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90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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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여신.
병사가빼꼼내민 문틈으로 말했다.
" 성우님. 팀장님께서올라오시랍니다. "
" 어디로... "
명치대인, 성우, 준이 동시에 물었다.찌찌뽕. 그런 것도안하냐아옹~
" 20층. 왼쪽 구석에 정보팀장실이 있을 겁니다. "
그렇게 말한 병사가 뒤돌아 나가려 할 때 성우가 말했다.
" 이봐... 아까 왜 명함을 살펴보면서 위험 버튼을 누르려 했지? "
옹~ 이건 또 무슨말이래?
'위험' 버튼을 누르는 순간 표적이 되면 정보부 카메라는 레이저 건으로 변신한다. 테러범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만든 시스템, 그걸 왜 성우에게...
민망한 표정의 병사가 뒷덜미를 긁적였다.
" 아... 그게... 사실 체리 팀장님이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날 찾는 사람 중에 구식 명함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사살하라는 명령이었답니다. "
" 근데 왜? 버튼을 누르지 않았나? "
" 그것이... 누르려고 했는데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팀장님한테 말입니다. "
" 그럼 보고 있었다는 건가? "
" 그랬을 겁니다. "
" 근데 왜? 바로올려보내지않고? "
" 거기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허락하셨으니 올라가보셔도됩니다. "
병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사수할 데스크로 이동했다. 유유히 20층으로 향하는 성우의 일행을 뒤로하고는...
정보부팀장실앞
1층 데스크에서 20층까지 오는 동안 도대체 몇 개의 보안카메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충 50개까지 세다 포기했다. 저 많은 카메라를 감시하는 사람의 수가 몇이기에, 그럼 방금 전 저 카메라로 벌집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었단 말인가? 건물 전체에 내가 보지 못한 카메라도 있을 텐데말이다아옹~으메무서브라.
아무튼팀장실앞에 세 명의남정네가서성이자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스르륵'
준과 준의 첫사랑. 그들의 만남에 내가 다떨린다아옹~ 두근두근.
안으로 들어간 성우의 일행들, 그들을 반기는 목소리가 50대가 아닌 20대의 애교 섞인 음성이었다.
" 다들 살아 있었구나. 이렇게 날 찾아오다니. 너무반가운걸. 호호호. "
애교에 섹시미가 곁들어진 목소리가 명치대인과 준, 성우의 귀로 파고들었다. 근데, 준이 조금 이상하다. 뭔가 자신이 알고 있는 체리가 아니라는표정이랄까.
회장님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지나는 체리.
여신의 자태는 이러했다.
펑퍼짐한 옷을 입었지만, 출렁이는 뱃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얼굴은 약간 사다리꼴 형태, 검은색뿔테안경으로 살이 붙었다.
그래마들가리행성의여신은 저런 외모를 가졌나 보다. 다해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엔.
" 선배.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
싱글벙글한 얼굴로 체리를 맞이하는 성우가 그녀를 포옹한다. 성우가 팔을 뻗지만 등에 닿지는 않았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려는 성우의 마음. 허나 옆구리를 토닥일 수밖에 없는 현실.
"으구으구. 울 후배님... 요샌 뭐 하고 지내시나? "
후덕한 인상으로 안부를 묻는 체리였다. 그리고 준과 눈이 마주쳤다.
" 어머~ 우리 준도 잘지냈찌? "
" 네? 네...네. 선배님. "
떨떠름한 준의 목소리는 첫사랑을 만난떨림일까? 외모가 변한 모습에떨림일까? 아무튼, 약간 떨렸다.
포옹이 끝나자 테이블로 안내하는 체리.
" 모두 앉아서얘기하자꾸나. "
엔틱한테이블을 중심으로 푹신한 소파가 양옆으로 놓여 있다. 자연스레 앉는 성우, 부자연스레 서성이는 준, 그냥 눈치 없는명치대인이었다.
" 준아 앉아. 오랜만에 만나니 쑥스러워서고뤠. "
" 아. 아닙니다. 선배. "
준은 목덜미를 긁적이곤 소파에 앉았다.
" 와~ 이게 얼마 만이니? "
" 저야 선배님 2년 전에 뵈었는데... 승진 축하 기념으로... 준 형은 한 22년쯤 되었을 겁니다. "
" 오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런데 니들은 그대로 인 것같다야. "
" 선배님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
퍽이나, 성우가 침도 안 바르고 거짓을 말한다. 분명 이야기 듣기론 이 모습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 성우. 요 녀석 아부는... 내 젊었을 때 모습을 본 녀석이 그렇게 말하니 어이가 절벽을 뛰어넘는 것같다야. 휴~ 젊었을 땐 옷깃만 스쳐도 남자들이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이놈의 나잇살. "
체리는 자신의 볼 살을 손가락으로 잡아본다. 두껍다. 아무튼 그들은 이것저것 쓸데없는 이야기만 나불거렸다. 그리고 슬슬 중요한 말을 전하려는 듯 성우가 자신의 안경을 매만졌다.
