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 93­사진 (94/179)

〈 94화 〉 93­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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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사진.

" 그러니까. 나 보러 무임금으로 봉사하라는 거지? "

" 정확하십니다. 어차피 형이란 사람, 돈으로 살 사람이 이 행성에 몇 명이나 있겠어요. "

" 내가 도대체 널도와야하는 이유가 뭐냐? "

" 에이~ 아시면서... "

" 알긴 뭘 알아! 그렇다고팔콘이술사도 아니고 내가 왜 필요한데? "

" 형! 꼭 술사가 아니더라도 형은... "

건남이는 손가락으로OK를만들어 보이며.

" 이게많잖습니까... 구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

어이가 용선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러니까. 용선의 술사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물주로 쓰겠다...미.친.놈. 내가 생각해도 변하지 않는다. 건남이는 미친놈이라는 것이...

" 내... 내가너한테뒷돈을 대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냐? "

" 그건 내가 잡는 게 아니라 조금 전 말했듯이 형이 잡는 걸 제가 도와드리는 거 아닙니까? "

" 어쩌다가 내가 주가 되어팔콘을잡는다고 했지...? "

이젠 어이가 죽었나 보다. 떨떠름한 용선의 표정.

" 그냥. 나 좀 편히 쉬게넵둬! "

" 그래도 전 형을도와야하는 사명. 적극 형님을 따르겠습니다. 존명! "

차렷자세에서 거수경례를 칼각으로 하는건남.

" 내가 전생에 뭘 잘못 했을까? 이런 녀석을괜시리만나가지고.뜨벌! "

이건 조르기보다 몇 배 강력한욱여넣기스킬. 그 스킬에 용선은 최면이 걸린 듯 술술 건남이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 평생 놀고먹으며 살라 했는데.뜨벌. "

" 아무튼도와주시는거로 알게요? "

" 근데. 너라구나로다시 안 가냐? "

급작스럽게 화제를 바꾼 용선이었다.

"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려고요. "

" 상희도 너가 아이를 찾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

" 모르죠. 아마 알면 그 녀석 더화낼걸요? "

모르긴, 이미 명치대인이 다해에게 다해가 창기, 상희에게말했다냐옹~너가말한데로눈에쌍심질하며다해를들들 볶던데.

" 그럼 저 유치장에 있는 놈이 자르라 했는데... 그 놈은 상희의 딸이 왜 필요한 거야? "

" 제가 분석해 본 결과팔콘의살인 행위와 관계가 있을 거예요. 하나의 제물이라 해야 하나요? 상희의 아이, 곧 윤의 자손이에요. 그 특별한 아이의무언가가필요한 것 같아요.팔콘은... "

오~ 저어벙해보이는건남의생각이 거의 들어맞았다.

" 이런. 이것도 그럼제스와상관이 있다는 건가? "

" 그럴 거예요. 형은 수비군에 있으면서 그런 거 공부 안 했어요? 그것도제스전담 특공대에 근무하셨으면서. "

" 이자슥아. 거긴 전투부대니그냥제스나타나면 썰러 가는 곳이지.제스를연구하고, 관찰하는 곳은아니란다. 그냥 섬멸이 우리의 주 임무라고. 알간? "

주먹을부릅쥔 용선은 과거의 자신이 생각났는지 짜증스레 덧붙여 말했다.

" 그렇게 죽이고 죽였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제스들이증말싫다. 양성하는씹쌔들도짜증 나고..."

" 그러니까 형은팔콘을잡아야한다니까요! "

" 거기서 왜 또 끼워 맞추냐! "

" 이놈팔콘도드러나지는 않았지만,제스를양성하고 있을 거라고요. 분명히. "

" 짜증 난다고 그랬지 누가 잡는다그랬어.에효~말을말아야지. 아무튼 상희의 아이가 무슨 신비한 힘이라도 있나? "

" 그건 모르겠습니다. 예전OEN에게들었던 이야기론,제스양성에 필요한 유전자가 상희와 아이에게 있다고 들었죠. 그게 무엇을 뜻하겠습니까? "

" 묻지 마! 그냥 말해. "

떨떠름한설명충건남.

" 그건, 행성에서 힘을 가진 단체나 조직에서 아이를 원한다는 거겠죠. 분명 그런 곳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을 겁니다.OEN과재필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니, 범죄자 중에서는팔콘이유력하지 않겠습니까? "

" 묻지 말라고! 짜증 나니까. "

용선의 짜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건남의태도에 가히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둘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반이었다.

" 언제 떠날 거냐? "

" 내일 가려고요. 현석이와 함께 당분간 지내야 하거든요. "

" 그럼 난 언제 움직여야 하냐? "

뭐여. 그냥 그렇게, 아주 쉽게,건남의부탁을 들어줘야했냐.

