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77-인질
" 모두 가만히 있어. 이곳을 날려버리기 전에. "
buzz 안의 손님들 모두가 그곳을 주목했다. 놀라운 표정과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
" 이 떨거지는 뭐여? "
명치대인이 경계자세를 취하고 서 있다. 우현은 인상을쓰고...
" 아이씨~ 이 쌕들 때문에 의자 부서졌잖아! 비싼 건데... "
아무튼 건남이 저격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 손에 다트핀의 날개를 잡고서.
" 누구냐? 왜 이 소란을...? "
중저음의 사냥꾼이 가늠자에 눈을 고정한 채로 답했다.
" 뭐 알 필요 있나? 난 네놈이 필요할 뿐. 너만 조용히 날 따르면 이곳은 조용할 거라 장담하지. 훗. "
너 같음 순순히 따르겠냐?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르는 녀석을... 아무튼 성진의 카드 점이 들어맞았다. 오~ 점의 귀재. 조심하라는 게 이런 건가? 건남이 성진을 힐끗바라보곤
" 너 나랑 사업하자! "
지금 그럴 상황이냐옹~ 바주카포가 널 보고 있다아옹~
위태로운 상황.
바주카포의 제원을 보니. 중급함정 정도는 거뜬히 폭파 가능한 저격포이다. 만약 쏜다면 지 목숨도 파리목숨처럼 날아갈 텐데 쏠 수 있을까? 내 말을 들은 것처럼 저격수가 운을 뗀다.
" 여기를 폭파해도 내 목숨에 지장은 없다고. "
방아쇠와 함께 달린 실드 버튼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성진이 그 저격수를 보며 입꼬릴 올렸다.
" 음. 현상범 정보에는 잡히지 않는 암살범이네요. 이름은 '뜨' 나이는 36. 전적은 화려하지 않은 것 보니 능력 없는 놈이네요. "
뜨가 뜨끔거렸다.
" 언제 내 신상을... "
" 너 같은 녀석들이 요새 우리 주변에 종종 나타나서 말이지 곤욕좀 치르고 있거든. "
우현이 그렇게 말하고 무언가 잡아들었다.
" 이게 뭔지 알아. 입구에 놓인 감식 카메라로 스캔하는 리모컨이라고. 너처럼 무기 달고 오는 손님은 다 찍어 보거든. 정보가 쭈르륵 흘러나와. 이거 원 이 생활도 접던가 해야지. "
뜨가 약간 놀랐다.
" 뭐... 그렇다고 네놈들이 날 어쩌겠어 손가락 하나만 당기면... "
' 당기면... ' 하는 말과 동시에 뜨가 부르르 떨었다.
" 으으으윽 "
살사인가? 밸리댄스인가? 그 흔들림에 입이 벌어진 뜨의 입에서 침들이 튀어나왔다.
그랬다. 재필을 잡고 나서 buzz는 이렇게 우현과 성진을 노리는 암살자가 나타나곤 했다. 그래서 스캔 장치를 들여왔다. 거금이 들었다. 또한 전기 장치를 테이블마다 설치했다. 이 또한 비쌌다.
죽이는 용도가 아닌, 테이저건처럼 기절시키는 용도였다. 대부분의 암살범은 현상범이었기에... 이렇게라도 잡아 비용을 충당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닌가? 아니면 말고.
- 손님이 빠져나간 buzz -
고요한 buzz엔 건남과 명치대인 그리고 우현과 성진이 앉아 있다. 어두웠던 조명은 환한 형광으로 바뀌었다. bar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네 사람, 그들의 발밑으로 기절한 뜨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포박당한 자신을 뜨가 훑었다.
" 윽. "
" 잘 주무셨소. "
명치대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묵비권인가? 뜨가 입을 다문 채 명치대인을 경계의 눈빛으로 살핀다.
" 정체가 뭐슈? "
명치대인의 물음에 답변 없는 뜨.
" 성님들 이 녀석. 다른 녀석과는 다르게 우릴 노린 것 같지 않은데. "
우현이말하자 건남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내려와 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유심히 쳐다봤다.
" 왜? 날 노렸지? "
그제야 입을 여는 뜨. 그냥 담담해 보였다.
" 훗. 젠장 생각보다 만만치 않군. "
" 음. 그런 실력으로는 어림없지. 아무튼 날 노린 이유나 알자. " "...... "
" 말하기 싫어? "
" 대충 너도 알 텐데... "
뭘까? 느닷없이 남에 가게에 쳐들어와 바주카포를 날리려 했던 이유가?
" 내가 추적하는 것과 관련이 있나? "
뜨는 건남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다른 곳을 바라봤다. 건남은 그런 그의 눈빛을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뜨의 턱을 자신의 손으로 움켜잡았다.
" 뭐냐고? 너가 날 쫓는 이유가? 누가 시킨 거야? "
순순히 말하지 않으면 한 대 칠 기세다.
