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80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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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흥정.
" 내가 아무리 떠들어봤자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거 알고 있으니 걱정하진 말고. "
" 형 말이 사실이라면... 형! 무슨 행성지킴이에요? 아니면 악의 무리로부터행성인을 지키는 슈퍼 히어로? 그런 일에 휘말리지 말고 그냥 사세요. 정신과 치료도 좀 받으시고. "
" 현석아. 내 말 믿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나 좀도와다오. "
"뭔데요? "
" 명택노친네죽고나서 무기를 구할 때가 없어서 이렇게 찾아온거란다. "
" 뭐 도와줄 거 있나요? 그냥 사서 쓰시면 되지. "
건남은웃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쩐이모자라서. "
" 재필 잡아서 받은현상금은요? "
" 그만큼 장만할 장비들이 많다는 이야기야. "
" 헐~ 무슨 전쟁 치르세요. 장갑차라도구입하려고요. 형이 행성 영웅이 되는 건 상관없는데... 전 외상 사절입니다. "
" 아~ 정 없는 놈. "
"오고가는현금 속에 피어나는 게 정이에요. "
"아오~그러기야! "
"그럼요. 친한 사이일수록... "
건남의애절한 눈빛에 현석은 애써 외면한다.건남은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 휴~ 이게이게아닌데... "
" 뭐가아니에요? "
" 그래도 너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바보지. "
" 아니 왜. 그런 일을 제가 도와주겠어요?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요. 그 아이가 그렇게 위험한존재에요? "
" 아무렴. 위험하지! 위험해! "
건남은연신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환풍기가 없는 상점이 뿌옇게 물들어졌다.
" 아무튼, 내가 쓰는다트핀은있지? "
" 명택 선생님에게 잘배워두어서. 그건 걱정 말아요. 무기 장인의 살아있는후계자니. "
" 몇 발챙겨주게나. 후~ "
현석은다트핀을찾아 이곳저곳을 살피며 말했다.
" 형! 근데. 그 아이를 찾으면 형이 얻는 것이라도 있어요? "
" 남아 있는 내 유일한 혈족이야.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내가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그뿐이에요. 그냥 그 이유 하나 때문에? "
건남은현석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 담배 구름만 만들 뿐.
현석은건남이쓰는다트핀을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 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
건남이그제야 운을 뗀다.
" 우선 재필이는 잡혔고….OEN같은경우는 미지의 세상을 열려고 하고 있어.제스가필요하지.제스를움직이는 힘. 그것을 가진 상희나 그 아이가 꼭 필요할 거야. "
"제스는이제 거의멸종되지않았어요? "
" 그래. 그러니 양성하는 것이지. 상희와 그 아이의 피와DNA가필요하니... "
" 미지의 세계면 0구역을 말하는 건가요? "
" 그래. 0구역. "
" 거기에 뭐가 있다고OEN이그곳에 눈독을 들인다는 거예요. 보물이라도 있어요? "
" 보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우리가 모르는 세상 안에 있는. "
" 안 되겠다. 내가 형을 데리고가야겠어요. 정신병원에... "
" 현석아! 넌 정말 모르겠지만 난 심각하다고. "
" 알았어요. 아무튼, 형이 하는 일 잘 되었으면 싶네요. "
그렇게 말한 현석은 자신의 무기인 은빛 총을 손에 들었다.
매그넘과흡사하게 생겼지만, 그건 아니었다. 총열이 좀 더 길었으며.룰렛은12개였다. 그권총을헝겊으로쓱닦아냈다.
" 그러고 보니 이 총 안 쓴지도 오래됐네요. "
" 너. 사냥꾼 생활 접은 지 오래됐지? "
" 다 때려치우고 특수무기 만드는 데만 전념했으니까요. 한오~육년은 넘은 것 같아요. "
" 그럼 알바 한다 치고 한 건할래? "
" 네?얼마짜리인데요? "
건남은기절한뜨를응시했다.
" 대략 3000. 나하고 나누면 1500 정도 하겠네. "
"누군데요. "
"누구긴저 녀석 미끼로 잡을 놈. "
고개를깍닥거린건남이시선을 현석에게 돌렸다.
그래.건남은현석이 도와주지 않으니이렇게라도끼워 넣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현석이 넘어갈까?
" 오~1500. "
" 그래 1500. 자르라고... 미끼도 있겠다. 잡기만 하면 된다고. 어때? "
건남은자르를미끼로 현석을 잡으려 한다. 현석이가 지처럼 단순한 줄 안다. 무기 팔아서 생활도 넉넉한데 위험한 일에 휘말리겠는가? 그냥 편안하게 지낼 사람에게 범죄자 잡자고? 절대 안할것이다에내 고양이발모가질건다.
" 좋아요. 형! "
미안하다. 쉽게 낚였다. 발모가지는 없었던 일로.
