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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78-게임 (79/179)



〈 79화 〉78-게임

그래 다해의 말처럼 그 수상한 가족이, 이상한 가족이 전투 능력이  딸려도 째면 그만이었다.

" 흐흐흐. "

상희가 실없이 웃었다. 그리곤 다해의 육덕진 가슴을 쳐다본다.

" 네 젖탱이로 꼬시면 앙 될까? 응? "

다해의 인상이 구겨졌다.

에잇. 언니!! 이거 인신공격이라고요. "

다해도 사자후 필이다.

" 인신공격은 얼어 죽을... 여기  아들 왠지 색 있는 너 같은 여자 좋아할 것 같은데... "

" 언니!! "

다해는 소리를 꽥하고 질렀다. 두 여자의 사자후에 난 그루밍하고 창기는 귀를 막는다.

" 흐흐흐... 알았다.  취소하지. 아무튼  이 녀석들 다음 타깃으로 정했으니까. 다들 숙지해. "

" 힝. 난 싫은데... "

나도 좀 그렇다 상희야. 괜스레 힘만 빠질  같은 기분. "

" 됐구요! 슬슬 일 할 준비들 하시죠. 다들 실컷 쉬고 왔으니. "

" 앙. 독재자. "

" 그래. 독재군주. "

" 야! 야 이년들아!! 벌금 내고 싶어. "

그러고 보니 건남이 사라지고 라구나에서 벌금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간혹 벌금으로 소고기 육포를 간식으로 먹었는데... 이럴 땐 건남이가 아쉽다.

"워워~ 상희양. 알았으니 벌금은... "

" 언냐. 그럼 난 뭐해야 해요. "

" 뭐하긴 우선 기다려야지. "

" 네 그럴 줄 알았어. 그냥 또 무턱대고 한다고 그러셨죠. "

" 잘 아네. "

으구. 그럼 그렇지... 암튼 제가 정보좀 알아볼게요. "

창기가 유유히 걸어 쇼케이스 냉장고 안의 맥주를 하나 들었다.

" 그럼 난. 한 잔 먹고 시작해야겠군. "

찌릿한 상희의 눈이 곧 전기를 쏠 것 같다. 분명 내 눈에는.

" 아이고 어쩌다 저런 주정뱅이를 식솔로 맞이해서. 창기옵. 그게 입으로 들어가? "

" 하루의 시작은 알코올과 함께. 창기 복음 1장 2절에 그렇게 쓰여 있단다. 큭큭큭. "

" 여튼요. 작작 마셔. 손님 술값보다 옵이 먹는 술값이 더 나오겠어. "

" 알았으. 알았당께. 딱 1병만. "

상희는 찌푸린 얼굴을 하며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구시렁거리는 것은 덤이었다.

" 성우옵. 일감 들어왔어. "

어. 그래.

오늘 들리시죠. "

-알았어. 근데 일이 있어서 좀 늦을 것 같은데. 오늘 라구나 영업 할거지?

" 아니! 현상금 받으려면 오늘부터 D 데이야. 기다릴 테니까 늦더라도 들러. "

- 어...  그래! 정보 사항 있으면 보내주고. 시간  때마다 살펴 볼테니.

크. 누구랑은 역시 다르네 프로페셔널해. "

창기가 병맥주를 마시다 상희를 쳐다보곤다시 들이킨다.

" 그럼. 조금 있다 봐. "

- 어.

통신이 끊겼다.



- 어딘지 모를 초원 -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초원.

오두막이 있다. 그 오두막 테라스 안에 앉아있는 사나이.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흔들의자에 몸을 편안하게 맡겼다. ' 삐그덕. 삐그덕. ' 나무로 만든 흔들의자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 목재의 특유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들가리행성의 도시와 도시. 구역과 구역이라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행성의 구역과 구역은 이렇게 드넓은 초원지대로 고요하기만 했다. 물론 사막지대와 빙하지대가 존재했지만, 대부분이 초원지대인 마들가리행성이었다.

