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3-영웅들
- 대략 10년 전. -
상희의 눈앞에 보이는 건 재필과 OEN이었다.
입원복 같은 옷차림. 그러나 병원은 아니었다. 속옷을 입지 않아서일까? 옷에 스치는 감촉이 따가웠다. 산소마스크가 강력하게 그녀의 입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손목과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타원형의 공간.
커다란 인큐베이터 안에 갇혀 그녀는 눈만 끔뻑거렸다.
' 치잉~ 덜컥. '
기계장치의 문이 열리자 OEN이 다가왔다. 그 뒤를 재필이 따라온다.
" 기분은 어때? "
산소 마스크를 쓴 상희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거렸다.
" 상태가 좋아 보이는군. "
말이 좋다. 결코 좋아보이지 않았다. 멍한 눈망울은 약에 취해 있는 사람처럼 몽롱함을 내포하고, 묶인 팔과 다리는 힘이 풀려 축 처져 있다. 족쇄에 흘러내리지 않을 뿐이었다.
" 이제 슬슬 상희를 사회에 놓아줄까? "
OEN이 재필의 의견을 묻는 것 같다.
" 음... 괜찮겠습니까? "
" 얻을 것도 모두 얻었겠다. 이젠 필요 없잖아? "
" 그래도 그냥 죽여버리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
" 기억이야 내 딸이 지우면 되는 것이고 어차피 죽일 이유도 딱히 없잖아... "
그때 당시 OEN과 재필은 서로 협력하는 사이였다. OEN이 일을 의뢰하면 재필이 움직여 해결하곤 했다. 주종관계는 아니지만, 갑과 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때만 하더라도 재필은 막연하게 상희의 존재 가치를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그 가치를 이용해 야욕을 품던 시절은 아니었다. 그저 OEN이 맡긴 일에만 충실했다.
원형의 캡슐 옆으로 232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붙어있는 화면엔 off라 쓰여 있다.
" 관찰 일지를 확인해 봐야겠군.그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난자를 채취했는지 알아야 하니... "
OEN이 off 화면을 지그시 누른다.
" 전원이 켜집니다. 선택사항을 눌러주세요. "
그렇게 관찰 페이지를 탐독하는 OEN.
" 이 중에 쓸 만한 것이 이젠 없나 보군. "
그랬다. 상희가 쓸모없는 실험체로 전락한 것은 이때였다. 그러나 그것은 재필의 음모였다는 사실은 OEN은 알 수 없었다. 상희를 독차지하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필요한 난소를 얻지 못하자 OEN은 이제 상희를 놓아주려 했던 것, 그런 상희를 이용하려는 재필이었다. OEN의 앞에서 펼치는 연기는 브라운관의 연기자 뺨을 칠 정도로 능숙했던 재필.
아무튼, 결과를 확인한 OEN은 다시 화면을 눌렀다. 적색등이 들어오며 ON 표시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 위이잉~ 철커덕 '
캡슐 안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상희, 스르륵 눈이 감겼다.
" 이제 끝나는군. 조금 있으면 자유를 줄 테니 편히 쉬라고. "
스륵 감긴 상희의 눈에서 OEN과 재필이 멀어져 갔다.
- 그 뒤로 1여년 -
기억이 지워진 상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모든 기억을 지우진 못했기에 과거의 일들은 남아있는 것이 많았다. 캡슐에 있었던 기억은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어릴 적 추억도 사라졌다.
- 1구역. 사막. -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 내 딸! 나의 아기를 돌려줘! 으흑흑흑. "
딸? 딸이라니? 다솜에 의해 사라진 기억이, 어릴 적 추억과 인생의 메모리가 다시 자리 잡은 그녀. 그녀는 아이가 있었다. 귀여운 딸. 어린 그 아가를 자신의 힘으로 키우기에 세상은 너그럽지 않았다. 지구나 마들가리 행성이나 미혼모의 삶은 힘듦과 어려움을 남겼다. 그녀의 한마디에 사막의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상희가 아이가 있었다고? 놀라지 않는 건... 건남 뿐이었다.
