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94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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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모욕.
원이뜬금없이체리에게 물었다.
" 체리 님.제스로영생을 만든다는 것을 믿습니까? "
" 그야. 역사 속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으니믿어야죠. 전설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잘 모르니 믿지 않겠지만, 정보부의 일원인 저는 알고 있어요. '윤' 그녀의 영생에 대한 일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인명이 피를 흘렸죠. "
" 역시. 전 그제스가0구역에서발생한다고생각하는사람입니다. "
0구역... 그미지의세계에서라니. 이런 가설은 처음 듣는 체리였다.
" 0구역이요? "
" 그렇죠. 어쩜제스의말살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0구역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
체리는 궁금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제보였기에...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그냥 접대용 멘트로 물었다.
"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전 탐험가입니다.마들가리행성에정복하지 못한 땅들을 탐구하기 위해 일하죠. "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원 앞으로 종업원이 다가왔다.
" 손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
그러고 보니 몇분째주문하지 않고 물만 들이켜고 있었다. 종업원이 웃으며 친절히 말하지만, 눈매는 '어여 차 시켜, 커피를 시키던!' 하는 눈초리 같았다. 나만그런가? 아무튼 둘은 음료를 주문하고 다시 말을 주고받았다.
" 제가 0구역을 배회하며 늘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믿겠습니까? 탐험가의 기질. "
이 사람급나게진지하다. 체리가 머릿속으로 '아니요.'라고말하는 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눈치 없이 탐험의 세계를 주저리 떠든다. 이건 뭐제스정보 들으러 왔다가 탐험가 레벨 맥스 찍을 판이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
길었던 원의 설명이 끝나고 마지막 말에, 화사하게 웃는 체리. 변비에서 해방된 그런 표정이었다.
" 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마리의제스가방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정확하게는 방벽을 기어 내려오는 모습이었죠. "
" 그 모습 하나로 그 모든 걸 추측한 건가요? "
" 네. 저는 재빨리 그 장면을 찍었습니다. "
" 그래요! "
체리가 어느 정도 의심의 눈초리를 풀었다. 그 화면이 정말이라면... 어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기에.
" 그 화면제게전송해 줄 수 있겠습니까? "
" 지금은 가지고 있지를 않아서 말이죠. 집에 두고 왔습니다. "
체리는 석연치 않았다. 정보를 준다는 사람이 그런 걸 두고 온다고. 고양이인 나도 안 믿겠다. 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이라는 이 사람.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체리는 원의 머릿속을 탐험하기 위해 속삭였다.
" 플랜. "
순간, 당황한 체리.
머릿속을 파고들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원은 그러한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 여유로운 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원이라 그러셨죠? "
" 네. "
목소리가 차갑게 변한 체리. 날카로운 시선으로 원을 쳐다봤다.
" 거두절미하고... 당신누구야? "
원의 잔 미소가 가셨다.
" 무슨 일이라도? "
" 시치미 떼지 말지. 내 능력이 차단당했어. 술사라면 금방 알아낼 수 있으니 순순히 말해. "
원의 미소가 이젠 엉큼하게 변한 것 같다.
" 이런. 이런. 역시 정보부 요원이라다르군. 그냥 미모를 갖춘 능력 없는 요원일 거라 생각했는데. "
원이피식거렸다. 그의 도발에 체리는 욱한 심정을 가다듬었다.
" 정말로 날 찾아온 이유가뭐지? "
원이 테이블 위로 체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얼굴과 얼굴의 간격이 5cm 정도로 가까워진다.
"왜냐고... 널 가지고 싶어서. "
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위험을 감지한 그녀였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 뭐? 이런 어디서 개수작이야! "
카페가 그녀의 목소리에 울렸다. 다수의 손님이 그들을 주목했다. 그러나 체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굉장한 모욕감이 스치고 지나갔기에.
" 너 그러다 쇠고랑 차는 수가 있어! "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건 원도 마찬가지였다.
" 이봐. 체리. 그때 너가 흘린 커피가 과연 우연이었다고 생각하나? 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아냐고. 넌 조만간 내 여자가 될 거야... "
체리는 더는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원의 얼굴로 사정없이 때리려는 찰나. 원은 체리의 손목을 낚아챈다.
흥분한 체리.
조롱거리는 원.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 뭔 프로포즈가저따위냐."
" 여자가 아깝네. 아까워. "
" 사랑싸움은 집에서 하지 공공장소에서 뭐 하는 짓인지. "
"아휴~이번에영감지대떠올랐는데시끄러워잊어버렸잖아. 아 연재 시간이 다가온다. 흑흑. "
두 눈을 부릅뜬 원이 체리의 귀에 속삭였다.