밀짚모자를  그가 커다란 담배를 입에 물며 풀뿐인 대지를 바라본다.

얼굴이 낯익은데... 그래. 은행강도다. 며칠 전 내마을 금고를 털었던 첫째.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흐르는 올드한 팝송이 그런 첫째의 느긋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 평온함을 깨는 소리가 오두막 문이 열리며 들린다.

" 뱅. 벙이 어디 갔어? "

노모의 목소리에 칼이 달렸다.

방에서 자겠지. 여기  데가 어딨다고. "

굵직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눈망울로 자신의 노모를 눈치 보듯 바라본다.

" 이것들. 집 청소 좀 하라니까. 다들 그냥 빈둥빈둥. 니들 이제 나 늙었다고 시방 게기는 겨? "

" 엄니도 참! 우리가 그러겠어. 잠깐 쉬다가 하려는 거지. "

" 쉬다가? 니들은 쉬었다 하는 게 이틀씩이나 쉬다하냐. 어여 들어와 청소하지 못해. 그냥 먼지가 수북이 쌓여선, 먼지 모아서 얻다 쓰려고. 쯧쯧쯧. "

" 어휴~ 알았다고요. 하면 되지 그걸... "

뱅이 터벅터벅 걸어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2층 계단으로 올랐다.

" 야. 벙! 그만 자고 일어나! 니 엄니 화났다. "

삐거덕거리는 목조계단을 성큼성큼 오른다. 그리고 방문을 연다. ' 끼이익 ' 낡은 경첩에서 들리는 소리에 벙이 반응했다.

" 아이참. 일하고 쉬는 동안은 그냥 편하게 있지. 에횽~ "

" 암튼. 일어나. 청소하란다.  마미께서. "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벙.

이놈의 집을 나가든가 해야지. 에횽~ "

일이라는  은행  것을 말하는 것일 거다. 뱅과 벙은 짜증 섞인 투로 구시렁거린다. 그렇다고 청소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랩처럼 들리는 혼잣말을 하며 청소를 시작한다.

오두막은 외진 곳이지만 내부는 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도시의 아파트보다도 좋아 보였다. ' 위이잉... ' 청소기 소리가 들리지만 거실에선 뱅과 벙의 엄마인 노모가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게임기는  전체를 스크린으로 두고 있다. 게임기 본체에서 뿜어지는 빛.  영사기의 모습과 흡사했다. 게임 고글이 필요 없었다. 앉을 의자도...

노모가 하는 게임은 액션 RPG 게임.

복장이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노모의 패션은 비키니 수영복. 게임의 직업군은 마법사인 것 같다. 비키니에 지팡이를 들고 연신 캐스팅을 하고 있다.

 아들 녀석이 보든 말든.  재미있게 게임을 한다. 게임기의 서라운드 기능은 오두막 지붕을 들썩거릴 정도로 매우 컸다. 노모가 캐스팅이 끝날 때마다. '쾅. 쾅' 거리는 오두막은 그렇게 청소기 소리와 게임 소리가 콜라보를 이루며 합주했다.
당최 저 노친네는 뭔가? 비키니 복장으로 '화이어볼'을 연신 날리고 있다. 홀로그램 그래픽으로 스크린이 되어버린 벽. 그 벽에 불꽃을, 화이어볼을 끊임없이 날린다.

스크린 안, 적은 화이어볼을 받아친다.

스노우볼. 얼음덩이가 뜨거운 불꽃을 잡아먹는 결투장. 노모는 안색이 굳어진다.

" 아! 쌍. 하필이면 속성에서 밀리는 녀석을 만나다니. 어어어... "

- 매끈한 할머니. 이제 죽으시죠. ㅋㅋㅋ

스피커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음성지원이 되지 않는 유저들을 위해 벽 밑으로 자막도 흘러나왔다.

자막을 읽던 차차는 분노가 폭발한다.

" 야! 두통엔 펭귄! 어딜. 감히! "

마법사인 매끈한 할머니가 캐스팅을 멈추고 자신의 지팡이로 물리 공격을 시도한다.

