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88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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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의도.
9년 전건남.
건남은다래의사건이후사냥꾼의길로접어들었다.그저평범했던그가정보와추적의길로접어들었던건,건남형의영향이가장컸다.
일반인과다른건남의형은'필무'였다.필무는술사였다.그의능력은행성정보부에서눈독을들였고,성인이되자마들가리행성특수정보팀의일원이되어있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사이코메트리'. 특정한 사물이나 인체를 만지면 과거가 회상되는 능력이었다.
다만,필무는그 회상으로 찾고자 하는 인물이나 물건의 위치가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무서운 술사 능력이었다. 특수 정보부에서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들의 흔적을 이용해서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면, 그만큼 검거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으니 말이다.
물론,정확한좌표로머리에그려지는것은아니었다.현재범인이있는풍경이나주위의환경이보인다고나할까?도주에미약한범인들은검거하기쉬웠다.그렇다고다잡을수는없는법.째는것에능통한범인들은쥐도새도모르게검거망을뚫었다.
그럼 이런 의문점이들터... 계속해서필무의능력을 사용해서 무한으로 위치를 알아내면 될 것 아닌가? 게임에도 쿨 타임 있다.필무또한 능력을 발휘하고 나서는 집중력에 따라 쉬어야 했다. 대충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모든 사물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힘을 가진필무조차도 모르는 일을 내가 알 턱이 있나...
아무튼건남은그런 형을 찾아갔다. 어렸을 적 이후 매우 오랜만에 만나는 두 형제였다.
" 형. 오랜만이야. "
" 그래. 이젠 과거의 충격에서 좀벗어났니? "
건남은그 당시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 왜. 그래 보여? "
" 그렇지. 얼굴에 생기도 있는 것이.무튼, 날 보자고 한 이유가... "
"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 "
" 내 능력이 필요한 거니? "
" 응. 형의 능력이 필요해. "
밝은 햇살이 벤치에 비쳤다.
뛰노는 아이들, 양산을 펼친 아줌마,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 어느 공원의 긴 의자에 앉은건남과필무의얼굴이 가로수에 의해 그림자가 생겼다.
" 네가 내 능력이 필요할 줄이야. "
" 형!OEN의위치 좀 알 수 있을까? "
놀랄 줄 알았던필무는덤덤했다. 차분한 어투가, 꼭건남의부탁을 예상한 것 같았다.
"OEN이라... "
" 정말 중요해 이 사람을 꼭 만나야 할 필요성을느꼈어. 재필을 잡기 위해서라면... "
필무는무덤덤했다.건남이왜 그러는 줄 이해한 걸까?
" 후~ 앞으로 위상을 떨칠 인물들 이름이 네 입에서 거론되니 놀랍구나. "
" 응? "
9년 전OEN과재필은 현재의 흉악범이 아니었다. 슬슬피어오르는범죄자라고나 할까? 재필은제스의의미를 알게 되는 시점이었고,OEN은그가 죽인 사람들의 수가 발견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다만, 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실종된 사람이 죽음으로 돌아온 사건의 범인으로 말이다.
" 며칠 전 우리 팀에서OEN에대한 정보를 추적하고 있었거든. "
"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제스와관련이 있겠지? "
" 그래... 네 생각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군. "
" 그냥 이곳저곳 쑤시다 보니까 얻어걸린 거지. 자세한 내막은 몰라. 아무튼 형의 팀이라면. 특수정보과잖아. 거기서도OEN을주시하나보는군. "
" 자세한 내막은 극비라 네가 가족이라 하더라도 말할 수가 없구나. "
" 그럼OEN의마지막 위치만이라도 말해줘. "
필무는먼 하늘만 올려본다.
" 형. 제발 부탁이야. "
"건남아. 그냥 네 집념을포기하련. 형으로써 당부하마. "
" 왜? "
" 너무 위험 하거든. 지금 이 상황에서도 말이지. "
" 왜? 그 녀석을 찾으면 죽기라도 해? "
" 그래.OEN을추적하면서부터 우리의 대원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가기 시작했거든... "
" 뭐? "
" 내가 위치를 공유하면...OEN은손쉽게빠져나갔어. 우리의 작전이 읽히고있다라해야 하나?무튼위험한 녀석이야. 네가 생각하듯 널 도와줄 사람은 아니야. "
" 아~ 형이라면OEN의위치를 말해줄거라생각했는데. "
" 이거 하나는 알려 주마. '행성의전설'을믿으라고... 그 역사에 의문을 품지 말고 그대로 말이야. "
" 뭐? 그 말도 안 되는 '아슈텝타레'의전설을 믿으라는 거야? "
" 그래. 윤의 전설과제스로무엇을 얻어내는지... 모든 것을. "
그때의건남은필무의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 아~ 이러려고 형 찾아온 게 아닌데.... "
필무의모습은 강건해 보였다.
