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60-포식자 (61/179)



〈 61화 〉60-포식자

'삐빅... 삐빅... 삐비빅.'

명치대인이 스르륵 눈을 뜬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레이저를 눈에서 쏘며, 투명의 화면을 64개나 살피고 있는 재필이었다. 그런 재필은 제스를 조종하며 조용히 명치대인을 향해 말한다.

" 어서오게. "

매우 침착한 그의 음성에 명치대인은 뻐근한 몸을 움직여 주변을 살펴보려 하지만, 두 손은 묶였고, 발은 허공에 떠 있다.

" 으... 윽... 재필! "

명치대인은 말로만 듣던, 수배 전단으로만 보았던 재필의 면상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훑는다. 곧이어 기절, 아니 졸도해 있는 건남을 흘깃 쳐다본다.

" 에효~ 아직도 자나? "

그리고는

" 이봐! 재필! 우리 순순히 놓아주지. 살고 싶으면! "

재필은 화면만 주시하며 실소를 터뜨린다. 하기야. 지금 누가 누굴 살린다는 건지? 내라도 비웃었을 것이다. 재필이 비웃자 명치대인은 육두문자를 칠두문자, 팔두문자로 변형시켜 오만가지 욕사발을 시전한다. 욕 할머니 랩핑보다 더한 랩이 재필과 용 그리고 언제 돌아왔는지, 다솜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 보스. 저 녀석 입 좀 틀어막을까요? "

듣다  한 다솜이 건의한다.

" 넵둬. 저러다지치겠지. "

아무튼 명치대인은 지치지 않고 끝까지 랩을 한다. 마들가리행성 '고등어 랩퍼' 프로그램에 출전하면 1등 감이다. 그때, 연구소의 문이 열린다. 커다란 제스에 이끌려 이곳까지 오게 된 상희. 재필과 눈이 마주쳤다.

62개의 화면이 공중에서 사라진다. 4 마리의 제스가 로봇처럼 굳어진다. 재필과 상희의 머릿속에선 서로의 기억이 재빠르게 재생된다.

" 오랜만이군. "

살짝 미소를 띄운 재필.

오랜만이지... "

재필과는 다르게 무표정한 상희가 그에게 묻는다.

" 잘 지냈어? "

곧이어.

" 난... 미친듯이 지냈어! 너란 새끼 때문에!!! "

상희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재필에게 뛰어든다. 면상을 찌그러뜨릴 기세다. 순간, 다솜이 조막만 한 리모컨 스위치를 누른다.

상희가 온지도 모르고 육두문자 랩을 BGM으로, 둘의 만남을 BGM으로 삽입하고 있던 명치대인이 비명과 함께 랩을 끝낸다.

" 으아악! "

리모컨은 명치대인 팔목에 차고 있는, 그리고 목을 매고 있는 수갑과 경갑을 조종하는 기구다. 팔목을 조이고 목을 조르는 수, 경갑이 고통의 구덩이로 명치대인을 안내한다.

으악... 뭐... 뭐야... 아악! "

다솜의 경고로 인해 상희의 주먹이 멈춘다.

언니... 그만두시죠. 제가 가지고 있는 리모컨으로 저 녀석의 두개골을 부수기 전에. "

매우 침착한 다솜의 목소리, 그녀가 자신의 눈앞으로 소형 리모컨을 치켜세운다.

" 칫. "

" 오랜만에 만났는데 폭력을 쓰면 되나? "

재필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는 것 같다.

됐구요. 그냥 이들을 놓아주시죠. "

" 훗. 그야 너가 순순히 우릴 따라주면. "

지금도 얌전히 따르고 있는 거야.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네놈의 멱을 따 버리고 싶다고... 구역질 나는 새끼. "

 콧구멍 후비던 상희 맞냐옹~ 눈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농담이 아닌거같다옹~

다솜이 버튼에서 엄지손가락을 뗀다.

