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70-탈출구
재필이 사라지고 나서 라구나 대원들은 벙찐 상태다. 이 함선을 버리고 도망친 재필의 마지막 선택은 공중분해였다. 함선이 폭발하면 여기에 있는 라구나 일행은 살아남지 못한다. 위기의 그들, 물론 나 또한... 그 순간 건남의 선글라스에서 신호음이 잡힌다. 재필이 탈출하면서 차단했던 통신망이 풀어졌나 보다. 급하게 선글라스를 건남은 쓴다.
" 그래. 다해니? "
" 건남 삼춘! 어떻게 된 거에요? 모두 무사한 거예요? "
" 그보다. 지금 상황이 급해! 이곳이 파괴될 거야. "
" 넵? 지금 보이는 저 큰 함선이 터진다고요? 지금 그 안에 계신거 아니에요? 다들... "
" 그래. 다해야! 아무튼 우현아 내 말 들리니? "
다급하게 우현도 교신 채널에 입력시킨다.
" 넵! 성님! "
" 둘 다 내 말 잘 들어! "
숨을 죽이는 라구나의 다해와 buzz의 우현.
" 곧 이 함정이 터질 거야... 재필은 지금 탈출했고. 분명 터지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겠지. 둘 중 누구라도 막아야 해 도망치지 못하도록. "
" 성! 저희 지금 드론들하고 전투 중이에요. 이놈들 다 처치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아요. "
그랬다. 우현은 무기 버튼을 열 손가락을 사용해 컨트롤하고 있다. 자신의 함정을 지키기 위해서...
" 제가 buzz 도와주러 가려는 참이었는데... 삼춘... 거기서 나 올 수나 있는 거예요. "
그래 이눔아! 우리 먼저 살고 재필을 추적하든, 잡든, 죽이든 해야 할 거 아니냐아옹~
" 최악의 상황에는 너희가 잡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여기 있는 인원들이 살 확률은 거의 제로야. "
뭐? 무시라? 야! 야 이년아! 살 궁리를 해야 할 거 아니냐아옹~ 나 교미도 못 해본 숫총각이라고 딱지는 떼고 옥황상제를 보든, 지옥을 가든, 천당을 가든 해야 할 거 아니냐아옹~ 흑흑흑... 내 이렇게는 못 죽는데이... 이거 원 졸도만 안 했어도 진즉에 쨌을 텐데... 야속하기만 하다아옹~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재필의 탈출로는 소형함정과 연결되어 있을 거야. 레이더 켜 두고 뒤쫓기 바래. 이상. 더 늦기 전에 우리도 탈출구를 찾아야 해! "
" 에구구... 이를 어쩐대요... "
" 다해야! 너만 믿는다. "
그렇게 말한 건남은 교신을 끊는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안내방송.
" 대피하세요. 2분 후 함선은 자동폭파합니다. "
비상음은 라구나 인원들의 귀를 연신 때리고 있다.
" 형! 이젠 어쩐디요?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고? "
용선은 재필이 사라졌던 원형의 탈출구를 살핀다.
" 재필도 이리 나갔으니 우리도 이곳으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
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 지금 상황에선 그 방법밖에... "
건남이 명치대인을 바라본다.
" 명치대인아. 네 몫이다. "
" 그러죠... "
말귀를 한 번에 알아듣다니... 죽음 앞에 명치대인도 센스 맨으로 변하나 보다. 명치대인은 무쇠 주먹을 원형의 탈출구에 날린다.
' 쉬이익~ 퍽. ' ' 와지직. '
원형문이 부서진다. 구르기의 대가와 문 부수기 대가로 거듭나는 명치대인. 이젠 돈 받고 해도 될 정도로 정확, 신속하다. 뚫린 탈출구, 그 원형의 탈출구에 빙 둘러 라구나 인원들이 모인다. 그리고 밑을 바라본다. 원형의 관이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다.
" 가자! 살려면. "
그들에게는 모험이었다. 이곳으로 간다고 해도 그곳엔 뭐가 있을지, 지상으로 가는 것인지, 탈출할 비행선이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에 말이다.
- 2분 후 -
" 함선이 자동 폭파합니다. 그동안 즐거웠답니다. "
친절한 인공지능의 안내 방송과 함께 커다란 함선은 공중분해 된다.
' 콰광! '
사막에 울리는, 때아닌 천둥소리가 구역 전체를 흡입한다. 후폭풍으로 인한 잔해가 날린다. 공중의 항공모함이 제 모습을 버리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은 다해와 우현이다.