" 대신 딱자르까지만, 그 이상은 없습니다. 요새 집 장만해서 대출금값는데쪼들렸는데. 알바라도해야지.킥킥킥. "
매그넘비스름한 쌍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고 빙빙 돌린다.
" 그래. 그럼 협상 한 걸로다트핀은퉁이다. "
" 형.자르잡을때까지만입니다. 절대 공짜로 제가 만든 물건 안줄겁니다. "
" 알았다.알았어. 그럼 동업자로써. 자! "
건남이캔맥주를 현석에게 내밀었다. 현석이 내민 캔맥주에 자신의 맥주 캔을 부딪친다. 그렇게 둘은 옥신각신하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내 마을 금고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내 마을 금고엔 폴리스라인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수사팀은 없었지만, 그 주변을 지키는 경찰이 상주하고 있었다.
성우가 협조문을 그 경찰에게 보이자 출입을 허가하며 자리를 피하는 경찰관. 성우와 창기는 사건 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내 마을 금고로 들어갔다.
" 세상에나. 은행이 털릴 수가 있다니. "
" 경찰이었던 저도 처음 봅니다. "
그래 성우도 처음 경험하는 현장인데 창기는 얼마나 신기할까? 아무튼, 둘은 터벅터벅 걸어 은행 금고로 향했다.
사람이 지날 수 있을 만큼 구멍 난 금고문, 그리고 지점장이 죽은 곳에 마른 핏자국, 두 동강이 난 책상이 그날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 여기서 일을 치르고 도망가기까지 1분. "
" 정문으로 들어오고 나서 대략 1분인데... 무척 빠르네요. "
" 무기는뭔거같어? "
" 이 금고문에 구멍을내었다는건. 대포로도 어림없는데, 확인 결과 권총이었어요. "
" 권총?뭐시라권총! "
" 네. 분명 특수무기 제작자에게서 주문 제작했겠죠. "
" 그렇지. 그렇지않고서야. 이 단단한 금고문을... "
창기가 자신의 팔로 금고 두께를 가늠해 본다.
" 이거 1m는 거뜬히넘겠어. "
마들가리행성 은행의 금고 들은 모두 저렇다.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금고. 대포가 있다 해도 사실 뚫기 어려웠다. 근데 권총으로뚫었다니기가 차고 어이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 주변 특수 무기 제작자들에게 아직도 수소문하고 있나 봅니다. "
" 권총 탄알에 핵이라도 박았나? "
" 모르죠. 방사능 수치는 안 잡히니 그건 아닐 겁니다. "
성우는 이야기하며 수첩에 무언가 깨작거린다. 휴대폰 크기의 전자수첩은 투명하다. 그 투명한 수첩은 성우를 따라다니며 공중에 머물렀다.
" 아무래도 이 술사의 능력이 공간이동 하나가 아닌 것 같군요. "
금고를 살피던 창기가 성우를 쳐다본다.
" 잠깐? 뭐라고? 술사의 능력이 하나가 아니라고? "
" 행성에 그런 능력이 있으면 정보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술사 '차차'는미등록자에요. 술사의 능력을 숨기고 살았다는 겁니다. "
" 이것도 법에 어긋나지 않아? "
"그럼요. 예전부터 엄격하게 다스렸죠. "
" 오~ 그런 것 생각하면 이 할머니 현상금 너무 적은 거 아닌지 모르겠네. "
" 그럴 거예요. 정부에서도 이 부분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걸 보면.저희에게도숨기는 게 있다는 거죠. "
창기는 다시 금고 안을 살핀다.
"아효~ 내팔자야.이런녀석을어떻게잡겠다고... "
" 술사의 고유속성을 더 강화한 건가? "
성우는 조용히혼잣말했다.
성우가 말한 것처럼 능력자의 신상정보는마들가리정부에서관리하고 있었다. 능력자들의 범죄예방 목적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술사들의 능력으로 이런 범죄가 생기면 검거하기가 매우 힘들었기에... 그래서 술사들은어려서부터윤리, 도덕, 그리고 인성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그러나차차는그런 법을 어기고 살아왔다는 것. 그것도 어느 순간 나타나 은행을 턴 것이다.
" 혹시. 성우야. "
" 네? "
" 이 차차라는할매. 술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반인에서 술사로 변한 거 아닐까? 선천적 능력이 아닌 후천적으로 말이야. "
" 형.형말이일리는 있는데. 여태껏 그런 일은 행성에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형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행성은 발칵뒤집어질걸요. "
"그런가? 하기야 나도 이 나이 먹도록 그런이야길들어본 적이 없네. 너무 멀리 생각했나? "
" 여러 가지 가정 세우시는 거 좋습니다. "
" 그나저나. 뭐 건질 만한 정보는 눈 씻고 봐도 없는 것 같은데. "
" 잘 찾아보세요. 여기 말고 다른 곳도 들려야하니."
