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 92­쉼터 (93/179)

〈 93화 〉 92­쉼터

* * *

19화.쉼터.

맥주를 홀짝이는 창기를 보는 다해.

" 창기 삼춘? "

" 왜? 또. "

"삼춘은상희 언니 아이에 대한 이야기 좀 아세요? "

" 너도 참. 이런 데서는 집요한 면이 있어. 그렇게 면박을 당하고도... "

" 그건 그거 고욤. 궁금한 건궁금한거에욧. "

" 나도 잘 몰라. 예전에상희랑둘이서 이야기하다가 들은 건... "

" 들은 건? "

"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다는 거야. "

" 엥? 그건 처음 듣는소린데... "

" 아이의 아빠가건남의형이란 건 알고 있지? "

"넵. 그건 알죠. "

"건남의형이란 작자가 정보부 소속이었던 건? "

" 아뇨. 그건 몰랐죠. "

" 음~ 상희는 그때 임신한 사실도 모르겠다고 그러더군. 기억이 돌아오긴 했지만, 그 이전에 기억은 아무것도모르겠데. "

" 엥? 무슨? "

" 말 그대로야. 상희의 기억엔 어렸을 적 기억이 없다는 거야. 아이를 가졌던 기억도. 아이를 가진 후의 기억만이 남아 있다고 하더군.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

" 그럼 그때, 재필을 잡았을 때 돌아온 기억이 전부가 아니라는건가욤? "

" 그럴 수도... "

" 언니에 대해서 그동안 모르고 지낸 게 많은 것 같아요.제스의피가 흐르고 있질 않나, 잃어버린 딸이 있질 않나... "

그래 사실 상희가 좀 털털해서 그렇지 신비감 있는뇨자다.제스의피가 흐른다는 건,마들가리행성에서 얼마나 큰 존재의 이유인가? 재필도,OEN도그녀를 쟁취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았을 때, 상희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 다해야. 인제 그만 신경 꺼. 괜스레 또 혼나지 말고. "

"알쩌욤.에공~그러고보니. "

" 왜? 또 무슨 일 있어? "

" 밭 메러 가야 될시간이에욧. 삼춘 술 적당히 드시고쉬셈. "

다해는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무심코다해의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맥주병에 시선을 돌린 창기.

" 아~ 오늘은 그만먹어야겠다. "

뭐지? 쟤까지... 뭔가 창기도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술을 남길 놈이 아닌데... 수상하다 수상해.

­ 40구역. ­

31구역에서 52구역으로비행하고있는현석의구형소형정안은 모두 피곤이 절어 있었다.

때린 현석. 820대의 펀치를 날렸으니 얼마나 체력이 떨어졌겠는가? 거기다자동항법장치도 없이 조종대를 붙잡고 있었으니 피곤은 곱절로 느껴졌을 것이다. 맞은자르가어찌 보면, 피곤이 현석보다 덜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셋 중 제일 편한 놈은건남이었다. 옆좌석에서 졸고 있는건남. 팔자 폈네.

" 형! 일어나요.이거이거이렇게 부려먹기만 할 겁니까? "

" 응? 다왔어. "

흘러내린 침을 닦으며 졸음에서 깬건남은멍텅구리 한 눈으로 밖을 본다.

"아함~에이아직도착안했잖아. 도착하면 깨워. "

등을 돌리는건남을흘겨보는 현석이었다.

어쩌다 공짜 무기 대접하고, 어쩌다팔콘을잡기 위해 위험에 빠질지 모르는 현석, 그는 조종대를 40구역 도시의 한 옥상으로 돌렸다.

" 내 참. 이런 형을 믿고있었다니..."

읊조린 형석은 조용히 조종한다. 옥상에 정박하기 위해 구형 비행정을 움직였다.

­ 40구역어느옥상­

' 덜컥. '

비행정 문 닫는 소리에건남은눈을 뜬다. 이런 동태눈깔하고는... 아무튼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밖을 살핀다.