" 체리. 조만간 또 만나자고. 내 아이를 만들어 줄 너니까. 몸조심하고... "
" 미... 친. "
체리는 원을 밀쳐내고 허리춤의 권총을 두 손으로 잡았다.
" 말이 필요 없는 녀석이군. "
' 탕 '
죽이려고 쏜 총은 아니었다. 생포해서 데려갈 목적으로 어깨를 겨냥했다. 그러나 원에게 날아가는 총알이 느려졌다.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았다.
느리게 날아가는 총알을 원은 엄지와 검지로 살며시 잡았다.
"윽. "
총성과 사람들의 비명이 교차한다.
22년 전원이라는그가OEN이었다. 지금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였다. 이 자식은 늙지도 않나? 체리는 모든 외모가 변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총알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OEN.
총알은 체리의 권총을 파괴시켰다.
" 또 보자고...체리양. "
흐뭇하게 웃은 그가 체리의 반대편으로 힘껏 달렸다. 수비군이나 경찰들이 달려올 것을 예상한 그였다. 달리는OEN을향해 고함치는 체리.
" 야! 거기서! "
체리가OEN을추격한다. 이곳이 108층의 빌딩이라는 걸OEN은알까? 그는 온몸을 던져 커다란 창문을 부수며 뛰어내렸다.
' 와장창 창창 '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OEN.
어느덧 부서진 창가에 서 있는 체리.
이대로 떨어지면낙사각이다.아이온맨슈트라도 어디서날아오려나?스파이져맨처럼거미줄이라도쏘려나? 무슨 생각으로 뛰어내린거냐옹~
내 걱정은 정말 걱정도 아니었다.자동비행하는소형정이 떨어지는OEN을낚았다. 지붕이 열리며... 체리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비행정. 체리의 얼굴은 비행정이 멀어지는 만큼 구겨졌다.
52구역.
용선과 헤어진 뒤건남은현석을 만났다. 구형 비행정에 올라탄 그들. 현석은 피곤이 풀렸는지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흘렀다. 그러나 기분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건남을만난 뒤로 말이 없었다. 고작건남의인사에 고개를 깔딱거린 것 빼고는.
현석이 조종석에,건남이조종석 옆에, 포박당한자르가뒷좌석에 앉았다.
"얌마. 기분 풀어. 알바도 성공했겠다. "
"됐수다. "
저 덩치에 새침하기까지 한 현석이 단단히 삐쳤나 보다.
" 아~고녀석.성격하고는.자르넘기면 너 2000크랑 줄게. 됐냐... 됐냐고. "
" 형. 지금 그깟 2000크랑이 문제입니까? 안 받고 안 풀릴랍니다. 저 그렇게 쉬운 놈아니에요. 다 주셔도 말이죠. "
" 알았다. 알았다고!! "
" 그리고 또 한 번 말하지만,팔콘잡는 일에 저 억지로 끼워 넣지 마세요. 전 빠질거에요. 뒤에 있는 저 자식 넘기면 현상금 받고 빠이빠이. 아셨죠. "
정확히 선을 그은 현석이었다. 사우나에서 확실히 마음을 잡았나?건남이말하기도 전 미리 철벽을 치고 있다. 드릴로 뚫으려 해도 안 뚫릴 것 같았다.
현석의 확고한 의지에건남은토를 달지 않았다.
"알았어. 그건 걱정하지 마. "
그래... 현석 말고 용선 물었으니 쿨 한 척, 선심 쓰듯 말하는건남. 속보인다아옹~
" 아무튼 저 녀석 언제 넘길 겁니까? "
오~ 그래도 분위기가사그러들긴 했나 보다. 현석이 건남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면.
" 너희 상점에서 하루 정도 있다가 움직이자. "
" 그 말은 꼭 지키세요. 하루 이상 지나가면 제가 데려갈 겁니다. "
두 남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는자르, 부었던 얼굴이 살짝 가라앉아 있었다.
"니그들이야기 듣자듣자하니... "
'잡힌놈이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이런 표정으로 둘은 뒷좌석자르를쳐다보았다.
" 너희가팔콘을잡는다고? 재필이야 얼렁뚱땅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미치지않고서야. "
자르야.건남은미쳤단다. 그런 걱정은 넣어 두게.
