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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 94­모욕 (95/179)

〈 95화 〉 94­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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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모욕.

원이뜬금없이체리에게 물었다.

" 체리 님.제스로영생을 만든다는 것을 믿습니까? "

" 그야. 역사 속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으니믿어야죠. 전설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잘 모르니 믿지 않겠지만, 정보부의 일원인 저는 알고 있어요. '윤' 그녀의 영생에 대한 일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인명이 피를 흘렸죠. "

" 역시. 전 그제스가0구역에서발생한다고생각하는사람입니다. "

0구역... 그미지의세계에서라니. 이런 가설은 처음 듣는 체리였다.

" 0구역이요? "

" 그렇죠. 어쩜제스의말살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0구역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

체리는 궁금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제보였기에...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

그냥 접대용 멘트로 물었다.

"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전 탐험가입니다.마들가리행성에정복하지 못한 땅들을 탐구하기 위해 일하죠. "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원 앞으로 종업원이 다가왔다.

" 손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

그러고 보니 몇분째주문하지 않고 물만 들이켜고 있었다. 종업원이 웃으며 친절히 말하지만, 눈매는 '어여 차 시켜, 커피를 시키던!' 하는 눈초리 같았다. 나만그런가? 아무튼 둘은 음료를 주문하고 다시 말을 주고받았다.

" 제가 0구역을 배회하며 늘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믿겠습니까? 탐험가의 기질. "

이 사람급나게진지하다. 체리가 머릿속으로 '아니요.'라고말하는 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눈치 없이 탐험의 세계를 주저리 떠든다. 이건 뭐제스정보 들으러 왔다가 탐험가 레벨 맥스 찍을 판이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

길었던 원의 설명이 끝나고 마지막 말에, 화사하게 웃는 체리. 변비에서 해방된 그런 표정이었다.

" 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마리의제스가방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정확하게는 방벽을 기어 내려오는 모습이었죠. "

" 그 모습 하나로 그 모든 걸 추측한 건가요? "

" 네. 저는 재빨리 그 장면을 찍었습니다. "

" 그래요! "

체리가 어느 정도 의심의 눈초리를 풀었다. 그 화면이 정말이라면... 어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기에.

" 그 화면제게전송해 줄 수 있겠습니까? "

" 지금은 가지고 있지를 않아서 말이죠. 집에 두고 왔습니다. "

체리는 석연치 않았다. 정보를 준다는 사람이 그런 걸 두고 온다고. 고양이인 나도 안 믿겠다. 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이라는 이 사람.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체리는 원의 머릿속을 탐험하기 위해 속삭였다.

" 플랜. "

순간, 당황한 체리.

머릿속을 파고들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원은 그러한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 여유로운 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원이라 그러셨죠? "

" 네. "

목소리가 차갑게 변한 체리. 날카로운 시선으로 원을 쳐다봤다.

" 거두절미하고... 당신누구야? "

원의 잔 미소가 가셨다.

" 무슨 일이라도? "

" 시치미 떼지 말지. 내 능력이 차단당했어. 술사라면 금방 알아낼 수 있으니 순순히 말해. "

원의 미소가 이젠 엉큼하게 변한 것 같다.

" 이런. 이런. 역시 정보부 요원이라다르군. 그냥 미모를 갖춘 능력 없는 요원일 거라 생각했는데. "

원이피식거렸다. 그의 도발에 체리는 욱한 심정을 가다듬었다.

" 정말로 날 찾아온 이유가뭐지? "

원이 테이블 위로 체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얼굴과 얼굴의 간격이 5cm 정도로 가까워진다.

"왜냐고... 널 가지고 싶어서. "

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위험을 감지한 그녀였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 뭐? 이런 어디서 개수작이야! "

카페가 그녀의 목소리에 울렸다. 다수의 손님이 그들을 주목했다. 그러나 체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굉장한 모욕감이 스치고 지나갔기에.

" 너 그러다 쇠고랑 차는 수가 있어! "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건 원도 마찬가지였다.

" 이봐. 체리. 그때 너가 흘린 커피가 과연 우연이었다고 생각하나? 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아냐고. 넌 조만간 내 여자가 될 거야... "

체리는 더는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원의 얼굴로 사정없이 때리려는 찰나. 원은 체리의 손목을 낚아챈다.

흥분한 체리.

조롱거리는 원.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 뭔 프로포즈가저따위냐."

