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69-파괴자 (70/179)



〈 70화 〉69-파괴자

팔에 전류가 흐르는 재필.

그의 무기는 팔 속에 장착되어 있는 전기파였다. 명택이 살아 있었을 때 맞춤형 무기로 만든 전기파. 아무튼 그런 무기를 장착한 재필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고개가 돌아간다.

상희의 방패가 정확하게 적중되었다. 경추에서 소리가 들린다.

' 빠드득. '

일반인이라면 즉사 각이다. 그러나 재필은 뒷걸음 치며 고개를 원위치로 되돌린다. 그런 재필에게 상희가 단도를 휘두른다. 펀치를 날리듯, 궤적을 그리며 날카로운 가윗날이 재필의 울대로 향한다.

솨아악. ' ' 착! '

날아든 단도를 오른손으로 잡은 재필.

" 이깟 것으로 날 조롱하려 했나... "

그의 손에서 검붉은 피가 단도를 타고 흐른다. 재필은 잡은 단도를 의식하지 않은 채 상희의 복부를 앞발로 밀어친다.

' 퍽. '

" 윽. "

배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선 상희.

그녀가 가만히 있으면 상희가 아니다. 다시 달려들며 재필의 정강이를 발 뒷굽으로 가격하려 한다. 그러나 공격은 늘 읽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지없이 피하는 재필, 그가 피하며 상희의 머리를 육중한 손으로 쥐어 잡는다. 마치 농구공을 한 손으로 잡듯. 그대로 팔과 손에 힘을 주는 재필. 전기파가 흘러나올 필이다.

' 지지직~ '

상희가 방패로 재필의 팔을 쳐낸다.

' 퍽! '

손에서 풀려나는 동시에.

' 콰지직. 파각 '

전자파가 터진다. 뿌연 연기가 재필의 오른손에 나부낀다.

공격과 방어.

듣도 보도 못한 여러 갈래의 공격을 상희와 재필은 조종실 안에서 펼친다.

혈전.

막상막하, 난형난제, 백중지세, 용호상박, 오십보백보, 쎔쎔, 삐까삐까한 혈전을 둘은 치르고 있다.

상희의 오른쪽 뺨으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재필이 움직일 때마다 땀은 흩날린다.

난장판이 된 조종실 탈출을 시도하는 재필의 부하가 한둘이 아니다.

" 함선 내부 조종실의 인원이 부족합니다. 자동 모드로 전환하시겠습니까? "

안내 방송이 흐르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넓은 조종실에서 벌어지는 사투에 모두 생명을 살리고 싶어, 집단으로 짼다.

조종실 안은 레이저 건의 총격 음과 일본도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 다트 핀이 날아가는 소리, 반월도의 파공음, 주먹을 날리고 그에 신음하는 소리만 난무하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쓰러진 전투 대원들은 이제 제대로 된 인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상희와 격투 액션을 펼치는 재필에게 더없이 불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 이런... 이깟 놈들에게... "

밥 먹듯이 날린 이깟 놈들에게 재필은 수백의 전투 대원도, 여러 마리의 신형 제스도 잃었고, 용도 쓰러졌으며, 다솜도 정신의 고통으로 추락했다. 이젠 자신뿐인 그였다.

숨을 헐떡거리며 멈춰선 상희와 재필.

" 크크큭...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크크큭... "

" 흐흐흐흑... 이젠 콩밥 실컷 먹을 준비나 하라고... 흐흐흐흑. "

잡으려는 자와 잡히려는 자는 그렇게 말한다.

" 지랄하지 마! 어디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아 보여. "

재필이 기마자세로 자세를 잡고 두 주먹을 불끈 쥔다.

팔 근육이 울룩불룩하게 꿈틀거린다. 이에 상희는 단도를 치켜들며 그에게 뛰어든다. 매우 빠르다. 고함을 치는 재필.

" 우아아악 "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색 빛이 그의 몸을 감싼다.

" 죽어! 죽으라고! "

힘껏 양팔을 벌리고 상희가 있는 곳으로 쭉 뻗는다.

' 빠지직, 빠지지직 '

다트 핀을 날리던 건남이  모습에 소리친다.