" 우선팔콘의위치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 사실 말이야.자르. 널 이용해서팔콘과접촉을 시도하려했었는데.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너 경찰서에 일찍 넘기려고. "
" 내가 말하기나 할 것 같았냐? "
어. 말할 것 같다. 바퀴벌레총쏘면.
" 너희. 왜팔콘이안 잡히는 줄 알아? "
건남은경청한다. 매우흡족해하며... 질퍽한 고문이나 심문하지 않고 말해주는자르가기특하게 느껴졌다.
" 팔콘에게는 옆에 딱 붙어 다니는 놈이 하나 있지. "
"술사겠군. "
" 그렇지. 그 녀석의 능력이팔콘을지키고 있다고. "
"그녀석이름이챈코고고유능력이 슬로우. 한 때,OEN과친구였고 지금은팔콘의오른팔정도지. "
자르가이야기하려는 것을건남은다뺏었다.
" 그... 그걸 어떻게... "
" 너도 이 작업해봐. 그런 거 모르면 이 생활 못 해. "
옛기. 뻥을 치려면 곱게 쳐라. 상희, 다해, 명치대인, 창기는 그럼 사냥꾼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은 모르는데... 유독니만많이 알고 있다. 이 사람아.
" 아무튼, 위험한 상황에서도 잘 도망치지. "
" 도망친다고.팔콘이? 에이자르너 정말 팔콘하고 친한 거 맞아? "
" 그...그럼.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 "
뭔가 상황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은뭘까?자르가건남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건남이자르에게 정보를 주는 것 같았다.자르야.니가건남에게 정보 받아팔콘잡아라. 그게 더 빠르겠다.
" 사실 정부에서 공식화된 살인 숫자가 22명.팔콘을잡으려다실패한 인물은 올리지 않은숫자지. 아마도 정부측 요원을 죽인 건 언론에서 가만히 있었을 거야. 물론 의뢰로 잡으려 했던 사냥꾼들도 묻혔겠지. "
꿍하게 있던 현석이 조종하며 자르에게 말했다.
" 그래서 형이 너 필요 없다고 한 거 같다.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팔콘에대해서. "
" 그럼 이것도 알아! "
자르이 자식 뭔가 자존심이 무너졌나 보다. 악착같이 자신이팔콘에대해 더 많이 안다고 확인하려는 것 같다. 오묘한 남자의 승부 근성. 그것이 자르는포텐터지듯 빵빵 터진다.
"팔콘과만날 수 있는 암호. 그걸 알아야팔콘은움직인다고. "
"오~호. 그래. 그게뭔데? "
" 내가 말 하겠냐?크크크... "
" 에이~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얼버무리시겠다. 애당초 그런 거 없는데 지어낸 건 아니고? "
" 뭐? 날뭐로보고!! "
건남이가 슬슬자르를건드려 승부 근성을 더 올리고 있다. 잘 하면자르덕에팔콘을쉽게 잡을 각이다.
" 그럼 말해봐! 그게뭔지! "
자르는 순간, 이성이 돌아왔다. 도리도리를 하며 정신을 차리는 그였다. 어렵게 잡을 각이다.
" 내가 무슨 짓을... 그냥 노코멘트하겠어. "
오~ 그래도 쉽게 말하진 않았다. 맥 빠진건남은한숨을 쉬며 앞을 주시했다.
" 유치하게 심볼 마크로 문 따고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옛날 조폭들이 잘 쓰던 방식인데. "
급작스레자르의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룸미러속건남의눈이 지켜보고 있었다.
"자르... 얼굴 변하는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심볼 마크그거야? "
굳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노코멘트, 입 닥치고 있어가 최선이었다.자르가창밖의 어딘가를 먼산 보듯 바라본다.
" 뭐 말 안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
조종석 옆에 둔, 현석의 쌍권총에 손이 간건남이었다. 바퀴벌레울렁증으로그의 입을 열려는건남이었다. 그들이 그러는 중, 현석의 비행정은B+상점으로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것은 빌딩이 없다는 것. 5층 빌딩 지하에 있는 상점이 현석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 내가 잘못 왔나?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의 건물은 그 생각을 지우게 했다.
분명 이곳이 자신의 상점이었다. 구형 비행정이기는 하나 좌표 설정은 가능했다.건남이자르를지지고 볶든 말든 그는 좌표를 확인한다. 그곳은 자신의 상점이 확실했다.
사라진 빌딩, 정확하게는 무너진 빌딩이었다. 그 주변으로 소방 비행정과 언론사 비행정이 배회하고 있었다.건남은자르의노코멘트를 풀지 못한 채 앞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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