" 여자가 아깝네. 아까워. "

" 사랑싸움은 집에서 하지 공공장소에서 뭐 하는 짓인지. "

"아휴~이번에영감지대떠올랐는데시끄러워잊어버렸잖아. 아 연재 시간이 다가온다. 흑흑. "

두 눈을 부릅뜬 원이 체리의 귀에 속삭였다.

" 체리. 조만간 또 만나자고. 내 아이를 만들어 줄 너니까. 몸조심하고... "

" 미... 친. "

체리는 원을 밀쳐내고 허리춤의 권총을 두 손으로 잡았다.

" 말이 필요 없는 녀석이군. "

' 탕 '

죽이려고 쏜 총은 아니었다. 생포해서 데려갈 목적으로 어깨를 겨냥했다. 그러나 원에게 날아가는 총알이 느려졌다.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았다.

느리게 날아가는 총알을 원은 엄지와 검지로 살며시 잡았다.

"윽. "

총성과 사람들의 비명이 교차한다.

22년 전원이라는그가OEN이었다. 지금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였다. 이 자식은 늙지도 않나? 체리는 모든 외모가 변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총알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OEN.

총알은 체리의 권총을 파괴시켰다.

" 또 보자고...체리양. "

흐뭇하게 웃은 그가 체리의 반대편으로 힘껏 달렸다. 수비군이나 경찰들이 달려올 것을 예상한 그였다. 달리는OEN을향해 고함치는 체리.

" 야! 거기서! "

체리가OEN을추격한다. 이곳이 108층의 빌딩이라는 걸OEN은알까? 그는 온몸을 던져 커다란 창문을 부수며 뛰어내렸다.

' 와장창 창창 '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OEN.

어느덧 부서진 창가에 서 있는 체리.

이대로 떨어지면낙사각이다.아이온맨슈트라도 어디서날아오려나?스파이져맨처럼거미줄이라도쏘려나? 무슨 생각으로 뛰어내린거냐옹~

내 걱정은 정말 걱정도 아니었다.자동비행하는소형정이 떨어지는OEN을낚았다. 지붕이 열리며... 체리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비행정. 체리의 얼굴은 비행정이 멀어지는 만큼 구겨졌다.

­ 52구역. ­

용선과 헤어진 뒤건남은현석을 만났다. 구형 비행정에 올라탄 그들. 현석은 피곤이 풀렸는지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흘렀다. 그러나 기분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건남을만난 뒤로 말이 없었다. 고작건남의인사에 고개를 깔딱거린 것 빼고는.

현석이 조종석에,건남이조종석 옆에, 포박당한자르가뒷좌석에 앉았다.

"얌마. 기분 풀어. 알바도 성공했겠다. "

"됐수다. "

저 덩치에 새침하기까지 한 현석이 단단히 삐쳤나 보다.

" 아~고녀석.성격하고는.자르넘기면 너 2000크랑 줄게. 됐냐... 됐냐고. "

" 형. 지금 그깟 2000크랑이 문제입니까? 안 받고 안 풀릴랍니다. 저 그렇게 쉬운 놈아니에요. 다 주셔도 말이죠. "

" 알았다. 알았다고!! "

" 그리고 또 한 번 말하지만,팔콘잡는 일에 저 억지로 끼워 넣지 마세요. 전 빠질거에요. 뒤에 있는 저 자식 넘기면 현상금 받고 빠이빠이. 아셨죠. "

정확히 선을 그은 현석이었다. 사우나에서 확실히 마음을 잡았나?건남이말하기도 전 미리 철벽을 치고 있다. 드릴로 뚫으려 해도 안 뚫릴 것 같았다.

현석의 확고한 의지에건남은토를 달지 않았다.

"알았어. 그건 걱정하지 마. "

그래... 현석 말고 용선 물었으니 쿨 한 척, 선심 쓰듯 말하는건남. 속보인다아옹~

" 아무튼 저 녀석 언제 넘길 겁니까? "

오~ 그래도 분위기가사그러들긴 했나 보다. 현석이 건남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면.

" 너희 상점에서 하루 정도 있다가 움직이자. "

" 그 말은 꼭 지키세요. 하루 이상 지나가면 제가 데려갈 겁니다. "

두 남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는자르, 부었던 얼굴이 살짝 가라앉아 있었다.

"니그들이야기 듣자듣자하니... "

'잡힌놈이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이런 표정으로 둘은 뒷좌석자르를쳐다보았다.

" 너희가팔콘을잡는다고? 재필이야 얼렁뚱땅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미치지않고서야. "

자르야.건남은미쳤단다. 그런 걱정은 넣어 두게.