" 안돼! 상희야! 피해! "

그러나 상희는 방패를 추어올리며  전기파를 막으려 한다. 달려드는 상희에게로 뿜어져 나가는 뇌류. 재필의 몸을 뒤로 밀쳐낼 정도의 파워풀한 뇌류가 쏟아진다.

뇌류가 방패에 닿았다.

' 파직. 빠지직...지지직... '

그 뇌류가 스멀스멀 방패를 타고 상희의 손으로 향한다. 그리고 상희의 손에 맞닿자.

" 끄아아악! "

지직... 치이익... 치지직... '

상희의 온몸이 감전된다.

부르르 떠는 상희.

고통을 몸으로 전달받은 상희.

바리깡과 단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광경을 4명의 남정네가 동시에 바라본다. 그리고 동시에 말한다.

" 상희야! 안돼!! "

" 누... 누님!! "

" 이런! "

" 젠장! "

뇌류를 계속해서 방출하는 재필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다.

" 크하하하... 아까운 년. 그냥 순순히 따랐으면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이젠 그냥 여기서 끝내야겠어! "

재필의 광기가 더욱더 짙어진다. 눈빛에 '자비는 이제 없다.'말하는  같았다. 재필은 팔에 더욱 힘을 주는지 힘줄은 점점 굵어진다.

" 잘가라! "

그와 동시에 상희가 비명도 없이 쓰러진다. 강력해진 뇌류에 의식은 이미 사라진 상희, 몇 초의 시간이면 몸이 타들어 갈 것이다. 명택이 만든 저 무기가 그렇게 작동되는 것이기에...

동시에 말했던 4명의 남정네가 상희가 쓰러지는 모습에 일제히 움직였다.

럭비 선수가 된 준이 재필에게로 어깨를 들이민다.

투수가 된 건남이 다트 핀을 직구 던지듯 날린다.

원반던지기 선수가 된 용선이 반월도를 360° 회전하며 던진다.

권투 선수가 된 명치대인이 급하게 뛰며 무쇠 주먹을 재필의 턱을 향해 내리꽂으려 한다.

동시 다발적인 행동에, 피니쉬를 날리지 못한 재필은 두 팔을 휘저으며 그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다트핀이 뇌류에 흡수되어 갈필을 잃었다.

반월도 또한... 재필에게 다가오던 명치대인과 준도 뇌류를 피하기 위해 몸의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그로 인해 상희와 연결되었던 뇌류가 끊겼다. 틀었던 몸을 추스르며 달려드는 준이 어깨로 재필의 몸을 들이박는다. 정확히 정강이 부분을... 그리고 허리를 펴며 공중으로 들어 올린다. 재필이 붕 떴다.

" 이 자식이! 우리 누님을! "

어느새 자세 잡은 명치대인이 무쇠 주먹으로 공중에  재필의 가슴을 힘껏 갈긴다.

' 퍽! '

윽! "

명치대인이 재필의 명치를 가격하는 순간이었다. 로켓처럼 재필이 조종실의 커다란 모니터로 날아간다. 그리고 등이 모니터에 착 달라붙는다.

와장창창창. '

브라운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재필이 나가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상희의 곁으로 다가온 건남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무릎 꿇는다. 그리고 그녀를 흔든다.

" 상희야!  떠! 괜찮은 거야? 상희야? "

그러나 기절한 상희. 폭발하지 않은  천만다행이었다. 건남이 그녀의 가슴에 귀를 가져간다. ' 쿵쾅. 쿵쾅 ' 심장 뛰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린다. 그제야 안심 놓인 건남이 눈을 째리며 재필이 날아간 자리를 살핀다.

" 재필! 이제 순순히 항복해! 너 혼자만의 힘으론 당해   없으니! "

브라운관의 파편을 털어내며 재필은 스르륵 일어난다.

" 쿨럭! 퉤~ "

그가 가슴을 부여잡고 침을 뱉는다. 붉은 침을...

" 이... 새끼들... 이러진 않으려 했는데... 흐흐... 윽. 쿨럭... "

광기에 서려 있던 재필의 눈빛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쓰러진 자신의 부하들이 재필의 시야에 들어온다.

" 건남... 너가 원하는 게 진짜 나의 목숨이야? "

건남은 침묵한다.