- 이제 마법으로 딸리니까 지팡이 들고 설치네. ㅋㅋㅋ

순간 노모의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윽! "

* 매끈한 할머니께서 '스노우 슬로우' 결계 마법에 움직임이 90%느려집니다.

" 이런! 썅. "

- 즐거웠어 노땅 아줌마.

두통엔 펭귄인 아이디를 가진 자는 여유롭게 무언가 주절거린다. 피날래 캐스팅인가 보다.

- 카오스 토네이도.

상대편 게임 유저가 그렇게 말하자 집안은 얼음 회오리로 가득 찬다. 물론 홀로그램이지만... 비키니 입은 노모는 지팡이와 함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야. 이 새꺄! 너 어디 살아! 어디냐고! "

이거 원, 게임 말고 직접 현피 뜰 판국이다 .

- 왜 찾아오려고.

" 그래  썅노무 새꺄! "

청소를 하던 두 아들은 노모의 언성이 높아지자 흘끗흘끗 눈치만 본다.

어디 나이도 어려 보이는 녀석이 자꾸 욕이나 처하고. 졌으면 깔끔하게 승복하고 다시 하면 될 것을... 어디서 깝죽거리고 지랄이야!

" 너 이새끼. 잡히면 죽는다. "

- 어휴~ 무섭네. 무서워. 븅삼아 어디 올 테면 와봐. 그냥 묵사발 만들어  테니.

위치 정보 남겨라. 죽을 준비하고. "

- 참나. 위치 넘겨준다고 찾아올 수나 있을 것 같냐. 해봐라 해봐.

그리고는 위치 넘버가 자막으로 찍혔다.

' 34구역. 에펙토르 129-89 '

어디 니 상판대기나 보자. 훌러덩 까진 년이 어디서... 차비는 알아서 구비하고. ㅋㅋㅋ

노모는 게임기의 전원을 껐다. 모든 화면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벽을 메우고 있던 스크린은 사라지고 그곳에 있었던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 건방진 녀석! "

노모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긴다. 게임상의  속성 마법을 현실에서도 발현하는 것 같다. 붉은 눈의 그녀가 무뚝뚝한 얼굴로 벽에 걸린 산탄총을 집어 들었다.

" 니들 청소 깨끗이 해놔라! "

두 아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샌가 그녀의 손톱엔 무지갯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빛으로 네모를 공간에 그었다. 공기가 갈라진다. 다른 쪽의 세상이 방안에 만들어졌다. 아마도 34구역 에펙토르 129-89번지겠지.

그래 맞다. 네모난 공간에 열심히 게임 중인 뚱뚱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노모. 게임에 심취해 있는 남자는 헤드셋을 끼우고 마법 주문을 외우고 있다.

슬금슬금. 노모가 걸어간다. 산탕총의 총구를 두통엔 펭귄 뒤통수에 가져간다. ' 철컥 ' 안전핀이 뽑혔다.

캐스팅하던 남자가 그제야 뒤를 돌아본다. 서서히...

' 펑 '

총성.

그가 얼굴을 돌리기도 전. 노모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의 얼굴에 뇌수와 피가 튀었다. 희번덕 웃어 보이는 그녀의 광기 서린 눈빛엔 조롱의 대가를 만회했다는 기괴한 표정만 남겨있었다.

" 호호호호... 요새 젊은것들은 예의가 없어. "

노모의 괴웃음이 방안에 가득 찼다.  그녀의 뒤로 다른 공간의 뱅과 벙은 의식하지 않은 채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다.



- 23구역. -




야심한 밤. 라구나 함정은 도시 위를 날고 있다. 어둠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등. 저 많은 전력을 어디서 뽑아올까? 꺼지지 않는 등불의 샘은 마르지 않는  같았다.

고요하지 않은 도시.

소형 비행정, 중형비행정을 비롯한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 크락션 소리의 요란함과 광고 음악의 소음이 교차한다. 유유히 높은 건물들 사이를 비행중인 라구나.

