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7-외통수
발도술을 펼친 명치대인.
그래 이제 용이 쓰러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용은 가소롭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고 있다.
" 큭큭... 어디 그 실력으로 내 발이나 핥을 수 있겠어! 킥킥킥 "
명치대인이 빠르긴 빨랐다. 군더더기 없는 일격의 발도술이었다. 그러나 용은 가볍게 곤봉으로 자신의 허리를 막았던 것이었다. 그런 용이 이번엔 반격한다.
180° 회전하며 곤봉에 원심력을 싣는다.
동시에 고개 돌려 멋짐을 뽐내려 했던 명치대인은 무쇠주먹으로 곤봉을 쳐낸다.
연이어 이어지는 용의 곤봉세례. 다른 손에 쥐어진 곤봉이 명치대인의 정수리를 노린다. 저거 맞으면 전치 12주는 나올 각이다. 명치대인의 방어, 일본도로 날아든 곤봉을 막아낸다.
'챙!'
그리곤 난전.
일본도와 곤봉, 곤봉과 무쇠주먹에서 흘러나오는 파생음이 터널을 가득 메운다.
' 채쟁. 챙. 챙. 챙... '
건남은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재필이 위치한 곳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다트 핀을 따라서... 그러나 용은 긴박한 순간에도 건남을 놓지 않는다. 도망치려 하는 건남에게 하나의 곤봉을 던진다.
빙글뱅글돌며 곤봉은 타깃을 향해 날아간다. 건남은 몸을 숙이며 곤봉을 피한다. 그리고 재빨리 이곳을,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머릿 속 붉은 점의 위치를 찾기위해 뛴다.
그러나 건남은 몰랐다. 곤봉이 뒤에서 되 돌아오는 것을... 용의 곤봉이 회전하며 건남의 뒤통수로 날아오고 있다. 피하든 막든 해야 하지만, 건남은 저것이, 저 곤봉이 부메랑일 거라는 걸 생각하진 못했다.
'퍽'
건남이 허무하게 쓰러진다. 곤봉은 임무를 다하고 땅에 떨어진다.
'탁.'
감긴 건남의 눈앞에 떨어진 곤봉.
" 형! 형!! "
쓰러진 건남에게 소리친 명치대인은 남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용의 곤봉술은 뛰어났다.
" 이자슥... 감히 형님을... 죽어랏!! "
명치대인이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날린다.
용은 하나의 공봉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주먹을 맞춘다.
'콰직!'
용의 곤봉이 으스러졌다.
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 이 자식 죽여 버릴 테다!! "
고함을 치며 말한 명치대인이 또다시 무쇠 주먹을 용의 인중을 향해 날린다. 스트레이트로... 저거 맞으면 터널 끝까지 날아가 박힐 각이다.
그렇지만 용은 반사적으로 몸에서 실드를 펼친다.
인체용 실드.
용선이 반월도에서 내 뿜었던 그런 실드가 무쇠 주먹을 가로막는다.
'깡~'
" 호~ 순발력 아주 좋아. "
명치대인의 주먹을 막은 용이 빈정거리며 손에 힘을 준다.
" 이 새끼가 어디서... 비웃고 지랄이야!! "
또다시 지르는 주먹.
'콰직'
실드가 무너진다. 크리스털이 산산 조각나듯...
'촤르르르륵...'
그러나 용은 당황하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왜? 명치대인의 뒤에 제스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 이제껏 놀아 주었으니 저승에서 보자고... 훗훗훗 "
살짝 고개 돌린 명치대인 뒤로는 신형 제스가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 아놔! 건남형만 기절 안했어도... 젠장. "
명치대인아 건남 팽계치고 '짼다'시전 하라옹~
그시각, 용과 건남, 명치대인이 대치했던 그 시각, 라구나는 속 터져 미치기 일보직전인 상희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런 그녀에게 경찰관 아저씨가 묻는다. 눈치는 있는 걸까?
