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5-다트핀
건남은 명치대인의 질문에 살며시 미소 지은다. 꼭 그 질문을 듣고 싶었던 모양새다.
" 이럴 걸 대비해서 준비한 게 있지! "
오~ 건남 웬일이래~ 준비도 하고... 사람이 변하면 저세상으로 간다는 데, 여기서 싸우다 윗 세상으로 먼저 가는 거 아니냐아옹~ 아무튼 회심의 미소를 보인 건남은 가슴팍에 있는 다트 핀을 꺼내어 손에 잡는다.
저 다트핀이 뭐라고... 잠깐! 저것은 명택이 준 다트핀이다. 지금의 핀보다. 1.5배가량 큰 다트핀. 건남은 하나의 다트 핀을 엄지와 검지, 중지로 잡고 살짝 흔든다.
" 요것이 재필의 위치를 알고 있지! "
" 엥? 형 무슨 소리여... 그걸로 어떻게 알아? "
" 인체 감지 칩이 들어 있는 장비야. 이 다트핀은. "
" 그거 명택 영감이 만든 거야? "
" 그래. 사용설명서를 메모리 하던 중 감지 기능 센서가 있더군. 그것도 재필의 인체 반응 센서가! "
" 뭐시라고라고라고라... 그럼 진작에 그걸로 재필이 위치 땄으면 되잖아? 왜 이리 고생한 거야! "
" 당연히 너무 먼 거리면 안 돼. 승강장에 들어서니 재필의 위치가 머릿속에서 감지되더군. "
" 오~ 신기한 물건이네... 근데 명택 영감은 재필의 신체 반응을 어떻게 수집 했데?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
양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며 어깨를 살짝 들었다 놓은 건남이 계속 말을 이은다.
" 그래도 행성 훈장도 받은 분이니 이 정도 능력은 있었던 것 아닐까? "
옛기! 이놈아... 명택은 재필의 제스 양성에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 주는 공급자였잖냐아옹~ 참! 그러고 보니 건남은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으니... 지금 그 할아범이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저놈이 모르니 내가 설명할 수밖에 없다아옹~
다트핀에 인식 칩을 심어 놓은 것은 명택이었다. 그것도 재필의 인체 인식을... 명택이 제스 양성에 관한 일 때문에 재필을 만날 무렵의 어느 날, 명택은 재필에게서 그의 피부조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 피부조직을 토대로 다트핀 안에 재필을 찾을 수 있는, 위치를 알 수 있는 기기를 심어 놓았다.
사실 공작새에서 재필이 오는 것을 미리 알기 위해 알람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용도는 말이다. 명택은 다트핀으로 재필이 공작새 근처에 오면 그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재필이 싫었으면 저런 것도 만들었겠냐아옹~
아무튼 그런 내용을 모르는 건남은 다트 핀을 던진다. 그리고 날아가는 그것을 머리로 움직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 재필의 위치를 찾아 움직여! '
다트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하늘을 날며 전진한다. 그것을 따르는 네 명의 사나이. 건남과 명치대인, 준과 용선. 비장한 얼굴로 경계태세를 확실하게 하며, 다트 핀의 꽁무니를 졸졸 따른다.
재필의 아지트의 풍경은 마치 어두운 터널 같았다. 아치형의 복도를 지나자 그들의 눈은 여러 곳을 둘러볼 수밖에 없다. 몇 층인지 알 수 없지만 매우 깊고 넓은 원형의 공간. 위로 향하는 계단은 4개로 나뉘어 있다. 밑이 보이지 않는 원형의 공간에서 다트 핀은 3번째 계단으로 향한다.
조심조심.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릴 높이를 그들은 걷고 있다.
" 대체 얼마나 땅을 판 거에요? "
" 낸들 아냐... "
건남과 명치대인의 말에 뒤를 따르던 준이 설명한다.