전투함정으로 변신한 라구나에는 상희와 창기, 명치대인과 다해, 그리고 성우와 준이 모여 있었다. 아차차! 물론 나도.

" 마들가리행성의 은행강도... 내 경찰관 생활하면서도 볼 수 없었던 은행강도라... "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그의 혼잣말은 라구나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렸다.

" 성우옵. 뭐 집히는 것 없어? "

" 글쎄다. 근 100년간 이 행성에서 은행을 턴 범죄자가 있었나? 뭐 찾아보면 있겠지만, 거의  쉽게 잡혔을 텐데. 준이형 그렇지? "

" 그럼. 그럼. 이 행성의 방범 시스템의 발전이 제일 크게 빛을 발휘한 것이 이런 은행강도가 사라졌다는 건데... 요녀석들 대범해. "

명치대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준을 보았다.

" 형님. 그 시스템이라는  어떻길래? "

어. 우선 술사들의 능력을 파악하는 센서가 있어서 아무리 능력자라 해도 은행에 들어서면 정보가 줄줄이 행성 수비대, 보안업체, 경찰서에 자동 입력되거든. "

다해도 궁금한가 보다.

" 준 삼춘? 능력자의 정보가 노출된다 해도 지금처럼 워프 형태의 능력자들은 도망치면 되는 거 아녀요? "

" 그게.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속성이 다른 능력자, 그러니까 공간이동 능력자의 힘을 억제하는 다른 능력자가 이미 결계를 만들어 놓았다고나 할까? 은행을 만들 때 이게 법으로 지정되면서  능력자들은 한때 몸값이 치솟았던 거로 알고 있어...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 엄청난 일이었지. "

" 워~ 우린 그런 걸  이제야 알았을까나... "

상희가 신기한 걸 알았다는 듯 놀라워한다.

" 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 진거 아니겠어. 그냥 으레 있는 일. 무튼. 그런 결계를 풀었다는 건 뭔가 있겠지? "

성우가 보고서를 보며 말한다.

어제 읽다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여기! "

성우의 이야기에 모두 집중한 상태, 라구나가 고요해졌다.

" 벌써 4번째 은행을 턴 녀석들이야. 근데 그 금액이 너무 초라해. "

" 에이~ 형님 그것은 급해서 다 못 챙긴 거 아닌감요? "

" 명치대인 말이 일리는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 액수가? "

가만히 듣고 있던 창기가 고개를 삐죽 내밀며 성우가 들고 있는 보고서를 살폈다.

" 도대체 얼만데? "

" 은행 세 곳을 털어 30억 크랑입니다. "

" 30억 크랑? "

은행 금고에 얼마가 있는지는 몰라도 30억 크랑은 큰돈이다. 근데 왜 작다는 걸까?

" 분명 금고 안에는 50억 크랑 이상씩은 있었는데.  저것만 들고나왔을까? "

" 가방 안에 다 못 넣으니까 그런 거겠지? "

" 창기형. 아니야. 이들이 돈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더 큰 가방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아니 없더라도 금고 안에서 돈과 함께 사라지면 되는 거잖아. "

그 말에 준의 눈이 번뜩인다.

" 가만. 그러고 보니 금고 안으로 이동하면 되는데... 왜 정문으로? "

" 그렇죠. 형. "

" 바.본.가? "

상희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분명. 금고로 바로 못 들어간 이유가 있을 거야? 그게 다른 능력자의 힘이 금고에 작용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 암튼요. 옵들. 이런 녀석들 어디 있을 것 같은지 그거나 압시다. "

" 글쎄. 아직 거기까지는... "

" 아따... 누님도 참! 그 위치 알았음 벌써 잡았지. "

" 됐어. 이년아! "

명치대인의 뒤통수를 때리는 상희.

' 퍽. '

명치대인의 흰색 뿔테 안경이 돌아간다.

" 그럼 잠깐 범인들 정보나 읊어볼까? "

성우가 조용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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