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86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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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투구.
라구나bar안.
간만에라구나는bar로변신해 있었다. 그렇다고 영업을 하는 건 아니었다. 보통 사냥질 할 때는 전투정으로 계속 변신해 있는데, 사실 이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기름을 뽑아 먹는 엔진의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레이더 관측,실드모드가 항시 대기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커졌다. 그래서 상희는 절약의 목적으로 이렇게bar로변신한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아껴서 빌딩 세울 각이다.
그러나. 상희는미쳐블을연신 외치고 있다. 내 마을 금고를 살피고 돌아온 창기와 성우가 오손도손bar분위기에 취해 연신 술을 들이켜고 있었으니, 참고로 준은 덤이었다.
" 이 사람들이 밤낮으로쳐묵쳐묵이야! "
bar안쪽에 있는 상희가 으르렁거렸다.
" 식전 술은 안식을, 식후 술은 안락을, 잠들기 전 술은 편안한 수면을... 마음이 건강해야 일도 능률이 있는거란다. "
"창기옵! 그게 말이야 된장이야. 식전 술은 위를 망치고 식후 술은... 위를 망치고... 잠들기 전 술 또한 위를 망치고... 간도 망친다고. 적당히 먹으라고! "
" 그러고있잖아. "
" 퍽이나...아침,점심,저녁으로먹는 게.적당히라고! "
"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점심 간식하고, 야식 때는 안마시잖아. 많이 준 거라고. "
"아놔.미쳐블! "
옥신각신하는 상희와 창기에게 성우가 말한다.
" 그 보다. 서로 알아본 거 좀 공유하지. "
그래도 그나마 덜 먹는 성우에게다소곳해지는상희였다.
"어휴~그래야죠. "
bar를기준으로 안쪽에 상희와 명치대인, 다해가 들어가 있고 바깥쪽에 성우, 창기, 준이 철제로 된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성우옵. 그 영상 보셨죠? "
" 어.확인했어.팔콘과대화하는 OEN. "
"옵은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녀석의 행동. "
"OEN이제스양성을 하기 위해 행했던 살인들... 경찰 생활하며 숙지하고 있었는데.팔콘이그것을 이용하겠다는 것이군. "
이거 참 차차 보다도OEN과팔콘의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래 행성의 중요인물이니.
"OEN이제스양성을 하는 목적이뭐예요? 대체. "
명치대인이뿔테안경을만지작거리며 궁금증을 물었다.
" 이쪽 계통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일 텐데. "
명치대인은 이쪽계통이어도관심 제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행동하는 그의 성격이 절실히 드러났다.
" 에이~ 명치대인한테 뭘기대해욤. 춤이나 추라고 하세요. 성우 삼춘. "
" 넌 또 왜시비냐! "
" 시비는 무슨 사실을 말했을뿐이라공.히힛. "
" 나이도 어린것이 자꾸 말 짧게 한다. 내가 그리 만만해 보이니? "
" 어! 내 밥 같아. "
" 야!!고다해! 창고로 쫌 따라와라. "
" 왜? 또 당하려고? 어디덤뵤."
다해는 복싱자세를 취하며 원 투쨉을허공에 날린다.
"고따.고따구로굴지 말고 조용. 명치대인도. 쉿. "
중재의 미덕을 발휘하는 상희, 명치대인은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본다.
" 아~ 누님. 쟤가 자꾸... "
' 퍽 '
명치대인의 안경이 돌아갔다.
" 야! 야이년들아! 지금 니들이 그럴 때야. 일에 집중하라고! "
꽥 소리친 상희에게 꼬리 내리는 명치대인과 다해. 둘 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구시렁은거렸다. 주문 외우나? 티격태격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성우는 계속 말을이어나갔다.
"OEN이사람을 죽이는 것은 자신의 연구를 실험하기 위해서야.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진 것은 없어.제스를만들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연구를 한다는 것밖에는...여러가지 가설 중에 영생설과 0구역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런다고는 하지만, 모두 확실한 것은 아니야. "
준이 부연 설명하듯 마시던 맥주를bar에내려놓는다.
" 이건 예로부터 내려오는 신비한 힘,제스에게서얻을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군.내가 알기론수백년전 '카이'라는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윤'을탄생시키며 불멸의 영생을 얻었던 옛 과거서부터 시작해. "
다들 준의 이야기에 집중... 하려고 자세만 취한다. 과거 역사에는 1도 관심 없는라구나식구들.
"준옵.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접어 두자고. 급작스럽게 교과서이야기하시렵니까. "
" 그 목적을 알면그놈잡기가 더 수월해지지않겠어? "
"모르겠는디요. "
상희가 얼빠진 표정으로 도리도리를 천천히 한다.
" 우선 이야기해 봐. 연금술사카이에대한... "
그나마 창기는알아야겠다는눈초리다.
