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8-라이온
용선에게 다가온 첫 번째 제스가 팔을 휘두른다.
실드.
용선의 반월도에서 뿜어진 실드가 제스의 팔에 부딪힌다.
'챙!'
두번째 제스도 팔을 휘두른다.
'챙.'
이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마리의 제스가 팔을 휘두른다.
'챙. 챙. 챙. 챙.'
역시 다구리에는 장사 없다. 실드가 여러 차례 공격당하자 실드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제스의 팔이 부딪치는 소리도 맑게 들리지 않는다.
'쨍. 쨍. 쨍. 쨍.'
" 이런 호로새끼들 무슨 팔의 힘이 이렇게 쌔냐... "
순간.
'빠지직'
실드가 깨진다. 허탈한 미소를 드리운 용선의 몸동작이 빨라진다. 왜? 피해야 될 거 아니냐아옹~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제스의 팔.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팔을 피하는 용선의 움직임.
허리를 숙였다, 폈다, 오른쪽, 왼쪽, 위, 아래, 점프... 모든 관절과 관절, 마디와 마디가 물흐르듯 부드럽다.
그러는 용선과는 다르게 준은 제스들의 무리 속으로 파고든다. 야구방망이를 두 손에 꽉 쥐어 든 채.
둥글게 준을 감싼 제스들.
너무 무모한 거 아니냐아옹~ 막아내는 것도, 두들겨 패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다옹~
야구 방망이 손잡이 부분에 있는 버튼을, 엄지손가락으로 준이 누르자 방망이에서 쇠심이 튀어나온다.
이솝우화에나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로 변신하는 야구 방망이.
오돌도돌하게 무수히 피어오른 가시 같은 방망이가 제스의 머리를 강타한다.
'퍽!'
제스의 머리가 꺽인다. 그러나 도로아미타불이라 했던가? 뾰족한 철심의 가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
제스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온다. 돌출된 시뻘건 눈이 그를 바라보곤 일격을 가하는 제스.
" 이번 생은 여기서 끝인가 보군... "
찍기, 제스가 낫 같은 팔로 준을 찍는다. 커다란 방망이가 그것을 막기 위해 머리를 가드 한다.
'깡!'
알루미늄 빠따의 파생음이 주변에 퍼진다. 그러나 제스는 한 마리가 아니다. 뒤에 있는 제스가 휘두르는 팔에 준의 허리가 잘려나간다.
" 으아아아악! "
" 안돼!! 준! "
두 동강이 난 준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의 하체도 힘없이 스르륵 쓰러진다.
" 이런! 개 호로새끼들! "
용선이 분노한다. 눈에서 흐르는 기가 번쩍임을 토해낸다. 반월도로 자신의 앞에 있는 제스의 턱을 올려친다.
'깡.'
쇳소리.
" 내가... "
우측에 있는 제스의 발을 반월도로 공략한다.
'깡.'
" 여기서... "
좌측의 제스의 복부를 주먹 날리듯 힘껏 때린다.
'깡.'
" 죽어도... "
뒷쪽에 있는 제스도 180° 회전하며 선을 긋는다.
'끼기긱.'
칠판 갈리는 소리가 제스의 옆구리에서 들린다.
" 한 놈은 쓰러뜨린다! 이 새끼들아!! "
그러나 그의 기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찍고, 베고, 때려도 흠집 하나 없는 제스들. 그래 저 큰 덩치의 제스에 1mm의 흠집은 냈다. 하지만 저놈들은 아파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용선을 옭아맨다.
" 죽어! 죽으라고!! "
용선은 온몸의 힘을 끌어내어, 회심의 일격으로 정면에 있는 제스를 향해, 큰 펀치로 후려친다. 그의 반월도가 수평을 잡으며 제스의 복부로 향한다.
'푹!'
제스의 복부가 뚫렸다.
반월도가 무엇에도 상처 입지 않는 제스의 복부를 뚫었다.
" 죽어랏!! "
'쿠오오오오~'
복부가 뚫린 제스가 괴성을 지른다. 그러나 눈은 용선을 향해 있다. 순간 옆에 있는 제스의 팔이 용선의 어깨로 향한다.
'솨아악~'
잘렸다.
용선의 팔이 복부가 뚫린 제스의 몸에 남아 있는 상태로 잘려나간다.