" 아무래도 이 큰 비행정을 여기에 숨기기 위해서 이렇게 파 놓은 거겠지... 이 철제 계단도 계단의 용도 보단, 비행정을 지탱하기 위한 장치 일 확률이 더 높아. "
건남과 명치대인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끄러운 비상음속에 터벅터벅 오르는 그들. 10m 정도 오르자 또 다른 터널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다트 핀은 유유히 그곳으로 이동한다. 경계를 바짝 하고 있는 그들은 다트 핀을 따른다. 복도 입구에서 반대편까지는 50m 정도, 그 끝은 양 갈래로 나누어져 있고 전등의 깜빡임은 비상 사태라는 것을 전하듯 환함과 어둠을 1초 간격으로 선사한다.
' 위이잉~ 삐삐삑... '
반복적으로 울리는 비상 사이렌 소리가 깜빡임과 교차하는 순간, 50m 앞에서, 양 갈래, 오른쪽 왼쪽에서 보안 요원들이 뛰어나온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무장한 요원들.
전진 무의탁 자세로 달려오는 그들. 수십 명의 그들이 훈련받은 듯, 폭이 10m 인 복도에 멈추어 선다. 1열에 멈춰선 보안요원들은 엎드려 쏴 자세로, 2열에 멈춰선 보안요원들은 무릎 쏴 자세로, 3열에 멈춰선 보안요원들은 서서 쏴 자세로... 그리고는 누군가의 음성.
" 발사!! "
고함과 함께 1,2,3열의 요원들은 방아쇠를 당긴다. 요란한 격발음이 아치형 복도를 휘감는다. ' 츄중, 츄중, 츄중... 츄츄츄즁... ' 그들이 대열을 갖추는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그 상황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용선이 건남의 뒤에서 뛰어나오며 반월도에 힘을 준다. 실드. ' 윙~ ' 실드에 부딪히는 빔의 소리가 터널을 흔든다.
실드 안의 용선이 고함친다.
" 얼마 못 버텨... 뭐라도 해봐 어서! "
순간, 건남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메모리 칩이 뇌파를 가로지른다. 명택의 음성이 건남의 뇌 속에 들린다.
- 이 다트 핀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거란다. 두 번째 다트 핀은 살상용. 던져 보게...
머릿속 음성이 사라지자 건남은 가슴팍에서 다트를 하나 꺼내어 있는 힘 껏 던진다.
투수가 따로 없다. 쏜살 같이 날아가는 다트핀.
용선의 옆을 지난다. 실드를 투과한다. 투수의 폼이 었던 건남이 어깨를 세울 무렵 다트 핀은 요원들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순간의 파공음.
파공음이 사라지자... 몇만 분의 1초 동안 정적이 휩싸인다. 그 몇만 분의 1초가 꼭 몇 초처럼 느껴진다.
" 모두 눈 감아!! "
건남이 소리 질렀다. 동시에 다트 핀에서 터지는 섬광. 어둠과 환함이 공존하던 터널은 몇 초 동안 극대화된 환함만 존재한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실드가 그들을 감싸고 있지만 느껴지는 열기... 실드가 없는 보안요원들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용선은 헉헉거리며 반월도를 바닥으로 떨군다. 고개를 땅으로 숙인 용선이 무릎을 손으로 잡으며 고개 돌려 건남을 쳐다본다.
" 뭐야? 대체? "
건남은 멍하니 복도 끝만 응시하고 있다.
" 와우~ 눈 뜨고 지켜볼 걸! 다 어디로 사라진겨? "
명치대인이 껄렁껄렁하며 복도 끝으로 향한다. 준은 건남의 어깨를 툭 치며 명치대인을 따라간다.
그 시각 라구나의 상희는 '미쳐블'을 연신 외치며 가슴을 자신의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다.
" 왜! 교신이 안 되는 겨? 미쳐블... "
" 모르겠어요... 히힝... "
" 이것들 교신기는 폼으로만 쓰고 다니나... 아놔! 미쳐블! "
승규가 그런 상희와 다해에게 조곤하게 말한다.
" 아무래도... 재필이 교신망을 차단 한 것 같은데요. "
" 이런 썅! 그 자식 만나면 아주 그냥 아작내 버릴겨... "
이를 바득가는 상희다.
그 시각 buzz는...
