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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63-퍼팩트 (64/179)



〈 64화 〉63-퍼팩트

난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  되는 것이었다. 졸도해서 깨어났던 나는 눈을 감고 싶었다. 왜냐옹~ 명치대인 뒤에 5m쯤의 제스가 팔을 휘둘러 대각선으로 낫을 그었다.

몸과 몸이 대각선으로 잘린 명치대인.

제스의 일격에 그 끔직한 광경이 내 눈에 빨려들어 온다. 상희가  장면을 막기 위해 바리깡을 던졌지만, 이미 늦은 상태.

벙찐 모습으로 두동강이 난 명치대인을 보자마자, 난 눈을 감았다. 타이밍도 절묘하게. 용선과 준이 재필의 사무실에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 뒤에 제스를 수푹히 달고... 경악하는 상희와 건남, 어차피 명치대인은 그 경악과 함께 몸이  조각나고 있다. 물론, 용선과 준도 경악하는  그들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차분하던 준이 소릴 지른다.

" 명치대인 안 돼!! "

건남은 다트핀을 용선에게로 던진다.

" 형! 부탁해요! "

상희는 울부짓는다.

야!! 야! 이년아!! 명치대인!! 아~ "

용선은 흐뭇하게 웃는다.

" 흐흐... 호로새끼들 내 알씨카를 부셨지... 흐흐... 히리야 눈 뜬  안다. 애써 감지마라. "

아놔~ 걸렸다아옹~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 귀찮아서 일부러 졸도 한 척했었는데, 분명 저놈을 내가 또 살려야 할 각이다. 젠장. 귀찮다 말이다아옹~ 아무튼 난 용선의 말을 따른다.

교감.

용선의 무언의 지시가 나와 교감한다. 뇌와 뇌과 아무런 파장도 없이 연결되었다, 해야하나? 나의 양쪽 눈빛이 순식간에 변한다. 파랑과 녹색의 양쪽 눈이 금빛으로 일렁인다.

순간, 용선은  바닥에 내려놓는다. 징그럽게 명치대인이  조각 나는 것이 나의 눈에 비친다.

'망. 할. 것.'

그와 동시에 건남이가 던진 다트 핀이 용선에게로 점점 다가온다. 용선이 반월도로 다트 핀을 가르며 소리친다.

" 히리야! 시작하렴! 어서!! "

뭘 시작하라는 건지? 가르쳐 주고 시켜라아옹! 그러나 나의 몸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점점 부풀어 오른다.화이트 라이온으로 또다시 변신하며 말이다.

털들이 휘날린다.

금빛의 눈매에선 황금의 오호라가 물결친다.

용선이 반월도로 다트핀을 가르는 순간과 교차한다. 내 지금의 상황이...

금빛인 내 눈에서 황금빛 레이저가 다트 핀으로 뿜어졌다.

용선이 다트 핀을 가르고 나의 빛이 다트 핀에 닿는다.

순간 다트 핀은 폭발한다.

콰광 '

누구 하나 피할 수 없는 속도로 황금의 물결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재필의 사무실은 이제 금으로 도배된 것처럼 반짝거린다. 금빛이 상희와 건남, 용선과 준, 그리고 제스들을 물들인다. 물론 화이트 라이온으로 변한 나 또한 말이다. 그리고 그 물결은 명치대인에게도 물들여진다.

" 뭐지? "

" 이것은? "

놀라는 상희와 준. 건남은 이렇게 될  알았던 모양이다.

" 이건... 퍼팩트 힐링? "

용선이 웃으며 건남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맞아. 대단한 녀석을 데리고 있었으면서 써먹질 않고 있었군. "

" 그 전설 속에나 나오는 궁극 기술을 히리가 가지고 있었다니... "

건남이 놀라는 이유는  능력으로 명치대인의 몸이 순식간에 붙었다는 것과 주변에 있는 제스들이  조각 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 짓인가? 내가 이렇게 무서운 기술을 사용할  있었던 건가?

'퍼팩트 힐링'이란. 대충 요약하자면 살리자 하는 대상을 살리고 그를 죽이려 했던 적을 똑같은 방법으로 살생하는 것이다.