오랫동안 날 추적해서 얻으려는 게 고작 내 현상금이냐고? 크크큭... 쿨럭. "

재필이 고통스러운지 명치대인에게 맞은 명치에 손을 가져가며 비빈다.

"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그 많은 신형 제스를 처리할 줄이야... 너무 방관했어...크크큭... 건남. 네 속에 무엇이 자리잡혀 있는진 모르겠지만 결코 쉽게  의지를 포기할 순 없지. "

용선이 그에게 다가가려 한다.

"뭐? 오합지졸? 아직도 정신 못차렸... "

건남이 다가가려는 용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저지한다.

" 니들은 능구렁이 같은 건남에게 속고 있다는  모르나? "

뭘 속인다는 거야? 이제 살기 위해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 같다. 건남의 뒤에 있는 명치대인이 속삭이듯 건남에게 묻는다.

" 형.  자식이 하는 말이 뭐래요? 형 재필이 잡아서 다래의 복수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현상금 받으려는 거 아니었어요? "

" 크크크... 철저히 동지들까지도 속이고 날 잡으려 했군. 쿨럭. "

침묵으로 일관했던 건남이 입을 뗀다.

" 재필. 이제야 너로 인해 뭉개진 내 과거를 보상받을 시간이 된 것 같군. 마음 같아선 너의 사지를 다 뜯어 버리고 싶다고... 내 일행들만 아니었으면... "

" 훗... 능구렁이 새끼. OEN과의 약속을 아직도 깨지 않았나? 그럼 날 죽이지 못할 텐데..."

OEN이 아직 널 죽이지 않고 기다렸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나? 진작에 OEN은 널 죽였을 거야. 내가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수십번은 네 녀석의 목을 쳤겠지. 그자는 내게 기회를 주더군. "

" 그렇겠지... 그 녀석에게 빌빌기며 붙어먹은 녀석이 너니까. 크크크큭. 쿨럭. "

명치대인과 용선, 준은 재필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다. OEN이라는 존재가 건남과 연결이 되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몰랐기에... 그 공간의 일행들, 눈은 건남에게로 향해 있었다. 무언지 모를 의구심과 배신감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는다. 내가 상희처럼 기절만 안 했어도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 아무튼 재필 이제 끝내지... "

건남은 재필에게 터벅터벅 걸어간다. 명택에게서 건네받은 다트 핀을 꺼내 들며... 순간, 재필은 손에 무언가 든다. 핸드폰만 한 크기의 리모컨.

"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허망하군, 아깝기도 하고 말이야. 이 함선에 투자한 시간이 아쉬워... 크크큭... "

리모컨의 버튼을 재필이 누른다. 누름과 동시에 조종실에 비상음이 들린다.

' 위이잉, 위이잉, 삐빅, 위이잉, 삐빅 '

그리고 안내방송.

" 비상상황. 비상상황. 함선이 폭발합니다. 모두 대피하기 바랍니다. 3분 후 자동 폭파합니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바랍니다.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

두리번거리는 명치대인.

"뭐여! 이것은... 이런 미친 새끼! "

건남은 재필을 잡기 위해 미친 듯이 뛴다. 준은 위급함을 느꼈는지 쓰러진 상희를 자신의 어깨에 둘러업는다. 용선은 나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재필은 뒷걸음질 치며 입꼬리를 올린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음 걸었을 때, 건남의 손이 재필의 멱살을 잡을 무렵, 재필은 리모컨을 또다시 누른다.

" 가라고 함선과 함께! 여기까지 찾아온 너희의 능력은 인정하지... 으하하하하. "

원형의 바닥에 섰던 재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이동인가? 아니다. 밑에 있던 둥그런 바닥이 열리며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비상시 만들어 놓은 탈출구를 이용한 재필. 그가 사라지자 건남은 아쉬운 한숨을 토해낸다.

" 이런! "

무색해진 그들... 어떻게 여기까지 쳐들어왔는데 이렇게 재필을 놓지냐아옹~ 잠깐! 그 보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냐아옹~ 이제 3분 있으면  정말로 죽는 건가? 이렇게 기절한 채로 죽기 싫다아옹~ 눈은 뜨게 하고 죽여라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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