" 으아악... "
솟는 선혈.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 용선. 땅으로 떨어지는 남아 있던 반월도. 잘린 오른팔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오열한다.
" 으하악... 으으윽... "
영 분의 일초가 길게 느껴진다. 용선을 바라보는 돌출된 눈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이상하다. 이 느낌!
내 생애 처음 느껴 보는 느낌 같은 그 느낌.
용선이 말했던 그건가? 아무튼 묘한 기분이 내 몸 안으로 파고든다. 뭐랄까? 마약을 복용했다고라고나 할까? 나 약 먹은 고양이라아옹~ 냐아옹!
아무튼 내 털들이 삐죽삐죽하며 솟는다.
뭐지? 그리고 풍선이 커지듯 내 몸이 부풀어 오른다. 내 눈이 변했다. 오드아이인 내 눈이 금빛으로 일렁인다. 몸은 사자만큼 커졌다. 그래도 고양이니 호랑이만큼 커졌다 해야 하나? 아무튼 이젠 난 고양이가 아니다.
사자다.
백사자.
화이트 라이언으로 변신했다.
금빛의 광채가 내 몸을 휘감는다. 근데 목소리는
' 이야옹~ '
왜 이모양이냐옹~ 위풍당당한 내 몸에서 금빛의 광선이 무릎 꿇은 용선으로 향한다. 사자가 질주하듯 말이다. 용선의 몸에 빛이 닿자 큰 섬광이 전장에 번쩍인다.
환한 빛으로 물든 전장.
용선의 신음이 괴성으로 변한다.
" 아아악! "
제스의 몸에 박힌 팔이 흔들린다. 골드의 광선이 끊어진 용선의 팔과 어깨를 연결한다.
'슈슈슝!'
잘린 팔이 제스의 몸을 빠져나와 용선의 어깨에 붙었다.
'퍽!'
괴성을 지르던 용선이 힐끗 나를 본다. 사자로 변한 내 모습을...
" 생각했던 것 보다 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군. "
그래 용선은 술사 사냥꾼이다. 그렇기에 내 능력을 응용할 줄 안다. 술사들이 용선과 싸우면 질 수밖에 없다. 술사의 힘을 역이용하기에...
아무튼 내 힘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나 보다아옹~ 용선도 온몸이 금빛으로 일렁인다. 그리고 그 빛이 줄을 이어 준에게로 향한다. 물론 사자가 질주하듯.
무음의 금빛이 준의 두 동강이 난 몸에 닿는다. 그리고 상체와 하체를 움직인다.
'번쩍'
또 한 번 큰 섬광이 일었다. 준의 몸에서 흐르던 피가 몸으로 스며들며 상, 하체가 이어진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만나듯. 몸이 붙은 준이 스르륵 감았던 눈을 뜬다. 놀라움이 그의 얼굴에 그려진다.
" 어? 어떻게 된 거지? 무슨 일이? "
" 이봐 준. 내가 예전에 말했던 이야기 생각나? "
" 어떤? "
" 저 히리인가 하는 고양이의 능력이 내게 발동한다는 것. "
" 생각나는군. "
" 저 녀석. 생각보다 더한 능력을 갖췄어. "
순간 연결되었던 금빛의 물결이 사라진다. 나와 용선, 준을 이어주었던 금색의 선이 사라지고 난 다시 고양이로 돌아왔다.
문젠, 내 눈이 핑핑 돈다. 힘이 쭉 빠지고... 어라! 다리가 안 움직인다. 앗! 난 기절하고 만다. 엄청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제스들은 멈칫한다. 아무래도 제스를 조종하던 재필이 당황했겠지...
" 용선 이젠 어떻게 할까? "
" 이 녀석들 우리 힘으로는 넘어뜨릴 수 없는 벽인듯... "
" 그럼! "
용선이 기절한 나를 럭비공 잡듯이 끌어안는다. 그리고... 잠시 멍해 있는 32마리의 제스를 헤치며 뛴다. 그 뒤를 준도... 역시 '짼다' 패밀리다.
되돌아왔던 길을 또다시 뛰기 시작한다. 당최 이것들은 여길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려냐아옹~ 이젠 애처로워 보인다아옹~ 왕복 달리기 세계 선수권에 출전 하라아옹~
다시 건남과 명치대인이 있는 곳으로 뛰기 시작한 용선과 준, 제스들도 그들을 따른다.
