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1-통구이 (72/179)



〈 72화 〉71-통구이

광분한 재필은 팔에 기를 모은다.

그 광경을 목격한 우현이 외친다.

" 이건!! 저 녀석의 공격에 대비해!! "

순간 재필의 몸 전체가 전류로 지지직거린다. 그의 몸 이곳저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 지직. 지직. 지직 '

" 모두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으아악! "

재필이 온몸을 활짝 핀다. 마치 만세를 부르듯. 아니 만세를 부른다.

' 파지직 ' ' 콰광쾅쾅 '

번쩍.

근방에 빛이 일렁인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뇌류.

그 뇌류는 특정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지금 주변에 있는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광역기술이었다.

우현은 검을 뽑아 들어 빠르게 큰 원을 그린다. 검이 회전하며 그 반경만큼의 실드가 공중에 자리 잡는다.

성진은 다해와 승규의 앞에 선다. 그들을 지키려는 듯. 그리고 강철카드를 공중에 뿌린다. 그러자 4개의 카드가 그의 앞에 직사각형 모형을 만들 듯 꼭짓점을 만든다.

공중에 둥 떠 있는 카드 4장, 일반문 만한 크기다.

경찰관 아저씨들은? 밀려오는 뇌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린 그들. 어쩌다 억울하게 이곳까지 따라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재필의 죄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우현이 검으로 만든 실드에 뇌류가 튀긴다.

' 빠지직 '

 뒤에 숨어 있는 우현, 강렬한 빛에 눈이 감긴다.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으윽! 너무 밝아! "

성진이 만든 4장의 카드는 뇌류를 흡수한다. 모서리와 모서리에 뇌류가 띠를 만들어 흐른다.

뇌류를 가둔 방어.

피뢰침과 같은 역할을 강철 카드는 선보인다.

강력한 공격을 그들은 가까스로 막았다. 아니지 경찰관들은 빼고 말이다. 모래알과 섞여 버린 그들이었다. 아무튼 섬광에 눈을 감았던 우현이 눈을 뜬다.

그와 동시에 '퍽'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린 재필이 어느 순간 달려와 우현의 턱주가리를 날리는 소리였다. 우현의 고개가 들린다.

연이은 재필의 공격.

손바닥의 장력을 사용해 우현의 복부를 강타한다.

' 퍽! '

" 욱! "

공격당한 우현의 볼때기가 복어처럼 부풀러 오른다.

재필의 연계기.

팔에서 나오는 강력한 뇌류.

빠지직 ' ' 슈슈슉 '

순간 우현의 앞을 지나는 카드.

카드는 뇌류를 흡수하며 재필과 우현의 사이를 통과한다.

재필의 광분한 눈빛이 성진을 째린다. 째린 재필을 성진도 째린다. 불꽃 튀는 둘의 눈빛.

 자식이  형님을 건드려! 받아랏!! "

강철 카드 스페이스 A가 회전을 하며 재필에게로 날아간다. 그와 동시에 성진은 달린다. 재필에게로... 그가 달리며 스페이드 K를 날린다. 연속적으로 스페이드 Q와 스페이드 J까지 던진다. 와우!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도박사들도 평생에  두 번 나올까 말까 한 패를 던지다니... 다만, 이것은 포커 게임이아닌 전투다.

아무튼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5장의 강철카드가 재필을 노린다. 차례대로 날아오는 다섯 장의 카드가 뇌류로 인해 정지한다. 그리고 그 카드는 성진에게로 방향을 바꾼다.물론 공격적이다.

성진이 컨트롤 해야 하는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가 뇌류와 합체해 무기의 주인을 공격한다.

" 윽. 뭐야 이건! "

성진은 급하게 다섯 장의 카드를 꺼내 들어 날린다.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향해 던진 1하트, 2 클로버, 3 다이아몬드, 4 스페이드, 5 클로버. 스트레이트로 방어를 시도한다. 그럼 진 건가? 레이스 하지 말고 콜도 하지 말고 다이 해야 할 판국이다. 아! 포커판이 아니지...

뇌류의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와 스트레이트가 맞부딪친다.

' 챙. 챙. 챙. 챙. 챙. '

성진은 땅으로 떨거진 카드 열 장을 흠칫 바라보곤 곧바로 재필을 올려본다.

