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 85­아멘 (86/179)

〈 86화 〉 85­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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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아멘.

설레발치던자르의표정은기.고.만.장이다.

" 이름은 들어봤나? '포르쉐'라고? "

" 들어 봤지. 지금의 3대 흉악범의윗세대. "

" 그래. 그 유명한 포르쉐가 우리의 두목이었지.크크크...뜨. 네가 그분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군. 이제 고인이 되어 세상으로 사라진 사람을 말이야. "

뜨가알겠냐?건남이무심코아는척한거지. 대충 포르쉐는 악행을 너무 많이 해서 사형당한 흉악범이었다. 이 행성은 사형 집행을 많이 하지 않았다. 평생 감옥에서 썩히게 하는데... 사형당해 죽었다는 건, 정말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빵 안에서도교화되지못한다는 것. 그런 미친놈을 찬양하는자르가제정신이겠는가? 오두막 앞에서 아바타 놀이를 하고 있던건남은슬슬다트핀을뽑아 들었다.더는 정보를 캐는 것이무리란생각을 한 모양이다.

" 현석아 준비해! "

현석은 자신의 쌍권총을 두 손으로 돌린다. 서부의 장고 납셨다.

" 슬슬 몸 좀 풀어볼까나. "

' 으드득. ' 좌우로 깔딱거린 고개에서 뼈마디가 심하게 요동친다.

" 형. 그럼 부탁합니다. "

현석이 육중한 몸으로 뛰어간다. 빠르다. 저 뚱뚱한 몸으로 저리 뛸 수가 있는가? 가속도가 붙은 건가? 한 마리의 코뿔소가 질주하는 것 같다.

현석이 그 스피드로 현관문 도착 3초 전,건남은두 개의다트핀을동시에 던진다. 다트 게임에서 야구 다트를 하면 심히 욕을 먹지만,건남의폼은 투수의 폼이다.

'슈슈슝.슈슈슝. '

현관문으로 향하는 독침.다트핀에묻어 있는 기절용 독침이었다. 현관문을 현석이 그대로 들이박는다.

'콰지직! '

다트핀은부서진 현관문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자르와뜨.당황스런표정이 역력했다. 느닷없이 문을 부수고 현관에 서 있는 덩치 큰 이 남자, 현석.

그의 양어깨를 빠르게 지나가는다트핀.

다트핀은현석을 지나자르와뜨에게날아들었다.

"윽! "

앵무새였던뜨가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벌써 기절만 세번 째. 이젠 면역될 때도 됐는데... 그리고 자르에게 날아간다트핀은'팅! '

스테인리스의 울림을 남기고 바닥으로 떨어졌다.자르가비웃고 있다. 현석을 바라보며.

" 이런. 미끼에 걸린 건가? "

잠깐의 정적. 두 남자의 기가 오두막에 퍼진 것 같다.

" 형. 실패. "

귀밑에 붙어 있는 송신기로 건남에게 연락한 현석은 오른손을 재빠르게 올리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 탕. '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자르에게 날아가는 총알.

동시에 왼손을 들어 방아쇠를 당긴다.

' 탕. '

두 번째 총성과 함께자르를뒤덮는 투명의실드.

'위잉. '

"그따위로날! "

자르가고함치고 허리춤의 도끼를빼내었다.

두툼한 손도끼.

첫발의 탄알이실드와부딪쳤다.

' 척! '

그 소리와 함께 현석은 웃는다.

"그따위라니.훗. "

손도끼를 치켜든뜨가잠시 멈칫거렸다.실드에기어가고 있는 바퀴벌레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자르의비명이 들렸다.

"꺄악~ "

현상범도 놀라게 만드는 바퀴벌레의 이 위대함에 현석은기고억장이다. 범죄자도 벌벌 떨게 하는 바퀴벌레가 헤죽거리는 모습이 내 눈엔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바퀴벌레의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곤.