" 그카이라는연금술사 덕에 윤은 새롭게태어났어.제스의피와 사람의 피를 혼합하여 영약을 만든 것이 성공했거든. 영생의 영약. 그 비법. 그것을OEN은알아내려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재필이 알아냈던 것처럼. "
준의 설명을 귀담아듣던 창기가 웃으며 말했다.
"OEN도재필처럼 영생을 갈구하나? 후. 재필이나OEN이나둘 다헛짓거리로그 많은 돈을 쏘아붓는군. "
성우가 준과 창기를 번갈아보고는,
" 근데 말이죠.OEN은재필과는뭔가가좀 달라요. 차라리 재필처럼 이유가 뚜렷하면쉬울텐데OEN이란놈은 영생이 목표인지제스를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확실한 데이터가 없으니 말이죠. "
이렇게 말하자 상희가 인상쓰며,
"아놔! 머리 지진 나겠네. 근데 왜차차는연관되어 있는 감요? 그들도제스와연관이 있는건감요?아~놔완죤미쳐블. "
" 그래. 관련이 있는 것 같아! "
뭐냐? 얘네들도제스랑... 왜? 그리고 은행 터는 것과 무슨상관이냐옹~
"무슨관련이욤? 성우 삼춘? "
땡그란눈으로 성우를 바라보는다해의눈이 반짝인다. 이 모습을 승규가 보면 이랬겠지?
' 앗! 눈부신 울여봉. 눈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 너무 이뻐서 이렇게 눈부신 건가? '
에잇~ 내가 말해 놓고도싫다아옹~
그런다해에게입을떼는성우였다.
"차차가은행에서 노린 것은 돈이아니었어. "
"그럼요? "
" 턴 은행의 공통점은 아주 오래된 골동품이 그곳에 있었다는 거야. "
오~ 성우가 창기와 함께발품팔며돌아다니더니만한 건 했나 보다.
"옵. 골동품? "
" 삼춘. 골동품이라니? "
" 형님. 공룡 뼈라도있었답니까? "
차례대로 말하는 상희, 다해, 명치대인.
" 그래.행성급문화재 정도의 가치가 있는... 창기형 사진 가지고 왔죠? "
" 그럼 누가 챙기라고 했는데 말 잘들어야지. 여부가있겠습니까."
창기는여유롭게 사진 한 장을bar에올려 두었다.
사진 안에는 투구가 하나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갈색 투구. 매우 오래되어 보였다.
" 이 사진 속에 있는 투구를 노린 것 같아. "
"성우옵. 이게뭐시여?그거랑제스가무슨상관이랴? "
" 이행성급문화재가 왜 박물관에 있지 않고 은행에 왜 있을 것 같아? "
" 저야모르옵죠. "
" 이 골동품은 사실 행성에서 비밀리에 간직하고 있거든. 은행을 이동해 가면서 말이야."
"오~ 그냥 평범해 보이는데... 비싼 건가 보네! "
명치대인이 사진에 코를 박고 살핀다.
" 그냥 중세시대 투구 같은데... 이런 것으로... "
" 그 투구는 피를 뽑는 투구야! "
모두 성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성우옵. 피? "
" 형님. 피를 어떻게 뽑아요. 저걸로! "
"히힝.피라니욧! "
다들 한마디씩 하자. 성우는 그제야 입을 뗀다.
" 연금술 도구야. "
상당한 것을 알아낸 것처럼.
" 그럼 저 물건을 찾기 위해 차차 일행이 은행을 털었다는 건가요? "
" 아마도... "
"성우옵그 뜨뜻미지근한 대답은뭥미? "
"알잖아. 확실한 건 없어. 그러니 정부에서도 손쓰기 어려운 거. 오죽하면 우리에게의뢰했을까.내 정황으로는 그렇게 생각이 드는 거고. "
" 성우야. 그럼. 저 피 뽑는 투구를차차는왜 필요한 걸까? "
" 심볼 마크의 조폭들과 연관이 있겠죠. "
다해가 으쓱거리며 대화의 틈을 파고들었다.
" 이거 어제 알아본 건데...팔콘이그 심볼 마크 조직에서 활동했던 기록이에요. 떼까마귀 파. 조직의 보스가 포르쉐. "
준이다해의말에 약간 놀라워한다.
" 포르쉐! 그 유명한 조폭 두목이랑팔콘이같은 조직이었다. 오~ "
무언가 옛 기억을 더듬는 표정의 준에게 상희가 묻는다.
" 포르쉐? 그가 유명해? "
고개를 끄덕이는 준.