" 선배님... "
" 왜? "
" 요새 '이상한 가족' 아시죠? "
" 음. 그 차차라는 은행털이. 그럼 매우 잘 알고 있지. 근데 왜? "
" 저 요즘 경찰 때려치우고 사냥꾼하고 있습니다. "
후덕한 인상으로 체리는 성우를 바라봤다.
" 음. 이제야 본론을 꺼내네... 호호호... 귀여운 것. "
성우 나이가 40 중반이다. 귀엽다니! 허긴. 저 아줌마 50이 넘었다 그랬지...
" 너도 알다시피 술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내가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 대충 눈치챘지? "
"그럼요. 선배. "
" 호호...여튼, 성우 너가차차를잡아보려고? "
" 네. 선배님. 그래서 정보 좀 공유하려고 찾아왔습니다. "
"고뤠. 사실 이번 사건. 너희가 정보 캐고 다닌 다는 거 알고있었어. "
"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
"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좀 가르쳐 달라고 찾아올 거라 생각도 해 봤고. "
" 선배.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 그럼. 도울 수 있을 만큼 다 공개하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너도 나 좀 도와주고. "
" 선배. 그런데 술사면. 이미 정보부에서 위치 파악 들어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 그러게 말이다. 근데... "
갑자기 뜸 들이는 체리, 얼굴을 자꾸 보니 체리를 수박이라 부르고싶어진다옹, 아무튼 밥 지을 때나 뜸 들이고말하라아옹~
" 이 술사 녀석. 술사 정보에 등록된 놈이 아니야... "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곤거린 그녀. 그와는 상반된 성우가 매우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 네? 술사 등록이 안 되어 있다고요? 그... 그게 가능합니까? "
준의 얼굴도 놀람이 서려 있다.
" 선배님. 그럼 누락된 술사라는 건가요? "
" 처음에 정보부 사람들도 준이처럼 생각해서 조사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결론이나왔어. 누락이 아닌 후천적 능력이랄까? 아무래도마들가리역사에길이 남을 사건. 즉 후천적으로 능력을 발생시킨 첫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
" 뭐.라.고.요! 후천적. "
성우가 놀랐다. 그럼 창기의 얼토당토않았던 이야기가 사실이란 말인가?
" 그게 가능합니까? 선배님! "
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세 사람의 대화를 듣기만 했던 명치대인은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황당한 표정으로 넋 놓고 있었다.
깜깜한 체리의 사무실
팀장실내부는 처음 그들이 만났던 공간이 아니었다. 조명이 꺼진 컴컴한 방. 그 방을 비추는 빛은 공중에 떠다니는 상황판이었다.
투명의 스크린이 공중에 떠다닌다고 생각하면 이미지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공중에 떠다니는 상황판의 수는 다섯 개였다. 하나는차차의사진이, 하나는팔콘, 하나는 OEN, 하나는 포르쉐, 마지막 하나는자르의사진이었다.
현상범들을 기록해 놓은 목록이 순차적으로 화면에서 흘러나왔다.
집중하는 성우와 준에게 체리는 설명하듯 말했다.
" 자. 지금 보이는 현상범들은 너희가 잘 알고있을거야. 자르는 잘모를려나? "
고개를 끄덕인 성우와 준에게 눈웃음치는 체리가 계속 말을이어나갔다.
" 그럼 자르부터... "
그녀가 팔을 쭉 뻗으며 리모컨을 누르자 다섯 개의 화면이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자르의화면에 다섯 개의 화면이 연결되어 큰 스크린으로 변했다.
대형 화면 속에는 흰색 머리를 파마한 검은 피부의자르가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정지해 있다. 꼭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쳐다보는 것 같다.
"자르. 나이는 우리보다 한참 어려. 이제 갓 30살 넘었으니. 아무튼 이번 사건에 연관된현상범이야. 우리가 알아본 결과로는 이 녀석은 포르쉐와 팔콘하고 사연이 있는 것 같아. "
"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
" 음~팔콘과자르가어렸을 때, 포르쉐의행동대원이었는데. 포르쉐가 둘을 상당히 아꼈던 것 같아. 포르쉐가 사형당하는 날.팔콘과자르가각각 아무런 상관없는 행성인을 죽였지. 포르쉐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미친 새끼들. "
체리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
" 아무튼 자르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야. 떼까마귀 파의 부활을 꿈꾸고 있지. "
" 선배. 그럼자르가팔콘과교섭한다는 이야기입니까? "
" 아마도 그럴 거야.팔콘을영입하기 위해 자존심도 구겨가며 일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
준도 궁금한 것이 있나 보다. 조용히 체리에게 물었다.
