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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56-철제문 (57/179)



〈 57화 〉56-철제문

제스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한 일행들은 모두 얼굴이 일그러진다. 인상파 그룹을 만들려나...

'흐느적. 흐느적.. 흐느적...'

연체동물도 저렇게 흐물거리진 않을 것 같다. 양팔이 움직임에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제스, 돌출된 시뻘건 눈이 복도를 장악한다.

" 뭐여?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오징어... 많네... 이거 어쩐디요? "

엉덩방아를 찐 건남이 명치대인의 말에 답한다.

명치대인아! 여기 뚫고 지나 갈수 있겠어? "

" 아놔! 형. 제네가 무슨 히리도 아니고 무슨 수로 저길 뚫어요! "

갑자기 내 이름을 들먹이냐옹~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상대로 보이냐아옹~  시키를 확~

생각해 보니 저 많은 제스들을 뚫기보다는  뚫어내는   쉽긴 쉬울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확... 저마를 할퀼까 보다.

아무튼 건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힘겨루기 하는 준과 용선을 번갈아 쳐다본다.

형들. 여기서 시간 좀 끌어 주세요. 저랑 명치대인 둘이서 재필을 찾을게요. 할 수 있으시죠? "

으윽! 여기 뚫을 수 있겠어?  많은 놈들을... 윽…. "

커다란 제스와 힘을 겨루는 준은 힘들어 보인다.

" 나원 참! 호로새끼들 언제 이렇게 뽑아 놓은거야... 암튼 어떻게든 해  테니 움직여. "

그제야 건남은 움직인다. 가방 안에서 4개의 다트핀을 꺼내 든 그가 가볍게 던진다. '크르륵' 거리며 먹잇감을 노려보는 제스들 사이로 말이다.

 개의 다트 핀은 제스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유유히 비행하며, 마지막 제스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두 발은 명치대인 앞 바닥에 꽂힌다. 건남이 머리로 다트 핀에 지시한다.

' 로프! '

그리곤 명치대인에게 소리친다.

" 뛰어!!! "

순간 앞으로 날아갔던 다트 핀과 명치대인 앞에 꽂혔던 다트 핀에서 묵직한 쇠 사슬이 길게 이어진다. 전류가 전선을 타고 스파크를 튀듯이 긴 사슬은 쭉 뻗어 나간다.

그 쇠사슬을 중심으로 제스들이 복도의 양옆으로 밀려난다. 족쇄가 조이듯 커다란 쇠사슬이 제스들을 사이드로 밀쳐낸다. 복도 중앙이 홍해가 갈라지듯 뻥 뚫렸다. 밀려난 제스들이 고함친다.

' 우 오오오... 우카아악. '

그 사이를 달리는 명치대인과 건남.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뛴다. 마지막 제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쇠사슬은 제스의 힘에 의해 끊어진다. '우드득'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숨을 헐떡이던 건남이 '부탁해요.'라는 눈빛으로 남아 있는 준과 용선을 바라보곤 고개 돌려, 재필에게 인도하는 다트 핀을 따른다. 물론 명치대인도... 그나저나... 난 왜 여기두고 간거냐아옹~ 미쳐블... 저들과 함께 뛸 걸... 내 앞으로 다가오는 저 괴수들이 날 쳐다보질 않길  손 모아기도 할 뿐이다아옹~

자! 그럼 남아 있는 용선과 준은 이들을, 괴수들을, 이 괴물을, 병기로 변한 포식자를 무슨 수로 감당할까? 강력한 힘으로 준을 누르던 제스의 팔, 그  힘에 준이 밀렸다.

어쩔 수 없이 야구 방망이에 힘을 빼며 피한다. 뒷걸음질한 그의 눈앞으로 제스의 날카로운 팔이 쓱 지나간다. 그리고 용선을 바라본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용선과 준, 무언가 사인을 주고받은 것 같다.

그것은!