" 저 상희씨... 진정하고 앉읍시다. 제가 더 불안하네요. "
" 네? 아~ 걱정 돼서요! 이것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네요. "
오호... 역시 상희는 두 얼굴이다. 경찰관 아저씨에게는 저렇게 다정하게 이야길 하는 것 보면... 아무튼 답답한 건 경찰관 아저씨들도 마찬가지다.
괜스레 역적으로 몰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 그 답답함에 한 경찰 아저씨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 아! 아저씨 담배는 저기 술창고나 남자애들 방에서 피워 주세요. "
그래. 그래도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상희다. 무안한 듯 경찰관은 건남의 방으로 들어간다. 담배를 입에 물고, 터보 라이터를 켜는 경찰관. '치이익~' 어둑한 방안에 그의 얼굴만 붉게 비친다.
" 후~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
자조적인 말투로 말한 그의 앞에 녹색 빛으로 깜빡거리는 무언가가 보인다. 호기심 천국이라 그랬나? 무언가의 궁금증은 경찰관의 발길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 뭐지 이건? "
컴컴한방안에서 조그만 캡슐을 만지작거린다. 점멸하는 녹색이 그의 얼굴을 비춘다. 순간, 캡슐 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놀란 경찰관은 몸서리치며 그것을 놓쳤고, 바닥에 놓인 캡슐은 홀로그램을 만든다.
명택의 모습이 흔들리며 등장한다. 그리고 말한다.
" 건남인가? 이 캡슐을 너에게 준 지가 벌써 몇 년이 흘렀을 게야. "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담배를 흡입하는 경찰관은 계속 그것을 주시한다.
" 아마도 이 캡슐이 열린다는 건 내가 죽었다는 것일거고... "
그랬다. 이 홀로그램 파일은 명택이 살아생전 건남에게 주었던 기록캡슐이었다. 생각해 본 결과로는, 아마도 용에게 일격 당했을 때, 명택은 이 파일을 건남에게 전송했던 것 같다.
" 건남. 잘 듣게나... 난 행성의 무기 장인으로서 내가 만든 무기가 결코 아무런 이유없이 사용되지 않길 바랬네... 다만, 그건 내 욕심이었을 거야. 무기를 제작하면서 벌어먹는 나 자신의업보라고나 할까? "
지켜보던 경찰관이 라구나에 있는 상희와 다해를 급하게 찾는다.
" 에이! 아가씨들! 이리좀 와 봐! 여기... 여기. 방으로... "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라구나에 울린다.
상희와 다해, 승규는 조급한 목소리에 건남의 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 왜요? "
" 무슨일 이에요? "
" 이거 이 홀로그램 뭔가 중요한 것 같아서. "
명택의 홀로그램이 혼자 떠들고 있다. 그들은 의구심에 그의 떠듦을 경청한다.
" ......아무튼 제 아무리 강력한 제스라도 약점이 있다네. 재필이라는 메모리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으니, 그를 찾게나... ... 그토록 갈망했던 원수를 자네가 해치우게. 비록 나는 그를 도왔지만, 내 의지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내가 준 살상용 다트핀 중 하나가 길을 인도할 것이고, 또 하나는 머릿속에 있는 칩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었으니…. 아무튼 날 용서하게나 그동안 숨겨서. 그 악당의 목적을 이루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그렇게 말한 홀로그램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상희와 다해가 서로 쳐다본다. 눈이 마주친다.
" 언냐... 이거 어떠케 건남 삼춘에게 알리죠? "
" 허~ 나야 모르지? "
명택의 홀로그램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제스 계발의 지대한 공을 한 명택이 약점을 가르쳐 주기에...
잠깐 이 히리가 요약하면. 명택은 제스를 만드는 걸 반대했던 것,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만들기에 그 내용을 건남에게 전해준 것, 그리고 재필의 죽음이 곧 제스의 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 다트핀의 용도였다. 마지막 다트 핀은 건남의 머리로 조종해서 재필의 머릿속 칩을 꺼낼 수 있는 용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내용을 건남이 알 수가 없다. 물론 상희와 다해는 이 파일을 지금 지하에 있는 건남에게 전할 수가 없다. 기절해 있는 것도 모를 테니...