' 펑!! '

폭발했다.

'콰지직. 우지직. '

실드가여러 갈래로 쪼개졌다.실드를폭파하는실드탄이었나 보다. 두 번째 탄알은자르의대퇴부를 뚫었다.

"윽! "

허벅지를 관통한 총알은 실탄인가 보다.자르가신음하며 자신의 허벅다리를 부여잡았다.

" 후~ "

볼을 부풀리며 총구의 연기를 날리는 현석.

" 이봐자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덤비면 그 땐 심장을아작낼테니. "

현석은 총구를 자르에게 겨냥했다. 그 뒤, 헐레벌떡 뛰어오는건남이어느새 현석의 옆에 서 있었다.

" 죽이진 않았지? "

"그럼요. 현상금 깎고 싶진 않아요. "

건남이들어오는 순간자르가미친 듯 웃었다.

"크하하하. 이게 누군가! 내 먹이가 이곳에 와있었다니!흐흐흐... "

자르가총을 맞고도 여유를 부렸다.

" 왜 날 죽이려 하는 건가? "

오~건남이분위기 잡으며자르를쳐다봤다.

"칫. 이런먹잇감에물리다니... "

" 대답이나 해! 좋은 말로 할 때! "

건남은고함치며 자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쪼르륵 따라가는 현석. 순간자르가빙긋 웃는다.

" 저승에나 가라고! "

자르손 끝에 눌린 리모컨, 그것을 꾹 누른 그가 땅으로 꺼졌다. 순식간에 사라진자르. 그가 있던 곳으로건남과현석이 허겁지겁 뛰었다.

"뭐에요? 이건! "

자르가있던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 바닥으로 지름 1m 정도의 구덩이가 파였다.

" 형 놓치겠어요! "

" 우선 비행정으로 이동하자. 멀리 못 갔을 거야. 어서. "

건남과현석은 오두막을 뛰쳐나갔다. 현관을 빠져나와 비행정으로 뛰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에소형정한 기가 굉음을 뿜으며 날고 있다.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 현석.

" 젠장! "

" 현석아 빨리 움직여 저거 쳐다볼 시간 없어! "

그렇게 비행정에 오른 현석은 시동을 걸었다.

'푸닥.푸닥.푸다다다다닥. '

구식비행정답게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눈앞에 3000크랑이 도망치고 있는데... 이거라도 필요한 그들이었다.

비상한 비행정은자르의소형정을 뒤따랐다. 31구역과 32구역, 그리고 101구역의 어느 경계면을 두 비행정은 날고 있다. 깨끗한 하늘엔 도넛 모양의 구름도 사라졌다. 그냥 하늘색 도화지에 점 두 개가 흰색 선을 그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대지에 폭음이 들렸다.

' 펑!퍼벙!콰광쾅쾅쾅! '

자르의오두막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불기둥이 솟은 것으로 보아,자르가누른 리모컨은 시간 장치가 되어 있는 폭탄의스위치였나보다.

이런! 뜨는 오줌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삼도천으로...

뒤를 비추는 영상, 불에 타고 있는 오두막이건남의눈에 비쳤다.

"자르이 자식! "

" 형. 그러고 보니... 뜨는... "

더 있냐... 사람 잘 못 만나 운명하셨겠지. 저기서 살아남을 만한 사람이 당최 여기 몇 명이나있겠냐아옹~ 삼가 고인의 명을 빕니다.아멘이라옹~

아무튼 지금 상황은자르를놓칠 확률이 높았다.자르의비행정과 현석의 비행정은 벌써 연식부터 차이가 났으니... 최신식 비행정인자르의소형정은 점점건남과현석의 눈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 현석아. 어떻게 좀 안돼? "

" 형. 그러니까 형도 좀 잘 나가는 비행정 하나장만하시라니까요. 아직도 그딜딜거리는 3륜 비행정 달고 다니니 이럴 때 쪽박차잖아요. "