" 아악! 언니!! 어떠케. 어터케! "
다해의 머릿속은 '일행들이 생존했을까?'로 가득 찬다. 교신을 아무리 날려도 응답이 없기에 그녀의 걱정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 아~ 어떠케... 다 살아 있는 거야? "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승규가 그런 그녀의 얼굴을 가슴에 묻는다.
buzz의 우현도 그 폭파 장면을 뚜렷하게 확인하고 있다.
" 건남성... 이게 어찌 된 일이야... "
다행이라면 그와 공중전을 벌이던 드론들이 함선의 추락과 함께 하나둘 모랫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었다.
" 다해 누님? 다해 누님? 지금 레이더 켰어요? "
울먹이던 다해가 우현의 교신에 답한다.
" 어흑흑... 어. 켜놓았어. 소형함정 하나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 같아. 어흐흑... "
" 공유시켜 주세요. 전투하느라 신경 못 썼어요. "
" 어흐흑... 알... 았어... 흑흑... "
" 누님 정신 차려요. 다 살아 있을 거예요. "
큰 파도가 밀어치듯 모래알들은 파괴된 함선의 폭풍으로 쓸려 내려가고 있다. 레이더 공유로 재필이 도망치는 소형정이 buzz에 잡힌다.
" 누님! 따라오세요. 12시 방향으로... "
" 알았어. "
buzz와 라구나의 엔진음에 힘이 들어간다. 그대로 재필이 도망치는 소형정을 향해 질주한다.
- 1구역 -
' 콰광! '
함선이 부서지는 소리가 작열한다. 폭파하고 있는 함선의 폭염을 가로지르며, 재필은 소형함정에 의지한 체 그곳을 빠져나왔다. 상희의 소형정과 비슷해 보이는 그의 탈출선, 그 안에 인상이 구겨진 재필이 타고 있다. 아직 명치대인에게 일격을 당한 명치가 얼얼한 것 같다. 연신 문지른다.
" 몇 년에 걸쳐 만든 이곳을... "
악당도 그 나름의 노력으로 살고 있다. 내가 재필의 입장이었다면 아마도 심장마비나 뒤통수 부여잡고 혈압으로 쓰러졌을 거다옹~ 그의 소형정 뒤로 산산이 조각나는 커다란 함선이 보인다.
" 이것들을 어떻게 죽여버리지... "
그래도 보스긴 보스인가 보다. 이 상황에서도 조금 침착해 보인다.
" 으악! 개새리들! 감히 내 아지트와 연구물들을 싹쓰리했단 말야! 으아악. "
' 쾅쾅쾅. '
앗! 미안하다.
침착은 개뿔.
재필은 열이 받아 계기판과 조종대를 연신 가격한다. 그래 쟤도 사람인데 열 받겠지. 아무튼 그렇게 흥분한 재필의 뒤로 buzz 함선과 라구나 함선이 따라붙었다. 재필은 그 모습을 확인한다.
" 비행정 뒤로 중급 함정 두 기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
화면의 안내창
'Yes'를 누르는 재필, 그의 눈에는 라구나와 buzz가 화면에 잡혔다.
" 이건 또 뭐야? "
뭐긴 뭐냐. 너 잡으러 다니는 사냥꾼들이지.
" 용케도 숨어 있었군... "
재필은 비행정의 속도를 최대한 높인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무색하기만 하다. 급 자체가 다른 비행정이기에 그들을 따돌리기는 힘겨워 보인다.
광활한 사막에서는 무조건 급이 높은 비행정이 유리하다. 전투든, 스피드든. 재필의 소형 탈출기는 과연 저들을 따돌릴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대형 함정으로 변신하지 않는 이상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 상황을 재필은 인식한 것 같다.
" 후훗. 어이가 없군. 어쩌다 이런 꼴이... "
그래 꼴 좋다. 그 많던 제스며, 옆에 있던 용과 다솜도 사라졌으니... 천하의 재필도 맨몸으로 중급함정과 싸운다는 건 좀 힘들겠지...
한편, 라구나와 buzz는 상희와 건남에게 계속해서 교신하지만 응답은 오지 않는다. 눈 앞에 재필의 소형정을 추격하며 말이다.
" 저 자식! 확 죽여버릴 테다. "
울먹이던 다해의 눈은 복수로 이글거린다. 곧장 무기 버튼의 모든 버튼을 누를 기세... 아니다. 이미 눌렀다.