" 우현이형. 아무래도 재필 쪽에서 교신 통제한 것 같아요. 먹통인데요. "
" 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지 원... "
" 형. 상황 봐서 저희도 밑으로 내려갈까요? "
" 성진아... 좀 더 기다려 보자! 무언가 생각이 있겠지... "
그 시각 재필의 사무실에서는.
턱을 괴고 있는 재필이 지긋이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한다.
" 이런. 꽤 하는 데... 보안요원들로는 막기 힘들겠군. "
화면에서 시선을 떼는 다솜이 안경의 끝을 매만진다.
" 보스. 저 녀석들 길을 잘 찾아내는데요. 이쪽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오고 있어요. "
" 흠... "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재필은 용이에게 말한다.
" 위에 올라간 제스가 몇 마리였지? "
" 36마리입니다. "
" 사육 캡슐에 있는 제스는? "
" 이 연구소에는 50마리입니다. 보스. "
" 완성된 제스는? "
" 64마리 있습니다. "
"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일개 사냥꾼 녀석들에게.모두 풀어! 지옥을 맛보게 해주지! "
재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미로 같은 연구소 내부를 다트 핀을 따라 움직이는 건남과 일행들은 싸우고 있다.
반월도로 각개전투에 나선 요원을 제압하는 용선.
일본도와 무쇠 주먹을 휘두르며 녹색 머릿결을 날리는 명치대인.
야구 방망이로 사정없이 헬멧을 강타하는 준.
그 뒤에서 그들을 다트 핀으로 엄호하는 건남.
난 한 쪽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눈알만 왔다 갔다하며 그들을 지켜본다. 액션 게임을 구경하듯 말이다아옹~
땀이 마르지 않는 그들. 역동적인 움직임에 보안요원들이 쓰러지지만, 끝이 없다. 당최 저 많은 인원을 고용한 재필은 얼마나 돈이 많은거냐옹~
아무튼 또 한 차례 지지고 볶은 일행들, 그들의 앞에는 신음하며 나뒹구는 요원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몸을 추스르고는 앞으로 향한다. 기다리라옹~ 뭐가 그리 급하냐아옹~ 난 폴짝 뛰어 쓰러진 요원을 뛰어넘고 용선의 뒤를 따라간다.
" 에고~ 형 그 머릿속 메모리에는 위치까지 얼마나 남았나 그런 건 안 알려 주나요? "
" 이건 내비게이션이 아니라서... "
" 그럼 어떻게 재필의 위치를 알죠? "
" 그냥 빨간 점이 가까워질수록 커지고 있어. "
" 뭐가 이리 복잡해요. "
" 그건 명택 노친네한테 따져라... "
" 에효~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건지... "
" 잔말 말고 따라와. "
" 알았어요. "
계속 투덜거리는 명치대인의 목소리. 그러나 다들 무심함으로 일관한다. ' 터벅턱벅. ' 터널과 터널 사이의 두꺼운 문 앞, 그 앞에 선 건남은 힘껏 문을 옆으로 민다.
' 챠르르르륵. '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소리.
' 솨 사 삭~ '
제스의 팔이 건남의 머리를 기습적으로 공격한다.
" 윽! 이런! "
머리가 날아갈 뻔한 건남이 뒷걸음치다 엉덩방아를 찐다.
' 쿵. '
아픔도 잠시, 건남은 서서히 고개 들어 앞에 있는 제스를 바라본다.
' 크르르르륵 '
돌출된 제스의 눈이 주변을 살피는걸까? 건남을 보는 걸까? 아무튼 그런 제스에게 건남은 손을 살짝 흔든다. 복도 천장에 머리가 닿을듯 말듯한 제스가 괴성을 지르며 건남을 향해 팔로 내려찍는다.
' 구오오오오! '
' 쉬이이익~ '
' 깡! '
엉덩이가 땅에 붙어 있는 건남을 도와준 건 준이다. 야구 방망이와 제스의 팔이 힘겨루기를 한다. 준과 제스가... 근데 얘들아... 뒤에 서 있는 거 내 눈에만 보이는 거 아니지? 일격을 가한 제스의 뒤에는 좀비처럼 걸어오는 제스들이 즐비해 있다. 이런 제명에 살긴 글렀네.
' 이야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