" 내 말이~ 휴~ "

" 기다려 봐요. 방법이 있으니... "

설마자르할애비가 와도 안 쓰겠다던 무기를 쓰려는 것일까? 현석은 조종하며 무언가 눌렀다.누름과 동시에 앞 범퍼가 열렸다. 그리고무언가가튀어 나갔다. 얼핏 봐도 미사일은 아니었다. 뭘쏜거냐아옹~

그것은 바퀴벌레 모형을 한드론이었다. 일반적인드론이기보다. 스피드가 빠른 경주용드론. 근데 외관이 어째... 현석 이 자식 바퀴벌레를 너무 좋아한다.

오죽하면드론도바퀴벌레.

커다란 바퀴벌레를 움직이기 위해 현석은 왼손 조종기에 손을 얹는다. 양손으로 비행정과 바퀴벌레드론을움직이는 현석의조종술.

자.슥. 좀 하는데!스피드 면에선 지금 탑승한 이 비행정 보다 월등히 앞서는드론이었다.

" 이걸로 저 녀석을 어떻게 잡으려고. "

"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지켜나보세요. "

이거 뭔가? 현석이가 더사냥꾼답다. 3000크랑이뭐길래?

" 자! 보시라보시라이 바퀴벌레의 위대함을! "

바퀴벌레드론은어느새 날개를 팔락이며자르의비행정 뒤꽁무니에 와 있다. 자! 과연 저걸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당장말하라옹~

바퀴벌레드론은정확히 로켓 옆에 달라붙었다. 여섯 개의 다리가 도킹하듯 강판에 정박한다.

" 현석아. 대체 뭐 하려고? "

" 제가 아끼는 녀석들이죠.큭큭큭. "

정말 커다란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무튼, 컨트롤하는 현석. 흐뭇한 미소가 입에 걸렸다. 자르는 그런 것을 알기나 할까? 도망치는 것에 만족했다. 뒤에 쫓아오는 현석의 비행정이 점점 멀어져 갔으니 말이다.

" 괜스레뜨한테일을 맡겨 가지고..."

혼자중얼거리는 자르는 모르나 보다. 자신의 비행정 뒤에 이상스러운 물체가 떡 하니 붙어 있는 줄.드론이비행정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그만 바퀴벌레들이 기어 나왔다. 날고 있는 비행정의 바람에끄떡도안 하는 저 강인한 여섯 개의 다리.

악착같이 달라붙은생존력지존의 바퀴벌레는 바람을 이겨내고 설설 기어간다. 아주 많은 수의 바퀴벌레가 줄지어서 말이다. 당최 저 많은 벌레는 어디서구했냐아옹~양식했냐옹~

바퀴벌레들가움직이는 영상이 현석의 차 안 모니터에 떴다. 몇몇 바퀴벌레는 카메라를 장착했나 보다.

" 이걸로 뭐 하려고? "

"터뜨려야겠죠. "

"실드터뜨렸던 것처럼? "

" 네. 형. 소형 폭탄이라 파괴력이 약해서 저 녀석 죽이지 않고 추락시킬 수 있을거에요. "

" 마!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

" 설마. 저 비행정에 비상 낙하산 하나없으려고요. 저도 현상금다운시키는짓은 하기 싫다고요."

그랬다.마들가리행성의현상범은 죽이지 않고 범인을 정부에 넘겨야 제값을 받았다. 죽은 사체를 넘겨주면 대략 30% 정도 가격이 내려갔다. 그렇지 않은 현상범은팔콘, 재필,OEN같은연금성현상금이 걸린 큰 범죄자 정도였다.

건남이가다트핀에폭약이나 치명적인 맹독을 바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그래서일까? 현석의 바퀴벌레 폭탄을 신임하지 못하는건남이었다.자르를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게 당연히 이득이니 말이다. 물론,건남이찾아야 하는 상희의 딸에 대한 정보도 자르에게 얻어야 했다.