"에효~ 내이래서하지말자고했는데.피곤하게시리... "
창기의 투덜거림은 연신 뿜어져 나왔다. 성우 성격이 유들 하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라면 짜증이라도내었을것이다. 난 할퀴었겠지. 음~ 아마도.
아무튼 그들은 내 마을 금고에서 이리저리 단서 찾아 삼만리를 강행 중이다.
101구역.
101구역은마들가리도시 중 가장 낙후된 도시였다. 그래. 정확히는 농촌이었다.마들가리의구역은 총 108개의 구역으로나누어졌다. 그 구획이 북극에서부터 남극으로 숫자를 정했는데, 북극 부근이 1구역, 남극 부근이 100구역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나 101구역은 30구역과 31, 32구역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100구역 이상의 구역은 특별한 도시로 지정된 곳이었다. 그래서 101구역은 숫자에 상관없이 31구역 근처에 자리 잡은 것이었다.
이곳은마들가리행성에서구획을 정할 때 없었던 도시였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도시라 해야 하나? 지도에 없었던 도시가 어느 순간 생긴 것이었다.
101구역의탄생은처음에소외된도시라불리었다.이유가있었다.가난하고사회에적응하지못한사람들이이곳으로흘러들어왔기때문이었다.그런사람들이정착했던곳.
처음 한 명 두 명은 숨어 지냈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이 늘어났다. 약자들의 도시. 초원을 개량하여 자급자족으로 농지를 심었던 그 땅에 사람들은 계속 늘어만 갔다. 사회에서 패자의 삶을 살던 이들은 입소문을 통해 이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농지의 경작 규모가 커지고 결국 최대의 농촌으로 자리 잡았다. 아무튼 도시의 역사는 이쯤해두고...
광활한 101 구역 경작지를 날고 있는라구나.
성우와 창기가 내 마을 금고를 살피고 있을 때, 나머지 일행은 이곳으로 날아왔다.라구나를조종하는 명치대인이 연신 감탄사를 내뿜었다. '우와, 이야~, 오~,키야아.' 하나만내뱉으라옹.
끝없이 펼쳐진 경작지.옥수수밭인지, 무밭인지, 배추밭인지 모르겠지만, 몇분째이곳을 날고 있다. 도시와는 다른 세상이 이 녀석에게는 신기했나 보다. 쉬는 날 클럽만 돌아다녔으니 이런 걸 볼 수가 있었겠는가?
" 누님! 이런 곳에 사람이 살기는 하는 거야? "
" 살겠지.차차가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이 여기라했어. "
" 이거 원. 이 넓은 땅을 어떻게 관리한디야. "
"낸들알어.농부들한테물어봐. "
둘의 대화에낙랑한목소리로 다해가 끼어들었다.
" 위치까지 대략 10분 남았습니다. 언니.준비할까욤? "
"해야지. 명치대인은 자동비행으로라구나띄우고 다해는라구나에남아서 엄호해.준옵하고명치대인하고 살피고 올 테니. "
"히힝~ 또혼자있으라구욤. "
"어딜간지럽게 코맹맹이 소리야. 그건 승규한테나 하라고. "
"알쪄요. "
"준옵! 이곳 말고 들릴 때가 또 있나요? "
" 우선 목적지 상황 봐서... "
" 이런 촌구석에 틀어박혀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은행은 왜 턴 거야? "
혼잣말한 명치대인에게 상희가 다가왔다.
" 은근 말 짧다. "
" 누나 들으라고 한 소리 아님. "
조종석에서 밖을 바라보는 그는 상희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 이곳에서 은행 털 궁리만 했겠지 뭐. "
"큭큭큭. 누나다운 발상이다. "
' 퍽. '
뿔테안경이 돌아간 명치대인은 조용히 안경을 되돌린다. 이젠 개기지도 않는다. 일상화된 뒤통수 맞기.
"무튼슬슬 내려와. "
"넵. "
명치대인은 자동비행을 설정한다. 목표 지점에서 고정된 비행으로 말이다.
" 다해는라구나잘 부탁하고. "
"알쪄욤. 다녀오세요. "
상희와 준이 동시에라구나의엔진실로 내려가고, 자동비행 설정을 마친 명치대인이 그 뒤를 따른다.
근데. 나도 지상에발좀내밀어 보고싶다옹~나도데려가라옹~ 저넓은텃밭의쥐를사냥하는내모습을보고싶지않냐옹~앙칼지게울어봤다.
"냐아옹. "
그러자 다해가 날 들어 올린다.
"우쭈쭈. 울히리도잘 다녀오라고 인사했쪄. 어구. 착한 내 새끼. "
뭐.라.카.노? 내 저 사람들 안위를 걱정하게 생겼냐? 놔라이년아! 털 흩트리지 말고. 어디 집사가 엄마 흉내를 내고지롤이요... 고양이도 아닌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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