- 재필의 사무실 -
64개의 화면이 방안을 휘감고 있다. 재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빛으로 만든 홀로그램 화면. 용선을 상대하던 제스의 화면이 커진다.
" 이런! 잘린 팔이 다시 아물다니! "
그랬다. 재필은 용선의 잘린 팔이 금빛의 섬광에 붙는 것과 죽었던 준이 소생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순간 멈칫한 것이다.
" 놀랍군... 급작스럽게 사자 새끼가 튀어나오다니... "
쨔샤! 그게 새끼냐아옹~ 엄연히 다 큰 사자라아옹~
" 이런 건 예상 못했는데... "
그리고는 명치대인과 대치한 제스의 화면을 키운다. 화면엔 기절한 건남과 일본도를 움켜쥔 명치대인이 보인다. 용과 대화하는 모습도...
" 용. 들리나? "
명치대인과 이야기하던 용이 교신한다.
" 네. 보스. "
" 그 녀석들 생포해야겠어. "
그렇게 말한 그가 제스를 조종한다. 알다시피 머리로 말이다. 조종한다고 해서 조종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제스에게 전달하면 제스는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아옹~
아무튼 제스를 움직여 방심한 명치대인의 뒤통수를 노린다. 두꺼운 제스의 발로 말이다아옹~
' 퍽! '
짧은 신음과 함께 명치대인도 건남처럼 기절한다. 이젠 '졸도' 패밀리 인가 보다. 나도 기절, 건남도 기절, 명치대인도 기절. 근데 어떻게 말하고 있냐고? 기절해도 입은 살아 있다아옹~ 그냥 넘어가자아옹~
쓰러진 건남과 명치대인을 확인한 재필은 다솜에게 교신한다.
" 어때? 준비됐어? "
" 네. 준비됐습니다. "
" 지금 용이가 두 녀석 잡았으니 곧바로 띄워... 생각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군. "
" 알겠습니다. "
" 아무래도 저놈들 일행 중에 술사 사냥꾼이 있는 것 같아. 치유술사하고. "
다솜이 놀란다.
" 네? 사실이에요? "
"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제스들을 따돌릴 수가 없지... "
"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군요. 아무튼 준비됐습니다. "
" 이런 조무래기들에게 당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
그래도 재필은 알고 있나 보다. 마들가리 행성에는 몇몇 안 되는 능력자들이 있다는 걸... 나처럼 '자'가 아닌 '묘'도 있다는 건 알까? 하기야 다솜 또한 능력자였으니... 알고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능력자 이야기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꼭 기회 되면 말하겠다아옹~
다솜이 재필의 명령에 복종하며 아지트를 움직이려 할 때였다. 연구소와 아지트, 거대한 지하 벙커에 경보음이 울린다. 비상음과 섞여 콜라보를 이룬다. 보안요원의 화면에 잡힌 스포츠 비행정이 빠르게 벙커로 다가오고 있다.
상희가 훔쳐 탄 승규의 비행정.
" 보스! 비행정 한 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재필은 보안 요원이 전송한 화면을 살짝 보고 말한다.
" 격추시...... 자. 잠깐! 줌인해 봐! "
다가오는 비행정이 점점 커진다. 앞 유리에 코를 후비적거리는 상희 모습이 재필의 눈에 들어온다.
" 저년은... "
그래. 지금 이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한 손으로 비행정을 조종하며 코를 후비는 상희다.
" 격추할까요? "
" 아니! 어떻게 해서든 생포해! "
상희가 조종하는 스포츠 비행정. 그녀는 라구나에 교신한다.
" 다해야. 승규야. 내 말 들리니? "
" 언냐!! 그렇게 혼자 뛰쳐나가시면 어떡해요! "
" 몰러... 승규야. 비행정에 무기 좀 있어? "
" 네 있어요. 미사일 두 발. "
" 알았어! "
" 누님. 무슨 짓을 하려고요? "
" 언냐... 그냥 돌아오면 안 돼요? 승규 비행정 아직 할부도 안 끝났다고요... 언니? 언니... 언니 내 말 안 들리세요? "
교신을 끊은 상희다.
" 어휴~ 모르겠다. "
다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