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72-마운트 (73/179)



〈 73화 〉72-마운트


광폭화.

재필은  한  모든 것을 불태우려 준비한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전신의 불꽃.

음화하하하... "

굵어진 음성이 다해의귀를 때린다.

그때, 재필의 등 뒤에서 들리는 파공음.

' 쉬쉬식. '

묵직한 단도가 재필의 등에 꽂혔다. 악력의 힘이 풀린 재필의 손에서다해가 풀려난다.

' 철퍼덕. '

재필은 널브러진 다해를 의식하지 않은 채 스르륵 뒤를 돌아본다.

상희다.

상희가 재필의 눈에 비친다.

 뒤로, 우측에 건남이 다트 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좌측에 명치대인이 무쇠 주먹을 쓰담쓰담거린다.

건남의 옆에 준이, 찢어진 윗도리 사이로 근육을 꿈틀거린다.

명치대인의 옆에 용선이 오른손으로 반월도를 들었다. 왼손으로 기절한 날 안은 채 말이다아옹~

이성을 상실했던 재필이 조금은 안정된 걸까?

" 살았나? "

그래 살았다. 재필이 탈출했던 그곳으로 그들이 탈출한건가? 아니다. 그들의 뒤에 지친 다솜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 잘도 째더만... "

상희가 투덜거리며 재필을 노려본다.

" 훗. 어떻게 거기서 탈출했지? "

상희가 재필의 물음에 다솜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저들 덕에. "

다솜의 옆에는 다 죽어가는 용이 제스에서 일반인으로 돌아와 있다. 지친 기색의 다솜이 재필을 쳐다본다.

보스. 그렇게 혼자 도망치다니... 설마 설마 했지만 우린 안중에도 없었나요? 그 함정을 폭파하면 우리의 생명은... "

재필이 굵직한 목소리로 다솜의 말을 자른다.

" 훗. 너희는 이제 이용 가치가 떨어졌거든. 나 혼자서도 이 행성을 집어삼킬 수가 있다고. 영생과 함께 말이지. "

그래 재필은 그런 놈이다.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나저나 저들은 어떻게 폭파한 함선에서 이곳으로 왔지...  기절해 있어서 모르겠다옹~ 아무튼 '짼다 패밀리'보다도 더 훌륭한 짼다를 시전한 재필의 궁금증을 내가 풀어줘야 하는 기구한 인생이라옹~





- 폭파 1분 전 -

재필이 탈출한 원형의 문으로 그들이 들어가는 찰나.

" 모두 멈추세요! "

문이 날아간 입구에  쓰러질 것 같은 용을 부축하며 다솜이 등장했다. 그녀의 음성에 라구나 식구들은 다솜을 주목한다.

" 거기로 나가면 빠져나갈 함정이 없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

상희는 의아해한다.

" 지금 우릴 죽이려 한 년을  믿고 따라오라는 거야! "

" 언니. 시간이 없어요. 설명은 나중에  테니 살고 싶으면 저를 따라오세요. "

쟤가 왜이리 나근나근 해졌나? 아무튼 그녀의 말처럼 시간이 없었다.

" 별수 없지. 다솜이도 살려면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테니 그녀를 따르자고. "

상희에게 건남이 설득한다. 그러자 라구나 일행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다솜은 조종실 안으로 들어오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리모컨을 눌렀다.

' 철컥 '

문이 열리는 소리가 원형문 반대편에서 들린다. 그곳에 다가온 다솜이 벽면을 밀자 회전문이 열렸다.

" 이리 오세요. 인원이 많아 다 태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으로썬... "

그렇게 말한 다솜이 회전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함께 들리는 안내 음성.

" 폭파 30초 전. 카운터에 들어갑니다. "

이보다 더한 달콤살벌한 목소리는 없을 것이다. 폭파 카운터도 친절하게 안내하는 인공지능 지니...

" 30초. 29초.28초... "

다급해진 라구나 일행들도 다솜을 따라 회전문 안으로 하나하나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워프하듯 상희가 사라진다. 그러나 워프가 아닌 밑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원형의 투명한 관을 통해 중형함정의 좌석에 안착했다. 곧이어 건남도... 명치대인도... 준과 용선도... 알다시피난 졸도한  용선의 품에 안겨.

' 척. 척. 척. 척. '

" 20초. 19초. 18초... "

카운터 다운 안내속에 그들은 모두 안착했다. 그러자, 함선  중형함정 엔진에 불이 붙으며 빠르게 전진한다.