" 현석아. 정말 위험한 거 아니지? "

" 형. 잠자코보시라니까요. "

자르의비행정에 착 달라붙은 바퀴벌레들이 각각 흩어진다. 날개로, 앞문, 뒷문, 틈이 있는 곳이면 몸을짜브시켜기어들어 간다. 몇몇은 로켓에 뿜어져 나오는 열에 튀김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그사이 도킹했던 커다란 바퀴벌레드론은유유히 현석의 비행정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 자! 보시라. 제 애완벌레의 능력을... "

옆 좌석의건남은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자르의비행정은 이제건남의시야에서 점으로 변해 있었다.

" 그나저나 이 일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젠장! 떨거지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서 원. "

조종 중인자르가그렇게 말하고 정면을 주시한다. 앞 유리에 쩍 붙어 있는 바퀴벌레가자르를보고 비웃는 듯한 느낌으로 움직임이멈춰있다.

"윽.뭐야저건? "

뭐긴뭐야. 현석이 애지중지 키워온바퀴님이시지. 그 순간, 틈이란 틈으로 기어들어 온 바퀴벌레들이 비행정을 잠식한다. 앞문에서도, 뒷문에서도, 트렁크 틈에서도... 바글거리는바퀴님들.

" 으악! "

이제야 정체를 확인한자르의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흰 파마머리가 스트레이트로 펴지는 느낌은 나만의 필인가?

" 이것들은뭐야! 저리 가. 저리! "

비행정이 비틀거렸다. 조종이 마음대로 안 되나 보다. 손바닥으로 그것들을 털어내지만, 용맹한 바퀴 전사들은 인해전술로 꾸물거리며 온 비행정 안을 돌아다닌다. 그 영상을 확인하는건남.

" 나 같으면 그냥 잡히겠다.윽. 보는 것만으로 소름 끼치네. "

넌덜거리는 건남에게 현석은 배시시 웃었다.

" 아. 이토록 귀여운 녀석들을 왜요.큭큭큭. 이 녀석들 다른 무기보다 가성비가쩐다고요. 아무튼 형윗날개 보내겠습니다. 그나마 안전하게... "

"니맘대로 하세요. "

왼손에 잡은 컨트롤. 빨간 버튼을꾸욱누르는 현석.자르의윗날개에서폭음이 일었다.

' 펑! '

잘려 나간 날개.자르의비행정이 균형을 잃었다.

"읔! "

자르가폭음을 듣고서 그제야 눈치챈다.

" 그 녀석? 아까 내실드를박살 낸 그 바퀴벌레! "

비행정 안에 있는 벌레를 쭉 훑어보는자르. 이것들이 다 폭발하면 살아날 가망이 안 보였다.

" 아뿔싸! 당했군! 젠장... "

비행정은자르의조종과는 상관없이 비행한다. 꼬리날개가 통으로 날아갔으니 뒤집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 이것들. 나 혼자 당할 것 같은가 본데... "

자르가조종대 밑에 있는 무기 컨트롤 박스를 연신 두드린다.조스같이생긴 그의 비행정 뒤 범퍼가 열렸다.

" 씨알 굵은 새끼들.죽어랏! "

범퍼에서 나오는 공대공미사일. 현석의 비행정을 향해 쭉 뻗어 나간다. '슈우웅.슈우웅' 두 발의 미사일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직진한다.

바람을 가르며, 매우 빠르게... 구형 비행정에실드라도있을까?건남구두쇠 못지않은 현석 구두쇠는 과연 보호막을 장착했을까? 자르는 미사일을 발사함과 동시에 비상 낙하산을 펼쳤다.

"뜨를따라 황천길 잘 지나가길... "

나풀거리는 낙하산.스르륵내려가는 자르는 바퀴벌레 지옥에서 그렇게 탈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간 미사일은 현석의 비행정에 적중한다.

'콰광쾅. 펑!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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