- 닷세 후 -
재필이 잡히고 나서 그의 실험실과 연구소는 행성 수비군에 의해 점령당한다. 빠르게 진행된 재필의 제스 소탕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연구소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제스들.
수십, 수천, 아니 수만에 가까운 제스들이 코드 전원 하나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재필의 만행을 알아차린 수뇌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몇 년 동안이나 걸리지 않고 이런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가?
수뇌부 말고도 마들가리 행성의 행성인들 또한 놀라움을 토했다. 지나가는 행인과 커피숍의 사람들은 재필을대화 도마에 올려 잘근잘근 썰었다.
어쨌든 재필이 잡힌 건 이행성의 커다란 파장이었다.
그렇게 마들가리 행성은 난리 난리 생난리가 났다. 그동안 의구심에 자리 잡았던 사냥꾼이 재필을 잡아 현상금을 거머쥐었다는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급속도로 전해졌다.
아무튼, 재필은 연행되었고 끌려가는 뒷 모습을 라구나 대원들은 지켜봤다. 교도소에 있던 성우는 누명을 벗었고 준과 만났다. 10여년 만의 재회였다. 진한 허그로 둘의 우정을 확인했다.
용선은 넓직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 찰스. 맥주나 하나 가져와. "
쇼파에 지친 몸을 던졌다.
" 주인님. 맥주가 떨어졌습니다. "
인공지능 찰스를 힘없이 내려만 보던 그는 공중에 화면을 띄우며 영화 검색을 한다.
buzz 또한 라구나처럼 일약, 스타 사냥꾼이 되었다. 우현과 성진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3구역으로 돌아온 라구나. 그들은 행성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다. 기자들의 인터뷰가 끊이질 않았고, 수상이 직접 찾아와 훈장을 달아 주었으며, 모든이의 동경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처럼 테이블에 앉아있다.
" 으헉! 이건 뭐 현상범 잡는 것보다 더 힘들어. "
명치대인이 액션을 취하며 말한다.
" 이렇게 사회적 파장이 클 줄이야... "
다해도 말한다.
" 아놔! 이제 기자들 좀 안 왔으면 좋겠어. 입에서 했던 얘기 또 하고... 아주 미쳐블. "
상희는 연신 미쳐블이다.
" 그나저나 히리가 재필이 원상 복귀 시키는데 고생 좀 했나 보군. 아직도 일어나질 못하는 걸 보면. "
그래. 난 상희가 떡을 만들어 놓은 재필의 의식을 살리기 위해, 깨어나자마자 치유술을 감행한 결과 이렇게 다시 졸도해 있다. 띠벌~ 이야옹~ 지들만 영웅 대접 받고 난... 나. 쁜. 쎄. 리. 들.
아무튼 그렇게 지난 사건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상희는 건남을 째린다.
" 건남옵. 이제 풀지! 우리 관계를 위해서... "
즐거웠던 라구나 공간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상희가 원래부터 진지한 뇬이었다면 그러려니 할 텐데... 워낙 너털스런 그녀이기에 심각한 분위기는 배가 되는 것 같다.
" 이제 기억이 돌아오니 날 기억하겠어. "
" 훗. 그럼요. OEN과 놀아난 그리고 재필에게 다가가기 위해 날 이용한 것. 그것 때문에 몇 년을 숨겨온 독한 옵에게 들어야겠어. 이 배신감 어쩔. "
" 상희야?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인정할게. 끝까지 숨기려 했던건 아니야. "
" 웃기시죠. 그래서 지금도 OEN과 내통하는 거 아니야? "
" 아니야. 상희야... "
" 그럼 내가 그들에게 짓밟힐 때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
" 알잖아. 그 때의 난 그럴 힘이 없었다는 것... 아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는 거 인정할게... 다만, 명치대인과 다해와 함께 지낸 시간들은 그런 거짓의 생활이 아니었어. 우리 팀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
" 칫. 됐구요. 분명 옵은 숨기는 것이 또 있다는 게 내 촉이야. "
" 그래서? "
" 이젠 이 팀에서 떠나죠... 믿을 수 없는 사람과 어찌 내가 함께 할 수 있겠어? "
건남은 말이없다.