짼다 패밀리에 준도 가입하는 사인이었다. 용선과 준은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발 빠르게... 일명 '뒤돌아 짼다.'를 시전한다. 물론 나도 짼다아옹~ 비실비실거리지만 빠르게 쫓아오는 제스들... 살라면 어쩌겠는가? 째야지... 고도의 36계 출행랑을 펼쳐 보이는 용선과 준이다.

아무튼 우리와는 다르게 건남과 명치대인은 제스들로 부터 해방되었다. 부. 럽. 다.

해방된 둘은 계속해서 다트 핀을 따른다.

" 형. 다 와 가는 거야? "

" 붉은 점이 점점 커지고 있어. "

" 후~ 그 머릿속을 내가 들어가 보고 싶다. 어휴~ "

얼마나 뛰었을까? 폭이 좁아진 복도가 나온다. 유리관으로 밖이 내다보이는 공중 속 터널, 그 폭은 건남이 달려온 터널의 크기보다 현저히 작다. 높이도 낮다. 색도 밝다.

앞 전의 터널이 전등의 깜빡임에 짙은 회색이라면, 이곳은 환한 하얀색이다. 바닥과 1m 남짓의 벽면은... 그리고 나머진 투명한 유리관으로 되어있다. 밖으로 보이는 것은 그러한 이동통로와 한쪽에 보이는 작업장? 아니다. 캡슐들이 놓여 있다. 아마도 제스들이 저곳에 있었던 건 아닐까. 그것들을 살펴보며, 건남과 명치대인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는다.

" 용선형 하고 준형님 괜찮으려나? "

" 쉿! "

건남이 입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그리고 입에 가져간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킨다. 그곳엔 이렇게 쓰여 있다.

' 연구소 입구 '

투명한 문에 붙어 있는 문구였다.



- 재필의 사무실 -


재필은 도망치고 있는 용선과 준을 화면으로 보고 있다. 관자놀이를 검지로 툭툭 치며.

" 훗... 저런 놈들이 뭐가 대수라고. "

무언가 재필은 집중한다.

헛... 이것이 무엇인가? 재필의 눈이 번쩍이는 순간 그의 시야에서 야광의 빛이 산발적으로 흩어지고 이곳저곳에 홀로그램의 화면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꼭 재필의 눈에서 레이저 빔이 나가는것 같았다.

이것은, 현재 용선과 준을 쫓는 제스의 화면이다.

64개의 화면.

재필이 무언가 또다시 집중하는 필이다.

그러자 32개의 화면이 용선과 준의 반대편을 찍어 보낸다.

이게 어떻게  일인가? 이 히리가 잠깐 설명해 볼까한다. 재필의 뇌속에는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제스를 움직이게 하는, 조종할 수 있는 칩이 박혀있다.

이것을 만든 것이 명택이었다. 건남이 다트핀을 머릿속으로 움직이듯 재필은 제스를 머릿속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그런 제스의 돌출된 눈은 카메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재필이 명택에게 얻으려 했던 것이 이것이었다. 두뇌로 사물을 조종하는 것, 그것을 제스에게 응용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재필은 32마리의 제스를 건남이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것이다.

" 보스. 이제 곧 건남과 명치대인이 이곳으로 올 것 같습니다. "

훗. 왜? 도망칠까? "

"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대응하기보다는 조금 더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 왜? 무섭나... "

" 무섭다기보다는 저런 녀석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

" 금방 죽여버리고 다른 아지트로 이동하자고... 위험한 싹은 더 커지기 전 싹둑 잘라버리는 게 났겠어. "

" 보스가 그렇다면야. 따를 뿐입니다. "

그렇게 둘이 대화할 무렵, 흐느적거리던 제스가 뛰기시작한다. 건남과 명치대인이 지나왔던 통로를 제스들은 힘껏 달린다.

다솜이는 저들을 죽이면 이동할  있도록 준비하고 용이는 제스들이  동안  띨띨한 두녀석과 놀아줘... "

" 네. 보스. "

용과 다솜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길을 간다. 용은 양손에 곤봉과 같이 생긴 둔기를 들고, 재필의 사무실을 나간다.