그럼 이것도 어디 한번 막아 보라고. "

재필에게로 달려들며 조커를 던진다. 재필은 또다시 손에 파워를 올리며 뇌류를 발사한다. 조커가 순식간에 회전하며 재필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뇌류가 조커를 때린다.

파지직! ' ' 퍼벙! '

이 카드는 강철카드에서 변형된 특수카드로 폭약이 장착되어 있다. 재필이 폭약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다.

" 별거 아니군. 천하의 재필도... 훗. "

성진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러나 재필을 휩쓸고 간 폭약의 화염이 멈추질 않았는데... 재필은 괴성은커녕, 불구덩이 안에서 피부가 녹아도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 있다. 원래 불과 일심동체 인 듯, 활활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그는 살아있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을 태우는 불꽃이 기를 모으는 각성자의 모습이었다.

그런 재필이 달려오는 성진에게 뛰어간다. 불꽃을 온몸에 장착한 채로.

" 뭐야!  자식! "

성진은 놀란다. 눈빛은 '이걸 때리면 내 주먹이 데이는 건 아냐?' 하는 눈빛이다. 아무튼 데일까 주춤한 성진은 주먹 대신 카드를 던진다.

7 하트.

재필은 날아오는 카드를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그냥 맞으려나... 그랬다. 칼날과 같이 예리한 강철카드를 방어하지 않으며 주먹을 성진에게로 뻗었다.

' 쉬이익~ ' ' 후후훅~ '

카드 소리와 주먹 소리가 동시에 교차한다. 카드는 불길에 녹아내린다. 재필의 몸에 닿기 전에... 대체 얼마나 뜨겁길래? 그 열기 때문인가? 주먹이 성진에게 닿지도 않았는데 성진이 신음을 토한다.

" 으헉! "

' 지이익~ '

성진의 팔이 붉게 일어 오른다. 꼭 화상 자국이 나듯... 아니 화상 자국이 난다.

으악! 뜨거워! "

흠칫 놀란 성진은 뒷걸음 치며, 팔의 통증에 다른  손으로 화상 입은 팔을 부여잡는다.

" 성진아 물러서! "

우현이 고함쳤다.

재필은 우현의 말에 신경도  쓰는 눈치다. 또다시 성진을 공격한다.

" 애송이 자식이 어디서. "

불길에 재필의 음성이 변했다.

" 모두 불태워 죽여주마! "

급작스럽게 화염인으로 변해버린 재필, 그의 이 능력 또한 명택이 만들어 준 무기때문이었다.

마들가리행성의 주 무기가 폭탄과 미사일. 그래서 명택은  무기를 흡수하는 장치를 만들어 재필에게 건넸다. 그로 인해 화염과 파편을 흡수하는 장치가 재필의 몸속에 내장되어 있었다. 그러니 성진이 재필에게 힘을 실어  것이다. 기름에 불을 던진 이치랄까? 아무튼 명택이 고안한 무기의 절반은 재필이 사용한다 생각해도 무방하다.

전기에 이어 불을 사용하는 재필.

이거 원 '정령의 게임'이라는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속 인물 좀 빼 오고 싶다옹~ 고양이도 소설 읽는다아옹~ 그는 바로 '에드'다. 설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옹~ 화염의 불꽃을 뒤집어쓴 재필에게 다가오는 우현. 그에게 가까워질수록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른다.

근접공격과 화기공격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직감한 우현은 2m의 거리를 두고 재필의 앞에 선다.

" 재필... 그 힘을 남발하면 내상을 입을텐데. "

그렇게 말한 우현은 칼끝을 재필의 얼굴에 일치시킨다.

" 남이사... 죽을 녀석이 나불거리기는... 그 정도야 감수하지 그래도 내상으로 죽지는 않으니...  전에 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

재필은 우현, 다해, 승규, 성진을 차례로 훑는다.

우현은 대꾸하지 않은 채 재필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사선긋기.

재필의 왼쪽 어깨를 시작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통과할 계산이다. 허나 공격과 동시에 움찔한 우현, 그의 손이 뜨거웠다. 재필의 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뜨거움은 더 크게 느껴졌다.

" 이렇게 온도가 높았나? 윽... "

우현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재필이 불타오르며 웃고 있다.