' 드르르륵. 드르륵. 펑. 펑. 펑. '
발칸포 4문이 열리며 무수히 많은 탄알이 쏟아진다. 그리고 미사일의 개폐 장치가 열리며 재필에게로 날아간다.
' 쉬이잉~ 슈우웅~ '
" 다해 누님! 그렇게 그냥 죽이시려고요? 현상금 받으셔야죠... "
" 다 필요 없어! 그냥 죽여버려야 겠어! 젠장... 그러고 보니 히리도 없는데... 그냥 복수할 거야!! "
" 누님!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요. 살았을지? 생포해요. 자제하시라고요. "
다해가 상희로 둔갑한 것 같다. 막무가내식 공격은 먹힌다. 실드도 없는 작은 소형정은 그대로 추락한다. 사막으로 떨어진 재필의 탈출정은 모래를 쓸어내며 불시착한다.
어느 순간 라구나 호와 buzz 호가 그 주변에 정박한다. 모래가 엔진의 힘에 나부낀다. 출입구가 열리고 다해와 승규, 그리고 경찰관들이 내려온다.
buzz도 마찬가지다. 열린 출입구에서 우현과 성진이 땅에 발을 디딘다. 푹푹 파이는 사막을 걸어오는 그들, 불시착한 소형정으로 향한다.
" 재필이 녀석이 살았을까? "
승규가 다해에게 묻는다.
" 그 자식 살았을까요? "
성진도 우현에게 묻는다.
" 긴장하고 있어.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거든. "
우현이 왼쪽에 차고 있는 검병에 손을 얹는다. 그들의 대화를 듣기라도 한 걸까? 재필은 추락한 비행정의 옆 문을 젖히며 기듯 나왔다. 추락으로 인한 통증이 있을 만한데도 그는 오뚝이처럼 금방 일어선다.
" 살았군! 쳐죽일 자식! "
다해가 불끈하며 뒤에 메고 있던 바주카포를 들어 재필을 겨냥한다.
그녀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승규, 우현, 성진, 경찰관 아저씨들이 슬로모션으로 그녀를 말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의 손가락이 그녀로 향했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 썩을 자식! "
' 펑! '
이런, 상희보다 더 급한뇬으로 변하다니... 포탄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재필의 동공이 수축하며 그것을 바라본다.
" 지금 막 떨어진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지...쯧쯧... "
그렇게 말한 그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손을 뻗는다. 길게 뻗어 나가는 전기파. 전기파와 포탄이 충돌한다. 재필의 손끝에 연결된 뇌류, 그것을 움직이기 위해 손을 번쩍 든다. 날아온 포탄이 방향을 틀어 사라진다.
' 퍼벙! '
사라진 포탄이 재필의 뒤에서 터진다.
" 이젠 떨거지들 사라지니 쭉정이들이 설치는군. "
" 뭐... 니 지금 뭐라 했노! 울 상희 언니 살. 려. 네! "
다해가 질주한다. 재필에게로... 커다란 바주카포가 거슬리는지 땅으로 팽개친다.
붕 떠오른 그녀의 돌개차기.
재필은 왼팔로 손쉽게 가드 한다.
' 팍 '
" 어디서... 이런 잡기술로... "
재필이 막았던 팔을 휘저으며 다해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챈다. 그리고 다른 쪽 손을 이용하여 그녀의 다리를 부여잡는다. 날아온 돌개차기를 두 손으로 부여잡은 재필이 360° 회전하며 그녀를 들어 올린다.그리고 던진다. 호기롭게 달려든 다해가 재필의 힘에 압도당해 왔던 곳으로 날아간다.
" 으악! "
" 안돼 자기! "
승규가 날아오는, 날려진 그녀의 등으로 향한다. 필사적이다. 털끝 하나라도 지키고 싶은가 보다.
' 팍! '
다행히 다해를 온몸으로 지켜낸 승규, 그의 눈엔 버터가 묻어있다.
" 자기 괜찮아? 다친 데 없지? 어디 흉지면 안 돼 자기야? "
아놔 이런데서도 연애질이냐아옹~ 이런 상황에서도 사랑질이냐아옹~ 어디 연애 한 번 못해본 고양이 앞에서 저 지롤이냐옹~ 아... 아. 나 졸도했지. 아무튼 다해와 승규를 의식하지 않은 우현과 성진은 재필의 모든 행동을 살피며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