"뭐야? 여긴 어디? "

'나는누구?'도하지그랬냐아옹~

"아~함. 현석이 피곤했나? "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나 같음 벌써 쓰러졌을것이다아옹~기지개를켠건남은주변을 살펴봤다. 자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잠들어 있다. 부은 얼굴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옥상은 300층 건물이었다. 정박한 비행정의 수로 보았을 때, 많은 인파가 이곳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자식. 피곤하면 교대 좀해달라고하지. 그나저나 어디 간 거야? "

건남도문을 열고 나왔다. 벌써 현석의등짝은저 멀리 사라졌다.

아직컴컴해지지않은 시각. 석양이 지는 저녁이긴 했지만, 아직은 밝았다.

선글라스를 자신이 메고 있는힙쌕에서꺼내어 쓴건남은현석에게 연락한다. 잡음과 함께 들리는 현석의 목소리.

" 야. 어디 간 거야? "

­ 좀 쉬려고요. 커피도 마시고. 사우나도 좀 하려고요. 잠도 좀 자고...

" 그럼 같이가야지혼자 가냐? "

­ 형님은 그냥 비행정 안에서 쳐 주무시죠. 일어날 기미가 안보이더만...

" 인마. 그래도 형한테쳐 자라니. "

­ 됐습니다. 조종하는 것도 짜증나니 내일 움직이죠. 좀 쉬다가가렵니다. 밥도챙겨야죠. 이거 하루 종일 먹은거라곤아무것도 없으니... 난 그래도 형이 '수고했다.' 그러면서 식사라도 한 끼 사줄 거라 생각했는데...스테이크는 커녕김밥 한 줄도 못얻어 먹다니. 아무튼 형이자르잘 보고 있어요. 난쉴테니.

" 야... 현석아. 기다려기다려... 진작 말하지. 내가 밥 한 끼 못 챙겨주겠냐."

내가 볼 땐 사준다 그러고 계산할 때 식당 앞에서 신발 끈 묶고 있을니모습이 보인다.

­ 됐어요. 끊어요.

'띠링'

통화를 끊은 현석.건남은현석의 비행정을 살폈다.자르가걱정되겠지, 놔두고 갔다가 쨀 수도 있으니.

" 거. 자식 덩치에 안 맞게삐지기는... 그나저나 어쩌지. 이놈 놔두고 갈 수도 없고. "

그러다건남은문득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인가?건남은재빨리 눈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 40구역스카이라운지. ­

'하늘쉼터'란간판이 마지막 층과 옥상에큼지막이걸려있다. 이곳이 쉼터인지 춤 터인지 모를 장소. 커다란미러볼에서뿜어지는 빛이 번쩍였다. 돌아가는 사이키에 리듬을 타는 젊은 사람들. 빠른 비트의 음악이 매우 컸다.

이런 곳에는 명치대인이 있어야 하는데... 날렵한 몸을 가진 한 남자가, 춤추는 사람들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신다. 양 옆에 야시시한 옷을 입고 술을 따르는 미녀. 룸 잡고 놀지 왜 테이블에서...

고급 양주로 보았을 땐 뭔가 있어 보이는 놈인데.글렌피닥50년산을부어라마셔라하고있다.

" 울 오빠. 잘 마시네. 한 잔 더? "

미녀의 콧소리에 샷 잔을 스트레이트로 꿀꺽하는 그였다. 그렇게 즐길 무렵 정장 속 주머니에서 선글라스가 진동한다. 여유롭게 선글라스를 꺼낸다. 검은 안경알에 뜨는 발신자 표시.

'스쿠루지뺨친 새끼.'

흐뭇하게 웃어 보인 그가 선글라스를 바로 쓴다.

" 어쩐 일이야. 무슨 일로. "

­ 형님. 잘 지내셨죠?

" 잘 지내긴. 여하튼 크게 말해 여기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리니. "

­ 지금 40구역에서 지낸다는 소문이 있던데... 저 지금 40구역이거든요.

"그으래~ 왜? 나만나려고? "

­그럼요. 부탁할 것도 있고요.