" 제가 콜할게요. 위치 알아내면. "

" 거참, 또 5분대기조. "

" 그럼저희랑함께움직이실래요? "

" 아니다. 누리끼리한 남정네들과 지내면, 있던 여자도 사라진다. 그냥 5분대기조하마. "

열심히 입을 털었던건남과용선은 동시에 창밖을 바라보았다. 점점깊어가는40구역의 밤. 그야경은그냥아름다웠다.

­ 체리의 집 ­

체리가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성래미앙, 그녀의 아파트. 5002호에 사는 체리의 집안은 가정집이라고 볼 수 없었다. 무슨 연구소 같다고 해야 하나? 특이한 장식품들이 많았다.

그녀는 구두를 벗어 던지고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거실 소파에 파묻힌다.스르륵눈을 감으며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 차차. 차차... 요망한 할멈 때문에 명성에흠나겠군. 어떻게 술사의 힘을 만들어 냈을까? 아~ 복잡하다. 복잡해. "

정말 피곤한지 혼자 중얼거리다 잠이 든 체리.

이아줌시야. 씻고는자라옹~나처럼그루밍을하던가.

아무튼 집 구조가 아파트인데 너무 이상하다. 동선 구조가 바뀐 것 같다. 아파트 내부도 개조가 가능한가? 설마 불법으로... 뭔가 오성래미앙치고는 면적이 작아 보였다. 주방이 없는 것도 그렇고, 방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이거이거아파트 벽을 이렇게 허물면 건물 무너지지 않나? 당최 무슨 짓을한거냐아옹~

탁 트인 아파트. 혼자 살기엔 턱없이 커 보인다. 오성래미앙은95㎡이하로는아파트를짓지않았기에여자혼자살기엔정말넓어보였다.

이상한 장식품만 가득한 집. 한쪽 벽면에 사진이 걸려있다. 하나는 체리의 젊었을 적 사진이었다.

훤칠한 키에 쭉쭉 뻗은 팔, 다리.

굴곡진 허리선.

방긋 웃으며V를손가락으로 만든 체리였다.

뭔가 여신이라면 저런 이미지여야 하나 보다. 지금 코 골며 잠든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크게 난다. 정말 이 사람이 저 사람과 동일한 인물이었다고. 에이~ 성우가 고양이 속일 생각인가?

아무리 쳐다봐도, 내 눈엔 다른 사람 같다. 체리의 젊었을 적 사진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과 닮았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곰곰이 생각하며 옆 사진을...

앗. 그래 저 여자야. 저 여자.

다정하게 찍은 사진.

지금 모습의 체리와 젊었을 때 체리와똑닮은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모녀 관계인가? 그럼, 체리는 결혼을 했다는 건가? 하기야 나이가 있는데...저만한딸이 있어야 정상이지.

잠깐!

저 사진 속 인물... 생각 났다.

다솜!

그래다솜이었다.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스르륵눈을 뜬 그녀는 벽에 부착된 디지털시계를 보았다. 아무런 스스럼없이 현관문을 여는 그녀였다.

" 잘다녀왔니? "

체리가 문을 열며 말하자, 들어오는 여자는 자연스레 대답했다.

" 네. 엄마. "

사진 속 그녀였다.다솜.

난. 놀.랬. 다.냐아오옹~

잠깐! 그럼 체리의 딸이다솜.

OEN의딸도다솜.

체리와OEN이부부라고! 호외요. 호외. 내가 기자라면 여기서 터 잡고 살 것 같다. 지금 차차 잡는 것이 문제인가?체리랑OEN이부부라는데.

행성 정보부 간부가 탑 랭킹 1위의 현상범과 결혼을 했고 딸까지 있다. 오늘부터 기자로 거듭나고 싶다. 이건크랑받고 팔아도 될 만한뉴스거리였다.

" 그래 산책은즐거웠니? "

다정한 체리의 음색이 뭔가 어색하다. 성우와 준에게 보였던 행동과는 사뭇 달랐다. 온화한 엄마의 자화상이라 해야 하나?

"그럼요. 지금 들어오신거에요? "

" 피곤해서 그런지 그냥 잠들었었네... 밥은? "

" 밖에서 먹었어요.용이랑. "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은 다른 체리였다. 유독 용이란 이름만 들으면 더 그런 것 같았다.

" 전 그럼쉴게요. 어머님도 좀 쉬세요. "

" 그래. 좀쉬렴. "

체리는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긴 공간이 탁 트여 방이 따로 없다.다솜이쉰다고 하며 어느 공간에 서 있다. 그리고 판토마임을하듯방문을 여는 시늉을 했다.

스르륵.

투명한 장막이 열리며다솜의방이 보였다.

그랬다. 아파트의 벽은 투명하게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체리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유는 얼추 알 것 같다.다솜이때문이겠지?다솜은탁 트인 아파트 공간에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모든 것이 투명하게 그녀의 방을 가렸다. 마치 그 공간이 없는 것처럼.

다솜이비밀의 방으로 사라지자 체리는 멍하니 자신과 찍은다솜의사진을 바라봤다.

" OEN... "

그렇게 읊조린 그녀가 생각에 잠겼다.