듣고 있던 명치대인이 나선다.
" 누나. 그렇다고 형 떠나라고? 와~ 누나 미친 것 아냐? "
" 야! 야 이년아! 너가 뭘 안다고 깝쳐!! "
다해는 동그란 눈망울만 왔다 갔다 한다.
" 상희야... 알았어. 그렇게 날 못 믿는다면... 어쩔 수 없지... "
상희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 옵? 옵은 그냥 거기서 살살거리며 빌면 안 돼? 나 그냥 여기 있게 해달라고 빌면 안 되냐고? 꼭 그렇게 말해야 하는 거냐고? "
벌떡 일어선 상희가 창고로 향한다. 냉랭한 기운은 더 커진 것 같다.
" 건남 삼춘! 정말 떠날 거예요?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재필이도 잡았겠다. 우리 팀 알려져서 의뢰도 많아질 텐데... "
" 어쩌겠니... 상희가 저러는걸... "
" 건남형. 정말 속이는 게 없으면 상희 언니. 아놔 자꾸 '야 이년아' 그러니까 언니라네... 누님한테 삭삭 빌고 함께 있죠. "
" 에휴~ 모르겠다. 아무튼 잠깐 사라져야겠어. 상희 기분 풀리면 그때 돌아올게. "
" 삼춘. 그러다 영영 안 올 것 같은데... "
" 그야 모르지. 아무튼 나간다. "
" 알았어요. 누나 기분 풀어지면 내가 연락 드리겠습니다. "
건남은 힙쌕과 독일군 헬멧을 챙긴다. 그리고 라구나를 빠져나간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상희는 얇고 긴 담배를 물었다. 라구나 창고의 창가에 연기가 자욱히 맺힌다. 상희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라구나의 뮤직박스에서 나오는 뜬금없는 트로트. '잘 가라'가 창고로 희미하게 흘러든다. 눈물을 흘리는 상희가 피식 웃었다.
" 그래. 잘가라... "
슬픈데 웃음이 나왔다. 자그마치 3억 크랑을 차지한 라구나 사냥꾼들... 건남은 약속한 데로 연금성 현상금만 받고 나머지는 buzz의 우현과 성진, 용선에게 나누어 주었다. 물론 승규와 준에게도 성의를 표했다. 스포츠 세단 비행정만 아까울 뿐이었다. 다해의 애교로 승규는 참아야 했다.
buzz 또한 기름값과무기 사용값을 제외하고 나니 마이너스였다. 어째 건남에게 사기당한 기분이다. 용선은 그 돈이 필요했던 사람이 아니기에 그 돈으로 부서진 RC카를 대체할 리 초특급 울트라 프리미엄 킹왕짱 RC카를 구입했다.
성능이 그 전 것 보다 뛰어나다며 좋아라 한다. 이제 전 행성인이 알아버린 라구나 사냥꾼들... 그들은 232년에 마들가리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 3대 현상범을 잡은첫 사냥꾼으로 말이다.
아무튼, 도시를 유유히 누비는 라구나 함정. 그 함정을 빠져나간 건남의 비행정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한다. 도시에 떠다니는 비행정 사이를 말이다아옹~ 난 깨어나면 장난감 쥐를 어떻게 해서든 잡을 테다.
재필을 잡듯 말이다아옹~
- 23구역 외각. 도시와 동떨어진 곳.