" 아서라. 다신너랑은엮이지 않을 거다. 재필 잡고 나서 그 후 폭풍 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

­ 아. 용선 형님. 서운하게 시리.

"얌마!서운은내가해야지니가하냐! "

­ 그래도 제 덕에 시골에서 도시로 진출하지않았습니까.

" 참네. 그게 내가 나오고 싶어서나온거냐. 그 집 찾아오는 암살범들 하며. 정부 요원들, 귀찮아서 복잡한 도시로 나온거잖아.니땜시아주 그냥 주변에 똥파리들 껴서 죽을 맛이라고. "

건남의응가는용선에게도 튀었나 보다.

­ 형님도 참. 아무튼 저 40구역에 왔으니 얼굴이라도 뵙고가야죠. 음악 소리 큰 걸 보면...,

"됐수. 이제 막 시작하려는 타이밍에 연락해서는... 어디야? 내가 움직일 테니. "

용선 그렇게 당하고 선 또건남을만나러 간다고... 음~ 내 권하고 싶지않다옹~

용선은 술사였다. 술사 능력이 매우 특별한 인물이었다. 어쩌면마들가리행성에서단 하나뿐인 존재. 그의 닉 네임이 술사 사냥꾼이었다. 용선은 다른 술사의 능력을 응용할 수 있었다. 재필 잡을 때 내 능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만약차차가공간이동을 한다면, 그 능력을 따라 할 수 있는힘이라고나할까? 그러니건남은용선을 떠날 수가 없었다. 용선의 능력은 큰 힘이 되기에.

용선은 통화를 끝내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그에게애교떠는미녀들.

"오빠앙. 왜일어섰어? 춤추려고? 좀 더 있다.우리랑함께 추자. "

용선은 말없이 속주머니의 지갑을 열어 테이블 위에 100크랑을떨군다. 수군거리는 미녀들과글렌피닥50년산을놓아둔채,유유히하늘쉼터를떠나는그였다.

­ 40구역어느빌딩옥상정박장­

골초 둘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담뱃잎을 물고 있다.

" 넌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반갑지가않냐."

" 뭐 그리 섭섭한 말씀을... "

용선은 담배를 태우며 현석의 비행정을 살폈다.

" 이 고물 비행정은 또뭐야? "

" 후배 녀석거에요. "

" 난 또 구두쇠자슥이중고 하나 장만했나 했다. "

" 제 비행정 있는데뭐하러바꿉니까."

" 그 똥자루 3륜 비행정 이제 바꿀 때도 되지않았니? 날긴 나는 거야? "

" 더써야죠. 기능좋다구요. "

" 됐다. 널설득시키느니내가 사주고 말지. "

" 그럼. 바꾸겠습니다. 형님! "

사준다는 말에 고개를, 아니 허리를 90°로건남은꺾었다.

" 나 참. 말을말아야지...으휴. 어쨌거나. 여긴 웬일이야? 찾는 현상범이라도 있어? "

건남은비행정 안의자르를손으로 가리켰다.

" 아뇨. 한 명 잡아오는 길이죠. "

"오~홀! 한 건 했나 본데. "

" 그것보다 형님... "

그렇게건남은자르를잡았던 일과 현석에 대한 이야기를 쭉 열거했다. 그리고자르가팔콘과연결되었다는 이야기도.

" 뭐!팔콘! "

" 네. 형님. 아무튼 지금은 현석이 올 동안 형님 집에서 하루 지내려고요. "

" 거참. 너 이리 맹한데 가끔 큰 걸 물어 오는 능력 보면 참 대단해.대단혀... "

" 칭찬이면 재워 주시죠.저하고저 녀석하고. "

" 그럼 그렇지. 목적은 날 만나는 게아니었어. 그냥 하룻밤 묵고 가려고.너답다.너다워. "

" 제 정보에 의하면 형님 집에 유치장 겸비해놓았다는걸로 알고 있거든요. "

뭐시라. 개인 집에 유치장을 만들어 놓았다고.건남이보다 난 네가 더 대단하다.