' 이야옹~ '
상희는 그 답답함이 극에 달한 것 같다.
" 아놔! 이 통신 좀 어떻게 해보든가 해야지 이거 원. 아! 미쳐블. "
그 후로도 상희는 미쳐블을 연신 토해낸다. 그러나 눈빛이 돌변하는 상희. 그 낌새를 다해가 눈치라도 챈 걸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 언냐...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제발! "
그 말을 듣겠냐 저뇬이.
" 승규야 너 라구나 조종할 수 있지? "
" 그럼요 이급, 일급, 특급,특수 라이센스를 모두 섭렵했답니다. 아마도 명치대인형 보다 더 잘 할걸요... "
다해가 순간 승규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 자갸. 그걸 말하면 어떠케... 언니 분명 이상한 방법으로 뭐든 할 필이라고. "
그리곤 상희를 바라본다. 그러나... 없다. 그녀가 없다. 역시... 상희다.
" 앗! 언냐 어디로 간거에욧!! "
홀로그램을 봤던 경찰관이 유리문을 가리킨다.
" 저리로 가던데... "
" 앗! 나 몰랑... 또 일 벌어지겠군! 몰랑. 몰랑. 아잉... "
그래. 그래야 상희지. 분명 막무가내 스킬을 활용한다는 것에 이 히리의 전 재산을 건다아옹~
라구나 조종실에 다해와 승규가 쪼르륵 달려간다. 그리고 밖을 내다본다. 놀라는 승규.
" 앗! 내 비행정! "
그렇다. 상희는 자신의 비행정을 운전하지 않았다. 승규의 스포츠 비행정을 끌고 재필의 아지트로 날아간다.
" 누나가 언제 내 열쇠를 가져갔지? 아 뽑은 지 별로 안 됐는데... "
bar 위에 올려 두었던 열쇠를 상희는 들고나왔던 것이다. 아무튼 뭘 어쩌려고 저렇게 뛰쳐 나가냐아옹~ 거기 가봤자 제스들 우굴거린다아옹~
용감하게 비행하는 상희. 승규의 초스피드 스포츠 비행정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훔쳐 탄 그녀. 어쩌겠는가? 승규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그를 다독이는 다해였다.
" 울 자갸... 괜찮아... 그깟 거 재필 잡으면 다 보상받을 거야... 알겠지. "
승규는 울먹인다.
" 그래도 그렇지... 누나 너무한다. 엉엉... "
그러게 다해 보고 싶다고 여기까지 쫓아오면 어쩌야아옹~ 다 지가 택한 길이다아옹~ 아무튼 번개같이 달려가는 상희 괜찮을까 모르겠다.
그 시각. '뒤돌아 짼다'를 펼친 용선과 준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제스들을 등지고 뛴다. 그런 둘을 쫓아오는 제스들, 흐느적거리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달린다. 저 거구의 괴수가 발을 뗄 때마 복도와 계단이 출렁인다. 자그마치 32마리가 움직이니 출렁임도 32번은 울릴 것이다.
" 아~ 호로새끼들... 지치지도 않나! "
그렇게 이야기한 용선은 어느덧 처음에 왔던 승강장까지 도착한다. 물론 나와 준도.
" 헉헉! 이거 타고 올라가야 하나? "
" 이봐. 용선. "
" 왜? "
" 우리 아무래도 외통수인듯한데? "
그랬다. 준이 승강장 버튼을 누르지만, 엘리베이터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재필이 막아 났겠지?
나.쁜.쌔.리. 용선이 항상 말하는 호로새끼들이 우리 코앞까지 다가온다. 정말 오래 살고 싶었는데... 아직 경험도 못 해 봤는데…. 쥐 한 마리도 못 잡고 이 세상을 등지려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아옹~
용선은 반월도를 움켜잡는다.
준도 야구방망이를 움켜잡는다.
난 그냥 졸도하고 싶다.
둘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할 참인가 보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는가? 난 고양이인데 왜 쥐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아옹~ 난 구슬피 운다.
' 이야옹~ 이야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