우우웅~ 솨아아악... '

10. 9. 8. 7. 6. 5...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

' 콰광. 콰광광. 펑. 펑! '

요란한 폭음과 함께 그들의 탈출선이 큰 함선을 빠져나왔다. 폭파의 진동을 몸소 느끼며 말이다.



- 재필의 앞. -

그렇게 탈출에 성공한 라구나 대원들, 재필의 광폭화 덕에  위치를 정확히 찾아올 수 있었다.

재필이 등에 꽂힌 단도. 아프지도 않은가 보다.

" 크크크큭 으하하하하... "

반쯤 미친 그가 광활한 사막에서 힘껏 웃는다.

" 굉장해... 굉장해. 으하하하하... "

" 미친새끼! 퇫. "

상희가 사막에 침을 뱉고는,

" 울 애들 건드린 죄값은 톡톡히 받아야 겠어... 씨 불 놈 아. "

주먹을 쥐며 몸을 푼다.

' 드드득. '

왕년에 면도날  씹은 포스다.

" 흐흐흐... 그래 보시지... 으하하하하. "

재필의 몸이 또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쿨럭. 언니! 피해욧! 이 자식 자신의 몸을 터트려 우릴 불태울 작정이라고요! 쿨럭. 쿨럭. "

주저앉은 다해가 연신 '쿨럭'거리며 말한다.

피할수 있으면 피해봐!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치라고... 이미 늦었지만 말이야. 음화하하하. "

그래. 재필은 또 한번 자신의 광폭화를 터뜨릴 생각이다. 화염으로 둘러싸일 이곳에서 살아남길...

그래야 나도 살거 아니냐아옹~

재필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불길.

다해의 눈앞에 아지랑이가피어오른다.

" 쉽지만은 안을 거에요. 보스. "

오~ 그래. 재필과 동료였던 다솜은 해결책을 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옆에서 생활한 짬이 몇 년인데. 아무튼, 다솜이 상희에게 무언가 던진다.

" 언니 이거 받으세요. "

" 이게 뭐다냐? "

엉겁결에 다솜이 던진 물건을 받은 상희, 그 물건을 흘끗거린다.

" 아무튼 재필이 폭발하면 그 물건을 땅에 던지세요. 아셨죠?  재필을 컨트롤해야 해요. "

" 이게 뭔디? "

사각의 스테인리스 박스라 해야 하나? 아무튼 철제박스를 한 손에 상희는 쥐고 있다.

모두 상희 언니 뒤로 물러서세요! 그럼 전. "

다솜은 두 눈을 감고 기도하듯 무릎을 꿇는다. 고개를 숙인 채.

다트 핀을 들고 있던 건남도.

무쇠 주먹을 쓰다듬었던 명치대인도.

탄탄한 근육을 뽐내던 준도.

날 안고 반월도를 잡아 쥔 용선도.

일사불란하게 그녀 다솜의 말을 따른다. 탈출 후 묘하게 그녀를 신임하는 그들이었다. 역시 단순한 녀석들.

그 사이에 재필의 불꽃은 더 커진다. 저놈은 뜨겁지도 않은가 보다.

" 으아아악. "

재필의 고함에 비례하며 불꽃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광폭화.

시간에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 콰광! 쾅! '

그와 동시에 다솜이 건네준 박스를 상희는 사막에 패대기친다.

" 이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에잇! "

스뎅박스가 상희의 손에서 떠나 바닥에 박힌다.

사막 모래가 박스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사막은 또다시 화염으로 일렁인다. 재로 되었던 선인장과 전갈, 이젠 재가  다른 재로 변하려 한다. 화염에 휩싸이려는 라구나 식솔들은 모두 움츠렸다.

순간, 모래로 푹 빠졌던 스뎅박스의 뚜껑이 '팅'하며 열린다.

그리고. 스뎅 안으로 재필의 불꽃이 화르르 빨려 들어간다. 순식간에 화염이 박스로 몰렸다. 스테인리스 박스는 위아래, 좌우로 심하게 요동친다. 마치 요술 램프의 지니가 자신의 램프로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 펑. 펑... 휘이이익... '

놀라운 광경에 넋이 나간 건, 당연히 재필이었다.

" 헉! "

그러는 사이 다솜은 술사의 주문을 모두 외운 모양, 그녀가 눈을 뜨고 재필을 야린다. 자줏빛 눈이 매혹적으로 보일까? 아니다. 분노한 느낌이 과하게 보인다.

