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 84­조폭 (85/179)

〈 85화 〉 84­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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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조폭.

그렇게 기어가는 바퀴벌레가 문 밑으로 들어갔다. 나무 바닥인자르의은신처. 바퀴벌레가 카펫까지 기어가자 조금씩 화면에 두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들에게 다가갈수록 목소리가뚜렷해졌다. 호소하는 듯한 남자가 자르에게 말하고 있다.

" 이봐자르! 내 형편도 봐줘야 하지 않겠나? 이제 빵에서 나와 활동하려 하는 데 자네가 좀 도와줘야 하지않겠어? 부탁하네. 내가 일어설때까지만지원해줘! "

" 아따... 형님 빵에 가서 쉴 동안 우리 조직은 많이바꼈지라. 내 위치도 그렇고. 내가 형을 배신하겠소... 참말서운하당께. 다시 일어설 수 있게도와브린지라.크크크. 이렇게 말할 줄 알았나? "

자르앞에 있는 사람은 뭔가 황당한 표정으로자르를쳐다봤다.

" 뭐? 뭐라고했어? "

목소리가 깔리는자르의눈빛이 변했다.

" 이젠 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우리 조직이 재건되려면 너 같은 무능한 보스는 사라져야 한다고.흐흐흐... "

"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

아무래도자르의앞에 있는 사람은자르가속한 조직의두목이었나보다. 열 받은 두목을 클로즈업하는 현석. 방아쇠 컨트롤이 능수능란해 보였다.

두목이자르의멱살을 잡고 눈을 부릅뜨는 장면이 고스란히건남과현석에게 전달된다.

" 잠깐!자르가조폭 출신이었나? "

" 둘의 대화로 봐서는 그렇겠죠. "

" 이런 정보는 없었는데... "

" 이렇게 알아내는 거죠 뭐. "

" 저 두목 확인해봐야겠는걸. "

건남은바로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범죄자 파일을 동공으로 클릭한다. 동시에 바퀴벌레로 찍은 두목의 얼굴을 캡처해 파일에 입력했다.

사각 턱에 풍성한 수염이 자리 잡은 두목의 얼굴과 일치하는 정보가 선글라스에 뜬다.

­이름:야쿠쟈.

­나이: 40.

­전과: 3

­현상금: 수감종료.

­특징: 증거 부족으로 감형을 받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건남은'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십니까?'를클릭한다. 그리곤 화면을 쭉 훑으며 읊조리듯 말한다.

" 음~ 떼까마귀파에서 수행원으로 지내다 여러 조직을 전전함. 그 후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어 활동. '데블'파의두목이었던야쿠쟈특수폭행으로 가중처벌 5년 실형으로... .... "

긴 텍스트를 쭉 살피는건남이었다.

순간.

'와장창.'

현석의 영상에서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빨리 정보를 읽던건남은하던 것을 멈추고 영상을 바라봤다.자르가야쿠쟈와주먹다짐 중이었다. 힘의 균형은 자르에게 넘어온 상태로 보였다.

야쿠쟈가거실에 놓인 테이블 위로 떨어지며 테이블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 시방. 어디서. 아직도니가두목인 줄 알아! "

'퍽'

널브러진야쿠쟈의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이내 짓누르는자르였다.

" 이 씨알 굵은 새끼가 어디서 부탁이야 부탁은! "

연신박터지는소리가 바퀴벌레마이크에 의해 영상으로 전달되었다. 화면을 보던건남이급작스럽게 놀란다.

" 잠깐? "

" 형님 왜 그러세요? "

" 현석아! 저...저 2층 계단 벽에 붙은 사진 좀 클로즈업해 줄 수있겠니? "

"그럼요. 기다려 보세요. "

현석이 방아쇠를 깔짝거리자 바퀴벌레는건남이말한 2층 계단 벽면으로 이동했다. 실 같은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점점 커지는 화면. 사진이건남의시선을 빼앗았다.

사진엔자르와팔콘이어깨동무 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팔콘은행성의 악명 높은현상범이었다. 그런 그가자르와함께 지냈다는 것인가? 사진 속 모습은 매우 친근해 보였다.

"팔콘... "

" 네?팔콘이라니요? "

" 사진 속의 인물 말이야. 그 유명한 팔콘이라고. "

영상 속 벽면엔 사진 말고도 까마귀가 비상하려는 마크가 걸려있다. 액자 크기만 한 그 마크에 눈이 쏠리는건남이었다.

" 떼까마귀... 저건 떼까마귀파 심볼 마크인데...자르또한 그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건가?"

추적전문 사냥꾼 맞긴맞나보다. 심볼 마크를 보고 정확히 맞추는 걸 보니.