명치대인이 빛을 받아들인 다음 그를 공격했던 제스가 반 토막 난 것이, 이 힐링 덕이라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다트 핀이 광폭효과를 주는 역할을 했다. 빛이  크게 퍼져 나가게 하여 주변의 제스를 죽은 제스와 똑같이 반 토막으로 만든 것,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술사 사냥꾼인 용선이 지휘한 것이다.

크게 일렁이던 금빛이 차츰 가라앉고 용선은 반월도를 내린다.

건남은 전투가 끝난 장소를 살피고, 상희와 준은 그냥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넋 놓고,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듯 멍하니 바라만 본다.

명치대인은 몸을 추스른다. 많이 뻑적지근한 모양이다.

" 니미럴... 겁나게 아프네. "

 빛이 사라지자 다시 고양이로 돌아왔다. 누구나 할  없는 기술, 나도 몰랐던 궁극의 기술로 인해 내 몸은 그냥 축 늘어진다. 아무튼 난 이런 고양이다아옹~ 다들 조심하라아옹~ 지금 이렇게 떠들고 있지만 사실 난 '퍼팩트 힐링' 이후 기절했다는 건 알아 두기 바란다아옹~

기절한 나를 가슴에 품는 용선이 주변을 획 돌아본다.

정말 굉장한 걸! 직접 만나본 술사 중에 탑 중에 탑이야... "

그가 둘러본 재필의 사무실에는 반 토막 난 제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변한 제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 이런 존재가 실제 있다니... 그것도 히리가... "

" 형? 히리의 이 능력만 있으면...제스를 막을 수 있겠는 데요? "

용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기술 이후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

" 네? "

사실 죽을  알았거든. "

뭐야! 그럼 날 죽일 작정이었나... 확!  마를!

" 히리가요? "

그래. 이런 기술은 몸과 정신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면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어. 요 녀석이 운동이라도 했나 본데... 근데 고양이도 이런 정신력과 육신을 가질 수 있나? 아무튼 그런 것이 아니면 워낙 뇌가 비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

뭐에야? 뇌가 비어... 다른 건 몰라도 상희와 명치대인 보다는 아이큐 높다는 것에  손모가지와 간식을 건다. 참내~ 기껏 도와주었더니 막말하네. 니그들 그러면 국물도 없다아옹~

둘의 대화에 침착하게 다가온 준이 말한다.

" 이봐들. 재필은? "

" 참! 저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녀석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

어디로 갔지? "

건남은 투명한 겹겹의 문을 가리킨다.

" 저쪽입니다. 형님들. "

준은 투명문 앞에서 이리저리 살피며 문을 열려고 하지만 꿈쩍도 안 하는 문.

" 고정되었는데... 열릴 생각을  하는 군. "

죽다 살아난 명치대인은 스트레칭하며 몸을 푼다.

" 걱정들 마십쇼. 절 살려내었는데... 이쯤이야... "

'퍼팩트 힐링'이 다른 치유술과 틀린 것이 이거다. 치유 후 휴식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사람을 살린다는 것, 우쭐한 명치대인이 무쇠 주먹을 들어 올린다.

" 보십쇼잉. 이 명치대인의 능력을. "

깝치지 마라. 어디 신성한 내 앞에서... 아무튼 명치대인은 무쇠 주먹에 힘을 주고 사정없이 투명문을 향해...

' 콰직. '

투명문이 얼음 깨지듯 산산이 부서진다.

와장창창... '

파편을 밟으며 기세등등하게 웃는 명치대인.

" 음화하ㅡ- "

그러나 이 투명문이 하나가 아니라는  그는 망각하고 있었다.




- 조종실 -



그래 규모가 큰 함선인 만큼 많은 인원이 조종실 안에 모여 있다. 재필을 중심으로 모니터석, 운전석, 통신석, 무기석... 등등... 종합관제실을 방불케 한다. 하기야 커다란 공항이 날고 있다고 보면 그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하겠는가? 아무튼 중심에서 상황을 총괄하던 재필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듯 얼굴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른다.

" 읔! "

옆에 있는 용이 물었다.

보스. 괜찮으십니까? "

다솜은 걱정하는 필이다.

" 설마? "

그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다.