보스. 그동안 즐거웠어요...  평생 연구했던 '아슈텝타레' 자료를 당신에게 빼앗길 것 같아요! "

재필의 등에 꽂혔던 단도가 불길에 의해 녹아내린다.

" 오만방자한 녀석. 그동안 키워준 나를 이렇게 배신해! "

" 배신이요?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요. "

그렇게 말한 다솜의 눈에서 섬광이 번쩍인다.

" 크윽. "

순간 머리를 부여잡는 재필.

' 이봐 건남! 뭐해? 어서 재필에게 다트 핀을 박아! '

건남의 머릿속에 프로그램 명택이 지시하듯 말했다.

고통에 찬 재필은 이젠 머리를 부여잡지 않는다. 그냥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런 그에게 건남은 뛴다. 더이상 재필을 놓아주지 않을 신념으로... 푹푹 파이는 모래사막을 질주한다.

" 이제... 이제 끝내주지! "

급나게 잘 뛴다. 이 순간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기억 술사의 능력에 재필은 두 팔을 허우적거린다.

돌발상황.

경끼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재필의 팔에서  자신도 모르게 뇌류가 뿜어져 나간다. 몸 곳곳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사방으로 튀긴다.

" 이런! "

당차게 뛰던 건남은 이젠 피하기 바쁘다. 물론 뒤에 있는 라구나 대원들도... 누가 그랬던가? 예측이 가능한 공격보다 막기 힘든 것이 불규칙한 공격이라고... 지금이 그렇다.

재필 그 자신도 모르게 불꽃과 뇌류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 찌직. 흉. 훙. 찌직. '

건남의 정면으로 무차별하게 날아오는뇌류.

살짝 피한다. 멈칫.순간 그의 오른쪽으로 명치대인이 지나간다.

쉬이익. '

곧이어 왼쪽으로 상희가.

' 쉬이익. '

옆으로 달려나간 상희와 명치대인은 유유히 재필의 뇌류와 불꽃을 미끄러지듯 피하며 각자 말한다.

" 개. 늠. "

" 살려주지 않겠어!! "

명치대인의 무쇠 주먹이 재필의 복부를 강타한다.

" 웁! "

찌그러진 재필의 얼굴.

상희가 바리깡의 버튼을 눌러 방패로 변환시킨다.  방패로 찌그러진 재필의 안면을...

퍽. '

항아리 깨지듯 묵직한 재필의 얼굴이, 두개골이 산산이 조각날 필이다. 허우적거리는 재필이 멀리 날아간다. 날아가는 재필을 따라가는 상희.

독한 뇬.

거기까지 따라가서 또 때리려고? 나뒹굴 준비한 재필을 가만 놔두질 않는다. 공중에서 찍어차기.

' 퍽. '

날아가던 재필이 모랫바닥에 급정거하듯 내려꽂힌다. 모래가 푹신해 보이질 않는다.

눕혀진 재필.

 위를 상희가 올라탄다.

풀 마운트.

그녀의 주먹이 재필에게 내려꽂힌다.

퍽. '

" 이따위로 날 만든... "

' 퍽. '

" 날 조롱한... "

' 퍽. '

" 거지 같은 녀석... "

' 퍽. '

" 죽여버릴 테다!!!! "

퍽. 콰직. 퍽. 콰직. '

가만히 놔두면 밤새 저럴 기세다.

기절한 재필.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의식이 없다. 그런 그를 상희는 계속 두들겨 팬다.

' 퍽. 퍽. 퍽. 퍽. 퍽. '

나도 기절했는데 그러다 죽으면 제값  받는다.

'그마해라 마이묵었다아옹~'

 유명한 친묘의 대사를 따라 하니 건남이 상희의 뒤에 서 있다. 광분한 상희의 손을 붙잡은 건남.

" 상희야! 진정해! 이제... 이제 모두 끝났어... "

미친듯이 퍼부은 주먹에 만신창이가 된 재필의 얼굴은 피칠갑을 두르고 있다. 분이 안 풀린 상희는 씩씩거린다.

" 놔! 놓으라고! 내가... 이 새끼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데... 놔!!! "

건남의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상희의 눈물이 재필의 얼굴에 떨어진다.

" 흑흑흑...왜? 왜 그랬어? 나 한테 왜? "

그녀의 질문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상희가 고개들어 하늘을 올려본다.

주르륵 흘린 그녀의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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