이 쌔리들 내 존재감을 무시하다니! 나 이래 봬도 치유술 하는 고양이라옹~
" 준형. 입구까지 1km 남았습니다. "
" 장비 가동하게. "
건남은 준의 말을 듣고, 전파 교란용 장비에 전원을 켠다. 아무래도 주변에 있는 무전 장비를 의식해서 일것이다. 결과는 좋았다. 건남이 전원을 켜자 그들을 지켜보던 재필의 보안요원 화면이 노이즈 현상을 일으킨다. 물론 주변에 있는 카메라 영상들까지.
" 뭐...뭐야? 보... 보스 영상이 기록되지 않습니다. "
상황을 보고 받은 재필은 용에게 턱을 내밀며 지시한다.
" 시작하지. "
" 네. 보스. "
용이가 움직인다. 빠른 걸음으로 기다란 막대가 있는 곳에 멈춰서자 투명의 상황판이 생겨난다. 그곳에 생성된 자판에 무언가 입력은 하는 용. 마지막 문구가 뜬다.
- 실행하겠습니까?
용은 주저 없이 yes 버튼을 누른다. 그와 동시에 건남 일행들의 차량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 높게 기둥들이 생겨났다.
모래 기둥.
5m 정도의 기둥이 여러 곳에서 땅을 뚫고 솟아오른다.
" 뭐지? "
당황한 명치대인은 그 사이를 피하기 바쁘다. 핸들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앞으로 향한다. 차 안의 네 사람의 표정은 이미 똥을 입안에 넣은 모습이랄까? 모두 인상파 배우가 되어 있다.
잠시 후 땅의 진동이 사라진다. 무사히 그곳을 통과한 명치대인은 히죽거린다.
" 히힛. 봤지요? 제 운전 실력! 크크큭. "
용선이 무덤덤하게 뒤를 바라보고 말한다.
" 근데 말이지... 룸 미러 좀 확인해야겠다. "
그의 말에 명치대인이 룸미러로 눈동자를 올렸다. 건남은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본다. 룸미러로 비추는 장면은 가관이다. 기둥에서 쓰인 번호의 마지막이 36이다.
36개의 기둥에서 스르륵 문이 열리고 역삼각형 얼굴의 제스들이 차량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니들어떡하냐옹~ 그 신종 제스가 하나도 아니고 36.
자그마치 36마리가 잡아먹을 듯 달려오니. 상희 말따라 미쳐블이라아옹~ 언능 삼십육계 줄행랑 하라냐아옹~ 아차! 나도 여기 타고 있다옹... 아직 총각인데... 이대로 죽을 순 없다아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