" 더 이상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 그냥 과거는 잊고 착실히 살아. 사냥꾼 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고. "
결과적으로필무가당부한 이야기를 하나도 못 지킨건남이였다. 사냥꾼이 되었으며,OEN을찾았고 착실히 못 살고, 이리저리 떠돌았으니... 대화가 끝난 둘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 그럼 형은 이만가볼게. "
"알았어. 형. 그래도 가족이라 정보 좀 줄지알았더만... "
헤어지면서도 투덜거리는 건남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필무는돌아섰다.
그때의건남은몰랐다. 그 환한 미소가 형의 마지막 미소라는 걸...
현석의 비행정 안.
생각하고 있는 건남에게 조종하는 현석이툭툭친다.
" 형.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
약간 놀란건남. 생각에 너무집중했었나보다.
" 어. 아니야... "
" 아무튼 저 녀석 어떻게 하실거에요? "
" 응? "
아직도 회상은 진행중인가?건남은허둥거린다.
" 아~ 저 뒷좌석에 있는자르말이에요? "
" 어. 어. 그래.자르... 우선은 좀더 보자고. "
그렇게 뒤를 돌아본건남.자르가자고 있다. 현석의 난타로 모든 얼굴이 짜부라진 자르는 맞은 피로를 푸는 듯 드르렁거린다.
" 형. 형도 형이지만, 제 생각도 좀 해 주세요. 되도록 빠른 시일에자르넘기는거로요. "
" 서두르지 말자! "
"그럼요. 서두르지 마시고 빨리빨리 넘기자고요. "
어떻게 서두르지 않고 빨리 하냐? 빨리 넘기라는소린가? 정보를 더 캐내라는 것일까?히리는잘 못 알아듣겠다아옹~복잡한 인간의 언어를말이다아옹~
차차의아지트
차차와두 아들뱅과벙은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재밌는 영화를 감상하나? 아니면 자신들의 활약한 뉴스를 시청하나? 그것도 아니면 '누나뭐해'를... 그래도 식구끼리 그런 거 보는 거 아니라 했으니 아니겠지.
가만. 이 영상은 도촬?
그랬다.차차의가족은 상희와 명치대인, 준이 나오는 화면을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한 때, 101구역에서 살았던 그들의 집. 화면 안에는 허수아비를 때리고 상희의 뒤를 따르는 명치대인의 뒷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읔. 명치대인! "
광고에서만 보아 오던 그가 자신의 옛 터전에 발을 디뎠다는 건... 3살 베기 어린 유아도 알 것이다.
"어무이.요쌔리들움직였나 봐. "
둘째벙이귀고리를 흔들거리며차차를보았다. 노모의 모습은 '올 것이왔다.'라는표정이었다.
" 232 사냥꾼이 우리를 노린다... "
조용히 말한 차차에게 뱅이 속삭였다.
" 엄마. 의도대로가는거쥬. "
" 그럼그럼...끄끄끄끄... "
웃음소리 참 고약하네. 아무튼 의도라니? 그럼 상희의라구나식구를 끌어들이는 게 이들의의도란말이냐아옹~
" 허수아비는 왜 차고 지랄이야. 저 명치대인 새끼. 카메라 떨어지면 어쩌려고. "
그랬다. 지금의 영상은 허수아비에 몰래 설치한차차의방범 카메라였다.
" 경찰들만왔다갔다했는데. 사냥꾼이 움직이다니.끄끄끄끄... "
"어무이. 그게좋쏘? 그러다 잡히면으째쓰려고. "
" 인석아!니만조심하면 돼. 맨날덜렁덜렁거리고다니는니만말여! "
벙이입을 삐죽 내민다.
"어무이. 그러지맙쏘. 그래도 나 아님. 누가 허드렛일 합니까... "
"까불긴... 됐고. 사냥꾼 움직였으니 우리도이동해야지. 조만간 이곳도 들통 날 테니.끄끄끄끄... "
신경 거슬리는 웃음소리다.
" 엄마. 어디로 가려고? "
" 돈도 있겠다. 도시로 나가 볼까! "
" 엄니. 위험하지 않을까? "
" 자고로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문명 생활이 그립구나 아들아.끄끄끄끄... "
벙이화면을 주시하다 말고 일어섰다.