" 훗 만나자마자 이별이군. "

우현은 직감한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온몸이 불에  것이란 걸.

" 젠장! 이건... "

우현의 눈에 들어온 재필은 이제 일반인이 아니다. 능력자도 아니지만, 명택에 의해 만들어진 능력자로 둔갑한다.

이글거리는 눈.

아지랑이에 가려진 실루엣.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불길.

우현은 경계하듯 검을 움켜쥐며 재필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 여기 이대로 있으면 모두가 위험해. 이건 실드로도 어려워. '

그렇게 생각한 우현이 고개를 살짝 돌려 외친다.

" 모두 이 녀석에게서 멀리 떨어져! 최대한 멀리! 어서!! "

의아해하는 성진, 다해, 승규의 모습이 우현의 눈에 들어온다.

" 뭐해! 빨리!!! "

엉겁결에 우현의 말에 그들은 뛰기 시작한다.

이봐들... 너흰 이미 늦었어. "

재필이 도망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온몸에 힘을 준다. 기마자세를 한 채로.

" 이런 제길! "

우현은검을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한 돌리기는 마치 풍차 같다. 검 끝에 그어진 원형의 선이 파랗게 변한다.

' 버틸 수 있을까? '

" 으아악! "

기마자세의 재필이 고함치자 불길이 솟는다. 그와 동시에 우현의 검은 커다란 실드를 만든다. 그리고...

' 콰광쾅쾅! '

재필이 폭발했다.

마치 자폭 테러를 하듯 온몸에 폭탄이 터지는 모양새였다. 다만 그 위력은 자폭 테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사막의 모래가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튄다.

화염이 실드에 몸을 숨긴 우현을 집어삼킨다.

뿜어져 나가는 화마가 어느새, 뛰고 있던 성진과 다해, 승규를 따라잡는다.

붉은 불구덩이가 반경 1km의 공간을 에워싼다.

삽시간에 주변의 선인장은 재로 변했다. 지나가던 전갈은 구이가 되었다. 사막의 열기는 열기도 아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다. 아직도 활활 타오르는 재필의 얼굴은 이제 변해 있다. 괴물로...

평소의 얼굴보다 길어졌다고 해야 하나? 광기가 서려 있는 얼굴... 섬뜩한 눈빛. 이성이 사라진 그런 표정이었다.

그가 정적을 깨며 크게 웃는다.

으하하하하하... "

목소리도 변했다. 굵었던 목소리가 더 굵어졌다. 우현은 실드에 의해 몸이 타진 않았지만 쓰러져 있다.

성진은 재필이 폭파하기전 40장의 카드를 사용하여 방패를 만들어 화염에서 벗어 날수 있었다. 허나 몸을 모두 숨기지는 못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며 우현처럼 쓰러져 있다.

승규 또한...

다해는 승규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온몸으로 그녀를 감쌌기에 피해를 적게 입었다. 쓰러진 승규와 포개진 다해가 쿨럭거린다.

컥컥... 승규야? 여봉아? 자기야? 이게 어찌  거야? "

 빠진 다해가 허우적거리듯 일어서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불타오르는 재필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눈에 힘을 주고 싶지만 화염의 충격은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터벅터벅.

불길이 작아진 재필이 서서히 다해에게 다가온다. 다가올수록 불길은 차츰차츰 줄어들었다.

그녀의 앞에 서자, 자신을 태우던 재필의 모든 불이 사그라든다. 다해가 그런 그에게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힘없이 말한다.

" 너... 너... 우릴 이 꼴로 만들고도 무사할 줄... 읍. "

다해의 입을 재필이 손으로 막는다. 엄청난 악력이 입 주변의 볼살을 구긴다.

" 읍읍읍! "

꿈틀거리는 재필의 근육, 한쪽 팔로 다해를 들어 올린다. 허공에 다해의 발이 떠있다.

" 훗. 앙칼진 년이군... 그 상태로 날 어쩐다고... 흐흐흐흐흑. "

입가에 흐르던 재필의 미소가 180° 변한다. 매우 진지하게 속삭인다.

" 머리가 부서질 거야... 아파도 좀 참아. 귀여운 얼굴이 좀 일그러져도 괜찮지? "

재필이 악력을 높인다. 다해의 눈이 매섭게 그를 노려보지만 눈물은 이미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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