" 선배님. 그럼... 혹시자르가어떤 거로팔콘을꼬시는지 알 수 있습니까? "
" 오~ 역시 준이 예리해. 호호호. "
체리는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어린 소녀가 환자복을 입은 채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 이 소녀를 주목해야 할 거야. 이름은 없어. 나이도 모르고 15살쯤 되었다고 추정만 하고 있어. 0구역을 배회하던 이 소녀를 수비군이 발견한 건 대략 1년 전. 어때 이렇게 봐선 특이점이 없지. "
" 네. 그냥 어린 소녀. "
체리가 또다시 리모컨을 누른다. 그러자 화면에는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소녀가 서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세 명의 남자. 그들의 눈에는, 병상에 누워 있던 소녀의 전신이 그래프화 되어 비쳤다.
" 이 데이터 사진은 이 소녀의 신체를 각각 설명한 건데... 얼굴은 인간이지만, 팔과 다리는제스의것이야. "
준이 생각한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재필의 수하인 용. 그도 저런 형태로 변신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제스양성의실험체였던용은 재필의 연구에 미완성된 제품이었다. 그런 용과 비슷한 이미지였다. 저 소녀는... 다만 얼굴과 몸이 사람일 뿐. 팔과 다리는제스였다.
" 이 소녀가 왜?자르가팔콘을꼬득이는것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
" 준. 이 소녀가잠든지지금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마지막으로 한 말이 무엇인지 알아... "
" ...... "
" '그놈이팔콘에게 저를 넘기려고 했어요. 절 필요로 한다고. 제 머리를 뜯어내어 붙인다고 했어요. 전 사람이에요.제스가아니라고요. 살고 싶어요. 이런 절 팔콘에게 넘기면팔콘은꼭 자신을 도울 거라 했어요. 자신의 부하가 된다고요.' 소녀가 이렇게 말하고 다음 날 눈을 뜨지못했어. 여기서 '그놈'은자르를뜻하는 거였지. "
" 그럼자르가이런 아이들을 팔콘에게 넘긴다는 겁니까? "
" 그렇겠지. 다만, 행성에 저 소녀와 같은 존재가 몇이나있겠니? 없다고 봐도될거야. 저 아이는술사니까. 자연계 능력으로제스의팔과 다리를 가진. "
와우~ 근데 체리가 머리가 좋은가 보다. 저걸 외우고 있다니...
" 준형. 이거 그럼팔콘이'완벽한사람'을만든다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요. "
체리가 성우의 말에 의문점이 들었나 보다.
" 완벽한 사람이라니? "
" 선배. 이거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
성우는 그렇게 말하고 저장해 놓은팔콘영상을 체리에게 전했다.
OEN과팔콘이대화하는 영상을 체리는 유심히 관찰한다.
"호오~ 대단해.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거야... "
성우가 준을 흘기며,
" 저 형이 구해 왔습니다. "
체리가 엄지를 준에게 올리며,
"대단혀. 준 좀 멋진데... 아무튼 그럼. "
리모컨을꾸욱누른 체리.
대형화면은팔콘의사진이 걸렸다. 성우가 보내준 영상 속 얼굴과 똑같이 생겼다며 입을 쩍 벌린 체리였다.
" 자.팔콘. 모두 잘 알고 있지 몇 명을 죽였는지. 그리고 뭘 수집하는지. "
" 저희가 구해 온 영상속에서 '완벽한사람'을만든다고 했습니다. "
그들이 말하는 사이 팔콘으로 인해 죽었던 이들이 프로필과 함께 순차적으로 지나갔다.
" 자. 이 녀석의 특징을 자세히 보면 죽은 자들의 신체 일부가 다 다르다는 거야. 첫 번째 죽은 자는 손이 사라졌고, 두 번째는 허벅지, 세 번째는 눈이사라졌어. 그렇게 죽은 자들의 신체를 22조각으로 나누었다고... 그 조각들을 모두 합쳐보면... "
체리는 리모컨을 또 누른다. 리모컨 만지는 솜씨가 매우 능수능란해진 그녀였다.
" 이런 모습이지. "
그녀가 보여준 화면은 얼굴이 없는 사람이었다. 눈, 코, 입, 귀는 있지만 그 신체를지땡하는얼굴이 없는 인간이었다.
"윽"
" 이런. "
" 이게뭐다요? "
체리가 세 명의 남자를 살핀다.
" 너희가 준 영상으로 미루어 보아.팔콘의살인 행위가 한 번 더 이루어진다는 거겠지? "
" 그렇겠군요... "
성우의 신중한 얼굴.
" 어허~ "
준의 허심탄회 한 탄식.
" 엥? 왜요? 뭐땜시? "
명치대인만 추정할 수 없었다.
마! 얼굴이없다잖아! 얼굴이 있어야 사람이 완성될 거아니냐고! 나보다 생각이 짧은 그 이름은명치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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