" 형.무튼, 저자르인가자루인가 하는 녀석 언제 잡을 것임. 이대로 돌격? 싸우느라 정신없을 때? "

만약 상희였다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성격상건남은그러기엔... 지도 인정한 일대일 승부는 어림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자르녀석 은근 강해. 현석이 네 힘으로도 어쩜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몰라. "

그렇지. 신중하다.

" 그럼 나 왜데려온겨?"

그걸질문이라 하는 건가? 더있냐옹~ 네 무기 공짜로 쓰려는 꼼수아니였더냐옹~

" 우선 기다려 봐. "

건남은뜨에게다가간다. 둘이 대화하는 동안 뜨는 연신 '읍읍'거리고있었다. 재갈에 침이 흥건히 묻어났다.

" 거 자식. 말 많네. "

뜨의눈빛은 '말이라도 하게 해 줬냐' 하는 것 같다. 흥건히 침이 묻은 재갈을 조심스레건남은풀었다.

" 이런썅!니그들이사람이냐! 방광 떠질 것 같다고 이 새끼야! 화장실은 보내 줘야 할 거 아니야! "

더욱 소리 지르는뜨.

"자르!! 도망... 아니 이 자식들 혼내 줘!! "

뜨의목소리가 들판에 울려 퍼졌을까?자르가이소릴들었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건남이들고 있는 작은 컨트롤 손잡이, 꼭 자동차의 스마트 키처럼 생겼다. 크기 또한...

그 작은 물건을 엄지로 누르고 있는건남이었다.

"씨부럴. "

뜨가그제야 눈치챈다. 머리에 쓰인 머리띠를 애써 보려하듯눈을 치켜 뜬 뜨였다.건남이엄지로 꾹 누르고 있는 것은 음성 조종기였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장비.뜨가아무리 고함쳐도 그의 목소린 들리지 않았다. 입만벙긋벙긋거리는모양새였다.

오줌도 막혀, 입도막혀있는뜨가체념한다. 앞뒤가 시원하게 뚫려야 사람이 스트레스 덜 받고살텐데... 아무튼건남은시작하려나보다.자르잡는 것을...

" 현석아. 이 녀석 수갑 풀어줘. "

현석은 순순히 수갑을 풀었다. 이것도 공짜로 헌납했는데... 이제 조수로 쓰다니... 뭔가 당한 것 같은 기분의 현석일 것이다.

뜨가팔목의 수갑이 풀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친다. 빠르다. 곧장자르의오두막으로 향하는 뜨였다.

뜨가입으로 비명을 지르지만, 입만뻐끔거릴뿐이었다. 금고아처럼 생긴 머리띠를 잡아 빼려 하지만 꿈쩍하지 않는다. 현석은 당황하며뜨를잡으려 풀숲을 뛰쳐나가려 한다. 그의 팔목을 붙잡은건남. 현석이 그런건남을바라본다. 미소를 짓고 있는 원수 같은건남을...

" 가만둬. 생각이 있으니. 넌 지켜보라고. "

허겁지겁 달려간뜨가오두막 현관문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쾅쾅쾅. 쾅쾅. 쾅.'

"자르.자르! 문 열어! 지금 널 잡으러 사냥꾼이 들이닥칠 거라고. 어서 문 열어! "

입만 뻥긋. 지그시건남은음성조절 장치를 누르고 있다.야쿠쟈를흠신패고 있던자르가급작스럽게 두드리는 현관문을 쳐다본다. '이런곳에사람이? '퀘스천마크가 그의 이마에 떠오르는 것이 눈에 훤하다.

의식 없이 널브러진야쿠쟈를뒤로하고자르가현관문으로 향한다.

" 누구냐? "

" 나야뜨. "

그제야 안심하는 얼굴로 돌아온자르였다.

" 생각보다 일찍 왔군. "

성큼성큼 걷는자르가현관문을 열었다.

'철컥.'

똥씹은표정의뜨가자르의눈에 들어왔다.

" 어서 오게. 옛 동료가 찾아와서 좀 어수선할 거야. 그 녀석은 잘 처리했나? "

뜨는 입을 뗀다.

"자르! 그 녀석이 이곳에서 널 노리고 있어! "

분명 이렇게 말했는데...자르의표정이 온화하다 못해 기쁨으로 자리 잡았다.

" 처리했다고건남을...크크크어수선해도들어오게나. 고생했네. "

이유는 그랬다.뜨의목소리를 접수한 머리띠, 그것으로 인해 '자르! 그 녀석이 이곳에서 널 노리고있어'라고한 말은 이렇게 변했던 것이었다.

" 완벽하게 해치우고 돌아왔지! "

상당히 표정과는 대조적인 대답이었다. 그렇게 말한 뜨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 아썅. 이놈들 내게 무슨 짓을... "

신경질적인뜨. 그러나 그의 말은 계속 변질하여 나왔다.

