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65-실패작
명치대인의 눈에 실핏줄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다. 퉁퉁 부은 얼굴이 곧 터질 것 같다. 라구나 식구들은 연이어, 재차, 힘껏, 용을 휘둘러 패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뭘까? 이 녀석은 무엇이길래 어느 것도 통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 히리가 아는 체 좀 해야겠다.
용은 1세대 신종 제스다. 처음부터 말하면 좀 길어지니 요점만 말하겠다아옹~
사실 재필이 처음으로 만든 제스의 실험은 용이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용은 저세상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말 그대로 실패작이란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가 깊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일까?
용은 진화해 갔다. 실험대상을 구할 수 없었던 재필의 조무래기 시절, 그 때 시작한 제스 양성.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탄생한 용은 단단한 몸뚱이를 얻었다. 일반적인 무기들로는 그의 몸을 찌를 수도, 벨 수도 없었다.
명치대인의 일본도, 용선의 반월도와 같이 변형된 무기로도 용의 몸뚱이에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강력한 몸빵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그에 비례하며 힘도 강력했다. 명치대인의 무쇠 주먹과 맞먹는 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니 지금 목을 졸리고 있는 명치대인이 위급한 거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 이렇게 강한 제스를 만들었는데, 왜 재필은 계속 용 같은 제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우선,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그리고 재필 자신의 머리로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 재필은 절대복종의 제스가 필요했었다. 용처럼 감정이 있는 제스 보다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제스가 필요했던 것. 아무튼 지금의 신형 제스 보다 힘과 단단함은 용이 뛰어났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 적과 아군을 분간 할수가 없었다. 제스의 습성을 간직하며 변환되었기에 그저 다가오는 모든 것을 죽이려 했다.
그러고 보니... 또 문제점.
한 번에 쭉 이어서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아옹~ 내 맘이라옹~
변신 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불규칙했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하루가 제스로 변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제스로 변한 용이 점점 손에 힘을 준다. 실핏줄이 떠질 것 같은 명치대인의 붉은 눈이 점점 흐려진다.
" 노친네! 이 녀석은 뭐야? "
건남은 다급하다.
' 흠~ 이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설계도가 없네. '
" 아~ 상희야 그럼 흉추를 공격해봐! 아까처럼... "
웬일로 상희가 건남의 말을 듣는다. 그녀가 손에 든 단도로 용의 등, 정중앙을 깊숙이 찌르려 한다.
' 푹~ '
그러나 단도는 맥없이 튕겨 나간다.
" 안돼! 죽어 죽으라고! "
' 퍽. 퍽. 퍽. '
상희는 힘을 다해 여러 번 내리치지만 용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마지막 힘을 주려는 순간.
' 삐익. 삐익. 삐익. '
경고음이 들리며 함선이 요동친다.
' 위이잉~ 위이잉~ '
그리고 들려오는 안내방송.
" 중앙 연료탱크가 파손되었습니다. 모두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
커다란 비행정 안의 모든 사람의 마음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 젠장! '
아무튼 그 요동의 힘이, 연료탱크가 터진 것이 라구나 식구들에게는 이점으로 돌아왔다. 꿈쩍도 안 했던 용이 균형을 잃었기에...
' 크르륵~ '
기회를 놓치지 않은 용선이 반월도를 제스로 변한 용에게 힘껏 던진다.
' 훅... 훅... 훅. '
' 팍 '
용의 팔목에 적중하자 올가미가 풀리 듯, 묵직한 그의 손이 펴진다. 명치대인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 털석~ '
바닥을 나뒹굴며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명치대인은 헛 기침을 연신한다.
" 콜록, 콜록, 콜록... "
계속해서 흔들리는 비행선에서는 안내 방송이 또 한 번 흘러나온다.
" 연료 탱크 자동 복구가 시작됩니다. 출발지연에 따른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세요. "
그 음성을 들은 건남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 휴~ 그나마 다행이야... "
바닥을 뒹구는 명치대인은 헛 기침만 연발한다.