" 나. 고문하는데 취미 없어. 그냥 죽여줄까? "
" ...... "
뜨의 이마에 어느덧 땀으로 흥건해졌다.
" 그래도 말 안 한다면. "
건남이 앉아 있는 명치대인의 허리춤에서 일본도 잡아 뺏다. 그대로 뜨의 목에 칼끝을 선사한다.
" 윽! "
" 그럼 죽어야지. 말하지 않으면 말이야. 너도 고문당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니. "
정적. 1초. 2초. 3초... 그리고 4초의 시간이 더 지났다.
" 뭐 말이 필요 없군. "
건남은 일본도를 크게 내리치려 한다. 순간.
" 으윽. 스톱. 말할 테니 그냥 날 풀어줘."
건남은 일본도의 칼끝을 다시 뜨의 목에 가져다 댄다.
" 젠장. 이렇게 될 줄이야... 너... 건남이라 그랬나? 네 목숨을 잡아 오면 대가를 받기로 했어. "
" 누구에게로부터... "
" 자르. "
" 자르? "
성진이 그 이야기를 듣자 성큼성큼 bar 안쪽으로 향했다. 정보를 알아보려는 것 같다.
" 자르라는 작자가 왜? "
" 그야 나도 자세히는 몰라. 네가 추적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했으니. "
" 그럼 자르라는 자가 내 일과 연관이 된다는 이야기겠군? 그렇지? "
건남의 눈빛이 번뜩인다. 무언가 희망적인 눈빛으로...
" 그렇겠지. 난 네 녀석을 목숨만 노리면 끝나는 거니. 그 이상은 알 길이 없어. 알고 싶지도 않고. "
명치대인이 건남을 올려보았다.
" 형님. 뭔 짓을 하고 다니길래 이런 똥파리들이 들러붙어? "
" 건남성 똥 좀 지렸나 본데. "
우현의 농담에 건남이 피식 웃었다.
" 그래. 지리다 못해 쌌다. "
" 설산가? "
갸우뚱거리는 명치대인. 건남이 얼마나 큰 사건을 저질렀길래. 설사가 튀어나오나...
" 사실... 상희의 아이를 찾고 있었어. "
명치대인의 눈이 커진다.
" 뭐라고라고라... 누나의 아이를 형이 찾고 있었다고라고라. 누나도 시간 없어서 찾지 못하고 있는데. 형이? 형이 왜? "
"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상희에게는 당분간 비밀로 해줘. "
비밀이란 소리에 명치대인이 투덜거린다.
" 아나. 갑자기! 또 뜬금없이 이 양반이 왜 이러실까? "
성진이 자판을 두드리며 화면을 주시한 채 말했다.
" 그래서 제게 형이 그랬군요. 점집 차리자고. 헤헷. 아무튼, 자르 정보입니다. 4명 나오네요. 동명 4인. "
우현과 명치대인은 궁금한 듯 bar 너머의 화면을 빼꼼 쳐다봤다.
" 험상궂게 생겼구만. 다들. "
" 어느 녀석일까요? 이들 중 저 뜨라는 녀석에게 사주한 녀석이. "
건남은 일본도를 명치대인에게 넘겼다. 그리곤 화면을 응시했다.
" 흠. 3번째. 그놈일 거야. "
" 오잉. 그럼 형은 알고 있었단 얘기? "
"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현재까지 그 녀석이 제일 유력했거든. "
그렇게 말하고 뜨를 지그시 보았다.
" 안 그래. 뜨? 이 녀석 말하는 거지. "
" 여기선 그화면이 보이지 않아. 흰색 머리를 파마한 녀석이야. 칫. "
" 성님 말이 맞네요. 세 번째 녀석이 흰머릴 파마했어요. 특이하게도 생겼네요. 검은 피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네요. "
명치대인은 자르의 신상정보를 읊었다.
" 자르. 나이 31세. 성별 남. 현상범. 죄명 살인 및 방화. 현상금 3000크랑. 형? 이놈 좀 나가는 녀석인데! "
3000크랑 정도면 어떤 이의 연봉에 가까운 금액이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거나는 증거였다.
" 음. 그녀석이 맞다는 걸 안 것만으로 나에겐 큰 성과야. "
잠자코 있던 뜨가 조심히 입을 뗀다.
" 그럼 날 풀어줄 건가? "
무섭게 째려보는 건남.
" 아니. 이제 너를 미끼 삼아 자르를 만나야겠지. "
건남의 입에 미소가 자리 잡았다.
- 라구나 -
창기는 욕실에서 거칠게 이를 닦고 있다.
다해는 승규와 헤어진 뒤 복귀했고, 명치대인 또한 건남과 헤어져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상희는 사건 보고서를 훑으며 함선으로 변한 라구나 지휘석에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함선이 변한다는 것. 술집에서 전투함정으로 전투함정에서 술집으로 말이다. 변화하는 과정은 기회되면 알려주겠다. 지금은 그냥 변해 있기에...