" 한 때는... 그가 마지막으로 잡혀 사형당하기까지 언론에 집중조명을 받았던 적이 있지. 한 10년 됐나... 31구역에서 활동하던 녀석이었는데. 주변을 휩쓸고다녔어. 구역장의 뒤를 봐주는 놈이었지. 그때 구역장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포르쉐의 만행이 덜미가 잡혔던 거로 기억하는데,그놈밑에서팔콘이있었던 거군."
뭐가이리 복잡한 건지... 난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대충 요약하자면. 포르쉐와팔콘은떼까마귀 파에서 함께 했었고차차는그팔콘과연관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포르쉐가 죽고도 떼까마귀 파가 아직 존재하는 건가? 내 의문을 명치대인도 느꼈나 보다. 준에게 물어본다.
" 형. 그런데 두목도 잡혔는데 10년 전 그 조직이 아직도 활동하나요? "
" 글쎄다. 그걸 알아보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일 아닐까? "
상희가 입을 삐죽거린다.
"아놔~ 뭐가 이리 조사할 게 많아. 괜스레 덥석 일 물었나... "
" 그러게 언니 잘 확인하고 일감 물어오랬잖아욧. "
" 거봐라. 이런 일 함부로 주워 먹으니 배탈나지. "
"됐구요. 일단준옵이말한 데로 움직이자고... 근데 그건 어디서 알아봐야 해? "
이 사람이 캡틴 상희다. 그래 그래야상희지. 당최 여태껏 범인들은 어떻게잡은거냐옹~ 내 마음처럼 성우와 준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허망한 눈빛이 서려 있다.
맥주를 한 모금들이킨성우가 모두를 둘러본다.
" 그럼 내가 누굴 좀 만나고와야겠군. "
준이 상희의 뒤에 있는 고급 양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 그 사람 만나려고? "
"그래야겠죠... "
분위기 있게 대화하는 성우와 준.
그.러.지.마. 안 어울려. 근데 누굴 만난다는 걸까?
그렇게차차를잡기 위해 그들은 대화를 나눈다. 깊은 밤이 지나도록... 빈 술병의 숫자는 쌓이면서말이다아옹~
대화가 끝날 무렵 창기는 술이 떡이 되었다.bar에기대어 그대로 잠들어 버린 창기. 성우와 준이 가게를 빠져나가도록 드르렁거리며 일어나질 못했다.
짤막한 인사로 그렇게라구나는하루를 마감했다.
헤어짐과 동시에 피곤이라는 두 단어가 상희의 얼굴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다.
"얘들아. 나 들어가서쉰디. 뒷정리 좀 부탁한다.아함~ 이 피곤 어쩔... "
" 언니. 창기삼춘은? "
" 그 화상은 그냥넵둬. 저러다 입이 돌아가든 말든. 아무튼 나 간디. "
그렇게 피곤한 발걸음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누님.드가쉬셔. "
" 언니.쉬세욤. "
하품을 하며 손을 흔드는 상희. 곧 자신의 방문을 닫는다.
방문이 닫히고bar에남은 다해와 명치대인은bar안쪽에 구비된 회전의자에덜썩주저앉는다. 푹신한 쿠션에 엉덩이의 편안함을 느끼며 다해가 한숨을 내 쉬었다.
" 휴~ 차차 잡을 수 있을까? "
" 잡겠지 뭐... "
" 이럴 때건남삼춘 있으면 금방 알아볼 텐데. "
" 그러게 말이다.괜시리싸워서... 하여간 상희 누님이나,건남형이나둘다독불장군이라. "
"에공.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벌써 1년이 넘었네. 근데있잖아... "
다해가 옆에 앉은 명치대인을 툭툭 치며 말한다.
" 뭐? "
" 상희 언니 아이 말이야. "
"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
" 어떻게 되었을까? "
"낸들아니.누나 저리 털털해 보여도 그런 건 잘 이야기 안 하더라. "
"그치.디게궁금해. 언제 사라진 걸까? "
" 나도모른당께!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 "
"힝... 못 물어보겠쪄...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심각해지셔.힝. "
"그놈의콧소리는 승규한테나 하시고. 이제 너도 좀 쉬어. 지금 당장은 아이가 중요한 게아니잖아. 그리고 건남형이 조만간 아이 찾아서 이리로... 읍. "
명치대인은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건남이그렇게 간곡히부탁했건만,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은 비밀. 명치대인은 아차 싶었다.
"아니.아니.난 그럼 들어가서 쉰다. "
줄행랑을 시전하는 명치대인의 뒷모습을 보며 다해는 골똘히 생각한다.
"뭐야. 그럼건남삼춘이상희언니의 아이를 찾고 있다는 건가?으구. 명치대인 쉬는 날건남삼춘 만나고 왔나? "
울 집사는 귀신이다. 생각하는 그대로 다 들어맞는다. 아님 명치대인의 행동과 생각이단순하다던가...
아무튼 홀로 남은 다해는 사진 속 투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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