" 이런... 으윽... 제스가... 이놈들이 제스를 헤치웠어...  조무래기들이... "

용과 다솜이 동시에 놀란다.

" 용아! 애들 데리고 마무릴 지어야겠구나... 젠장! 어서!! "

상황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재필.

' 쾅 '

네. 보스. "

용이 알았다는 듯 재필에게 말하고 서둘러 조종실을 빠져나간다. 우르르 몰려가는 함정의 경호부대의 발소리가 조종실에 울린다. 이렇게 될 줄 재필은 생각 못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저들이 신형 제스를, 그것도 64마리의 제스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화하...다  히리의 솜씨다아옹~ 몰랐지... 내가 장난감 쥐는  잡아도 신형제스는 잡는다아옹~ 기절은 했지만 말이다아옹~

재필이 두통이 사라졌는지 이내 침착함을 애써 찾으려 한다.

" 후~ 별 찌그래기들이 속을 썩이는군. "

그래. 그 찌그래기가 간혹 세상을 환하게 만들 때도 있다. 분명 제스의 개발 비용이 아까워 다리와 심장이 후들거려야 할 재필 일텐데... 쉽게 흥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때 운전석에 앉아 있던 그의 부하가 재필을 뒤돌아보며 말한다.

" 보스. 출발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

 분? "

5분입니다. "

순간 재필은 손을 펼치며 앞으로 쭉 뻗는다.

'사사삭'

" 컥! "

운전병이 쓰러진다.

수도술.

재필의 손등에서 도끼와 같은 칼날이 그래픽처럼 생겨나며 그의 부하 마빡에 내려꽂힌 것이었다.

" 이 새끼들아! 뭐 했길래 아직도 출발시키지 않은 거야!! 다들 죽고 싶어! "

아까 했던 말 취소해야겠다. 재필 빡쳤다. 겉으론 굉장히 침착할 것 같던 고놈. 고놈이 아무 이유 없이 부하를 내리치다니. 분위기가 삭막해진 조종실은 누구하나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눈치라도  듯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 출발 5분 전. 출발 5분 전. 함선에 오른 모든 승객과 대원들은 자신의 자리에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함선의 진동에 모두 주의 하십시요. "

" 휴~ 뭐 하나 제대로   없군. "

짜증섞인 재필의 목소리가 다솜에게 들린다.

" 보스. 제가 처리할까요? "

" 용이 혼자도 충분하지 않을까? "

" 이렇게 제스를 모두 처리했다는 것은 특별한 힘이 있지 않은 이상 힘듭니다. 저처럼 숨어있는 능력자가 함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보스. "

" 젠장... 젠장... 젠장... "

' 쾅. 쾅. 쾅. '

애꿎은 상환판만 맴매를 맞고 있다. 안 부서지냐옹~

그래 나 같은 능력자가 이 행성에는 많지 않다. 물론 다솜이 같은 능력자도... 나 같은 경우야 고양이라 힘을 애써 숨기지 않아도, 저절로 숨겨진다. 다솜의 경우는 좀 다르다. 힘을 숨기지 않으면 행성 기관이나 재필 같은 범죄 조직에서 눈독을 들인다. 그래서 다솜은 여기 있는 거지만...

술사라는 존재가 그렇다. 대부분 물리적인 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상당하다. 나만해도 치유술로 사람을 살리기만 하는 지 알았는데... 그 거대한 제스들을 눈 깜짝 할 사이에 전멸시킨 것을 보면. 잠깐, 그러고 보면 술사 사냥꾼으로 불리는 용선은 정말 고급 인력이다. 이제야  건남이 용선을 끌고 왔는지 알 것도 같다.

" 보스. 용이로도 막을 수 없다면 여기서 도망가도 힘들 겁니다. "

" 어쩌다 이렇게 됐지? 너무 제스의 힘에만 의존했나? "

" 아무래도 제가 나서야겠어요. 보스! "

다솜이 뭔가 결심한 것 같다.

" 그래... 별수 없지... 가 봐... "

재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솜도 조종실을 나간다. 나가는 그녀를 흘기며 말하는 재필.

" 흥. 끝까지 용이가 걱정된다고 말하진 않는 군... 훗. "

그렇게 함선은 떠날 준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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