다솜은 재필의 뒤쪽 벽을 힘껏 민다. 그러자 비밀공간이 열리듯 벽은 문으로 변하고 공간이 생긴다.

터널.

이곳은 함정의 조종실로 연결된 비상 터널이었다. 터널에 순차적으로 전등이 켜지고 그곳을 다솜은 유유히 걸어간다.

연구소 앞에  있는 건남과 명치대인.

자신들이 오던 길을 따라 제스들이 온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걸까? 멀뚱멀뚱 막혀 있는 연구소 문을 쳐다본다.

" 이건 뭔데 손잡이도 없고... 어떻게 여는 거야. "

" 낸들 아나요. 형도 모르는걸. "

건남이 문을 살펴본다. 방화문보다 두꺼워 보이는 철제문. 음성인식, 안면인식, 지문인식기가 보이지 않는 문 앞. 이런 문은 본 적이 없다. 양옆으로 2m 정도의 폭인 철제문을 건남은 발로 차 본다.

'쾅!'

" 에잇. 분명 이 넘어 근처에 재필이 있는데... 젠장! "

'쾅쾅쾅!'

손과 발로 거세게 때려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 형! 나와 보이소. "

건남이 뒤돌아 명치대인을 보고는 의아해하다가, 알았다는 듯  옆으로 기댄다. 그러자 명치대인이 무쇠주먹을 문으로 쭉 뻗는다.

" 안되면 힘으로. 이야압! "

왼쪽 팔목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강하게 문을 강타한다. 흡사 오락실 펀치 기계를 치듯 말이다.

'퍽!'

철제문 중앙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윙 소리와 함께, 문은 위로 올라갔다. 서서히... 명치대인이 의기양양한 자세로 선다. 무쇠주먹을 어루만지며...

" 보셨죠! 제 실력. 큭큭큭... "

그러나 그건 명치대인의 실력이 아니다. 반대편에서 용이 문을  것이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고 있는 용이, 스르륵 올라가는 문 뒤에서 인영을 비춘다.

두 손에 곤봉을 든 그.

독일군 정복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

소매에 비치는 기괴한 문양.

입꼬리를 올린 그의 치아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 어서들 오게. "

'이 자식은 누구냐'

하는 표정으로 건남과 명치대인은 째려본다.

" 그런 표정으로 보면 서운한 걸... "

용의 입꼬리가 내려간다. 무결점 완석 같은표정의 그가 고개를 좌우로 한 번 두 번 왔다 갔다.

드드득. '

" 그럼 놀아 볼까! "

용의 첫 타깃은 건남의 얼굴이다. 약한 자를 처치하고 강한 자와 상대하려는 정석 같은 노림수.

용의 곤봉이 건남의 턱을 향해 휘둘러진다.

" 이 얍!! "

' 팍! '

건남의 눈 앞.

명치대인의 무쇠주먹이 용의 곤봉을 막고 있다.

어디서 굴러온 개 뼈다귀여! "

누가 구르기 달인 아니랄까 봐...저런 표현을 쓴다. 누가? 명치대인이.

" 오호. 이게 누구신가... 제럴드의 부하 명치대인 아닌가...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

" 별 미친새끼 다 보겠네.  상판대기 오늘 처음 본다. "

" 흐흐흐흐... 그럼 초면인 걸로... "

그렇게 말한 용이 기습한다.

왼손에 들고 있는 곤봉을 사선으로 올려 명치대인의 턱을 노린다. 뒤로 구른 명치대인이 가볍게 피하고 노련하게 자세를 잡는다. 명치대인과 용의 눈빛엔 묘한 긴장감이 솔솔 피어오른다.

" 건남형. 재필 찾아! 이 녀석 내게 맡기고. "

용을 바라보며 건남에게 말한 명치대인이 검병을 잡는다.

" 내가 순순히 보낼거라 생각한  아니지? "

" 순순히 안 보내면 내가 먼저  보내주마! 받아랏. "

칼집에서 칼이 뽑힌다.

발. 도. 술.

칼집에 칼이 들어간다. 순식간에 용의 뒤에 서 있는 명치대인의 초록 머릿결이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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