" 콜록. 젠장 뒈질 뻔. "
함선이 잠시 멈추었지만 라구나 일행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명치대인을 눌러 죽이려 했던 용이가 앞에 있기에... 용은 흔들림에 주춤하지만 광기 어린 눈동자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 준 옵. 당최 저 녀석 어떻게 해야하나요. "
무기를 잃은 준은 격투 자세를 취하며 용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 지금으로써는... 뭐라 할 말이 없군. 저 녀석이 지쳐 쓰러질 동안 살아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
그가 말했듯 용은 광폭 된 힘을 억제하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이기도 한 억제력에 견디는 것이 살길, 아니면 또 째야 하나?
" 건남 옵! 뭐 좀 없어? 또 벌금 내고 싶지 않으면 방법 좀 찾으시죠? "
건남은 다트 핀을 쥐고 경계하고 있다. 주변을 천천히 살피는 용으로부터 말이다.
" 그냥 벌금 내야겠다.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
그리고 용선을 쳐다본다.
" 형! 형은 저런 녀석 상대해 본적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도 특수전 사령부에서 근무했으니? "
용선은 돌아온 반월도의 손잡이를 잡는다.
' 척. '
" 건남아! 난 저런 제스는 평생을 살며 처음 본다. 뭔 호로새끼가 맞아도 꿈쩍을 안하냐. 아~ 근본 없는 새끼라 정보가 없군!"
그러는 사이 명치대인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일어선다.
" 워메~ 니가 나를 목졸라 죽이려 했다 이거지... 칫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것 같냐! "
그래 호락호락 당할 것 같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튼 언제 목을 졸렸다는 듯, 명치대인은 고함을 치며 용에게로 펀치를 날린다.
" 받아랏!! "
정확, 신속한 스트레이트. 뛰어드는 가속을 이용하여 무쇠주먹을 쭉 뻗는다. 신형 제스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용, 그의 변환 된 얼굴을 향해 쏜살같은 한방.
' 퍼벅! '
명치대인의 무쇠주먹을 용은 주먹으로 받아친다.
' 팍! '
힘과 힘에 균열이 생긴다. 쭉 뻗은 명치대인의 팔과 용의 팔이 꿋꿋하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명치대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전완의 경상돌기를 지나 요골, 요골조면, 요골경, 요골두, 요골절혼으로 흐르는 뼈에 스파크를 튀듯 상완으로 전달된다.
" 으아악!!! "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에 명치대인은 고통에 울부짖는다. 팔을 부여잡으며... 반면, 제스로 변한 용은 그냥 그대로다. 팔을 털지도, 아픔이 느껴지지도 않는 것 같다.
니들 이제 어쩔거냐옹~ 난 당분간 일어나지 못한다옹~
호기롭게 주먹을 날린 명치대인이 고통에 무릎을 꿇는다. 용은 피니쉬를 날리려는 듯 두꺼운 발을 들어 올려 명치대인을 밟아 죽이려 한다.
" 크르륵...크아악. "
그것에 처음으로 반응한 상희.
바리깡을 방패로 전환하며 들어 올린 다리를 향해 뛴다.
" 일어나! 명치대인! "
다음으로 반응한 건남.
다트 핀을 공중으로 던진다. 용의 머리 위로 네 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다트 핀.
다음으로 반응한 용선.
반월도를 건남이 날린 다트 핀을 향해 원반 던지듯 높게 올린다.
다음으로 반응한 준.
육중한 몸으로 황소처럼 용을 향해 전진한다. 꼭 럭비선수의 그런 움직임이다. 준이 힘과 스피드로 용의 등짝을 힘껏 들이민다.
' 퍼 벅! '
상희는 슬라이딩하며 방패로 용의 두꺼운 다리를 막는다. 준에 의해 균형을 잃었던 용, 그가 처음 명치대인의 얼굴을 노렸었는데, 살짝 발의 방향이 바뀌며 명치대인의 복부로 향했다.
그런 용의 발이 상희의 방패에 막히며 미끄러지듯, 명치대인의 옆을 지난다. 그 순간, 다트 핀이 용의 머리 위에서 떠 있다. 건남이 주문을 외듯 말한다.
" 피니쉬. "
다트 핀이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 슈우우~ '
" 얘들아 피해! "
상희가 고통스러운 명치대인을 끌어안고 재빨리 옆으로 구른다. 4개의 다트 핀은 강한 힘으로 바닥을 향해 꽂힌다. 스파크, 강한 전류가 흐르는 그물이 4개의 다트 핀에 연결되어 그것과 같이 바닥으로깔리며 용을 덮친다.