" 흐흐흑... "

명치대인의 거친 숨소리만 방안에 흐른다.

" 니가 원하는 데로 이곳에 왔으니 저들을 풀어줘... 날 묶으려면 묶고... "

" 그럴까?  니들 모두가 필요한데... "

" 왜! 이 자식아! "

"  맘이지. 날 죽이려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녀석들을 그냥 보내라고? 아무튼, 상희... 이제와 이야기하는데, 넌 너의 존재가치를 알고 있나? "

무슨미친 소리야... "

훗... 하기야. 내가 말해 주었던 기억이 있지만 니 기억속에는 없을 테니... "

상희는 재필이 하는 말에 의미조차 알 수 없었다.

아놔! 뭐라니? 미쳐블. "



「 희미한 실루엣이 건남의 눈에 들어왔다. 인영이 어느새 뚜렷해졌다.

" 할아범. "

" 그래... 이제 눈을 뜰 시간이구나. "

" 무슨 소리야? 눈은 뜨라니? "

"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본론만 이야기하마. "

어리둥절하게 명택을 건남은 바라본다.

" 지금 난 너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 이 모습은 내가 아니라 나의 형상일 뿐이고. 그냥 인공지능 메모리라 생각하게. "

"...... 어? 무슨 소리야. 할아범? "

" 아무튼, 깨어나게... 널 깨우러 왔으니... 그리고 다트 핀을 움직여... "

광명의 빛이라 해야하나 번쩍임과 함께 명택이 사라졌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흐흑... "

옅은 신음과 함께 건남이 서서히 눈을 뜬다. 상희의 '미쳐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 일어나셨군. "

재필의 목소리도 들린다. 건남 또한 명치대인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발은 허공에, 목과 팔목엔 경갑과 수갑이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 상태로 눈을 치켜 뜬 건남이 읊조리듯 속삭인다.

" 재필... "

드디어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가? 건남과 상희와 재필은 서로를 살핀다.

긴장감.

상희와 건남을 잡고 있지만, 은근히 긴장한 재필.

" 훗... 오랜만이군. "

흐흐흐... "

건남은 깨어나자마자 정신이 나간  웃었다. 무언가 한 맺힌 그런 웃음이었다. 그리고 멈춘다. 웃음을...

" 너... 재필...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제스를 양성하는 거야? 무엇을 위해서... "

재필은 턱을 괸다.

" 훗... 왜? 그것이 궁금해... "

" 아니! 그냥 너라는 존재가 왜 그따위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 돈과 권력을 잡은 네가... "

" 제스의 존재가  행성에서 어떤 존재인지는 아나? "

"......"

" 그 제스가 마냥 괴물일 거라 생각했나? 이봐. 건남... 이 행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행성이 아니야... 인간의 역사가 아닌 제스의 역사로 쓰인 곳이라고. 그런 제스 때문에 우리가 있다는 건 모르겠지? "

" 말 어렵게 하지 말고 그냥 말해. "

훗... 이런, 이런... 쉽게 말하지... 난 영생을 원하는 것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지. 후후훗. "

" 영생? 윤이란 전설  인물이 되고 싶다는 건가? "

" 그건 전설이 아니지... 역사라고... "

" 그렇다 치자... 그거랑 제스와 무슨 관계야? 저 많은 제스가무엇 때문에 필요한 거냐고? "

모르는  많군... 그래도 추적이 전문이면 나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러다 보면 자동적으로 제스의 정보도 나올테고... "

" 그렇지만... 그건  추측일 뿐이잖아. "

" 그럼 왜? 윤이라는 그 인물이 사람들을 살육했는지 알고 있나? 그것도 제스를 사용해서? "

" 그 말을 믿는 거야. 재필... 말도 안 되는 전설 속 이야기를... "

안타깝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영생을 위해서 필요한 도구가 제스와 인간이라는 것. "

" 미친! "

" 넌 믿지 않아도 좋아... 난 그것을 입증했으니 행동하는 거라고...  마들가리 행성의 수상과 권력자들이 제스를말살하려는지 아나? 행성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행성의 평화를 위해서... 웃기지 말라고 해... 그들은 알고 있거든...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일을."