­ 22년 전 ­

그녀의 나이 29살. 체리는 아름다운 여왕벌이었다. 쉴 새 없이대쉬하는남자들... 그러나 그녀에게 이성이란, 그냥꼬리하나달린 사람일 뿐이었다. 워낙 많은 남자가 그녀에 집적거려서 그런지 남자는 모두 귀찮은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체리는 그때, 학교를 졸업하고 정보부로 발령 난 신입이었다. 처음으로 행성 정부에서 맡은 임무가제스관련이었다. 그녀의 주 업무는제스관련 범죄자들에게제스에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없는 기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기에 정부는 그녀가 필요했을 것이다.

고문.

어떻게 보면 범죄자를 고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심문으로 범인들이 술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할까?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참일지, 거짓일지는 그 아무도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제스와1%만관계있어도범죄자를 심문했다. 아니 고문했다.

" 플랜. "

체리의 주문이 범죄자의 머릿속에 박힌다. 대뇌의 꿈틀거림 속에 고통으로 사뭇 친다.

"끄아아악! 헉헉... "

고통 뒤 수반하는 호흡조절을 연신 하는 범죄자. 뇌 속의 신경을 건드려 없는 기억을 심고 있다. 그렇게 체리의 역할이 끝나면 다른정보과요원이 취조실로 들어가 없는 일을 꾸민다.

이 범죄자가 진범이 아니어도 범인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엉뚱한 진실이 탄생하는 것이었다. 기억의 조작은 정부에서 극 비밀리에 추진하는 일이었다.

도덕과 윤리를 그렇게세뇌하듯교육받은 체리는 무언가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여리고도 순수한 마음이었던 그녀. 그런 그녀에게 접근한 남자. 체리는 또 치근덕거리는 남자가 하나 늘었구나, 하며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이상한 쪽지가 날아왔다.

­ 안녕하세요.체리님이시죠. 잘 모르는 사이에 이런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그래도제스관련 제보이기에 이렇게 쪽지를 남깁니다. 조만간 한 번 봬요.

그녀의 선글라스 발신자 표시에 적힌 '덩치 101'.

일일이 남자들의 이름을 저장하는 게 귀찮았나 보다. 덩치는 그냥 남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사람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제스관련이라면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체리는 쪽지를 남겼다.

­ 아~ 제가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누구지감이 안 오네요. 아무튼 내일 일과 끝나고 만나죠? 6시쯤?

답신은 바로 왔다.

­ 네. 제가 내일연락드리겠습니다. 좀 서운하네요. 흐흐 농담이고요. 며칠 전 제 옷에 커피 쏟으신 거 기억나시죠? 전 원이라 합니다.

­ 앗. 그땐 죄송했어요. 사과의 의미에서 제가 뭐든사드릴게요.

­아니에요. 아무튼 그날 정보과에 근무하신다고 하셔서...

­ 네.넵. 내일 봬요.

'그래. 며칠 전 휴무를 맞아 비행 정박 휴게소에서 어느 남자에게 커피를 쏟았지. 그 남자와 부딪히며 말이야. 그때 정보부 뺏지를흘렸어. 어이없게 그 남자가 그걸 알아봤고. 아무튼 커피를 쏟아서 미안한 마음에 내 명함을 줬는데... 어쩌지 정보과에 근무한다는 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데 말이야. 뭐 큰일이야있겠어.제스관련이니 업무의 연장선이라 생각하자.'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는 체리였다. 그 합리화가 가져온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모의 체리는 다음날 원이란 사람을 만나기 위해 24구역 관청을 벗어났다.

­ 22년 전, 24구역의도심. ­

체리가 오길 기다리는 원. 원은 커피숍 테이블에 놓인 전자 홀로그램 자판에 넌지시 손을 얹었다. 투명의 전자 신문이 그 위로 펼쳐진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 말끔한 회갈색 정장을 칼 같이 다려 입은 모습이 군인을 연상케 했다.

그런 원 앞에 유리문을 열고 들어온 체리가 서성인다. 전자신문을 읽던 그가 홀로그램 지우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 아. 오셨군요. 앉으시죠. "

원이 벌떡 일어서며 테이블 의자를빼내었다. 여자를 존중하는 자세가 신사 같아 보였다. 체리의 미모가 그를 더욱 신사로 만든 건인지도 모르겠지만.

짧게 남아 서로 인사를 하고 체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 정보를 주신다고 하셔서... "

" 그렇죠. 요새 정부에서제스말살 정책을 시행한 뒤제스들이많이 줄었죠. "

" 네 그렇습니다.제스는성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죠. 생식기가 없는 존재이니까요. "

" 그래서 일반제스를죽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맞죠? "

" 네. 맞아요. "

" 모체는자웅동체이고혼자서 교미해 번식하고요. "

"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나 봅니다. "

"마들가리행성의 사람이면 다 아는 상식이죠. "

" 아무튼. 정보라는 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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