" 우선팔콘의위치나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 사실 말이야.자르. 널 이용해서팔콘과접촉을 시도하려했었는데.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너 경찰서에 일찍 넘기려고. "

" 내가 말하기나 할 것 같았냐? "

어. 말할 것 같다. 바퀴벌레총쏘면.

" 너희. 왜팔콘이안 잡히는 줄 알아? "

건남은경청한다. 매우흡족해하며... 질퍽한 고문이나 심문하지 않고 말해주는자르가기특하게 느껴졌다.

" 팔콘에게는 옆에 딱 붙어 다니는 놈이 하나 있지. "

"술사겠군. "

" 그렇지. 그 녀석의 능력이팔콘을지키고 있다고. "

"그녀석이름이챈코고고유능력이 슬로우. 한 때,OEN과친구였고 지금은팔콘의오른팔정도지. "

자르가이야기하려는 것을건남은다뺏었다.

" 그... 그걸 어떻게... "

" 너도 이 작업해봐. 그런 거 모르면 이 생활 못 해. "

옛기. 뻥을 치려면 곱게 쳐라. 상희, 다해, 명치대인, 창기는 그럼 사냥꾼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은 모르는데... 유독니만많이 알고 있다. 이 사람아.

" 아무튼, 위험한 상황에서도 잘 도망치지. "

" 도망친다고.팔콘이? 에이자르너 정말 팔콘하고 친한 거 맞아? "

" 그...그럼.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 "

뭔가 상황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은뭘까?자르가건남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건남이자르에게 정보를 주는 것 같았다.자르야.니가건남에게 정보 받아팔콘잡아라. 그게 더 빠르겠다.

" 사실 정부에서 공식화된 살인 숫자가 22명.팔콘을잡으려다실패한 인물은 올리지 않은숫자지. 아마도 정부측 요원을 죽인 건 언론에서 가만히 있었을 거야. 물론 의뢰로 잡으려 했던 사냥꾼들도 묻혔겠지. "

꿍하게 있던 현석이 조종하며 자르에게 말했다.

" 그래서 형이 너 필요 없다고 한 거 같다. 너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팔콘에대해서. "

" 그럼 이것도 알아! "

자르이 자식 뭔가 자존심이 무너졌나 보다. 악착같이 자신이팔콘에대해 더 많이 안다고 확인하려는 것 같다. 오묘한 남자의 승부 근성. 그것이 자르는포텐터지듯 빵빵 터진다.

"팔콘과만날 수 있는 암호. 그걸 알아야팔콘은움직인다고. "

"오~호. 그래. 그게뭔데? "

" 내가 말 하겠냐?크크크... "

" 에이~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얼버무리시겠다. 애당초 그런 거 없는데 지어낸 건 아니고? "

" 뭐? 날뭐로보고!! "

건남이가 슬슬자르를건드려 승부 근성을 더 올리고 있다. 잘 하면자르덕에팔콘을쉽게 잡을 각이다.

" 그럼 말해봐! 그게뭔지! "

자르는 순간, 이성이 돌아왔다. 도리도리를 하며 정신을 차리는 그였다. 어렵게 잡을 각이다.

" 내가 무슨 짓을... 그냥 노코멘트하겠어. "

오~ 그래도 쉽게 말하진 않았다. 맥 빠진건남은한숨을 쉬며 앞을 주시했다.

" 유치하게 심볼 마크로 문 따고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옛날 조폭들이 잘 쓰던 방식인데. "

급작스레자르의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룸미러속건남의눈이 지켜보고 있었다.

"자르... 얼굴 변하는 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심볼 마크그거야? "

굳은 그가 할 수 있는 건. 노코멘트, 입 닥치고 있어가 최선이었다.자르가창밖의 어딘가를 먼산 보듯 바라본다.

" 뭐 말 안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

조종석 옆에 둔, 현석의 쌍권총에 손이 간건남이었다. 바퀴벌레울렁증으로그의 입을 열려는건남이었다. 그들이 그러는 중, 현석의 비행정은B+상점으로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것은 빌딩이 없다는 것. 5층 빌딩 지하에 있는 상점이 현석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 내가 잘못 왔나?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의 건물은 그 생각을 지우게 했다.

분명 이곳이 자신의 상점이었다. 구형 비행정이기는 하나 좌표 설정은 가능했다.건남이자르를지지고 볶든 말든 그는 좌표를 확인한다. 그곳은 자신의 상점이 확실했다.

사라진 빌딩, 정확하게는 무너진 빌딩이었다. 그 주변으로 소방 비행정과 언론사 비행정이 배회하고 있었다.건남은자르의노코멘트를 풀지 못한 채 앞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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