' 파.파.팍.팍. '
용을 옭아매는 전기 그물. 전류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른다.
' 찌직. 찌직... '
" 쿠오오오옥... "
용의 괴성, 그 음성 사이로 용선의 반월도가 회전하며 제스로 변한 용에게 빨려들 듯 다가온다.
" 요건 몰랐겠지... 호로새끼. "
반월도가 두 개로 분리된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투명의 결계가 생성된다. 전기의 감전에 부르르 떨고 있는 용의 등을 감싸는 반월도의 결계, 그 결계의 힘으로 인해 용은 괴성을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고목나무가 넘어가듯 말이다.
' 쿵! 쾅! '
건남의 그물이 용을 감싸고 용선의 반월도가 바닥에 꽂히며 결계의 힘으로 그를 누르고 있다. 그 힘 좋았던 용이 꼼짝하지 못한 채 전기의 충격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건남은 손가락으로 '똑딱' 소리를 내며 기뻐한다.
" 좋았어. 브라보! "
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가슴을 편다.
" 휴~ "
용선은 하나 남은 홀로그램 반월도를 생성한다.
" 이러다 늦겠어. 시간도 벌었으니 끝내자고. "
상희는 신음하는 명치대인을 부축이며 말한다.
" 명치대인아. 너 싸울 수 있겠어? "
" 으윽... 겁나 저리네... 저 색 뭐래요. 아으~ 금방 좋아질거에요. 재필 잡으러 가야죠. 윽~덴장! "
" 형님들 움직이죠. 전기 충격이 그리 길지 못할 거에요. "
용을 힐끗 바라보는 건남의 시야에 아직도 부르르 떨고 있는 그가 들어온다. 그렇게 라구나 일행은 재필이 있는 조종실로 바쁘게 움직였다.
- buzz 함정 -
라구나 일행과 용이 대치하고 있을 때, 큰 함선이 흔들린 건, buzz에 타고 있던 우현과 성진 덕이었다. 다해가 전송해준 자료를 토대로 고스트 한 채, 재필의 함선을 비행하던 buzz, 성진이 눈을 부릅뜨고 찾아 돌아다녔다.
우현이 모니터 화면으로 그 그림과 일치하는 곳을 비교 분석했고. 그러다.
" 형! 저기... 저기 보이는 곳 아니에요? "
" 어디? 어디? "
우현은 성진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 오~ 그런 것 같은데... "
그리고 그림과 대조하며 모니터를 확인하다. 모니터에 '일치 확률 90%'라는 문구가 보인다.
" 좋았어! 성진아. 준비해! "
" 그람요. 그람요. "
성진은 무기석으로 뛰어간다. 자동비행 모드로 저속 하는 buzz. 자리에 앉은 성진은 무기 버튼의 커버를 연다.
" 뭐로 불꽃놀이를 할까? "
성진의 흥얼거림에 우현이 대답한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히 가자고. 돈 좀 뿌려! "
오~ 역시 우현.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만 해도 적자인데... 배포가 큰 녀석이긴 한가 보다.
" 형 그거 쏘라고? "
" 그래. 이 함선 적당한 미사일로 두들겨 봐야 꿈쩍도 안해. 스케일 자체가 달라. "
" 형! 그러다 우리까지 폭파하면? "
" 이것아! 당연히 도망쳐야지. "
" 아하! "
그래. 성진도 명치대인과가 맞다.
" 발사 시간 5분으로 지정하고 나를 준비해. "
" 알겠습니다. 형. "
지금 쏘려는 미사일은 고가의 돈으로 장만한 무기다. 대충 라구나 비행정을 구입하는 돈 정도 되는 무기. 마들가리 행성에서 불법으로 밖에 유통이 안 되기에 가격이 비싸다.
광물 채취가 금지된 무기물로 만든 미사일, 금지된 가장큰 이유가 소량으로도 큰 파괴력을 가지고 대지와 공기의 오염을 지속시키는 단점 때문이다. 행성의 특수한 부대에서 밖에 사용 못하는 무기. 그걸 가지고 있는 우현,
누구냐?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