창기가 욕실에서 나오며 머리를 털었다. 그런 그에게 말하는 상희.
" 창기옵. 다음 의뢰건이야. 살펴봐. "
" 뭐 볼거 있나? 너가 시키는 데로 움직이면 되는 거 아냐? "
" 언니! 이번엔 누구예요? "
상희가 창기에게 보고서 뭉치를 던지고 그가 받아채자 푸념스레 상희가 입을 열었다.
" 이상한 가족. "
" 넵? 이상한 가족이라니욧? "
" 음~ 요새 뉴스에도 종종 나오는 녀석들 인가보네. 어느 할멈하고. 두 아들이 은행만 전문적으로 털어. "
" 아~ 그 은행강도. 언니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은행 털리는 거 처음 보는데요. 어떤 녀석들이길래? "
" 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세상에서 은행을 턴다는 게 말이 돼? "
" 뉴스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3번째였는데, 또 털었어요? "
" 그래 이년아. 너 승규랑 알콩달콩할 때 또 한 건 했나 보더라. "
"와~ 대단하네요. 이놈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는데. 간땡이가 부었나 봐요? "
" 글쎄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
창기가 보고서를 쭉 읽고선 상희에게 물었다.
" 이야~ 이 녀석들 정체가 뭐야? 이걸로 봐서는 이동 술사라는 이야기인데. 그 능력으로 할 짓이 없어서 은행강도나 하고 있다고... 뭔가 구린내 난다. "
" 그치. 창기옵. "
자. 이들이 왜? 구리다 하는걸까? 마들가리행성은 능력자가 존재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그 능력자를 술사라 말하는데... 술사는 흔하지가 않기에 국가 기관이나, 그 외 대기업에서 눈독을 들인다. 그에 맞는 능력이 되는 곳에 입사한다면 직위, 명예, 금전적 혜택이 보장된다. 근데 왜 은행강도를 하는 걸까? 그게 의문인 상희와 창기였다.
그래 능력자. 그 능력자의 형태는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좀 더 특별한 능력자가 있다. 나처럼 말이다.
난 능력묘라고나 할까? 인간이 아니니 말이다. 내 능력은 치유다. 심신이 먼지처럼, 깨알처럼 부서지지 않는 이상 난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다. 그 능력으로 재필도 잡았으니...
아무튼 능력자인 그 가족이 왜 은행이나 털고 있을까? 낸들 아나? 그냥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 탁 버티고 있으면 부와 명예가 쌓이는데...
내가 고양이만 아니였으면, 난 분명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 상희야. 그러고 보니 이거 누가 의뢰 보낸 거야? "
" 뉘겠습니까? 행성 수석 검찰 나으리님께서 보냈드랩죠. "
" 허구헌날 그 녀석이군! "
" 창기옵. 울 이름 날리고 나서 개인 의뢰는 잘 안 들어온다고. 거의 정부 관계자들이야. "
" 이거 원. 너무 정직한 일만 하는 거 아녀? 재미없게 시리. "
" 아무튼 창기옵. 이 녀석들 잡을 수 있겠어? "
" 이거 원가는 뽑을 수 있는겨? 술사가 범죄자라면 누가 필요하겠어? "
" 술사 사냥꾼이겠지... 용선옵이라도 불러야 하나? "
" 그런 사람들 챙겨 줄 돈이 더 들겠다. 현상금 액수도 인당 2000크랑인데. 합쳐서 6000크랑. 우리 인원들 나누어 가질 금액이라도 나오겠냐고? "
이놈들 이젠 전문 사냥꾼이 다 되었다. 사업적으로만 다가간다. 돈이 돼야 움직인다는 소리다.
" 그 검찰에서 조건 더 달아주는 건 없어? "
" 정부끼고 일하면 좋은 게 뭐겠어? "
" 정직하다는 거! 재미 드럽게 없고! "
" 아놔~ 야! 야 이년아! "
사자후가 밀려온다. 상희의.
" 윽... 귀따거... "
" 부대 비용하고 추가 비용, 무기 처리비용. 영수처리하면 다 나온다는 거지. 옵 말따라 정직하게 신고해야 하는 게 따르지만. "
이곳도 세금은 꼬박 챙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할겨? "
" 해야지 먹고 살라면. "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해가 날 쓰다듬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 언니~ 이놈들 위험하지 않아요? "
" 이 일이 안 위험한 게 어딨어? "
" 그건 그렇지만, 이건 더 위험해 보여서요. 술사 능력이 있는 범죄자를 상대한다는 거잖아요. "
상희가 코를 벌렁거리며 흥분하듯 말한다.
" 왜? 자신 없어. 우리 재필잡은 사냥꾼들이야... 그깟 술사 녀석쯤이야. "
" 에잇. 제 경험상 이놈들은 다른 놈들보다 잡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요. 이 녀석들 공간이동 능력이 있다고요. 싸움이야 어떻게든 하겠지만, 도망치면 끝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