광활한 초원에 커다란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200층 건물로, 외형이 꼭 배를 연상케 한다. 커다란 크루즈처럼 생긴 그 빌딩은 죽은 자들의 안식처이다. 지구로 따지면 공동묘지. 마들가리의 장례식 풍습은 화장이었다.
그리고 그 구역 외각에 이런 공동묘지 빌딩에 분묘 되었다. 그곳에 삼륜 비행정을 타고 날아온 건남은 정문 옆으로 정박을 시도한다.
정박장은 운구 비행정과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찾아온 비행정으로 가득하다.
3륜 비행정에서 내린 건남은 높다란 빌딩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1층 로비에 안내데스크가 보인다. 그리고 투명한 브라운관엔 오늘 죽은 자들의 명단이 스르륵 지나간다.
떠들썩한 공동묘지.
건남은 독일군 하이바를 허리춤에 끼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73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복도를 따라 걷는다. 오열하는 사람들, 넋 놓는 사람들, 아직 죽음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죽은 자를 위해 의식을 치르는 행위가 건남의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다.
아무튼 그가 다가간 곳은 73층의 분묘소.
작은 항아리가 투명한 박스에 담겨 있다. 디지털 화면으로 '명택 서. 이곳에 잠들다.'라는 글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간다. 건남은 하이바를 바닥에 놓는다. 그리고 바라본다. 명택의 가루가 놓인 항아리를...
" 죽었는지도 모르고 재필 잡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니... "
건남의 혼잣말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잘해 드릴 걸...용이 그 자식도 그냥 죽여 버렸을 텐데... "
용에 의해 죽은 명택. 건남은 원망가득한 표정이다.
" 휴~ "
건남은 말없이 명택을 추모하듯 그곳에 서서 항아리만 주시한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건남은 디지털 화면에 손을 가져간다.
마들가리 행성의 장례지도자들은 지구와는 다른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죽은 자의 일생을 영상화시키는 작업이다. 동영상이나 사진, 그리고 문서로 기록된 죽은 자의 추억을담는 것.
그래서 이곳의 장례지도자는 영화감독 뺨치는 실력을 갖춘 자들이 많았다. 건남은 그 영상을 돌려 보기 위해 디지털 화면 버튼을 누른다. 1시간 30분 동안 명택에 대한 일대기가 영화처럼 흘러나온다. 추억에 잠겨 그 화면에 집중하는 건남은 소리 없이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명택이 훈장을 타는 모습,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렸을때, 청춘일 때, 중년일 때, 그리고 노년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그때, 일생의 마지막 화면을 감상하던 건남의 뒤로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그리고 건남의 바로 뒤에서 멈춘다. 화면을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건남.
" 여기엔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왔지? "
" 네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지. "
" 왜? 이제 모든 것이 끝났는데. "
" 후후훗. 그런가? 재필을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건가? "
" 휴~ 그때 멜빵 브라더스 저격한 게 너 였어? 자론을 죽인 게? "
" 눈치 빠르군. "
" 왜? 자론을 죽인다고 뭐 변하는 게 있진 않았잖아. "
" 자론과 멜빵 브라더스를 죽인 건. 나에 대한 정보가 유출 될까 봐 그랬던 거고... 후후훗. "
" 이봐. OEN. 아직도 날 자네의 부하라 생각하나? "
건남이 흘리던 눈물을 멈추고 고개 돌려 무섭게 OEN을 째려본다. 무표정의 OEN은 여유로워 보인다. 건남의 째려보는 눈동자가 무색하다.