" 언제이동할껀디요? "
" 조만간. 이곳에는 다가올 사냥꾼에게 선물 좀 남기고 말이지. "
"알것소.어무이난 방에서 당분간 안나올겨. 이사 갈 때 문두들기쇼. "
끄끄거리던차차가못마땅한가보다.
" 인석아. 또 틀어 박혀서 게임만쳐하려고! "
"어무이만하것소... "
그렇게 말한벙은이층으로 올라갔다. 왠지 뒤돌아보면차차의주먹이 날아올 기분이 들었는지 발걸음이 빠르다.
"쯧쯧쯧... 누굴 닮아서 저리 게임밖에모르노... "
차차니가할소리냐아옹~ 거실 전체를 3D 화면으로 바꾸고 게임을 즐기는 네가. 격투 액션 게임을 하기 위해 원형의 공간 투입기를 설치한 네가. (* 공간투입기: 구체의 공간, 발과 다리를 고정해서 점프를 높이 뛰거나 게임 속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해주는 장비.) 게임을 하다현피떠서 사람을 죽이는 네가말이다아옹~
" 그러고 보니 엄마. 그 물건은 왜 찾아다니는거에요. "
" 투구? "
" 네. 엄니.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가요? "
"니가갑자기 그런 걸 묻냐? 여태껏 조용하던 놈이. "
" 그래도 알건알아야죠? "
" 퍽이나. 그냥 잠자코애미가시키는 일이나 잘해. 다너희하고나를 위한일이니."
" 엄니! 이거 아빠하고 관련된일이쥬? "
" 이 화상이 갑자기 왜 묻고지랄인감... "
"지두이제 클 만큼컸다구요. 알 건알아야지유. "
클 만큼컸다고? 저 덩치에 수염 덥수룩한 사내가? 불혹의 아재가 저리 말하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나뿐인가? 이 행성에서는 불혹이 찾아와도 키가 클 수 있다는 건가?
" 아무튼, 엄니 가르쳐 주세요. 네! "
뱅의특기인가 보다 조르기, 유도의 조르기,암바가아닌 떼쓰기가종특인가보다.
" 허허... 내가 이런 걸 낳고 미역국을 쳐드셨으니... 에고~ 허리 휜다. 휘어... "
" 엄니 농사일 때려치우고 저 군대에서데려왔잖습니까? 은행 털고 다닐지는 꿈에도 몰랐다고요. 이유도 모른 채. "
" 그 물건만 찾으면... 우린 그 땡볕에 나가지 않고 평생 여유를 갖고 살 수가 있다고 누차 말하지않냐.인석아! "
"그래두알 건알아야지유. 누가?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건지... 엄니만 알고 있으면 단가요. "
" 이 녀석이!! 야! 그냥 머리 비우고 따라오라고 몇 번을말하냐.이 엄니가 아무리 악녀라 하지만, 니들 잘 못 되라고 그러겠냐! 그냥 가만히 시키는 것만 하면 돈방석에 앉아 인생 즐기며 산다고 몇 번을말하냐고! "
은행털이범이 되어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이게 잘 된 거라고?뱅은말하고 싶었지만, 따지고 싶었지만, 그는 벙어리가 되었다.차차가무서웠기에...
" 알았어요. 엄니.그만할게요. "
"끄끄끄끄... 그럼그래야지. 착한 우리 아들 엄마 말 잘 들어야 훌륭한 사람 된다. "
그래 훌륭한 은행털이범이 됐다.다소곳해진차차의감정 곡선은 미친년 널뛰기하듯 기복이 컸다.
" 그럼 너도 들어가쉬렴엄마는... "
차차는어슬렁어슬렁 게임 전원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곧 죽어도 게임이다.뱅은천천히 그런차차를뒤로 하고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방안으로 들어온뱅은문을 닫고서 한숨을 쉰다.
" 휴~ 이거 원 내가 잘 선택한 건지 모르겠네. 전역하면 밭이나 갈면서 살라고 했는데. 젠장. 위험한 일에 휘말려 가지곤... "
뱅의방 벽면은포스트잇으로가득했다. 메모가 담긴종잇조각은대체로 이동 술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중요한 내용이다. 사냥꾼들이 보면 안되는 기밀문서 정도의 가치라 생각하면 참 쉬울 것이다.
뱅은천천히 침대에 붙은포스트잇을뜯어내어 자신의 검지에 붙인다.
" '이동기, 공간을 왜곡한 이동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량의 피가 있어야 한다.'칫. 언제부터 이런 능력이 필요했다고... "
뱅은생각했다. 어느 날, 부대로 면회 왔던차차가처음으로 했던 말을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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