'아썅. 이놈들 내게 무슨짓을.'은"건남잡는데 너무힘들었어."로 둔갑해 입에서 떨어졌으니 말이다. 뜨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야쿠쟈를신경 쓰지 않는자르가부서진 테이블로 향했다. 소파에 앉은 그가뜨를쳐다본다.

"크크. 별 그지 같은 새끼가 찾아와서 손 좀 쓴 거니 어수선해도 그냥앉게나. "

"자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밖에... "

그러나뜨의입에선 그 소리가 이렇게 튀어나왔다.

"알았어. 건남이란 작자가 알아내려는 것이뭔지궁금하군? "

뜨는 체념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말이 이렇게 쉽게 튀어나올 줄이야. 행동과 말이 일치하지 않았지만자르가둔한가보다. 전혀 눈치채지 못해 보였다.

"뜨가그런것에도관심을 가지고 있었나? "

뜨는 계속해서건남이와 있다고 재차 이야기하지만...

" 일을 하다 보니 그냥 궁금해져서. "

밖에서건남이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짜증스러운뜨가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 얼핏 아이를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오~ 너무 알려고 하지 마. 그 점에서 너를 고용한 거니. "

" 아. 그래. 아무튼 비용은 언제 줄 건가? "

" 확실히 해치운 거 맞아? 먼저 영상이라도 보내고 왔어야하잖아. 죽였다면 시체라도 끌고왔어야지. "

밖에서뜨의목소릴컨트롤하던건남이당황했다. 이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을 하나만 하고 둘은안하는건남이었다. 신중한 성격이라 말했던 건 잠시 접어두자.이야옹~

" 그... 그게... 어... "

핑계거리가언능생각이 나지 않았다.

" 좀 수상해... "

저음의자르가그렇게 말하자건남의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옆에 있던 현석도. 반대로 뜨는 ' 그래자르이제 좀 눈치 좀 챘나? ' 하는 반응으로 말했다.

" 그게 사실건남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너무 강해서 죽이는 동시에도망쳤어. 조용히죽였어야했었는데... 그건 내실수군. "

"확인하는데로입금시키지. 아무튼 수고했네. "

뜨가쓰러진 야쿠자를 넘어쇼파에앉았다.

" 잠깐? 정말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 데 저기 저 사진 속 인물과는 아는 사이야? "

뜨의질문에 의아한 표정으로자르가입을 뗀다.

" 왜?팔콘하고 아는 사인가? "

"아니.그래도 범죄자들의 선망 대상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으니 궁금해서. "

" 하하하. 소싯적에 함께 활동했지. 저 쓰러진 녀석과 함께. 알고 있나? 떼까마귀 파라고? "

무언가 자랑스러운 뉘앙스의 목소리였다.

" 십 년도 넘었을 적의 이야기군.크크크. 그땐 무서울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던 시절이라. "

" 떼까마귀라...그것하고지금의 일과 상관이 있나보군? "

눈빛이 변한자르.

" 너.뜨... 얻고자 하는 것이라도 있나? 왜 이렇게 추궁하는 거지? 한 번 더 경고하는데. 더 이상 알려 하지 마. 네 장점을 끝까지 살리라고! 시킨 것에만 전념해.괜시리들추다 명줄 줄이지 말고.알았어! "

날카로운 음성에뜨가움찔했다. 아마도 뜨는 굉장히 억울하겠지? 지금 이런 질문에 사실 관심은 1도 없는데 누명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겠는가팔잔데...

건남은자신을 노리는자르와팔콘그리고 아이를 찾는 일에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다.

" 휴~뜨를이용해서 정보 좀 캐려 했는데 쉽지 않군. "

" 사이즈나오잖습니까? 그냥 뜨는 하수인. "

" 정말 괜히 데려왔나 보다. 지금에 와선 짐만 되는 것같어. "

그래.니가하는 일이 그렇지 뭐.

" 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

" 바퀴벌레로 주변 좀 더 탐색해봐. "

"그거야뭐. "

쌍권총을 세심하게 컨트롤하는 현석의 방아쇠 움직임이 부드럽다. 흩어진 벌레들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창문, 거실, 1층의 방 4개와 2층 방 2개, 욕실, 주방, 지하실 등등. 바퀴벌레의 특유한 날렵함이 이럴 때 꽤 쓸모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바퀴벌레를 의식하지 못한 자르는, 답답함에 목이 마른뜨에게자신의 과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 그땐 굉장했지. 구역에 자리 잡았던 조폭들을 우리가 통일했다고.크크큭."

잘랐다. 그래서어쩌라구.

" 그때의 두목은 이찌질이처럼약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 사람이누군지아나? "

뜨는 그런 거에 관심없다규! 그냥 오줌이 마려워도 말하지 못하고, 널 잡으러 온 녀석들이 있다고 말하려는 것뿐이라규!

"누군데?"

허나그의 입은 자신의 입이 아니다.건남의아바타,건남의앵무새,건남의확성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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