" 그런 건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야? "

" 나름 저 이 행성 정보는빠삭한놈입니다. 그러니 형 같은 사람도 찾아내죠. 대형 저택에서 이사한 뒤로 재필을 추종하는 자들이 형 죽이려 한다고 들었어요.buzz도마찬가지고요. 그래서그놈들잡으면 거기다 가둔다면서요. "

" 어~ 아주 귀찮아 죽겠다. 또 다른 곳으로 이사할까 생각 중이라고... 이게 다 너 때문인 건 알고 있지? "

애써 부정하지 않는건남이었다.

" 그래서 말인데요. 형... "

"팔콘잡아야 하니까 도와 달라는 말만 빼고 말해라. "

" 에이~ 그럼 제가 형팔콘잡는 거도와드릴게요. 어때요? "

용선은 멍하니건남을쳐다봤다.

" 미. 친. 놈! "

­ 용선의 집 ­

빌딩 한 층을 자신의 집으로 사용하는 용선이었다. 부모의 유산으로 졸부가 된 용선은 그대로 군대를 전역했다.제스전담 특별 수비군으로 군 복무를 했던 것도 다 자신의 능력 때문이었다. 타 술사의 능력을 빼앗는, 그리고 증폭시키는 용선의 술사능력. 아무튼 군 생활에 염증을 느낀 그는 부모님이 죽고 나서 이렇게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돈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더니...

큼지막한 용선의 저택. 당최 몇 평인지, 3.3㎡에 몇을 곱해야 하는 지 내 눈으로는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현석에게 820대쳐맞은자르를유치장에 감금하고 나서건남과용선은 테라스로 나갔다.

" 와~ 여기 전망이 매우 좋은데요. 이런 중심가에... 돈 수십억크랑은들었겠어요? "

" 그래. 쓸데없어서 돈 지랄 좀 했다. "

"저한테도한 번 하시죠. 그런 지랄은 백 번, 천 번 하셔도 전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우선 비행정부터... "

"너한테는괘씸해서 안 한다. 내가. "

" 에이~ 그럼 그런 지랄 안 받을 테니팔콘잡는 거나 도와주세요. "

" 이자으식아! 거기서 그건 왜 같다가 붙여! "

" 형. 의리.으으리.으리의리. 빼면 시체잖아요. "

" 의리는 개뿔... "

그렇게 말한 그가 어딘가 누구를 불렀다.

" 찰스! 찰스! "

그러자 주방에서 인공지능 로봇 찰스가용선에게로다가왔다. 바닥에서 찰스의 레일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 네. 네. 주인님. 무슨 일 이십니까?

" 맥주 좀갖다줘. "

­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4병 남았습니다. 세븐트웰브에서주문할까요?

" 그래. 그래. 보통 때처럼 시켜.

­ 네. 알겠습니다.

인공지능 찰스. 쓰레기통처럼 생긴 원형의 몸통, 키는 150cm, 스타워즈의 R2­D2가 그의 모습과 흡사했다. 아무튼 찰스는 용선의 지시를 잘 따른다.

어딘가 연락하며 발주를 넣는 찰스. 그런찰스에서시선을 떼는건남은창밖을 바라본다.

어느덧 어두운 도시. 전망대에 와 있는 듯한 용선의 발코니, 그 앞으로 지나가는 비행정.

번쩍거리는 빌딩의 빛.

낮보다 뜨거운 밤, 도시 풍경이건남의눈에 펼쳐진다.

" 형.도와주실거죠? "

" 에이~썅! 어쩌다 이런 놈을 후배로 둬서. 팔자에도 없는 개고생을 사서 하네. 얼마 줄 건데? "

거절할 줄 알았는데 관심이 있긴 있나 보다.

" 무슨, 형처럼 재력 있는 사람이 돈이 필요해요. 그냥도와주시면될걸. "

너답다. 목숨을 공짜로 저당 잡는건남의파렴치한딜러질... 용선은 헛웃음을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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