재필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미안하지만, 이 히리도 자세히 모르겠다옹~ 둘의 대화는 내가 시간   건남에게 물어 보겠다아옹~

재필은 뚫어지라 바라보는 건남에게 계속 이야기한다.

" 이 지하에만 제스가 있을까? 여기에서만 제스를 만들까?  말고도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이 행성의 수상도 나와 똑같은 걸 원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겠지? 너의 머리론... "

" 그럼 상희를 이용하려는 목적은 뭐야? 아무런 상관없는 상희에게 다가 갔던 이유는? "

건남의 목소리가 크다.

" 지금... 그것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고... 상희의 존재 가치를... 후후훗. "

" 아놔... 야! 야 이년아! "

상희는 그제야 입을 뗀다.

" 내가 무슨 존재의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지롤은... 여튼 풀어줘! 날 붙잡고 나머지 사람은 풀어주라고! 아놔... 완존 미쳐블! "

그때 건남의 머릿속으로 명택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의 귀에만 들리는 프로그램 명택. 명택의 프로그램이 작동한 건, 라구나에서 경찰아저씨가 발견한 조그만 장치 때문이다.

명택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댔던 그 기계가 바로 건남을 자극한 것이다. 일명 '프로그램 명택'. 명택이 죽기 전 만들었던 물건. 상희의 힘쌕에 잠들어 있던 프로그램 명택의 파일이 건남의 머릿속으로 잠입한 것, 블루투스 모드라 해야 하나? 아무튼 별걸  만들어 놓은 명택영감이다아옹~

' 건남아. 내 말 잘 듣게. '

건남의 머리속으로 흐르는 전자파가 뇌속의 신경을 자극한다.

' 그냥 재필의 이야기를 듣는 척하면서  말에 집중하게 '

" 상희는 윤이 남겨놓은 마지막 혈통이지. 제스를 움직이는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는 필요하고... 그렇지 않나 다솜. "

끄덕이는 다솜.

' 아직 재필은 다트 핀에 대한 행방을 모르고 있다네. '

건남은 재필의 말을 듣는 척하며 명택의 음성에 집중한다.

' 하나는 잘도 써먹었더군. 이제 남은 건 두 개야. 이곳으로 너희를 안내한 다트핀과  가방에 있는 다트핀. '

" 그래서 다가갔었지... 상희에게서 얻을 게 많거든... "

" 미친쎄리... 내가 뭐? 윤? 그 준이 옵이 말한 역사녀의 혈통? 개. 수. 작 부리지 마. 별 미친 소리로 밖에  들리니까? "

상희의 말에 피식거린다. 재필은.

" 뭐... 너희는 믿거나 말거나... 지금 내겐 니가 필요하니까... "

' 두 발의 다트 핀으로 재필을 막아야하네. 기회는 두 번뿐이야. 재필의 뇌속에 있는, 내가 만든 제스의 조종기를 폭파해야 하네. '

건남은 의문이다. 그냥 죽여도 제스를 조종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운전자가 사라지면 제스는 가만히 있지 않겠는 가? 그런 의문을 프로그램 명택은 풀어준다.

저놈이 그냥 죽으면 제스의 활동 모드가 자동으로 풀리네. 기존의 제스들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 살아가겠지... 살육과 번식을 하며 또다시 행성 안의 포식자가 될 거라네. 그가 죽으면... 그가 만들어 놓은 수만의 제스들이 자유로이 세상으로 뛰쳐나와 이 행성을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네. '

뭐? 수 만? '

잠깐? 이런 놈들이 수만 마리가 있다고... 재필이란 너란 녀석 언제 그렇게 많이 만들어 놓았냐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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