" 그렇게 정색하지 말라고. 명택은 내게도 중요한, 소중한 인물이었으니. 재필에 대한 복수는 끝난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지낼 건가? "
" 왜? 내 힘이 필요한가? "
" 자네의 능력이 필요하지... 그 정보력이 필요하거든... 내 연구를 돕지 않겠나? 집 나갔던 다솜도 돌아올 테고... 용이라는 인물도 얻었으니. "
" 왜? 너도 제스 양성을 떼거리로 하려고? "
" 이봐. 건남. 난 재필과는 다른 목적으로 연구하는 거라고. 미지의 세계에 다가갈 도구로써 양성하는 것. 이 세계가 오해하고 있을 뿐이야. "
" 오해? "
" 그래. 오해! "
" 어처구니가 없군! 그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죄의식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상희에게도... "
" 큰 것을 위해 가끔 작은 것을 버려야 할 때도 있지. "
" 그 작은 것이 사람의 생명이란 것이 문제라는 건 인식하지 못하는군. "
" 후후훗. 이봐. 우리가 언제 그런 낭만적인 이유로 살아왔다고... "
OEN의 손이 건남의 어깨에 올려진다. 그리고 얼굴을 들이미는 OEN.
" 너무 고지식하게 굴지 마. 넌 이제 갈 때도 없잖아. 상희가 나와의 관계를 알아버렸으니... "
"이 손 내려놓지. 그리고 이젠 너와의 관계도 청산해야겠어. "
" 왜? 네 형의 딸 때문에... "
" ...... 어떻게 네 놈이 알고 있지? "
" 왜? 모를거라 생각했나? 죽은 네 형의 딸이 상희의 딸이라는 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
건남의 눈이 일그러진다.
" 네 녀석. 그건 언제 알았지? "
" 최근에... 그걸 숨기기 위해 네 녀석이 상희와 함께 지낸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됐지. 마지막 남은 윤의 자손이 상희 말고 또 있었다는 것으로 내게는 상당한 관심이 갔으니 말이야. 후훗. "
" 빌어먹을... "
" 그걸 여태껏 숨긴 자네도 정말 대단하군. "
" 됐어. 이제 그들을 놓아줘. 더는 평범한 일상에 침범하지 말라고. "
" 왜? 그녀를 사랑하나? "
"......"
" 왜? 그녀를 네 녀석이... 아님. 그녀를 이용해서. 네 조카를 이용해서 재필이 했던 야욕을 네가 하려고? "
건남이 소리친다. 공동묘지 빌딩에 울려 퍼지도록...
" 웃.기.지.마!! "
OEN의 도발에 광분한 건남이 그의 면상에 주먹을 날린다.
'척!'
하지만 건남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감싸는 OEN.
" 아무튼 내가 전할 말은 여기까지야... 언제든 네 녀석 마음이 변하면 날 찾아오게... "
" 윽. 그럴 일은 없을 거다. "
" 과연 그럴까? 후후훗. "
살며시 건남의 주먹을 놓은 OEN이 등을 돌린다.
" 그럼 잘 지내게. "
OEN의 뒷모습만 지켜보는 건남은 읊조렸다.
" 내가. 내가 언젠가는 네 녀석도 잡을 테다. "
그와 그의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 bar로 변한 라구나 -
건남이 부재한 라구나는 오랜만에 문을 열었다. 흥겨운 파티 분위기가 이어지는 라구나엔 많은 인파가 모여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성우와 준.
교도소에서 풀려 난 창기.
용선과 승규. 그리고 buzz의 우현과 성진. 또한 술손님들까지.
도란도란 모험담과 무용담을 이야기하며 썰을 푼다.
명치대인의 흥겨운 스탭이 이름 모를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다해는 날 쓰담쓰담 중.
상희는 연거푸 맥주를 들이켠다. 취할라...
그들의 무용담을 듣는 손님들. 술을 마셔도 눈이 초롱초롱하다. 3대 현상범을 잡았는데...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밤이 깊도록...
라구나는...
아무런 기약 없이...
지금의 상황을 만끽하며 축배를든다.
축배가 한창인 곳에 건남이 유리문을 열고 라구나로 들어온다. 모두가 그를 주목한다. 뜬금없는 건남의 한마디.
" 다 모였네요. 이제 우리 OEN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
(시즌1. `코드명 232 -재필편` - en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